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글룸헤이븐'을 게임으로 옮겨내 좋은 평가를 받았던 플레이밍 파울(Flaming Fowl)이 신규 프로젝트 '아이언마크드(Ironmarked)'의 데모를 깜짝 발표했다. 그리고는 곧장 프로젝트 중단을 알렸다.
투자 없이 주머니 속 자금으로 개발... 더는 어렵다
플레이밍 파울은 '글룸헤이븐' 이후 새로운 프로젝트로 '아이언마크드'를 점찍었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영감을 받은 턴제 게임으로 카드 게임, 로그라이트 요소 등도 존재하며 세계관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게임플레이 구현과 함께 인 게임 세부 모습이 일찌감치 공개됐다.
특히 23일에는 공식 데모를 공개할 정도로 이미 상당 수준의 게임 개발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데모 공개와 함께 플레이밍 파울은 프로젝트 중단과 인력 감축을 알렸다. 업계 전체의 분위기, 그리고 현재 프로젝트를 계속할 자금이 부족해 게임 제작을 중단한다고 전했다. 스튜디오의 규모가 축소되는 만큼 비교적 큰 규모의 게임을 개발할 여력이 부족했다.
게임 개발 중단 발표와 함께 VGC와 인터뷰한 CEO 크레이그 오만은 1년 넘게 게임을 개발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초 계약한 퍼블리셔가 지난해 6월 제작단계에서 철수했다. 이후 8개월가량을 직접 개발비를 조달해 제작해야만 했다. 첫 퍼블리셔가 떠난 후 여러 퍼블리셔와 게임 투자와 배급을 논의했지만, 대부분 게임은 좋지만 지금 당장 투자할 계획은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이 게임이 떠나는 이들의 경력에 도움이 되기를
프레이밍 파울이 프로젝트 중단에도 데모를 배포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회사를 떠난 이들이 어떤 훌륭한 작업을 계속해오고 떠났는지를 알려 새로운 직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길 원했다. 일종의 개발 이력 및 경력에 한 줄을 더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플레이밍 파울 측은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슬픈 시간이 될 테지만, 그들의 경험이 다른 곳에서 경력을 이어나가는 힘이 되길 바랐다.
실제로 추가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며 현지 시각으로 지난 금요일 대부분의 직원은 회사에서의 마지막을 보냈다. 이번 스튜디오 규모 축소로 30명 정도의 개발 인원은 9명으로 줄었다.
데모 배포의 또 다른 이유는 열심히 개발한 게임이 자금난에, 혹은 다른 이유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오만 CEO는 그간 업계에서 수없이 많은 프로젝트가 중단됐다가 그대로 사라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신작이 그런 게임 중 하나가 되길 원치 않았다고 밝혔다.
프레이밍 파울 측은 실제로 데모를 공개하며 위시리스트에 게임이 충분히 쌓이면 '아이언마크드'의 실제 개발을 위한 펀딩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당장 개발을 펀딩을 진행하려는 것은 아니며 지금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만들 수 있는 소규모 게임에 집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작은 개발사, 비주류 장르에는 더 가혹한 시장
날이 풀려도 여전히 얼어붙은 게임 시장의 고용 한파는 대기업 중심의 구조조정 소식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2024년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리 상승으로 인해 기업의 자금 확보가 더욱 어려워지며 투자를 통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소규모, 중소규모 게임사의 어려움 역시 커지고 있다.
특히 퍼블리싱을 주도하는 대형 게임사부터 위험을 감수하는 프로젝트 소싱을 꺼리고 있다는 것을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있다. 신규 프로젝트, 비주류 장르 대신 정립된 IP 게임, 안정적인 후속작에 투자가 집중되며 비교적 도전적인 프로젝트로의 투자가 막히고 있는 셈이다.
프레이밍 파울은 논의를 위해 만난 개발사들에게 아이언마크드를 보여줬을 때 게임 자체는 좋지만, 이런 프로젝트를 찾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동명의 보드게임 IP '글룸헤이븐'을 게임으로 옮겨 비교적 준수한 성과를 거둔 점, 그리고 라이온 헤드 스튜디오의 개발자들이 설립해 비교적 많은 경험을 가진 개발사라는 장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근래 시장에서 투자의 벽은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