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 준비할때, 아, 기숙학원 다녔다 참고로.
나는 안되는 머리로 나름 공부쯤 하겠다고 수업마다 학원 앞자리를 꿰차고 있었지.
사회탐구 선택과목 수업은 반별로 돌아가면서 하는게 아니라,
특정 교실에서 해당과목 선택한 인문 게이들은 다 모여서 듣는 수업이었음.
하필 그날은 점심시간 전에 미리 자리를 선점했어야 되는 데 까먹어서,
그냥 시풋시풋 거리면서 맨 뒷자리에 앉았지.
그런데 교실 문이 열리면서 나보다 더 늦게온 학생이 보이더군...
그리고 역시나 자리가 없어서 맨 뒤 내 옆자리에 앉더군.
첫눈에 반한게 다소 문제가 있긴하지만, 첫눈에 반했다.
하........수업이 끝났는데 뭘 배웠는지 기억이 안나.
그 이후로는 나는 살퀭이 혹은 매의 눈을 하면서 그분의 추적을 시작했지.
"오오...등급 쯤 나온다는 애들만 모인 반 소속이군... 오... 남자인건 확실하군...
오... 쉬는 시간에는 농구를 하거나 친구들과 노가리를 까는군..."
뭐 있냐. 우선 1차적인 목표는 같은 반 들어가기.
부모님은 내가 철들고 정신차렸기에 집으로 날라오는 모의고사 성적표의 상승 이유를 보셨지만,
실제로는 남자 하나 때문에 눈 뒤집혀서 남들 다 잘때 화장실에서 문제집 풀면서 얻은 결과물임.
한마디로 미.친.거.지.
뭐 여차여차 성적이 잘 올라줘서 6월달 반 편성에 같은 반이 되었더군.
정말 다른 여자애들 그분 곁에 붙어서 칭목칭목하는거 볼때마다 분노했지만,
(실은 내가 그러고 싶었거든)
아 왠지 내가 비슷한 레벨이 되어야 나란 인간을 쯤 봐줄거 같더라고.
뭐 답있냐...코피한번 터트려줘야지 젠장.
나도 사람이라 졸릴땐 졸리고 그런데,
왠지 침 질질 흘리고 자는 모습은 보여주기 싫더라.
나중에 물어보니,
그분도 그때 내가 눈에 들어왔데. 뭐 외모가 눈에 띄거나 공부를 잘해서가 아니라,
볼때마다 책상에 앉아서 졸지도 않고 공부만 하길래 "쟤는 인간이냐 로봇이냐" 이러면서 친구랑 논쟁했다나...ㄱ-
그리고 문제의 사건(?)이 터지지.
한날은 점심을 평상시처럼 파람에 게눈 같은 속도로 해치워버리고 교실에서 혼자 실론티 마시면서 닝기적거리고 있는데,
고개를 꺽이고 마시고 있는데, 누가 들어와. 구분이야.
그때까지만해도 목표가 더럽게 확고했기에, 마주치면 목례한 하고 인사외 대화는 전혀 나누지 않은 상태.
솔직히 뭐 쳐다보기도 그렇잖아.
그래서 그냥 마시던걸 마저 마시는데,
그 목에 음료수 넘어가는 내 소리가...너무...커..............꿀꺽꿀꺽 둘 밖에 없는데 교실에 다 울리는것 같아.
그렇다고 안마셔도 뻘쭘할거 같애.........................으악
겨우겨우 얼굴까지 빨개지면서 다 마시긴했는데 그 민망함은 말할 수가 없지.
호응이 좋으면 2편도 쓰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