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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온라인 게임을 등산에 비유해 봅시다.

나와다른사람
댓글: 14 개
조회: 1296
추천: 3
2010-01-06 22:04:48
별로 글솜씨도 좋지않아 막상 올리려니 뻘쭘하네요.

한 남자가 산을 타고 오르면서 산속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정상까지 힘겹게 올라가서 산 아래의 절경을 보며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서 산에 올라갈 결심을 합니다.
대충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고 최근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어떤 산이 등산하기 좋다고 하기에 직접 찾아가 봅니다.
최근에 문을 연 국립공원 답게 등산객들도 많이 몰려있고 아직 주차장과 매표소밖에 보지 못했지만 제법 깔끔해 보입니다. 남자는 자신의 현명한 선택에 흐뭇한 마음을 가지며 입장합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주차장을 막 지날무렵부터 갑자기 어떤 사람이 와서는 정상까지 곧장 가는 케이블카가 있으니 타지 않겠냐고 하네요. 남자는 산행을 하러 왔지 정상에서 사진 몇방 찍고 내려올 생각으로 온게 아니라 정중히 거절합니다. 그러자 케이블 카를 권하러 온 사람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알겠다고 하네요.

간만의 산행이라 즐겁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삼삼오오 모여서 함께 걷는 등산객들. 역시 이맛에 산을 오나 싶습니다.
어느 정도 가다 보니 등산객들이 잔뜩 모여 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다가가 보니 줄넘기, 쪼그려뛰기, 팔굽혀펴기등 별 운동을 다 하고 있네요. 이상한 사람들도 다 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남자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려 합니다. 그러자 꼭 조교같은 차림새를 한 사람들이 와서는 지금 시각이 적힌 번호표를 줍니다. 더 올라가려면 그 전에 30분 정도 그 자리에 서서 준비운동을 해야 한답니다. 산을 오를 수 있는 체력이 되는지 확인해야겠다나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뭐라 말하려는데 옆에서 준비 운동을 막 끝낸 사람이 제게 와서는 자신의 번호표를 슥 내밀며 다른 손으로 돈 모양의 제스쳐를 취합니다. 이걸 돈주고 사면 지금 당장 올라갈 수 있는 셈이군요.
남자는 잠시 서서 고민합니다. 간만에 등산을 하러 왔는데 이렇게 한자리에 서서 운동할거라면 근처 헬스클럽엘 갔겠지 여기에서 이러고 있어야 할 이유를 못찾겠군요. 남자는 그 번호표를 사서 그냥 올라가기로 합니다. 뭐 입장료에 비해서 크게 비싼 것도 아니니 그냥 시간을 돈으로 샀다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간만의 산행이라 좋게좋게 생각하기로 한 남자의 시선에 아까 지나쳐왔던 무리와 비슷한 무리가 들어옵니다. 흠. 이번에도 돈으로 해결해야 되는걸까요.

그렇게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정상이 곧 코앞이라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어라, 분명 해발고도가 제법 높았다고 알고있는데 그렇게 빨리 왔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상에 올라가니 이게 왠걸 정상의 넓지 않은 공터가 전부 나무벽으로 막혀있고 사람 한명 지나갈 정도의 틈에는 누군가 서서 입장료 같은걸 받고 있습니다. 분명 국립공원이라 아래에서 입장료를 내고 왔을 텐데 올라오는 틈틈이 돈을 써야하는 것도 모자라서 정상에서도 또 돈을 받나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정상에 올라왔는데 그냥 내려가긴 섭섭하지요. 그래서 추가 요금을 지불한다고 생각하고 돈을 내고 나무 벽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 이제 주위 산세도 잘 보이고 시원한 바람도 불어오네요. 뭔가 찜찜하지만 그래도 간만의 산행이라 좋게좋게 생각하자며 내려오려는 찰나, 아무리 봐도 이곳보다 높은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알고보니 아직 개방된 등산로는 전체 산세의 1/10도 안되는 길이고 아직 개발이 덜되어 있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길목에서 돈을 주고 번호표를 산 것과 특히 정상에 나무벽을 치고 돈을 받던 사람들은 불법이라는군요. 아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집에 돌아와서 후기를 읽어보니 가관이네요. 등산시간 10시간의 하루코스로 적절한 산행코스이며 가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는 찬사의 글들이 있습니다. 남자는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아무리 길어도 정상까지 두시간도 채 안되서 갔던것 같은데. 자세히 후기를 읽어보자 아, 체력을 확인하겠다며 의미없이 한자리에 서서 운동하는 시간을 다 포함한 등산시간이네요. 그것도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산 정상으로 갈 수록 서서 운동해야 하는 시간은 점점 길었던 모양입니다.

애초에 등산코스라고는 두시간 짜리인 곳을 저런 편법을 동원해서 등산시간을 늘려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어째서 제대로 개발도 안된 산을 이렇게 일찍 개장했나 싶어서 인터넷을 더 찾아보니 그 산 이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개발되고 있네요. 허 참. 삽질도 이런 삽질이 없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겠죠. 이런 산이 있다면 어떤 등산객도 가려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저 산을 가도 별로 큰 문제는 없을겁니다. 등산보다 운동을 하러, 혹은 운동과 동시에 부수입-불법이지만-을 얻으러 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등산을 하러가는 사람은 아닐테지요.

저는 우리나라 게임 개발의 문제점이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노다가와 현금을 목적으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배불려주고 있기에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저런 산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아무도 찾지 않아 곧 폐쇄되거나 더 오랜 시간 등산로를 개척하고 시설 보수에 공을 들여 일반적인 국립공원처럼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그런 산이 되겠지요. 허나 저런 상황에서도 충분히 수입을 얻을 수 있다면 저 모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겁니다. 새로운 등산로를 개척하는 것 보다 그냥 서서 돈을 받는게 더 쉬운 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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