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곰돌이 푸' 검열 손길이 게임 업계까지 번졌다.
중국 게임 전문 매체 'A9VG'는 지난 16일 스퀘어 에닉스의 신작 '킹덤하츠3'의 고화질 스크린샷을 공개했다. 해당 매체는 라푼젤과 말레피센트 등 게임에 등장하는 디즈니 캐릭터들의 모습을 소개했다. 하지만 고화질 스크린샷보다 먼저 게이머들의 눈에 들어오는 건 바로 게임 속 월드 '100평짜리 숲(원제: 100 Acre Wood)'의 소개 부분이다.
해당 월드는 디즈니의 만화 '곰돌이 푸'의 세계를 담아낸 주요 월드다. 하지만 해당 부분에서 유저는 월드의 주인공 격인 푸를 확인할 수 없다. 매체가 게임에 등장하는 푸를 모두 하얗게 칠해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당국의 검열 이슈가 다시금 불거졌다.
이번 ‘곰돌이 푸’ 검열은 중국 당국의 시진핑 주석 위신 세우기와 관련이 있다. 통통한 모습의 푸는 2013년 시 주석과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만남 이후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시 주석과 줄곧 비유되어왔다. 푸를 이용해 중국 지도자를 희화화하는 네티즌이 늘어나면서 ‘곰돌이 푸’는 중국 내 검열 대상 1순위에 올랐다. 푸는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SNS 웨이보에서 검색할 수 없는 '불법 콘텐츠' 중 하나가 된 바 있다. 또한, 메신저 프로그램들은 푸나 이와 비슷한 곰 이모티콘들을 삭제하기도 했다.
이런 중국의 푸 죽이기는 2018년에도 계속됐다. 중국 당국은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원제: Christopher Robin)'의 개봉 역시 막았다. ‘곰돌이 푸’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영화의 상영 금지를 일각에서는 시 주석 품위 유지를 위한 정권의 노력으로 평했다. 다만, 영화 전문 외신 '할리우드 리포트'는 할리우드 해외 영화 개봉 할당제와 관련 있다고 추측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의 검열에 ‘곰돌이 푸’가 등장하는 게임 '킹덤하츠3'의 중국 내 출시 역시 불확실해졌다. 이미 게임 개발 완료를 선언한 개발사 스퀘어 에닉스가 중국의 검열을 피하고자 별도 버전을 낼 시간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또한, 게임의 스토리가 담긴 주요 월드 하나를 갑작스레 파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편, SIET(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타이완)는 2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킹덤하츠3' 번체 중문화 출시를 발표했다. 번체는 중국 본토가 아닌 대만, 홍콩 등지에서 사용하는 문자다. 이번 번체 현지화는 킹덤 하츠 시리즈의 첫 중문화다. 다만, SIE의 아시아지사인 SIEJA는 중국 본토 문자인 간체 버전 출시에 관해서는 확답을 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