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가 미약하긴 하지만 와우 내의 여러가지 묘사를 통해 와우를 관통하는 전반적인 주제는 아마도 일종의 균형론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대기를 발간하면서 설정을 정립 한 것도 따지고 보면 빛, 어둠 / 생명, 죽음 / 비전, 원소 / 질서, 무질서 의 대칭관계를 설명하기 위함이었고
현재는 각각의 개념에 해당되는 특정한 개체가 어느정도 지정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각각의 개념들이 상호간에 영향을 줄 때 그 힘이 극단적으로 강해진다는 점 입니다.
예를 들어 살게라스의 경우, 비록 불타는 군단을 이끄는 타락한 티탄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질서를 대변하는 인물이니 무질서를 대변하는 수 많은 악마들을 통솔하면서 무질서한 집단에 질서를 정립함으로서 강력한 군대를 만들게 됩니다.
알레리아 윈드러너의 경우 오래 전 빛의 군대에 소속되어 빛을 섬기는 길을 걷던 와중 공허의 길을 함께 걷게 되며 적어도 오디오 드라마 천년의 전쟁 내의 묘사상으로는 무려 빛과 어둠의 힘을 동시에 사용하는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알레리아 내면에 투랄리온과 아라토르를 향한 사랑이 빛으로 자리 잡고 있고, 공허를 향한 탐구심과 사냥꾼 특유의 예민함과 의심이 어둠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공허에 완전히 물들지 않고 여전히 빛을 함께 간직하는 알레리아는 덕분에 군단과의 싸움에서 악마들을 뒤틀린 황천으로 끄집어내 완전한 죽음을 선사하는 특수한 능력을 갖추기도 했습니다.(다만 군단 확장팩 본편에선 일리단이 아예 아제로스와 아르거스를 연결시켜버린 까닭에 군단의 악마들을 영원히 죽게 만드는 알레리아만의 특수한 스킬은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주제는 워크래프트 영화에서도 드러납니다,
영화가 비록 졸작이긴 하지만(...) 분명히 다른 게임 원작 영화와는 다르게 블리자드의 직접적인 간섭이 강했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결말부에서 카드가는 빛 속에 어둠이 있고 어둠 속에 빛이 있다는 깨닭음을 얻고 각성하게 됩니다.
이런 대사가 블리자드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던 영화속에서 핵심 플롯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봤을 때, 어느정도 블리자드가 직접 워크래프트를 관통하는 주제로서의 역할을 부여 했던게 아닌가 싶네요.
그렇다면 현재 시점에서 죽음 그 자체를 대변하려는 실바나스의 행보는 이 균형론에 맞춰보면
실바나스의 극단적은 행보를 통해 죽음땅의 군세를 강화하고, 실바나스 본인은 그 죽음땅의 대표자가 되려는 계획임과 동시에 현실세계에서 자극받은 모든 생명체들이 단합하게 되는 구조를 예상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결국 극단적으로 생명과 죽음의 대결이라는 구도가 형성되게 되지요.
그런데 결국 진정한 목적은 생명과 죽음의 대결로 서로 소멸하려는 엔딩이 아니죠.
공허의 군주에 맞서기 위한게 진정한 목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결국 생명과 죽음이 서로 팽팽하게 경쟁하게 되는 이 구도는, 생명과 죽음의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실세계 아제로스는 살아있는 객체들 끼리 집단을 꾸려 연합하기도 하고, 연합끼리 싸움을 하기도 하고,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기도 하는 세상입니다. 즉 생명의 관점에서 봤을 땐 상당히 불안정한 세계라고 볼 수 있지요.
실바나스가 극단으로 벌여놓은 각종 사건사고들은 현재 아제로스의 생명체들을 모두 단합하게 만드는 결과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생명과 죽음의 갈등이 극에 달해 서로간의 힘의 균형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질 때야 말로 진정한 흑막을 물리칠 조건이 완성된다 라는 뭐 그런 전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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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개인적으로 궁금한 부분은 과연 헬리야는 어떻게 되느냐? 하는 부분이네요.
실바나스가 죽음땅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면, 과거 시점으로 죽음 그 자체로 여겨졌고 현재 시점으로는 죽음땅과는 별개인 일종의 브리쿨 전용 연옥세계를 이끄는 헬리야는 실바나스의 아군이 될까요 적군이 될까요?
아마도 제 예상에는 헬리야와 실바나스의 사이는 좋지 못할 것으로 생각 됩니다.
일단 군단에서 헬리야와 실바나스의 거래를 통해 받은 랜턴은 발키르를 복종시키는 힘을 가진 아이템이었는데,
헬리야가 실바나스에게 이걸 건네준 이유는 실바나스가 군세를 불려 오딘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고,
실바나스가 랜턴을 받은 이유는 그걸 통해 포세이큰의 군세를 불리기 위함이었죠.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성립된 계약이었지만, 결국 겐의 개입으로 인해 랜턴은 실바나스의 눈 앞에서 박살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헬리야의 입장에선 손해만 본 셈이죠. 결코 가볍게 만든 아이템은 아니었을테니 기껏 쥐어준 물건이 부서져버린 상황이니까요.
조카한테 차키 빌려줬다가 과실 100%짜리 교통사고 낸 느낌이랄까요.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진 상태는 아닐텐데 여기서 실바나스가 죽음땅의 우두머리가 되어 헬리야 앞에 서고, 특유의 시니컬 한 태도로 자신을 섬기라는 말을 한다면 헬리야는 극대노가 무엇인지 진정으로 보여주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