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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고,
주고받은 음료수는 많아지고,
무언의 미소만 오가는 인사도 늘어나고...
아 그래도 나름대로 증거는 만들고 싶어서,
그분이 준 음료수 알류미늄 따개 있잖아?
그것만 빼놔서 필통에 고이 간직하고 있었지.
그리고 수능 날짜는 다가오더군.
수능 3일전이 정식 퇴소일이지만,
그전에 스멀스멀 나간 사람들도 많았어.
퇴소 전날 보니, 사람 많던 우리반에는 나랑 그분 포함해서 달랑 4명만 남아있더군.
다음날 아침에 부모님이 오시기로 했지만,
알리고 싶지 않더라. 이상하게....뭐랄까, 말없이 떠나고 싶은 사람의 마음?
그와의 소소한 추억과 수학공식을 함께 되새기면 날밤을 뜬눈으로 지새고,
다음날 아침 당시 친한 언니가 내 책 드는걸 도와주겠다고 나서면서 조용히 교실로 올라갔지.
교실에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고, 그사람 앉던 빈 자리를 쳐다봤어.
그때는 그런 생각이었지.
어차피 시험보고 학교 지원하고 이래저래 다니면,
멋지고 예쁜 사람들 널린게 세상이잖아? 나같은건 금새 까먹을테고. 그냥 추억으로만 남고 싶은 생각이었지.
짐을 정리하고 들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부모님이 도착하셨나, 학원에서 방송이 나오더군.
"촬라탄 게이 1층으로 내려오시길 바랍니다."
친한 언니랑 책을 들고 내려오는데....쯤 무겁더라. 그렇게 낑낑대면서 내려오는데,
저만치서 그사람이 달려오는거야.
자다 일어난 차림새로... 머리는 까치집이고, 한번도 본적이 없는 짧은 반바지에 슬리퍼 끌고...
그래도 멋있게 보이더군.
그리고 한마디
"왜 말 안했어?"
"...................고마워요."
여자 둘이서 낑낑대던 책더미를 번쩍들고 트렁크로 옮기더군.
그리고 친한 언니랑은 시험 잘보라고 포옹하고,
그분이랑은 악수하고(처음 손잡은 거였지)
나는 그렇게 떠났지.
차타고 가면서 아버지께서 그러시더라.
"저놈은 11월인데 춥지도 않나..."
수능은 평소 실력대로 본거 같아. 일전에 내가 말했듯이 언어영역 난이도가 캐 쉬워져서,
나처럼 언어영역에 쥐약한 인간들에게는 최고였었지.
물론 그 캔따개는 손에 꼭 쥐면서 봤었어. 신에게 빌었지.
"나도 잘보게 해주세요, 그사람도 잘보게 해주세요..."
그리고 대학지원과 논술학원 수업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지.
그리고 12월 25일.
아버지 어머니랑 함께 크리스마스에 노는데,
갑자기 아버지께서 그러시는거야
"야 우리 신당동 가서 떡볶이 먹어보자."
"좋은 생각이네요. 고고싱"
당시에는 경기도 거주중이었고,
서울 시내를 차 몰고 간다는것 자체가 크레이지한 발상이라는 것에 전 가족이 동의했기 때문에,
3명이서 사이좋게 버스터미널로 가서 버스를 탔지.
그런데 버스를 타는데, 아는 얼굴이 보여.
당시 같은 반이었고 그분 룸메이트인 분이시더군. 나랑 동향인이라서 학원 휴가나서 집에 갈때도 같이 갔었고.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는데, 갑자기 울 부모님한테 그러는거야.
"촬라게이 얘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요...
그리고 학원에서 공부 잘하고 제일 잘생긴 제 친구가 얘 좋아해서 난리였어요."
이보시오 이 사람이 그 이야기 왜 지금, 그리고 이분들에게 하냐고????
그리고 뭐???
다음편부터는 현실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