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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잭스X소나 팬픽-가로등과 별 63화

아이콘 강철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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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
2020-09-04 13:51:13

  “레기옹 델 아노르 훈장까지 받을 정도라면 기사 서임이나 귀족 작위 따윈 문제도 아니지. 아까 토너먼트 얘기를 꺼내긴 했지만 솔직히 그런 거창한 일까지 벌일 필요도 없어. 어떤가, 잭스 경? 아까 권유했던 작위 건은 진담이라네. 이번 건에 대한 감사도 그렇고, 실력이나 지명도 등등도 그렇고 솔직히 자네는 상당히 탐나는 인재거든. 내 준남작까지라면 문제없이……. 흠, 티아나 경? 그대나 다른 사람들의 추천이 있다면 그 이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까 그놈들도 청문회 때 지은 죄가 있으니 작위 줄 때 세습 불가 조건을 걸어야한다 뭐 이런 헛소리도 안 할 테고 말이야.”

 “본인의 의사만 있다면야 그 정도는 가능할 겁니다. 작위만 받는다면 영지 문제쯤은 일도 아니겠죠.”

 티아나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잭스 쪽을 바라봤다.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표정이었다.

 말로 할 때는 이미 정해진 것이다, 라. 자르반이 툭툭 내뱉는 말에 티아나가 시원스러울 정도로 매끄럽게 반응하는 걸 보고 잭스는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시선에 그에게 모여 있었다. 소나도, 레오나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면 속의 그의 입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가면 속에서, 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워낙 지금 대단한 사람들만 모여서 그렇지 데마시아는 발로란 대륙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거대한 도시 국가였다. 자르반이 ‘준남작 정도’라고 말했어도 귀족과 일반 백성 사이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는 법. 그걸 그냥 줄 수도, 그 이상 줄 수도 있다고 대놓고 말하는 건 정말 대단한 혜택이었다. 특히나 데마시아 같은 신분제 체제의 국가에선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소나와의 인연도, 그 신분이 있다면 어쩌면 더 수월하게 풀릴 수도 있었다.

 “사양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거절했다. 그 목소리엔 찰나의 망설임도 없었다.

 “술과 훈장은 고맙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어디에 소속되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전 지금 제 삶에 불만 없습니다.”
 “하지만 솔라리의 장로 직위는 받았지 않는가? 나도 자넬 구속할 생각은 없네. 그냥 감사의 표시일 뿐이야.”

 자르반이 바구니에서 사과 하나 꺼내주는 느낌으로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잭스는 이미 그 속내를 다 알아채고 있었다. 그리고 자르반의 노림수는 완전히 엇나가 있었다. 그는 명예나 권력욕 따위에 움직이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 직위는 그동안의 인연과 레오나를 봐서 받은 것뿐입니다. 그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잭스가 레오나를 슬쩍 째려보며 말했다. “그리고 감사의 표시는 술로도 충분합니다. 만약 부족하다고 느끼신다면 술 몇 통 더 주시면 그만입니다.”

 그는 딱 잘라 선을 그었다. 무례하다면 무례한 일이었지만 이번엔 소나도 핀잔을 주지 않았고, 레오나도 말이 없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이건 그의 결정이었으니까. 기본적으로 그녀들은 그를 신뢰했고, 그가 내리는 결정을 존중해줬다. 이건 평소에 놀리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소나야 아주 아쉬운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그녀 역시 잭스가 어딘가에 얽매여 있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쩝, 아쉽군. 데마시아 소속 챔피언 하나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야. 그럼 대신에 매년 있는 수확제에서 가장 좋은 와인을 먼저 구매할 수 있는 권리라도 주겠네. 마음 같아선 차원문 무료 이용권를 주고 싶지만, 아마 그건 전쟁학회 쪽에서 알아서 해주고 있을 거고. 설마 이것까지 거절하진 않겠지?”
 “감사히 받겠습니다. 수확제라, 거 구미가 당기는군요.”
 “하하, 올해는 꼭 오게. 전례 없는 풍년에 마침 올해 선보일 와인들도 가장 질 좋은 것들이니까. 그리고…….” 자르반이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때 온다면 여러 가문 돌면서 아주 융숭한 대접 정돈 받을 수 있을 거라네. 굳이 귀족 작위가 없더라도 말이야.”

 자르반의 그 미소에 잭스는 처음으로 몸을 움찔 떨었다. 소나나 레오나는 자르반의 미소가 무슨 뜻인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지만 그는 저 얼굴을 잘 알았다. 어떻게 모르겠는가, 소나나 레오나가 그를 놀릴 때 짓던 빙글거리는 미소가 꼭 닮아 있는데……. 물론 그 생각을 말하면 나중에 한소리 들을 테니 말은 안 하겠지만, 그는 불길한 기운이 엄습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대개 그가 이렇게 느낄 땐 예감이 얼추 맞았다.

 “험, 그럼 저는 이만…….”
 “티아나 경! 그거 가지고 왔겠지?”
 “여기 있습니다, 전하.”
 “…….”

 언제 준비했는지 테이블 위에 금박으로 장식된 상자가 쿵 놓였다. 자르반은 시원스럽게 상자를 열었고, 그 속에서 편지며 두루마리를 우르르 꺼내기 시작했다. 무슨 남의 고백 편지라도 훔쳐보는 것처럼 자르반의 표정은 그야말로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자네 인망이 상당히 두텁더군. 청문회 한번 열었다고 이렇게 많은 탄원서 받긴 머리털 나고 처음일세. 자, 이게 솔라리에서 온 탄원서고, 이건 부벨르 가문에서 온 탄원서. 그리고 이건 맨드레이크 상임의원에게 온 탄원서일세!”

 거기까진 잭스도 예상한 바였다. 레오나야 소나는 그렇다 치고 맨드레이크는 써주는 장면까지 목격했었으니까. 

 “근데 이게 끝이 아니란 말이지, 하하!”
 “…….”

 그러나 상자 속에선 무슨 비엔나 소시지라도 줄줄이 튀어나오는 것마냥 그놈의 탄원서라는 것들이 더 튀어나오고 있었다. 당황한 건 그였지만, 먼저 반응한 건 레오나와 소나였다.

 -…잭스 님?
 “후후, 루암의 인망이 참으로 두터우신가 봅니다.”

 그녀들의 촉이 말하고 있었다. 저건 분명 여자들이 보낸 거라고. 슬며시 잭스를 바라보는 그녀들의 눈동자는 문자 그대로 여름날에 서리가 내리는 듯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뭐, 뭐가 이리 많습니까?”
 “그야 나도 모르지? 난 받기만 했을 뿐인데.”

 자르반이 슬슬 약을 올리듯 능글맞게 웃었다. 모르는 척 하기는……. 잭스는 테이블 밑에서 손을 쥐락펴락 하며 자르반 옆에 있는 티아나를 바라봤다. 그녀라면 제지해 줄 거라고 믿으면서. 하지만 아니었다. 흥미가 동했는지 어쨌는지, 티아나 역시 흥미 깊은 눈동자로 탄원서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마지막 희망이 꺾이는 순간이었다.

 “원래는 아까 권위로 찍어 누르려고 아껴둔 비장의 카드였는데 안, 아니 못 쓰고 지나가버렸지. 좀 전에도 말했잖나,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 줄 몰랐다고…….”
 “잘된 일 아닙니까?”

 말만 존대지 잭스의 태도는 이미 이전의 그 삐딱한 태도로 돌아와 있었다.

 “대신에 이 탄원서들과 자네 관계가 영영 어둠 속에 묻혀버리지 않나! 난 그런 꼴 못 보네. 그렇지 않습니까, 부벨르 영애? 레오나 사제도 그리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어머, 역시 자르반 전하세요. 어쩜 제 마음을 그리 잘 아실까. 누구완 다르게.
 “루암의 인간 관계에 대한 거라면 미리암(Myriam, 제자)인 제가 당연히 알아야겠죠. 전하의 혜안에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입니다.”

 소나는 웃으며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였고, 레오나 역시 그랬다. 허락(?)도 받았겠다, 이제 자르반은 거리낄 것도 없다는 듯 탄원서를 하나하나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이제 잭스는 자르반의 저 주둥아리만 막을 수 있다면 아까 그 청문회로 돌아가 유죄 선고를 받아도 아깝지 않을 것만 같았다.

 “우선 솔라리의 것부터 보도록……오, 세상에! 설마 이 글씨들 다 금으로 쓴 건가?”
 “그렇습니다. 솔라리에서 황금은 태양빛을 상징하고, 또 영원을 상징하죠. 금으로 무언가를 새기거나 쓴다는 것은 생애 영원토록 변치 않을 맹세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엄청나구먼! 내용도 흥미진진해! 보자, ‘존경하는 자르반 4세 전하…….’ 뭐 이건 넘어가고. ‘아쉬로 루암 잭스는 솔라리에서 가장 존경 받는 전사 중 하나며, 대신관의 맹우이자 현직 솔 헤로스(Sol`Heroes, 태양 전사)인 레오나의 이실루암(Isil`Luam, 직계 스승)입니다. 바라건대 잘못을 저질렀다면 저희 솔라리의 심판을, 누명을 썼다면 솔라리의 칼이…….’ 하하, 솔라리 고어는 내가 잘 모르겠네만, 일단 이거 요지는 우리 쪽 사람이니 어쨌든 우리 쪽으로 넘겨 달라 이 말 아닌가?”
 “아까도 말씀드렸듯, 집단의 권위는 구성원을 보호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습니다. 또한 그 구성원을 심판하는 데도 의의가 있죠. 루암께서 저희를 어떻게 생각하시고 어떻게 대하시든, 설령 콘세뇰 직위를 거절하신다 해도 저를 비롯한 솔라리는 언제든 루암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 배짱 정말 본받고 싶군그래. 티아나 경, 내가 아무래도 잘못 생각한 것 같아. 아예 그냥 임명장을 들고 올 걸 그랬군. 그리고……. 푸핫, 이거 또 걸작이군. 이 아래쪽에 있는 거 다 이름인가? 엄청 많구먼.”

 자르반이 잡고 있던 두루마리 아래쪽을 놓자 두루마리가 풀리며 툭, 데구르르 테이블 위에 펼쳐졌다. 탄원 내용보다 족히 세 배는 되어 보이는 길이에 이름이 빽빽하게 써져 있었다. 황금빛 서명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자 잭스는 아까보다 속이 세 배는 쓰린 것만 같았다.

 “다들 자기 먼저 이름을 적겠다고 하느라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우선 맨 위는 대신관님의 서명이 있고, 그 아래엔 제 이름이 있습니다. 서열 상 제가 두 번째는 안 되지만……. 저와 루암의 관계를 생각해주셔서, 후후. 특별히 대신관님께 허락 받은 겁니다.”

 레오나는 가장 자랑스러운 보물이라도 보이는 양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리고 조금 전부터 안절부절 못하는 소나를 놀리는 모양새로 슬쩍 한마디 툭 던졌다.

 “그리고 아래쪽은 루암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싶다는 분들의 서명입니다.”
 “가족?”
 “결혼 말입니다.”
 “아래쪽에 서명이 줄잡아 50개는 넘어 보이는데 말인가?”
 “보시면 옆에 장식에도 서명이 들어가 있을 겁니다.”
 “헉, 진짜군. 설마 솔라리 구성원들 이름이 전부 들어가 있는 건 아니겠지?”
 “여백만 더 있었다면 미망인 분들의 서명도 넣었을 겁니다.”

 양피지에 고개를 들이밀던 자르반이 뜨악한 표정을 짓고선 잭스를 바라봤다. 그건 감탄이나 놀람을 넘어 거의 존경의 눈빛이었다.

 “정말 대단하구려, 잭스 경.”
 -그래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

 잭스는 머릿속에 울리는 소나 목소리에 소나 쪽을 안 보려고 기를 썼다. 물론 그가 안 본다고 해서 소나 목소리가 안 들릴 리는 없었고, 그의 옆통수에 박히는 따가운 눈총도 피할 순 없었다. 

 “그 다음은 부벨르 가문 것이로군. 하하, 역시 부벨르 가문. 종이 품질부터가 남다르군. 비단처럼 매끄러워.”
 “그…….”
 -그만? 왜요? 왜 그만인데요? 레오나 님 꺼만 읽고 제 꺼는 왜 안 읽으시는데요? 어차피 솔라리에 가면 수많은 아가씨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저 따윈 필요 없다 이거시죠?
 “…….”

 그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속사포 같은 소나의 목소리가 그의 머리를 마구 찔러댔다. 덕분에 나오려고 했던 목소리는 그대로 기어들어갔고, 그 정도면 자르반이 못 들은 척 무시하고 부벨르 가문의 탄원서를 꺼내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소상히도 적혀 있군그래. ‘협곡에서 제가 의문의 습격을 받고 강가에 쓰러져 있을 때…….’ 흐음, ‘데마시아 독수리처럼 저를 낚아채서, 성난 곰처럼 적들을 쓰러뜨리신…….’ 무슨 방랑 기사 모험담이라도 읽는 기분이로군.”

 -호호, 잭스 님의 멋진 모습을 최대한 자세히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저거 설마 그대가 쓴 거요?”
 -당연하죠! 수사법과 운율 맞추느라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걸요. 
 “아, 부벨르 영애가 직접 썼나? 어쩐지 읽다보니 서사시처럼 운율이 느껴져서 뭔가 했네. 대단한 재능이로군.”
 -어머, 왕자님. 그게 끝이 아니랍니다.

 디리리링

 소나가 싱긋 웃더니 에트왈의 현을 어루만졌다. 자르반이 그 말을 하길 기다렸다는 듯 연주하기 시작한 것을 보니 아무래도 뭔가 준비를 한 모양이었다. 갑작스러운 연주였지만, 그녀의 연주는 첫 소절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모두 홀린 듯 가만히 에트왈의 음색을 즐겼다.

 처음 시작은 위태로운 불협화음이었다.

 약동하는 심장 소리처럼 가느다란 그 음색은 점차 짙게 변했다. 그렇게 점점 음이 높아지며 절정에 다다를 무렵, 시원스럽게 쾅 하고 내리치듯 웅장하고 빠른 음색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용맹한 전사의 칼부림처럼, 흔들림 없는 의지처럼 굳건하고 낮았다. 한 편의 전투 장면 같은 프레이즈가 끝난 후 에트왈의 음색은 잦아들었다. 편안하고 조용했다. 안식처를 찾은 작은 새가 한숨 돌리듯 연주는 그렇게 조용히 춤을 추다가 끝났다.

 “…아, 정말 놀랍군. 방금 읽은 글이 저절로 머릿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소. 설마 내가 이 탄원서를 아까 꺼내들었으면 이 연주까지 할 생각이었소?”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자르반이었다. 소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르반은 기가 막힌 듯한, 한편으로는 감탄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소나를 멍하니 바라봤다.
 “탄원서를 그때 안 써서 다행이군. 이런 훌륭한 곡을 그런 놈들에겐 들려줄 수 없지. 잭스 경이 부벨르 영애를 협곡에서 구해주던 장면이 오롯하게 떠올랐소. 마치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그 영웅적 기상! 음, 대단해. 정말 놀라워!”
 “대단합니다, 소나 양. 루암의 용맹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만큼 소나의 연주는 위력적이었다. 생글생글 웃던 소나가 잭스를 힐끗 보니 그는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곡은 제대로 들었는지 알 수가 없는 태도였지만 소나만큼은 잭스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잭스의 달아오른 얼굴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잭스 님, 저 열심히 연주했어요. 제가 처음으로 작곡한 잭스 님의 곡이에요.
 “…….”

 소나는 그를 향해 부드럽게 속삭였다. 

 -여러 풍경들, 여러 감정들을 가지고 많은 곡들을 작곡했었지만 누군가를 위해 작곡한 적은 처음이에요. 연주하는 내내 가슴이 떨렸어요. 그때 처음 만났던 것처럼요. 이게…누군가를 위해 연주한다는 거네요.

 잭스는 칭찬에 서툴렀다. 그리고 칭찬 받는 일에도 서툴렀다. 그건 그가 살아온 삶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뜻했다. 소나는 그런 그를 칭찬해주고 싶었다. 그의 삶의 방식이 헛되지 않았다고, 그의 행동이 누군가에겐 소중한 추억이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곡은 마음에 드세요?
 “…고맙소, 미스 부벨르. 정말 좋은 연주였소.”

 잭스는 겨우겨우 짜내듯 입을 열었다. 그제야 소나의 표정에 드리워져 있던 약간의 불안감이 걷혔다. 아무리 그녀가 훌륭한 연주가라 해도 평가 받기 직전엔 긴장되는 법이었다. 그녀는 잭스의 그 짤막한 칭찬이 그의 안에서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전 같았으면 ‘별 일도 아니었던 걸로 왜 그러냐’는 둥 ‘이런 찬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둥 투덜거렸을 그였다. 

 -고마워요, 잭스 님. 이렇게 조금씩 칭찬에 익숙해지시면 돼요.
 “…다음부턴 마음의 준비라도 하게 해주시오.”
 -상황 봐서요.

 그런 잭스의 변화가 무엇보다 기쁜 그녀였기에, 소나는 잭스의 낮은 투덜거림에도 살짝 혀를 내밀며 즐겁게 그를 놀렸다.

 “그럼 드디어 나머지 탄원서들을 공개할 차례로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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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 기분이 요즘 날씨처럼 왔다갔다 하네요

Lv74 강철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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