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엘의 일상은 거의 매일 비슷하다. 학교에 갔다가, 여관에 가고, 다시 집에 오고. 다시 학교에 가고, 무한반복이다.
그간 케이엘의 주문 실력은 크게 향상됐다. 하스스톤을 하는 것이 시전 성공률과 시전 정확도를 크게 높여줘서, 거의 모범생에 가까워졌다. 물론 아직은 조금 모자란 듯 하지만.
학교에 다이언이 하스스톤 보드게임을 가져와서 — 근 들어 가장 유명한 장난감이다. 가격은 5골드선이다. 참고로 오리지널 버전은 거의 팔지 않는데, 수천 골드의 가치는 있다고 한다. — 패거리들과 게임을 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고 한다. 전사 덱을 쓰는데, 어찌 다이언을 이겼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관에 가보니, 모험을 즐기는 그로한, 그리고 패거리들과 놀러간 다이언은 없었고, 활달히 수다를 떨고 있는 헬레나와 그에 조용히 대답해주는 라세인, 언제나처럼 하스가 있었다. 그리고 또 —
“칼린! 항의 들어왔어! 내가 심지 끝엔 폭탄 붙이지 말라고 했잖아! 어찌 좀 쉬질 못하겠네! 고블린들이란 하여간.”
“왜, 엘렌? 어짜피 인명 피해는 없을 정도야! 25년 폭발물 인생을 걸고 보증할께! ... 물론 5코퍼 까지는. 아, 정확도는 75%야. 그리고, 좀 터져야 돈을 더 벌지 않겠어?”
노움 한명과 고블린 한명이 다투고 있었다. 둘 다 여성으로, 노움 쪽은 만능 스패너를 들고 뭐라도 고쳐 보려고 애쓰고 있다.
“저어… 안녕하세요? 견습 마법사인 케이엘이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케이엘은 그 둘에게 인사를 했지만, 때마침 폭탄이 하나가 터져버리는 바람에 깔끔하게 묻혀버렸다.
“으아아아아아! 칼린! 이번엔 또 어디에 폭탄을 그냥 두고 온거야!”
“얏호! 터진다! 쾅! 빵!”
케이엘은 그냥 두 사람을 내버려두기로 하고, 헬레나에게 갔다.
“안녕? 어제는 뭐했어?”
“어? 아, 여기저기 간만에 돌아다니며 바람 좀 쐤지.”
“그러고보니까... 저 분들은 누구셔?”
“어? 아! 노움 사제인 엘렌과 고블린 흑마법사인 칼린이야! 둘다 대단하다고!”
“어... 대단하다니?”
“보드 게임 하스스톤! 여관의 비전 마력 가득한 게임을 순수 기계공학만으로 만들어 내서, 온 아제로스에 하스스톤을 선보인 분들이라고!”
“덧붙여 말하자면,”
죽은 자가 가질 수 있다고는 믿기지가 않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하고 있는 헬레나의 말에 하스가 끼어들었다.
“저희 여관 수입의 대부분은 저분들이 내준답니다! 정말 고마운 일이죠! 사실 게임판을 팔아볼까도 전에 생각했었지만, 저분들이 염가로 만들어 팔기 전까지는 몇몇 모험가분들만 살 수 있었답니다!”
“아 근데근데, 있지?”
헬레나가 갑자기 조근조근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사실 칼린이 한건 저기에다가 심지 하나 단것 뿐이기는 해. 뭔가 터지려고 하면 다들 성급히 턴을 끝낼꺼라나.”
“그런데 어째서—”
“계속 들어봐. 그런데 칼린도 대단한건 맞아. 엘렌이 만든 프로토타입은 원래 그냥 만들어본거였는데, 이걸 상품화하고 생산 자금을 댄게 칼린이야. 역시, 고블린들이 돈 냄새 하난 기가 막히게 맡는다니까!”
어느새 목소리가 커진 헬레나였다.
“그리고 폭탄 냄새도! 이건 좀 그만 맡았으면 좋겠어!”
어느새 돌아온 엘렌이 나사를 조이면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아, 아까 인사를 못했네. 안녕? 사제인 엘렌 틴드스위치... 이거 왤케 안돌아가냐... 라고 해. 이거 계산은 완벽했는데... 마찰 계수를 잘못 측정했나... 아닌 것 같은데... 중얼중얼...”
“아, 나도 인사! 칼린이라고 해, 친구! 시간은 금이라구!”
“안녕하세…”
쾅!
“또 너야? 칼린?”
“맹세컨데 이건 의도한건 아니라고! 계산상 63.581%의 확률로 안정적이게 되서, 나사 한 두어개 아껴서 만들었을 뿐이야!”
“그래서 고블린 공학이 안돼는거라고! 으아아! 그리고 내 계산결과에 의하면, 폭발할 확룰이 67.58%란 말이야!”
“내 3실버에 대고 맹세컨데, 내 계산은 틀리지 않았어!”
“그럼 공식이 틀렸겠지! 겔빈의 최신 폭발 확률 계산법 3000으로 다시 계산해 보시던가!”
... 뭐 대략 이런 대화가 이어졌다.
“...그래도 말이지.”
라세인씨가 입을 열었다.
“저 두분, 좀 시끄럽지만 얼마나 고마운데. 고장난 것만 고쳐주는게 아니라, 여관 비품들도 대부분 저 둘이 만든거야. 마력 추출기도 저 둘의 작품이고.”
“그리고 저 둘 덕분에 여관은 매일 활발하다고!”
활발한 헬레나가 말했다.
“어... 매일은 아니지 않아?”
케이엘이 말하자, 듣고 있던 칼린이 답했다.
“매일 맞아! 다만 이번엔 드레노어에도 한번 팔아보려고 엘렌과 함께 좀 다녀왔을 뿐이야! 여관에 있는 시간은 금같지만, 팔러 다니는 시간은 금이 되거든! 아, 참! 케이엘이라고 했지? 여관에 온걸 환영해! 이건 여관 멤버들한텐 꽁짜야! 받아!”
“이게... 뭐에요?”
케이엘의 손에 신기한 기계가 하나 들려졌다.
“그게 마력 추출기야. 넌 아직 견습이라서 쓸 일은 거의 없겠지만, 그게 있어야지 신비한 가루를 모을 수 있어.”
라세인도 말했다.
헬레나, 케이엘, 칼린, 엘렌. 이 넷 덕분에 여관은 활기차다. 심지어는 두 명의 남자가 싸우며 여관에 들어도, 이는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