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스타터 후원을 통해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발더스 게이트3'의 개발 자금까지 준비할 수 있었던 라리안 스튜디오. 그러한 성공 경험을 다른 인디 개발사에게 전하고 싶었던 걸까? 라리안이 '블라스퍼머스(Blasphemous)'의 킥스타터 펀딩에 1,000달러 규모의 후원을 했다는 게 뒤늦게 알려졌다.
발더스3 개발 중에... 펀딩 후원금 전한 라리안
2019년 출시된 스페인 인디 개발사 더 게임 키친의 메트로배니아 게임 '블라스퍼머스'는 출시 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를 통해 후원을 받았다.
회사의 첫 작품인 '더 라스트 도어(The Last Door)' 시리즈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비교적 소규모 게임이었다. 차기작인 '블라스퍼머스'는 잔인하면서도 신비로운 고전 그래픽과 높은 볼륨을 구상한 만큼 큰 규모의 게임 개발을 위한 후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게임은 독특한 비주얼과 소울라이크 게임의 영향을 받은 2D 메트로배니아 구성, 현존하지 않는 종교를 배경으로 잔혹하게 구현한 연출 등이 공개 당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후 약 9,800명이 후원을 진행, 33만 달러 이상이 모금되며 더 게임 키친은 성공적으로 게임을 출시할 수 있었다.
더 게임 키친의 리드 레벨 디자이너 엔리케 콜리네트(Enrique Colinet)는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블라스퍼머스의 후원 목록 일부를 공개하며 라리안 스튜디오에 감사를 전했다. 후원자 이름에는 라리안 스튜디오의 이름도 적혀있었다.
엔리케 디자이너의 설명을 따르면 라리안 스튜디오는 천 달러 수준으로 규정된 4자리 숫자의 금액을 후원했다. 또한, 따로 후원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전체 후원자 목록은 확인할 수 없지만, '블라스퍼머스'의 킥스타터 페이지에 표시된 1,000달러 후원자는 3명이 있으며 그 중 라리안 스튜디오의 로고도 남아있다.
펀딩 성공 DNA 지닌 라리안 스튜디오
오늘날에는 '발더스 게이트3'의 성공으로 서구권 RPG 개발사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라리안이지만, 디비니티 시리즈의 확장을 구상한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당시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이에 2013년 추가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애니메이터 등으로 구성된 보조 디자인 팀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40만 달러를 킥스타터로 모금했다.
30일 간 진행된 펀딩에 2만 명 가까운 후원자가 몰렸고 당초 목표 금액의 236%의 후원금을 모았다. 훗날 라리안의 스벤 빈케 대표는 성공적인 펀딩을 통해 목표했던 것보다 더 큰 규모의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출시된 게임은 유저와 평론가 양쪽에서 호평을 받으며 크라우드 펀딩 게임의 희망으로 불렸다. 그리고 후속작인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2' 역시 킥스타터를 통해 펀딩이 진행됐고 4만 명 이상이 후원, 200만 달러 이상의 후원금이 게임 개발을 위해 모였다. 출시된 게임은 메타 스코어 93점을 기록했고 두 작품은 1,100만 장이 팔렸다.
지원과 응원으로 만들어진 게임들
라리안의 스벤 빈케 대표는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출시 이후 차기작의 킥스타터 복귀에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자신들은 이미 게임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고 수익을 냈기에 크라우드 펀딩의 풀을 소규모 개발사들이 누리길 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라리안이 후속작 역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성공해서 게이머들이 다른 중소규모 프로젝트에도 관심을 가지는 후광 효과를 내길 바랐다.
라리안의 게임이 당대 '먹튀' 이미지가 강하던 크라우드 펀딩 씬을 정화하고, 활성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 셈이다. 결국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2'도 킥스타터로 펀딩이 이루어졌다.
라리안은 이후 '발더스 게이트3'를 개발했다. 라리안이 밝힌 바에 따르면 2016년 말이다. 신작 개발이 한창 시작되던 상황인 2017년 5월 블라스퍼머스를 후원한 것이다.
1편이 비교적 좋은 평가를 얻고 준수한 흥행을 거두며 더 게임 키친은 후속작 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2023년 출시된 게임은 특유의 세계관을 강화하는 동시에 게임 디자인과 레벨 디자인, 그래픽 모두 일신하며 전작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비록 전체 개발비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었지만, 라리안의 지원과 응원은 한 게임사가 자사를 대표하는 신작을 만드는 데 기여했고, 프로젝트의 발전을 함께 그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