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고2 2학기부터였던가..점점 공부와는 멀어져 가고 있었고 나와 반 친구들은 카트라이더라는 게임을 했었다.
무지개 한 손가락이었던 난 더 이상 올라갈 계급이 없어서 점수만 먹다 보니 게임이 점점 지루해졌고
카트를 접고 나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 집, 책방을 전전하며 지냈다.
그 무렵 아는 형 때문에 알게 된 "묵향"이라는 소설책을 접하고 나서 고3 시절 대부분을 미친 듯이 소설책만 읽었다.
종류는 거의 다 판타지 소설,, 아니면 중원 무림 배경 소설, 그리고 만화책에 빠져서 공부는 뒷전이었다.
그렇게 수능을 보고 난 후 한 며칠을 고민했다. 이제 졸업하면 학교도 안갈 텐데 뭘 해야 할지..
중학교 끝날 때까지 하던 운동도 그만둬서 다시 시작하기도 그랬었고 할만한 게임도 딱히 없었다..
그렇게 난 오전 수업만 받고 집-학교 반복을 하던 중에 집에서 우연히 TV를 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게임 광고였는데 얼핏 생각해보면 아이언포지 마을 눈 덮인 언덕 위에 드워프가 서있었고 소환수인 곰이
날뛰더니.. 곧 다시 여자 나이트엘프가 숲 속을 뛰어다니는 그런 광고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광고 마지막에 게임 로고가 나왔는데..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였다.
수능이 끝나고 며칠 동안 고민하던 차에 당시 하필이면 잘 안 보는 TV로 광고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 뭔가 '아 이거다' 하고 느낌이 왔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난 바로 인터넷을 뒤져 와우를 다운로드하고 가입을 한 후 게임을 접속하려고 했으나..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나 버렸다. 당시 난 미성년자라서 가입이 안되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가입은 다들 아시겠지만.. 흠흠;
아무튼 그렇게 계정을 만들고 캐릭터를 만들려는데 뭘 해야 할지 선뜻 정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난 와우의 배경인 워크래프트를 전혀 몰랐기 때문이었다. 호드 vs 얼라이언스라는 개념도 몰랐었고
무슨 종족이 좋은 지도 감이 전혀 안 왔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난 얼라이언스 인간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단순했는데 호드가 너무 못생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난 얼라 중에 생긴 게 가장 무난한 인간을 골랐고 직업은 당연히 마법사였다.
사실 난 초등학생 때부터 게임을 하면 뭐든지 무조건 첫 캐릭터는 마법사부터 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냥 마법사가 좋아 보여서 그랬던 걸까..?
종족과 직업을 고르고 나니 서버가 문제였다.. 당시 오픈 베타였는데 이때는 서버가 총 65개였었다.
(이건 나중에 알았음) 엄청나게 많았다.
난 착해서(?) 뒤 치기를 싫어하는 유형이라 일반 서버중에 선택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아키몬드 "라는 서버를
선택하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는데 아키몬드 서버를 선택했다가
바로 다른 서버로 바꿨던 것이다. 정말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서 선택한 서버가 바로 "살게라스"서버였다.
와우 세계관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나한테도 살게라스라는 이름이 왠지 마음에 와 닿았었던 것일까...
아마도 이때 아키몬드 서버에서 했었더라면... 10년 이 지난 지금까지도 알고 지내는 몇몇 사람들을 만나지 못 했을
것이다.. 서버까지 정하고 났더니.. 이젠 아이디를 무엇으로 할지가 지상 최대의 난관이었다. 다들 공감하겠지만..
난 첫 캐릭터의 아이디를 정하는 데만 정말로 몇 시간은 날렸던 거 같다
영어로 할지 한글로 할지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였는데.. 왜 하필 그때 예전에 했었던 게임의 서버 이름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촌스러웠다.
당시에도 원피스라는 만화에 엄청나게 빠져있어서 원피스와 관련된 아이디를 지었더라면 더 좋았(?)을 지도..라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아이디까지 다 정하고 외모까지 꼼꼼히(?) 따져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세계에 처음으로 발을 들이게 된다..
이때가 아직도 정확히 기억이 난다. 2004년 11월 22일이었다.
첫 오픈 베타가 열리고 얼마 후에 TV 광고로 우연히 처음으로 알게 된 게임..
그날 TV를 보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만났던 인연들, 그리고 10년의 추억들은 없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