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즈업 스튜디오에서 출시한 로보퀘스트(Roboquest)는 빠른 템포의 FPS에 로그라이트 요소를 결합한 게임이다. 3년간의 앞서 해보기를 끝으로 지난 11월, 정식 출시되어 스팀 유저 평가 7,700개가 넘는 압도적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1인칭 슈팅 게임이 으레 그렇듯 이 게임 역시 기본적인 게임 메커니즘은 쏘고 피하는 게 끝이다. 다만, 단순하고 반복적인 게임 플레이를 탈피하고자 다양한 시스템이 더해졌다. 대표적으로 빠른 템포, 수많은 무기와 재능, 장비, 몬스터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변수 플레이 그리고 로그라이크식 랜덤성이 있다.
로보퀘스트의 소감을 미리 짧게 전하자면 독창성과 신선함은 없지만 장르의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재밌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게임이다. 두 눈을 사로잡는 특별함은 없지만 계속해서 게임을 붙잡고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힘은 참신한 시스템보단 탄탄한 기본기에서 흘러나왔다.
게임명: 로보퀘스트(Roboquest)
장르명: 로그라이트 FPS
출시일: 2023.11.07
리뷰판: 1.0.0개발사: 라이즈업 스튜디오
서비스: 스타브리즈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PC, Xbox
플레이: PC
탄탄한 슈팅 기본기에 빠른 템포 액션을 더하다
로보퀘스트의 액션은 단순하다. 앞서 언급했듯 1인칭 슈팅 게임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쏘고 피하고가 전부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로봇이기에 사람이 할 수 없는 다채롭고 특별한 기술이 몇 개 존재하나, 비현실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정도는 아니다. 즉, 일반적으로 슈팅 게임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튜토리얼을 건너뛰어도 익숙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정도다.
어떻게 보면 새로울 게 전혀 없는 플레이는 자칫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다. 본래 사람은 익숙하고 반복적인 자극에 점차 무뎌지는 편이니까. 그러나 로보퀘스트는 첫 느낌부터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는 지금까지도 딱히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비유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는데 매일 쌀밥을 먹지만 딱히 물린다고 생각하지 않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 슈팅 게임을 하는 이유는 사실 별것 없다. 그저 총을 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게임은 그걸 거의 완벽하게 충족시켜 줬다.
적의 공격을 피하면서 사방에 총을 쏜다는 기본기를 아주 탄탄하게 쌓아 그것만 해도 재밌을 정도다. 독창적이고 신선한 플레이보단 기존 슈팅 유저가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또 재밌어하는 쏘고 피하는 방식을 탄탄하게 설계하는 데 집중한 셈이다.
이를 입증하듯 게임 내에서는 슈팅에 관련된 다양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옵션 창에 슈팅과 관련된 세부 항목만 한 페이지가 넘을 정도. 마우스 감도를 세밀하게 조절하는 것부터 모니터 비율이 다른 것까지 계산해서 미리 감도를 세팅해 뒀고 크로스 라인의 위치도 두 가지 타입에서 선택해 바꿀 수 있다.
특히, 세팅에 어려움을 겪을 유저를 위해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 인상 깊다. 단순히 "이렇게 해"가 아니라 "이걸 하면 이게 좋아진다"는 식으로 설명을 해주니 초보자 입장에서도 훨씬 쾌적한 세팅이 가능해진다.
대전 게임도 아니고 PvE 게임에서 세팅에 얼마나 신경을 쓰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직접 적에게 에임을 대고 쏴야 하는 슈팅 게임에서 이런 사소한 디테일 하나하나가 게임의 즐거움을 더해준다고 생각한다.
세밀한 옵션만큼이나 실제 전투 플레이에서도 개발사의 디테일을 엿볼 수 있다. 총의 반동과 탄속, 낙차가 기본적으로 적용되어 있고 탄의 종류도 히트 스캔과 투사체 타입 등 세분화했다. 그만큼 무기의 종류도 엄청난데 48개의 다양한 근접, 원거리 무기가 준비되어 있다.
게다가 단순히 무기의 종류만 많은 게 아니고 무기마다 조금씩 공격 스타일이 다르다. 결국 하다 보면 내 손에 맞는 무기를 주로 쓰게 되지만 종류가 없어서 하나만 쓰는 것과 다양한 것 중에서 원하는 것을 쓰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다채로운 무기로 쏘는 맛을 더했다면 피하는 맛은 어떨까. 게임 내에는 67종에 이르는 일반, 정예, 보스 몬스터가 등장한다. 물론 몬스터도 각자 고유의 패턴을 갖고 있다. 단순히 투사체를 발사하는 일반 몬스터부터 일정 범위에 기절이나 해킹을 거는 특수 몬스터도 존재한다. 투사체의 종류도 콩알탄부터 길쭉한 형태까지 꽤 다양한 편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적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종류도 섞이다 보니 꽤 정신없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는데 적들이 숨 막힐 정도로 무분별하게 공격하기보단 각자 패턴을 갖고 공격하니 대응하는 입장에서 익숙해진다면 나름 할만해진다.
특히, 투사체가 너무 빠르거나 아니면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쏟아질 정도는 아니었고 맵 자체가 넓다 보니 이래저래 도망 다니면서 싸울 수 있었다.
다만, 초장거리에서 저격만 하는 플레이는 게임의 레벨 디자인과 무관하게 난이도를 하락시키는 주범이 될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함인지 특정 맵에서는 아예 좁은 구역에 넣고 쉽게 도망칠 수 없도록 문이 닫힌다.
이러한 이벤트가 불합리하게 느끼진 않았는데 앞서 언급했듯 적들의 패턴이 일정하다는 점 그리고 좌우로 적절하게 움직이기만 해도 투사체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기 그리고 빌드만 잘 갖춰진다면 무쌍을 찍는 것도 가능하고 말이다. 전체적으로 쏘는 맛 그리고 피하는 맛의 밸런스를 잘 갖췄다고 생각한다.
지루할 틈이 없는 로그라이트 설계
슈팅의 재미가 충분하다고 해도 수십 시간을 반복해서 즐기다 보면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로보퀘스트의 장르는 로그라이트라서 기본적으로 반복 플레이를 깔고 간다.
로그라이트 장르의 핵심은 랜덤에 있다. 반복해서 플레이해도 내부적이든 외부적이든 계속해서 변화를 줘서 매번 다른 플레이를 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해 줘야 한다. 그래야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도 반복적인 느낌보단 무언가 새로움을 기대하면서 게임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로보퀘스트는 이 부분에서도 장르의 이해도가 높은 설계를 보여줬다. 단순히 장비와 몬스터를 많이 만들어 변수를 창출하는 것을 넘어서 반복적인 게임 플레이에 목표를 부여했다.
대표적으로 맵 탐험 방식이다. 게임 내에는 16개의 월드가 존재한다. 시작과 끝은 같지만, 종점을 향해 가는 과정에 차이가 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그 과정을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모든 것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다.
메트로배니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탐험 방식을 도입한 것인데 처음에는 갈 수 없는 맵이지만 이후 진행 과정에서 특정 아이템을 얻으면 해당 맵이 해금된다. 예를 들어 첫 맵에서 광산으로 가기 위해선 키 카드가 필요하다. 이는 게임의 후반부 맵 숨겨진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해당 키 카드를 얻으면 이후 다음 플레이에서 광산에 갈 수 있다.
또한, 종점까지 가는 과정은 항상 동일한 분량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 어떤 맵은 중간을 극단적으로 줄여 곧바로 후반부로 향할 수 있게 해주고 어떤 맵은 차례대로 격파하면서 천천히 이동하게 된다. 즉, 캐릭터의 빌드를 구축하는 것처럼 맵 또한 원하는 방식대로 구축할 수 있다. 생각보다 맵에 숨겨진 것도 꽤 많은 편이라 구석구석 탐험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 외에도 5개의 세분화 된 클래스, 100여 개가 넘는 퍽, 영구적인 강화 시스템 등이 존재하니 적어도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콘텐츠 때문에 아쉬운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수많은 게이머가 살아가는 스팀 생태계에서 압도적인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평가를 한 사람들의 수가 7천 명을 넘어간다면 더더욱 어렵다. 직접 플레이해 보고 분석한 로보퀘스트는 충분히 이러한 평가를 받을 정도로 게임의 재미 그리고 완성도 측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게임을 하면서 모든 게 완벽하게 느껴진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 게임만의 차별화된 시스템 혹은 신선한 도전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빌드를 좀 더 세분화할 수 있게 만들어 주거나 혹은 액션에 다채로움을 더해줬다면 어땠을까 싶다.
가령, 플레이어 캐릭터는 로봇이지만 사실 인간과 크게 다를 바 없는데 부스터를 써서 더욱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거나 신체의 파츠 일부를 바꿔가면서 진짜 로봇처럼 싸웠다면 기본기만 갖춘 1인칭 슈팅 게임과 차별화되는 특징이 됐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정신없이 총 쏘면서 빠른 템포의 슈팅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로보퀘스트를 한 번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수많은 무기와 몬스터, 맵 등이 플레이어를 반겨줄 것이다. 3년간의 앞서 해보기 동안 축적된 콘텐츠와 함께한다면 올해가 끝나기 전까지는 심심할 일이 없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