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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잭스X소나 팬픽-가로등과 별 71화

아이콘 강철안개
댓글: 1 개
조회: 953
추천: 6
2020-10-28 19:39:08

 “흥,” 베사리아가 아주 깔보는 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마법은 과학이라고요, 잭스. 방향성과 방법만 다를 뿐 결국 목적은 똑같으니까. 영혼처럼 증명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걸 믿을 리가 없잖아요. 무슨 사이비 오컬트도 아니고.”
 “…….”

 방향성과 방법이 다른데 목적이 같다는 게 말이 되는 건가? 딴죽을 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잭스였지만 꾹 참았다. 지금 중요한 일은 그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솔직히 말싸움 해봤자 이길 자신 없다는 것도 한몫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뭐 어떻다는 거요? 안전하다는 건지 위험하다는 건지 모르겠군.”
 “대답부터 먼저 하자면 파장의 일치로 인한 연결 자체는 안전해요. 단지 둘의 파장이 너무 잘 맞아서 생긴 문제니까, 그만큼 쉽게 떼어놓긴 어려운 상태란 거예요. 이성질체의 양쪽처럼 말이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해요.”
 “…베사리아.”

 잭스가 슬슬 진심으로 짜증난다는 듯 낮게 그녀의 이름을 말했다. 바람잡이는 그만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녀도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질적이고, 날카로운 분위기. 소나는 따뜻하게만 느껴졌던 여유로운 오후의 한때에서 갑자기 얼어붙은 바다 한가운데에 첨벙 빠지는 듯한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가벼운 분위기도 이 순간의 중압감을 덜기 위한 나름의 회피책이었는지도 몰랐다.

 “…그 연결은 굉장히 안전해요. 당신의 그 푸른 불꽃이 소나 양에게 넘어갈 때까지 버틸 수 있을 정도로요.”
 그 한 마디. 베사리아는 지금껏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괴로운 표정으로 그 한 마디를 간신히 뱉어냈다. 소나는 그녀에게서 무력감과 절망감, 그리고 비참함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소나의 감정 역시 그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

 잭스는 충격을 받은 모양인지 말이 없었다. 그런 그를 향해 베사리아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그건 설명해준다기보다는 그의 관심을 어떻게든 이쪽으로 돌려서,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게 하려는 몸부림에 가까웠다.

 “당신의 심상 세계에 들어갔을 때 알았어요. 그 푸른 불꽃, 그건 당신의 몸을 태우는 게 아니란 걸요. 그건 당신의 정신세계 그 자체에서 타오르고 있었어요. 지금껏 당신의 불꽃에 대해 알아낸 게 없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했어요. 나나 맨드레이크 같은 실력자들도 심상세계에 잠깐 의식을 연결시키는 게 고작인데, 세상에 심상세계 그 자체에서 바깥으로 영향을 끼치는 불꽃이라니 그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어요. 그러니까…….”
 “내 잘못이 아니란 말은 하지 마시오.”
 “아뇨, 당신 잘못 아니에요. 이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요.”

 베사리아는 단호하게 말했다. 잭스는 순간 베사리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마 홧김에 노려봤으리라. 그러나 그의 시선은 그녀의 왼손으로 내려갔다. 이제 없는, 그 자신 때문에 희생된 왼손에. 

 그는 고개를 떨궜다.

 “…미안하오.”
 “그러니까……!”

 딩

 [죄송해요, 베사리아 님. 하지만 제가 말할게요.]

 소나가 에트왈을 튕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낮게 울리는 에트왈의 음색은 소나의 표정만큼이나 단호하고 굳어 있었다.

 [우선 잠깐 앉아 주세요. 두 분 다요.]
 “…….”
 “…….”

 그제야 잭스와 베사리아는 자신들이 일어나 있었다는 걸 깨달은 모양인지 엉거주춤 다시 자리에 앉았다. 소나는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다시 한 번 느끼는 거지만 정말 이 둘의 속성은 상극이었다. 그 말은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만 골라 채워줄 수 있다는 의미도 됐지만, 반대로 말하면 한번 부딪히기 시작한다면 끝도 없이 부딪힌다는 의미였다. 

 의외로 소나는 이런 상황을 중재하는 역할에 매우 익숙했다. 그녀가 속한 관현악단은 실력만큼이나 개성도 성격도 유별난 사람들이 꼭 한둘씩은 있었으니 말이다. 부지휘자를 겸하는 입장으로서 그런 사람들 간의 알력 다툼을 중재하는 것도 그녀의 일이었다. 

 적어도 지금은 그때보단 사정이 나았다. 어쨌든 의사소통엔 무리가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지금부터 제가 정리하고 말씀드릴게요. 두 분 모두 제 질문에만 대답해주세요, 아셨죠? 안 그러면 또 싸우실 테니까요.]
 “싸우다니, 그 무슨…….”
 [제 질문에만 대답해달라고 방금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잭스 님?]
 “…….”

 잭스가 그제야 아차 싶었는지 별일 아니라는 듯 수습하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은 지 오래였다. 소나는 예의 그 차가운 미소조차 짓지 않고 있었다. 

 스산하게 맞받아치는 그녀의 목소리는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잭스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오랜 세월 단련된 그의 직감이 분명히 말해주고 있었다. 여기서 반 발짝만 더 나갔다간 이번엔 소나의 분노가 직격탄으로 날아올 것이라고. 그리고 그건 베사리아도 좀 다르지만 비슷하게 느끼고 있었다. 

 어째 보면 정말 장관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용병과 전쟁학회의 최고위 소환사가 이제 갓 20살이 될까말까한 가냘픈 아가씨 앞에서 쩔쩔매고 있는 꼴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건 남들 입장에서나 그런 거고, 지금 이 자리에 모인 당사자 둘은 소나의 압력에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우선 지금까지 하셨던 말씀을 정리해볼게요. 저와 잭스 님 사이의 연결 자체에선 문제될 만한 것 같은 건 없다고 하셨죠, 베사리아 님?]

 “맞아요. 소나 양의 생각이 잭스에게 들린다는 약간의 부작용만 뺀다면 말이죠.” 베사리아가 살짝 소나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 그것도 정말 사소한 거예요.”
 [없으면 됐어요. 그리고 연결 자체가 너무 견고해서 잭스 님의 푸른 불꽃이 제게 넘어올 수도 있다는 거죠? 그럼 지금 위험한 건 그것뿐이겠네요?]
 “어……. 뭐 말이 그렇게 되긴 하겠죠……?”

 베사리아는 어째 대답이 유도당하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지만 일단 말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긴 그녀 입장에선 소나가 화내는 건 처음 보는 거니 더 주눅이 들 만도 했다.

 [잭스 님, 심상세계에서 봤던 은의 다리, 기억하세요?]
 “기억하다마다. 내가 그 다리를 넘으려다 그대들과…….” 잭스는 적절한 단어를 찾으려는 듯 잠시 말을 멈췄다. “충돌했지 않소.”
 잭스에겐 상당히 죄스러운 기억이었지만 소나에겐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며 에트왈의 현을 어루만졌다. 마치 고양이가 가르릉거리며 낮게 우는 것처럼 에트왈은 부드러운 소리를 냈다.
 [이상한 점이 있어요. 그때 왜 잭스 님은 제 심상 세계로 넘어오려고 하셨던 걸까요?]
 “그게 이상한 일인가요? 그야, 음…….”

 베사리아가 뭔가 말하려다 말문이 막힌 듯 멈추자 소나가 뒤이어 말을 계속했다.

 [분명 베사리아 님은 마력으로 잭스 님의 푸른 불꽃을 유인했다고 하셨어요. 그렇다면 그 심상 세계에서 잭스 님은 제 쪽으로 넘어오는 게 아니라 베사리아 님을 노렸어야 했어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때 잭스 님은 제 심상 세계 쪽으로 건너오려고 했었어요. 베사리아 님을 노린 게 아니라요.]
 “그렇네요?”

 베사리아가 전혀 생각도 못 했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런 베사리아를 뒤로 하고 소나는 잭스를 바라봤다.

 [혹시 그때 일을 기억하세요, 잭스 님?]
 “부분적으론 기억나오.” 잭스가 가만히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때 난……. 추웠소. 그 황야에서 어딜 가도, 어디에 있어도 추위를 견딜 수가 없었지. 하지만 그대의 심상 세계 쪽은 따뜻했소. 아니 따뜻하다고 느꼈지. 그저 그 느낌 하나만으로 그 다리 쪽으로 갔었소.”
 [그때 에트왈과 아브릴이 잭스 님을 막고 있었어요.]
 “아, 그래서 튕겨 나왔던 거군. 그때는 그거 자체가 화가 났었소. 그래서 눈에 뵈는 게 없었지. 내 앞을 가로막는 건 다 적처럼 보였소. 그대와……. 베사리아도 말이오.” 

 잭스는 다시 한숨을 푹 쉬며 남아있던 맥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미안하다고 말하면…….”
 [화낼 거예요.]
 “화낼 거예요. 농담 안 하고요.”

 베사리아와 소나가 굳은 얼굴로 동시에 말하자, 잭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지금처럼 화낼 테니, 사과는 생략하겠소. 어쨌든 그때 베사리아는 단순히 방해자였지, 내 목표는 아니었소. 그건 분명하오.”
 “확실히 그건 이상하네요. 제 가설이 엇나갔어요. 하지만 당신의 푸른 불꽃이 분명 마력을 연료로 하는 건 맞아요……. 마력의 농도가 높은 쪽으로 끌리는 것도 맞고요. 안 그랬으면 제 팔로 옮겨붙일 수 없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때 당신 심상 세계에 있던 불꽃들은 절 덮치지 않았는데……. 오히려 당신의 의지에 따르는 듯한……. 휴우, 답답하네요. 근거도 없고 그나마 세웠던 가설마저 무너졌으니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요.”
 [아뇨, 방법은 있어요. 에트왈이 잭스 님의 불꽃을 알고 있었거든요. 그것도 아주 잘 아는 눈치였어요.]
 “아, 에트왈! 맞아요!” 베사리아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에트왈이 푸른 불꽃에 대해 아주 잘 아는 눈치였어요. 뭐 들은 거 없어요, 소나 양?”

 베사리아는 잔뜩 기대하는 표정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소나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을 수밖에 없었다. 말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정말로 들은 게 없어서였다.

 [에트왈은 알고 있다는 투로 말한 적은 있어도 그게 뭔지에 대해선 말해주지 않았어요. 단 한 번도요. 제 과거에 대해서도 분명 알고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말해주지 않았어요. 전, 주인 실격인가 봐요.]

 에트왈은 사라졌다. 그날, 잭스를 구하기로 결심했던 그때에. 그녀는 에트왈의 과보호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게 자신을 위해서란 걸 알지만, 그래도 소나는 잭스를 너무나 구하고 싶었다. 

 아마 그때로 돌아간다고 똑같은 선택을 하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소나는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에트왈의 현을 쓰다듬었다. 금방이라도 에트왈이 튀어나와 핀잔이라도 줄 것만 같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가슴이 탁 막힌 기분이었다.

 “음, 그런 생각은 조금 잘못됐다고 봐요, 소나 양.”

 그런 소나의 상념을 깨는 건 베사리아였다. 골똘한 그녀의 눈빛 속엔 희망이 깃들어있었다.

 “당신의 에트왈은 일종의 정령이에요. 당신에게서 태어난 거죠. 그러니까 당신과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던 거고요. 그리고 그때 당신 마음속에 있던 다른 정령이 ‘에트왈은 마음 깊은 곳으로 가버렸어’라고 했었죠?”
 [네. 아브릴이 그렇게 말했어요.]
 “그건 떠났다는 뜻이 아니에요. 여전히 당신 안에 있다는 거죠. 정령을 인간의 관점으로 보려고 하면 안 돼요. 어쩌면 에트왈이 사라진 것도, 당신에게 말하지 못한 것도 일종의 ‘제약’일 수도 있어요.”
 [제약? 제약이라뇨? 전 에트왈에게 뭔갈 금지한 적이 없는데…….]

 소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아무리 마법에 대해 안다 해도 그녀가 베사리아만큼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을 리는 없었으니까. 그런 소나에게 베사리아는 어느새 선생님 모드로 되돌아와 설명하는 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 제약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정령은 일종의 기계장치에요. 아무리 자연스럽게 움직여도 반드시 그 행동엔 한계가 있어요. 잘 생각해봐요, 소나 양. 정령은 자신의 제약이 뭐라고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분명 티가 났을 거예요.”

 베사리아의 그 말에 소나는 골똘히 생각했다. 뭘까? 그때 에트왈이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했었던 말이, 소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소나, 이 곡과 곡에 담긴 모든 것은 전부 다 네 거야. 하지만 이건 네가 알아야 할 의무가 있는, 그리고 오직 네게만 허락된 지식의 조그마한 파편에 불과해.’

 에트왈은 분명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빈 악보에 ‘바람노래’의 악보를 써줬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잭스에게 갈 수 있었다. 그때 분명 에트왈은 그녀의 소원을 들어줬다. 

 그래, 어쩌면…….

 [에트왈은 자신을 ‘안내 책자’라고 했어요. 그리고 아브릴은 에트왈을 ‘관리자’라고 했고요. 그리고 제가 알고 있고, 또 알아야 하지만 잊어버린 곡들이 있다는 느낌으로 말한 적도 있어요. 그럼 그 곡들, 제가 잊어버린 그 곡들이 어쩌면…….]
 “그 곡 하나하나가 에트왈의 ‘제약’일 수 있겠네요. 그러면 얼추 말이 정리가 되네요. 당신의 간절한 소원으로 ‘에트왈’이 깨어나고, 그 ‘아브릴’과 ‘바람노래’라는 곡 덕분에 어느 정도 활동할 수는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활동할 순 없었다는 거죠.”
 [그럼 사라진 건요?]
 “음, 반대 아닐까요? 당신이 원하지 않았으니까 사라진 거죠. 그 정령에게 있어서 당신의 말과 생각은 그야말로 진리 그 자체였을 테니까요.”

 베사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가능성 높은 가설이지만, 일단 당신의 에트왈을 다시 불러내야 뭐든 되겠네요.”
 [하지만 그때 이후로 몇 번이나 시도해봤지만……. 전혀 응답이 없어요. 솔직히,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소나가 쓸쓸하게 말하며 에트왈을 내려다봤다. 햇빛을 받으며 얌전하게 떠 있는 그것은 그저 단아하게 세공된 악기에 불과해 보였다. 에트왈을 불러낸 건 문자 그대로 ‘어쩌다 보니’였다. 지금 와서 의식적으로 한다 해도 될 리가 없었다.

 “아이오니아로 가면 뭔가 있지 않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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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1. 와다다ㅏ다ㅏ다다ㅏ다ㅏㅏ다ㅏㅏ

2. 보는 분들 적어도 응원해주시는 분들 있으리라 믿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3. 선추코 감사합니다!

Lv74 강철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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