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이 스토리라인은 이미 연대기로 갈아엎어졌다는 걸 알려드립니다.
소설 자체는 오래 전에 보긴 했는데... 이번에 양장본으로 정식 출판되었기에 읽고 써봅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딱 한 명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대신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몇 명의 인물들이 있죠. 다만 영화와는 달리 매체의 차이인지 집중을 못하겠다거나 장면이 휙휙 지나간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소설인 만큼 각 진영의 상황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과 묘사가 있어요.
초반엔 안두인 로서-오그림으로 진행되지만 남녘해안 전투 이후 얼라이언스 군대가 동부내륙지로 향하는 오크들을 쫒기 위해 갈라지고 투랄리온이 그곳의 지휘관이 되면서 투랄리온 비중이 상당히 커집니다.
캐릭터의 묘사는 훌륭합니다. 안두인 로서의 경우 망국의 슬픔을 지닌 기사를 초반에 표현하고 무쌍을 찍는 전사이자 지휘관으로서의 능력도 잘 보여줍니다. 오그림도 단순히 살육을 즐기는 괴물이 아니라 진심으로 호드의 오크들을 생각하는 지도자로 표현합니다. 명예관념도 있고요. 특히 중반부터는 투랄리온이 활약하면서 성기사로서 가진 고뇌와 신참 지휘관이 가진 부담감을 묘사합니다. 성기사이긴 한데, 다른 네 명이 빛나는 망치로 싸우고 오라를 내뿜는 것에 반해 신앙심이 부족한 투랄리온은 그러지 못하더군요.
겉만 늙었지 실은 나이 차가 별로 나지 않는 카드가와 격의 없이 지내기도 하고, 또 알레리아 보면서 엘프급 미모에 입을 못 다무는 개그장면도 조금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인간적 묘사와 후반부의 각성을 생각하면 거의 주인공에 가깝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투랄리온 40, 안두인 30, 오그림 30 정도라고 봅니다.
연대기의 스토리와 소설상 스토리가 다른데, 연대기에선 오크가 북쪽을 공격한 게 북쪽의 인간이 연합해서 공격하면 자기네가 위험하다고 판단해서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에선 인간들이 생존을 위해 연합한 겁니다. 오크의 규모도 엄청나게 많은 걸로 나오죠. 남녘해안 전투에서의 묘사를 보면 얼라이언스 군대보다 숫자가 많습니다. 오크전사들만 해서요.
전쟁씬 묘사가 굉장히 마음에 드는데, 오크들이 돌격해오는데 기병대로 선돌격해서 아군 보병에게 정비할 시간을 주고 방패진형+창으로 상대하다가 오우거가 등장하니 후퇴시킨 후 노포와 마법으로 공격하는 등.
사족을 붙이자면 오크의 덩치가 어느정도인지도 추측이 가능하게 해주는 묘사가 있습니다. 안두인 로서는 ‘키가 인간과 비슷하지만 더 근육질이다’라고 말하고 테레나스 국왕이 보았을 때 ‘인간 중에서 가장 강건한 자들과 키가 비슷한데 더 우람하다’고 표현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