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202를 뽑았습니다. 뽑기 전에 조금 고민을 했어요.
왜냐하면, 215b는 120버젼, 183버젼 둘 다 간간히 보이는데, 지난 몇 달 동안 4202는 거의 "멸종" 수준으로 전혀 안보였거든요. (지난 2~3달 동안 딱 두 번 정도 만난 것 같습니다;;) "그렇게나 사람들이 꺼려할만한 전차라면 괜히 크레딧과 골드 낭비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막상 해보니 그런 걱정은 싹 날아갔습니다.
(그와 동시에, 왜 사람들이 4202를 잘 안하는지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역시 기동력입니다.
최고속도가 40km/h로 낮은 편이라는 점이 단점으로 종종 꼽히는데, 체감되는 추중비가 실로 엄청나더군요.
정지상태에서 최속인 40km/h에 도달하기까지.. 4초가 걸립니다.
지금까지 해온 어떤 전차도 이 정도로 가속이 빠른 경우가 없었습니다.
실전에서 전차들은 전투시간 대부분을 (사격이나 엄폐를 위해) 정지상태로 보냅니다. 그러다가 위험한 상황이 오거나 적을 추격해야 할 경우 움직이기 시작하죠. 4202는 "어.. 위험한 것 같네.. 움직여야지..." 생각하면서 W키를 누르면 거의 곧바로 최고속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정도가 되면 4202의 최고속도가 다른 전차에 비해 좀 낮다는 것은 문제도 아닙니다.... 오히려, 실제로는 전투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항상 4202가 다른 전차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1) 4202보다 최고속도가 훨씬 빠른 전차가 있다고 할지라도 실제로 그 최고속도에 도달하기까지는 매우 긴 가속구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2) 즉, 적 전차가 40km/h를 능가하는 속도구간에 진입할만큼 쭈욱 직선으로 달리는 그런 경우 자체가 실전에서는 거의 없습니다.
게임 시작 직후 원하는 위치로 내달리기 시작한다든지, 경전들이 강행정찰에서 귀환하기 위해 그냥 쭈욱~~~ 일직선으로 달린다든지 하는 이런 경우가 아닌 이상은 실전 중 기동은 대부분 정지상태에서 시작하는 기동이거든요. 그리고, 이런 경우에 4202는 다른 전차들에 비해 압도적인 기동력을 보입니다.
이 엄청난 추중비는 다른 여러가지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1) 급선회로 인한 속도상실이 적다 = 선회반경이 매우 작으면서도 선회 속도 또한 빠르다
(2) 언덕을 미친듯한 속도로 오른다
위의 두 가지 특성은 별 것 아닌거 같은데, 실전에서는 의외로 매우 실용적인 부분에서 도움이 되더군요.
일단, 포탑 회전이 좀 둔중한 편인 전차를 대상으로 -_-; 중형전차인 주제에 뺑뺑이를 도는게 가능합니다. 보통 뺑뺑이를 시도하면, 상대편 전차는 이쪽 선회궤도를 망가뜨리려고 이리저리 움직는데, 4202는 그 움직임에 맞춰 선회각을 계속 바꿔주거나 해도 속도가 거의 안떨어집니다.
두 번째로, 시가전에서 기동성이 엄청납니다. 시가전의 특성 상 이리저리 기동해야 할 코너와 장애물이 많은데, 보통 전차들은 90도 선회를 꺾으면 속도가 팍 죽습니다. 근데, 4202는 아무리 꺾어대도 금방 최고속도로 돌아옵니다.
세 번째로, 언덕이 많은 지형에서는 항상 한 발 앞서 적보다 좋은 위치에 갈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
이쯤되다보니, 사람들이 왜 4202를 잘 안하는지 알게 되더군요.
기본적으로, 10티어의 장갑형 헤비나 일부 중형들과는 달리 적의 공격을 받아내는 능력이 전무하다보니(포탑 아무데나 쏴도 걍 뻥뻥 뚤리는 정도?), RPG겜에 비유한다면 갑옷과 맷집으로 방어하는 타입이 아니라 회피로 방어하는 타입입니다. 즉, 저티어에서부터 올라오면서 배우게 되는 홍차식 운용법의 총집합편같은 전차라서, 전투 방식 자체가 다른 국가 전차장들이 보통 익숙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 되더군요.
기본적으로 고티어 치고는 높은 위장율로 저격을 위주로 원거리에서 피통을 깎아버리고, 적이 접근하면 기동력을 활용하여 순간적으로 다른 저격 거점으로 계속 이동하면서 다시 숨어서 쏘고, 경전이 추격해오면 도망가면서 (9티어 때와는 전혀 다른) 미친 HESH탄으로 그대로 작살내버리고....
그래서 적의 피 깎을대로 깎아놓고서는, 만약 따라잡히면 전술을 180도로 바꿔서 미친 기동전으로 들러붙고, 뺑뺑이 돌고, 부비부비 하고, 정면/측면은 철갑탄 날려대고, 적 후방으로 돌아가는 타이밍에는 미리 HESH탄 장전될 수 있도록 해서 똥꼬에 HESH탄 직격 날리고...
==; 한마디로, 예술적으로 복잡합니다.
그냥 튼튼한 포, 튼튼한 장갑 믿고 서로 티를 준다 역티를 준다 해가며 코앞에서 맞딜교환하는 단순하고 쉬운 방식으로 하는 플레이는 장갑이 너무 약해서... 전혀 할 수가 없어요;;;
...
꽤나 매력적인 전차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사용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