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북미 게임의 대표로 드는 와우를 한번 생각해봅시다.
와우에서도 선보인 귀속 아이템의 개념은 실질적으로 좋은 장비를 구하기 위해선 현질을 하기보단 직접 게임 내의 컨텐츠를 즐겨라, 대신 그 아이템은 한 보스를 잡을때마다 반드시 서너개씩 주마. 라는 개념이죠. 컨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그리 얻기 힘든 조건이 아닌 대신에 게임을 즐기지 않던 사람이 돈을 더 내고 컨텐츠를 건너띄고 장비만을 얻기는 힘들게 되지요.
사실 제작자가 바라는 것은 장비를 얻으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즐거움일테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요. 물론 게이머들도 장비를 얻어서 점차 강해지는 캐릭터에게 즐거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건 과거에는 어렵게 어렵게 잡았던 몹을 좀 더 쉽게 잡고,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던 던전에 들어가서 새로운 상대와 싸워볼 수 있다는게 큰 즐거움이겠지요.
반면에 다른 국산 게임을 볼까요. 리니지에 렙업은 단순히 피통과 엠통의 증가만 있지요. 장비는 렙에 상관없이(지금은 뭐 렙제 있는 장비도 늘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수년 전까지는 아니었지요.) 착용할 수 있고, 그 장비의 획득 역시 모험이라든지, 전략, 전술적인 싸움과는 거리가 먼, 어떤 지역에 등장하는 몹을 수천, 수만마리를 잡다보면 어느날 툭 떨어지는 것이었죠. 그리고 그 장비는 유저들 끼리 거래가 됩니다. 즉, 플레이 하는 시간 중에 실질적으로 즐기는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과장해서 말한다면 바로 아이템이 떨어지고 그걸 눈으로 확인하는 0.5초? 가량의 시간 정도랄까요?
뭐 다른 예로 라그나로크도 들 수 있겠군요. 실질적으로 즐기는 것은 궂이 라그나로크 라는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고, 그 어떤 단순한 메신저로도 가능한 '채팅'에 대한 대대적인 광고 말고는 위의 리니지의 예와 거의 같습니다. 혹자는 그걸 국산 게임의 장점이라고도 말을 하는데 채팅은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모든 게임에 다 있는 거고, 궂이 국산 게임이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바라고 한다면 게임은 끄기 싫고 게임 내에도 '할게 없는' 그런 사람들이 있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 정도일까요?
과연 제작자는 어떤 점에서 즐거움을 얻으라고 만들었을까요? 싸움이 지극히 단순해 궂이 사람이 하지 않고 컴퓨터에게 맡겨놔도 좋을 정도의 지루한 싸움? 그걸 수천 수만번 반복하면서 얻는 인내심? 아니면 장비를 팔아서 용돈이 늘어나는 즐거움?? 만렙을 늘리겠다고 말을 하자 아이템 시세 떨어진다고 들고 일어서는 유저들을 보면서 느끼는 한심함?
가장 큰 문제는 이런 타입의 게임은 장비를 얻는다 라는 즐거움 이외에는 별다른 즐거움이 없는게 문제죠. 잘 짜여진 밸런스? 하나의 소설같은 세계관과 그 속에 잘 어우러진 퀘스트? 몇달에 한번씩은 패치되는 대규모 업데이트와 확장팩? 다달이 발생하는 게임 내의 소소한 이벤트? 이런건 드물죠.
게임 내의 즐길거리가 없으면 필연적으로 노가다를 해서라도 플레이타임을 늘여야 겠지요. 그렇게 노가다를 심하게 하면 사람들이 다 떠나갈테니 특정 폐인과 오토, 작업장들이 그 노가다를 해서 다른 라이트 유저들에게 공급을 해서라도 플레이를 지속할 수 있도록 적절한 경계를 잡아야 할 테구요. 이젠 게임 밸런스를 잡을 때 작업장이나 폐인들이 소모하는 속도에 맞춰서 개발한다더군요. 그래서 저같은 라이트 유저는 그 지겨운 반복작업을 견디지 못하고 접거나, 혹은 현질을 하거나 둘중 하나가 되고 말이죠. 거래가 안된다면 하루 종일 하는 폐인이 아무리 많은 최고급 아이템을 집었다 해도 그게 시장에 풀려서 순식간에 컨텐츠가 소모될 리도 없고, 게임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라이트 유저도 어느 정도 시간만 투자해도 얻을 수 있을 정도가 되지 않으면 다음 컨텐츠로의 진입이 안되기에 지나치게 낮은 드랍율을 할 수도 없을테고 말이죠. 단, 현거래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없어지겠지만요.
어느 쪽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좋은 걸까요? 게임이 하나의 아르바이트가 되서 재미없는 노가다도 참고 하면 통장 잔고가 '아주약간' 늘어나는 것? 아니면 그냥 게임을 별 지루함 없이 친구들과 즐기는것?
나와다른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