팔콤 ‘궤적’ 시리즈 20주년을 기념한 완전 리메이크작, 시리즈의 원점 ‘하늘의 궤적 the 1st’. 올드 팬은 물론 ‘궤적’에 처음 입문한 RPG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명작입니다. 오픈크리틱 90점, 메타크리틱 88점으로 작품성도 인정받았죠.
그렇다면 ‘하늘의 궤적 the 1st’는 JRPG 팬들에게 어떤 게임이었을까요? the 1st로 ‘궤적’에 입문한 뉴비, 그리고 전 시리즈를 플레이해 온 고인물의 시선으로 함께 이야기해봅시다!
▲ 하늘의 궤적 the 1st. 뉴비와 고인물의 시각에서 살펴봅시다
#. 인터뷰이의 간단한 소개
뉴비 = JRPG 장르의 팬. 팔콤 게임은 어린 시절 가가브 트릴로지, 그리고 쯔바이와 이스 이터널 정도만 플레이해 봄. 궤적 시리즈는 하늘의 궤적 the 1st가 처음.
고인물 = 모든 궤적 시리즈를 플레이했으며, 대부분의 시리즈의 플래티넘까지 딸 정도의 헤비 유저. 티타 러셀의 오랜 팬.
#. 하늘의 궤적 the 1st, 리메이크판의 첫 인상에 대해
뉴비 = 팔콤 게임은 어린 시절 영웅전설5가 마지막이었고 이후엔 소식과 커뮤니티 반응만 접해 왔다. ‘팔콤은 게임 회사보단 음반 회사에 가깝다’라는 반농담과 같은 말을 정말 많이 들어왔다. 실제, 게임성과 설정, 서사는 좋지만 그래픽은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 본 하궤 리메는 놀라울 정도였다. AAA급 대작 게임과 비교할 순 없겠지만, 현 세대 RPG 팬의 눈높이에 맞는 그래픽과 연출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게임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것이 그래픽이라고 생각하기에, 첫인상 자체는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고인물 = 과거 하늘의 궤적의 PC판이든, 개선된 에볼루션판이든 정말 완전히 옛날 그래픽인 게임이었는데 팔콤의 최신 그래픽으로 보게 되어서 굉장히 좋았다. 3D로 구현했지만 아쉬움이 많았던 섬의 궤적 시리즈 초기와 다르게 확실히 예쁜 그래픽을 구현해 낸 것 같다. 그 모습으로 제일 좋아하는 티타를 볼 수 있게 되어 더 좋았다.
하지만 CV 변경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 첫 인상인 그래픽, 합격점을 주고 싶다
#. 캐릭터 보이스(CV) 교체에 대한 소감
고인물 = CV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변경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꽤 충격이었다. 하지만 실제 게임을 플레이해 보니 의외로 그렇게 어색하지 않았고, 변경한 성우진도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유저들은 하궤를 플레이한 지 아주 오래됐을 거라… 기억이 희미해서 어색함이 아마 덜했을지도 모르겠다. 이후 시리즈에서도 하궤 캐릭터들이 나오지만, 그건 작중에서 오랜 시간이 지난 후라 어색함을 덜 느낀 것도 있을 것 같다.
뉴비 = 리메이크 전 원작을 플레이해 보진 않았지만, RPG 장르에서 CV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시리즈 자체를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 보면 성우들의 연기가 굉장히 좋았고 잘 어울렸던 것 같다. the 1st를 클리어하고 이후 스토리가 궁금해서 SC 에볼루션을 잠깐 플레이해 봤는데, 순수 연기력과 캐릭터 매칭만 놓고 보면 지금의 성우진도 괜찮은 것 같다. 물론, 원작의 성우진이 워낙 대단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는 있을 것 같다.
#. 전투 시스템에 대한 총평
뉴비 = 의외로 전투 시스템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니었나 싶다. 같이 게임을 시작한 뉴비 유저가 있었는데, 최종장 쯤에서 서로의 파티를 비교해 보니 쓰는 캐릭터도, 성장의 방향도 완전히 달랐다. 여러 빌드로 플레이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고인물 = 대부분의 턴제 게임은 전투가 늘어지고 재미없다, 원패턴이다라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되는데, 그걸 여의 궤적부터 도입한 필드 배틀 시스템을 적용해 개선하려 한 점은 좋았다.
사실, 여의 궤적에선 시스템적인 완성도가 조금 아쉬웠는데, 이후 시리즈를 거치며 훨씬 나아진 상태로 적용된 것도 높게 평가할 만하다. 다만 시리즈 자체가 턴제 게임이었고, 이 부분이 좋아서 플레이한 유저도 분명히 있을 거기에 다소 호불호는 존재할 것 같다.
▲ 전투 시스템도 잘 짜여졌다. 하지만 순수 턴제를 원하는 유저들에겐 조금 호불호 탈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현세대 유저를 위한 편의성은 잘 갖춰졌나?
고인물 = 원작이 오래된 게임이라 불편한 부분이 많아 개선점은 느낄 수 있었다. 퀵 이동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더 불편해진 부분도 있었다.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SHOP, NPC 아이콘의 색으로 갱신 여부를 알 수 있게 해 두었다. 나름대로 편의성을 도모한 것 같지만, 정작 몇몇 아이콘은 건물에 들어가야만 보인다는 점이 불편했다.
물론 원작인 FC와 비교하면 당연히 나아졌다. 원작은 던전 내에서는 미니맵도 제대로 안 보였을 정도로 편의성이 나빴다. 하지만 이왕 풀 3D로 리메이크를 했으면 최신 궤적에 있었던 좋은 시스템들은 그냥 도입해 줬어도 좋았을 것 같다. 아마 원작의 감성을 살리기 위해 도입하지 않았을 것 같긴 하지만….
그리고 에볼루션판에 있던 갤러리(CG, 영상, BGM 감상) 같은 애프터 콘텐츠가 제법 좋은 즐길거리였는데, 없어져서 아쉽다. 에볼루션은 독특한 케이스였기에 모든 걸 반영하긴 어려웠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뉴비 = 현 세대 JRPG 팬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꽤 불친절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너무 불편해서 20년 전 게임을 하는… 그런 감각은 아니지만, 한 번 놓친 요소를 돌이킬 수 없다든가 하는 부분을 보면 ‘아 옛날 게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이 역시 원작 팬들을 위한 감성이라고 생각한다면 이해 못할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 이벤트 라이브러리가 없다는 점은 꽤 아쉽다
#. BGM, 진행, 이벤트 등에서 원작의 맛은 잘 느껴졌나? 그리고 원작 팬만이 피식할 수 있는 요소도 있었나?
고인물 = 아무래도 하늘의 궤적 시리즈의 이벤트 BGM 하면 ‘은의 의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원작과 1:1로 비교해 본 건 아니지만, BGM 연출은 팔콤의 특기 분야이기에 크게 이질감이 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스토리가 아닌 게임 부분에서는 원작의 공략을 보고 해도 크게 차이가 없을 정도로 잘 구현해 두기는 했다. 그리고 BGM을 오리지널, 에볼루션, 리메이크 3종류를 고를 수 있어서 오리지널로 세팅해 두고 할 경우 조금 더 원작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원작 팬들을 위한 서비스도 확실했던 것 같다. 역사와 전통의 고양이 찾기 퀘스트라든가, 시리즈 대대로 내려오는 쓴 토마토의 유래 등을 다시 볼 수 있는 점 말이다.
▲ 어레인지된 BGM에 큰 이질감은 없었다. 뭐 워낙 팔콤이 잘하는 영역이기도 하니까.
#. 리메이크되면서 아쉬운점이 있다면?
고인물 = 아무래도 2D와 도트만의 감성이 있는데 최신화되다 보니 어느 정도 이런 레트로 감성이 퇴색된 건 아쉽다. 다만 언제까지고 고전 게임 감성을 유지할 수는 없으니, 유입을 위해서라도 전면 리메이크를 진행한 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건 PC판이 아니라 에볼루션판 기준이기는 한데, 이벤트 장면에서 2D CG가 있어서 좀 더 원작 감성이 있었는데 그런 게 조금 사라져서 아쉽다.
뉴비 = 원작은 안 해봤지만, 도트 그래픽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봐도 아쉬운 점은 있었던 것 같다. 로딩창에서 SD 캐릭터들이 부지런히 달리는 모션이 나오는데, 이러한 모션을 미니 게임 등에서 써 봤으면 어땠을까 싶다.
▲ 로딩 화면의 도트 그래픽을 좀 더 적극적으로 써보는 건 어땠을까?
#. the 1st로 궤적 시리즈를 입문한 유저들이 SC를 기다려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고인물 = the 1st의 엔딩을 보고도 SC를 기다리거나 플레이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 기다릴 이유가 있는지가 더 궁금하다.
뉴비 = 못 기다리고 SC 원작을 플레이 중이다… 다들 SC 출시까지 잘 기다리셨으면 한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