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대격변 전쟁에서 테라모어의 역할

관련 얘기가 나오길래 정리해 봅니다. 

테라모어의 수장인 제이나 프라우드무어는 댈린 프라우드무어를 막은 이래로 바인 블러드후프를 돕기까지 개인적으로는 쭉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평화적 공존을 바라며 둘의 분쟁을 중재하려는 스탠스를 취했지만, 동시에 테라모어의 군주로서 테라모어의 얼라이언스 소속을 확실히 하여 칼림도어의 얼라이언스 동맹들의 전쟁에 테라모어를 참전시켰습니다.

오리지널 때 테라모어의 대표적인 대외적 군사활동으로는 불모의 땅에 세워진 북부감시 요새가 있습니다. 이 요새는 페어마운트라고 하는 테라모어 소속 군인이 지휘했고, 호드 소속 탈로타스 브라이트썬의 함대와 충돌하여 탈로타스가 유저들을 시켜 페어마운트의 목을 따오도록 했습니다.

그나마 이때까지는 서로 관망만 하는 분위기였습니다만 문제는 역시 대격변입니다. 가로쉬가 잿빛골짜기를 침공하면서 테라모어는 호드의 뒤를 찌를 수 있는 얼라이언스 최적의 요지로서 부상했고, 스톰윈드 군대가 상륙하여 테라모어 병력과 함께 호드의 각 지역을 공격하게 됩니다. 테라모어 병력은 상술된 북부감시 요새로부터 출발한 '북부감시 원정대' 위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병력은 돌발톱 산맥, 남부 불모의 땅, 북부 불모의 땅, 듀로타, 아즈샤라에 진출합니다. 당시 원정대가 참여한 각지의 전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즈샤라 - 나이트엘프 병력과 합세하여 오그리마 습격 계획

듀로타 - 북부감시 거점 건설, 쿨 티라스 해병들이 쓸려나간 타이라가드 요새 점거

북부 불모의 땅 - 십자로 공격, 톱니항에서의 호드 축출 계획, 북부감시 요새에서 지속되는 전투

남부 불모의 땅 - 타우라조 공격 지휘, 남북으로 기다란 전선 형성

돌발톱 산맥 - 다수의 요새 건설 및 호드와의 전역 형성

테라모어 원정대는 분명히 가로쉬의 북쪽에서의 침공에 대응하여 칼림도어 중부의 얼라이언스 전선을 만드는 주력군 중 하나였고, 이 과정을 제이나 프라우드무어가 몰랐거나 방조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바리안이 제이나가 참전하도록 압박했다는 추측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특별한 근거는 없습니다. 제이나는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분쟁을 중재했을지언정 한 번도 얼라이언스에 대한 충성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으며, 소설의 묘사를 보면 기본적으로 제이나는 바리안과 끈끈한 동맹 사이긴 하지만 바리안이 자신을 일방적으로 하대하며 강하게 압박했을 때는 단호하게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인물상과 원정대의 작전 규모로 짐작하여, 저는 제이나가 나이트엘프 동맹들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얼라이언스의 진군을 돕고 병력을 참전시켰다고 생각합니다. 바리안이 아닌 다른 사람이 왕이었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봅니다.

대격변 전쟁에서 테라모어의 역할에 대한 제이나의 심리가 자세히 묘사된 바가 없어(사실 이게 문제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는데, 만약에 묘사된 적이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단순히 동맹을 돕는 것 외에 추가로 테라모어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주변 지역을 병합하려는 의도가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개인적인 행보를 보면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북부감시 요새를 계속 붙들고 있던 것은 사실입니다.

어쨌든, 그럼에도 제이나와 테라모어의 위치는 전쟁의 피해자에 가깝다고 봅니다. 제이나는 오그리마와 언더시티와 썬더 블러프를 한 번씩 큰 위기로부터 구해 준 적이 있었고, 테라모어는 호드와 함께 3차 대전쟁에서 불타는 군단을 막아낸 도시입니다. 제이나의 개인 신변과 테라모어 자체를 마나폭탄으로 공격하는 것은 비례적으로 너무한 처사였습니다. 그것 때문에 가로쉬를 제외한 호드의 지도자들도 테라모어 자체를 공격하는 데 회의적이었고요.

그러나 정치적 입지와 별개로 전면전 양상에서의 테라모어는 중립 세력이 아니며, 특히 대격변 이후로는 그게 유리한 결과를 불러오는지 불리한 결과를 불러오는지를 떠나서 호드의 군사적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과거의 동맹이 현재의 적이 되고 그 반대도 되는 것이 비일비재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