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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나의 환상

아이콘 kino임
댓글: 83 개
조회: 4418
추천: 1
2015-03-22 17:54:10

밀림속 원시부족을 들여다본 어느 학자의 책 제목은 "슬픈열대" 이며  몇년전 TV방송에서 원시부족의 삶을 방영해준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아마존의 눈물"이었습니다. 무엇이 그토록 눈물나게 슬픈것일까요? 산업화와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그들의 삶이 오히려 피폐해지는 광경들이 그 학자와 PD를 슬프게 했을뿐입니다.

 

회사와 학교로 돌아가야 할 시간을 몇시간 앞둔 일요일 저녁입니다. 당신은 그 '재미난'곳으로 돌아간다는 설레임에 밤잠 못이룰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고단함과 불안함에 잠을 못이루는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자본주의와 시장시스템의 효율성을 포기할수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생존'이라는 가장 중요한 목적을 이루는 유일한 수단이니까요.  

 

하지만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속에서 나는 로또 당첨을 꿈꿀 뿐입니다. '이것만 당첨되면 이놈의 회사를 당장에 ...'

자신의 직업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그렇게 살진 못한다는것 역시 알고 있으며, 우울증에 죽어나가는 현대인들이 밀림속 부족공동체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간다는 주장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들일겁니다.  

 

 

 

불행한 우리들의 삶 저편에 완벽하게 아름다운 세상이 존재할지 모른다는 그런 터무니 없는 이야기들은 오늘 저녁 불현듯 떠오른 나의 환상, 아니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사람들이 만들어온 환상들.... 이건 마치 로또가 당첨되면 얼마나 좋을까 식의 상상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모든것이 풍족하고 걱정없는 그런 삶....

 

어느날 내가 현실의 틀을 완전히 깨버리고 '내멋대로' 세상을 창조할수 있다면....그렇습니다! 내가 신과 같은 능력이 생긴다면 이 세상을 '이따위로' 내버려 두진 않을것입니다. '인간은 고통을 통해 현실을 인식한다'는 스미스 요원의 개소리는 그냥 개소리라 치부하며 벌거벗고 다니는 에덴 동산속에 모든 인간들이 들어와 살게 만들것입니다.

 

 

 

물론 MMORPG를 세상의 축소판이라 하지만 "게임은 게임일뿐"입니다. 게임을 현실과 분리하여 생각 하려해도 접속해 있는 사람들의 현실을 부정할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현실을 게임에 반영하는것을 비판할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반영'한다는 말 자체가 언제라도 그것을 뒤틀어 바꿀수도 있음을 내포한다고 생각합니다. (간섭이 적은 자유로운 시장이 존재해야 한다) 라는 하나의 진리로 환원될 필요를 난 찾지 못하였습니다.

 

(MMO가 아닌 MO라곤 하지만) 우린 디아블로3 확장팩에서의 변화를 통해 풍족함이 유져들에게 만족을 준 현상을 직접 목격하였다고 봅니다. 구경조차 힘든 전설 아이템을 가까스로 구해 나의 직업에 맞는 아이템을 구해야 했던 초기 모델은 결핍의 그 자체였죠. 이 세상속에 유져들은 아이템을 가장 피싸게 팔아야 했고 .. 좋은 아이템을 싸게 사야 했습니다. 경매장을 들여다 보는 시간은 점점 길어졌고 이게 게임을 하는건지 주식거래라도 하자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포도가 먹고 싶지만 내 손에는 말라 비틀어진 사과 하나가 놓여있을뿐입니다. 이것을 포도와 바꿔줄 이를 찾아 나는 정처없이 서성이고 기다리고 사람들을 불러봅니다. 디아블로3이 처음 등장할때 그 작은 가상공간은 이런식으로 움직여온것이죠. 어느날 '빵~' 하며 천지가 개벽하니 .. 어느새 나는 포도밭 한가운데 서서 사과상자를 밟고 올라가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를 따고 있더군요. (물론 호주머니엔 복숭아가 한가득이구요) 확장팩에 들어서며 시장 '따위' 사라지고 없었지만 우린 더 즐거웠지 않았나요?

Lv62 kino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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