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오늘로 지난 30여년간 이어온 민주당과 민주당 출신 정치인들에 대한 향후의 지지를 온전히 내려놓으려 합니다.
세상 물정도, 신념도 덜 여물었던 어리석은 20대 초반, 군부 정권과 그 후신에 대한 치기 어린 분노 하나로 김대중이라는 이름에 던졌던 첫 투표가 쉰을 넘긴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청춘을 지나 인생의 절반 이상을 이 당과 함께 울고 웃으며 보냈습니다.
정치는 두가지 모습이 있습니다.
정치란 대척점에 선 상대에겐 결국 신념이나 원칙보다는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정당과 정당 사이에는 타협하기 힘든 평행선이 늘 존재하기 마련이고 상대를 멸족 할 것이 아니라면 결국은 타협의 지점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조율에는 힘의 논리가 작동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당 내부에서 당원과 지지자들을 대하는 정당이라면 타협 없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와 '원칙의 깃발'이 있어야 합니다.
당원과 지지자라는 존재들은 그 원칙의 향기에 이끌린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원칙과 정치는 흙과 나무 같은 관계입니다.
흙이 메마르면 나무가 쓰러지듯, 원칙이 무너진 정치는 결국 추악한 이권의 카르텔로 전락할 뿐입니다.
그 원칙은 정당의 뿌리인 철학에서 나옵니다.
그 철학에는 사람 냄새가 나야 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 대한 온기가 있어야 합니다.
김대중에서 노무현으로, 문재인과 이재명으로 이어지는 동안 제가 비당원 지지자에서 권리당원까지 30년을 버텨온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성장과 발전이라는 화려한 포장으로 희생과 낙오를 외면하거나 당연시하던 자들의 반대편에서 소외된 이들을 최소한 그 혀 위에 올리려는 그 '인본주의의 깃발'과 '사람 냄새'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한걸음이라도 더 사람다움에 가까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은 그 모든 원칙과 철학을 스스로 저버리고 있는 듯합니다.
제가 오랜 지지를 거두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민주당의 역사적 뿌리와 유산을 부정했습니다.
새로이 당권을 노린다는 이들이 내뱉었던 "우리는 노무현에게 빚이 없다"는 말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당내 여론이 두려워 황급히 주워 담았을지언정, 그 속내는 뻔해 보였습니다.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민주당의 지지자들에게 단순히 하나의 팬덤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오랜 '권위'와 '기득'에 정면으로 맞서는 하나의 상징이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지지자라는 세력과 그의 지지를 받는 당직자들은 긴 세월 지지자들의 원념과 눈물로 쌓아 올린 가치를 부정하고, 오직 권력 획득만을 노리는 탈가치화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뿌리를 부정한 나무가 어떻게 제대로 자랄 수 있겠습니까?
둘째, 기득권 세력과의 야합과 기만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그리고 이재명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직접 목격하고 겪어온 검찰 권력의 횡포는 단순한 개혁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박정희라는 희대의 인간 쓰레기가 만들어내고 수십 년간 국민 위에 군림해 온 기형적인 특권을 박탈해 민주공화국의 정상 궤도로 돌려놓아야 할 역사적 과제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소위 신세력은 '국민이 피해를 본다'는 핑계로 개혁을 가로막으려 하더니, 정작 법안이 통과되자 마치 자기들이 해낸 일인 양 낯 두껍게 공치사를 늘어놓았습니다.
가로막던 자들이 열매를 가로채는 그 뻔뻔함을 보며, 과연 저들에게 동지라고 부를 염치라는 게 남아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셋째, 정당의 근본인 당원과 지지자들을 향한 폐륜적 모욕입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걸어가는 속도가 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당직자들은 공인으로서, 대의제의 머슴으로서 지지의 대가인 비판과 감시를 감당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이는 각각의 지지자들끼리의 설전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그런데 감히 그들은 마땅히 서 있어야 할 공적 비판의 자리에서 내려와, 감히 자신들의 주인인 당원과 지지자들을 비판의 무대에 끌어올려 '가짜'라 부르고 온갖 멸칭으로 조롱했습니다.
당원은 정당을 숨 쉬게 하는 공기이고, 지지자는 정당이 뿌리내리는 토양입니다.
자신을 키워준 어버이에게 칼끝을 겨누는 폐륜적 정당에 어떤 미래가 있겠습니까.
기본적인 예의와 원칙을 버린 정치는 사기이고, 뿌리를 자른 권력은 폭력일 뿐입니다.
저는 더 이상 제 젊은 시절의 기억과 열망을 저들의 얄팍한 권력욕을 채우는 도구로 쓰이게 두지 않겠습니다.
사람의 온기는 사라지고 권력에 취한 모습만 남은 민주당에, 오늘로써 30년에 걸친 지지와 기대를 완전히 거둡니다.
한 달에 만 원 내는 권리당원 하나의 지지 철회가 무슨 대단한 힘이 되겠습니까마는, 30대 초반 천둥벌거숭이 시절 논게 게시판을 드나들고 오이갤에서 자극적 언사로 수시로 정지나 당하던 망나니 시절을 거쳐, 먹고사는 누구나 짊어지고 갈 삶을 이유로 인벤을 떠나, 이제 50을 넘어선 지금까지, 한때 함께 울고 웃었던 분들이 계신 이곳에서 제 오랜 지지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Jin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