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요버스의 신작, '젠레스 존 제로'가 3차 테스트에 돌입했습니다. 이번에는 PC, 모바일은 물론이고 25일부터는 PS5까지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그간 호요버스의 행보, 여기에 테스트 플랫폼까지 보면 이제 본격적으로 출시를 준비하는 단계가 아닐까 싶은 상황인 셈이죠.
'젠레스 존 제로'는 지난 두 차례의 테스트에서 브라운관 TV의 감성과 근현대적인 스타일을 때론 펑크하고 힙하게 담아낸 독특한 디자인과 각종 기믹, 빠른 페이즈의 액션까지 단면을 다듬어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2차 테스트 종료 후 5개월 만에 다시 선보인 '젠레스 존 제로'는 그간의 호요버스 작품들과 비슷하면서도, 좀 더 라이트하고 빠르게 덜어내는 과정들이 엿보였습니다.
불필요한 퍼즐과 서브 퀘스트 동선은 줄이고 필수 과정도 빠르게
이전에 '젠레스 존 제로'를 설명할 때 '로그라이트', '던전크롤러'라는 단어가 종종 언급되곤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젠레스 존 제로 세계관에 닥쳐온 재난이자 유저가 주로 탐색하게 될 '공동'이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괴이한 공간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이죠. 따라서 그 공간을 탐사할 때는 외부에서 공동을 관측, 돌발 상황을 예측하고 길을 안내해줄 '로프꾼'이라는 존재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이 게임에서 유저의 분신인 와이즈/벨 남매의 역할이고, 그 공동을 탐사하면서 전투를 벌이는 레이더들이 유저가 조작하는 캐릭터인 셈이죠.
즉 다소 고유명사가 있긴 하지만 게임플레이와 시스템으로 그게 무엇인지 설득력을 부여하는 것이 '젠레스 존 제로'의 방식이었습니다.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에테리얼이라는 몬스터가 출몰한다거나, 침식으로 인해서 뭔가 기괴한 기믹들이 생긴다거나, 한 발 더 나아가 그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랜덤하게 디버프가 쌓이는 등 '공동'이라는 단어는 친숙하지 않아도 무작위적 요소를 더해 위험성은 바로 와닿게 한 것이죠.
이외에도 6단지 비디오 가게 '랜덤플레이'의 점장으로서의 일상과 로프꾼으로서의 의뢰 처리 등 일상과 비일상을 오가며 오픈월드는 아니더라도 뉴 에리두라는 배경을 그려내고자 한 시도들이 엿보였습니다. 여기에 '붕괴3rd' 시절부터 이어온 호요버스의 액션이 더해졌으니, 짜임새 있고 무드 있는 세계관과 엮이면서 '젠레스 존 제로'의 초반은 전작들 못지 않은 폭발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테스트를 돌이켜보면 오픈월드를 탐사하던 호요버스의 전작만큼이나 콘텐츠 해금 시기가 느린 편이었습니다. 물론 공동을 탐사하는 콘텐츠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인카운터 전투 상황을 빼면 브라운관을 타고 가는 형태로 전개되다 보니 캐릭터와 함께 탐사한다는 이미지가 좀 옅죠. 그래서 처음엔 신기하다가 그게 계속 장기화되면 몰입감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 템포를 끌어올리기 위해 호요버스는 전작에 없던 스토리 스킵도 지원하는 건 물론, 초반 퀘스트의 밀도를 이전 대비 상당히 낮췄습니다. 이전에는 메인 스토리 외에도 주인공이 사는 6단지, 그리고 뉴 에리두라는 도시를 일상과 비일상의 두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조명하고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퀘스트와 서브 공동을 탐사하는 퀘스트가 여럿 있었죠. 게다가 그 사이드 퀘스트를 클리어하러 들어가지 않으면 카페 등 편의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고, 그 퀘스트를 수행 가능한 일과 시간이 따로 있어서 동선이 의도치 않게 꼬이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한 번 가지치기한 뒤, 몇몇 의뢰들은 공동을 일일이 브라운관 화면으로 탐색하는 대신 전투만 계속 이어지게 하는 '전투 의뢰'라는 형태로 바꿨습니다. 그래서 탐색에 걸리는 시간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젠레스 존 제로의 속도감 있는 액션을 좀 더 강조하면서 스토리 전개가 빠르게 이어지게끔 했죠.
또한 브라운관 모니터들의 미로를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눈길을 끌었던 기믹도 조절한 모습이 눈에 띕니다. 사실 초창기를 떠올리면, 전투 때의 풀 3D 화면으로 구현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힐 기발한 퍼즐이나 기믹도 현대 미술처럼 풀어낸 게 상당히 신기하긴 합니다. 그렇지만 한 번 엔딩까지 클리어하면 끝이 아닌, 라이브 서비스 게임으로 생각하면 그 퍼즐을 계속 푸는 것이 호불호도 갈리고 피로도도 높은 건 사실이었죠. 특히 악명이 높았던 '오렌지 네트워크' 퍼즐은 일단 한 번 틀린 뒤 힌트를 얻어서 클리어하는 게 국룰일 정도였습니다. 그걸 아예 싹 다 제거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하나만 확실하게 봐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는 낮췄습니다. 그리고 맵을 이리저리 뒤져봐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꽁꽁 숨겨놨던 관측 데이터도 초반에는 어지간하면 바로 보이게 하고 해금 조건도 완화해서 공동에 다시 돌아오는 일을 최대한 줄였죠.
더 명확해진 역할 분담과 시너지, 그러면서 빨라진 태그 액션 템포
그렇게 템포가 빨라진 만큼, 소위 '루틴'으로 진입하는 속도도 상당히 빨라졌습니다. 여타 수집형 RPG가 그렇듯, '젠레스 존 제로' 또한 행동력을 소모해 던전을 돌고 일퀘를 진행하면서 캐릭터를 키우는 루틴이 핵심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재료 던전의 편의성은 이미 지난 테스트에서 거의 완성이 된 터라, 이번에도 크게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이전보다 각종 던전의 분류가 세밀하게 되어있다는 점과 몹의 구성이 다소 바뀐 것을 빼면 자신이 원하는 종류의 재료 슬롯을 넣어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그 특징은 동일하니까요.
그보다는 게임플레이의 틀이 더 확고하게 잡히면서 플레이 템포와 캐릭터 육성의 방향성이 바뀐 것이 이번 테스트의 또다른 특징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부분에서는 '붕괴: 스타레일'과 조금 유사해졌습니다. 붕괴: 스타레일에서는 수렵, 파멸, 지식, 공허, 보존, 화합 등 캐릭터의 특색에 따라 역할군을 나누고 각 역할군용 광추만 장비할 수 있는데, 그걸 젠레스 존 제로식으로 도입했기 때문이죠. 딜러 역할인 '강공'과 그로기 게이지 쌓는 것에 특화된 '격파', 그 외에도 이상, 방어, 지원 등 총 다섯 개의 역할군으로 분류하는 한편, W-엔진을 광추처럼 착용 제한을 뒀습니다. 그리고 W-엔진도 각각 역할군의 특성에 맞게 조정했고요.
언뜻 보면 턴제 RPG인 '붕괴: 스타레일'의 요소가 '젠레스 존 제로'에 더해진 것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젠레스 존 제로'는 컨트롤해서 쉴 새 없이 액션으로 몰아붙이는 게 기본이었기 때문입니다.
통상 모바일을 포함한 액션 RPG하면 일반 공격과 스킬 2개, 궁극기 혹은 일반 공격과 특수 공격의 조합으로 바리에이션을 넓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젠레스 존 제로는 일반 공격, 특수 공격, 궁극기로 구성되어있고, 나머지는 태그 그리고 회피 상황에서 이어지는 특수기와 그로기 상태에서 이어지는 콤보가 핵심이죠. 즉 어느 한 캐릭터의 액션을 극대화하는 것보다는 계속 캐릭터를 바꿔가면서 빠르게 콤보를 이어가고 그걸로 사이클을 만드는 것이 '젠레스 존 제로'의 액션입니다.
그렇게 빠른 액션도 좋긴 하지만, 맹점도 분명 있었습니다. 우선 이전 테스트에서는 '그로기'나 '빙결', '침식 상태를 빼면 대부분의 상태 이상이 크게 체감이 안 되는 구성이었거든요. 그렇게 체감이 안 가는 이유는 회피나 태그의 무적 시간이 굉장히 짧아서 버튼 누르기를 멈추면 안 됐기 때문이었죠.
어쨌거나 뭐라도 누르면 이리저리 화려하게 나가서 결국 때려잡을 수 있으니, 빠르고 강렬한 액션이 바로바로 체감은 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지난 테스트에서는 어느 정도 성장과 조합이 필요한 구간에 와서 그 한계가 느껴졌었죠. 차곡차곡 게이지를 쌓아서 딜 타이밍을 캐치한 뒤 극딜하는 사이클이 요구되는데, 원체 속도가 빠르기도 하고 속성 외에 각 캐릭터의 역할군과 특성이 크게 드러나지 않아서 그걸 연계하는 빌드업을 학습하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테스트에서는 역할군을 정하면서 게임플레이의 템포도 약간 조율을 거쳤습니다. 저스트 회피의 무적 시간은 여전히 짧지만 태그로 대응할 때는 원거리 캐릭터도 패링은 아니더라도 무적 시간을 늘리면서 콤보 설계를 능동적으로 할 수 있게끔 한 것이죠
이전에는 쉴 틈 없이 적의 공격을 피하고 태그하며 대응해왔던 만큼, 그때와 비교하면 템포는 일순 느린 느낌이 들긴 합니다. 그렇지만 그 약간 늘어난 시간 동안 연계 공격을 쌓아서 딜 사이클을 앞당기는 만큼, 전체적인 플레이 타임은 오히려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죠. 이전에는 막무가내로 일단 잡히는 대로 교체하다 보니 비효율적이었지만, 이제는 격파 유형인 엔비로 그로기 게이지를 쌓고 그레이스로 교체해서 감전 상태 이상 - 타 속성 딜러로 교체해서 또다른 상태 이상과 함께 태그해서 엔비로 그로기 - 그레이스 교체기로 감전 상태 이상 - 타 속성 딜러 교체로 상태 이상 반응으로 추가 대미지 이런 식의 효율적인 극딜 콤보 설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뭔가 좀 느려졌다는 아쉬움을 느끼는 유저를 위해 적이 좀 더 적극적으로 덤벼드는 '도전 모드'라는 옵션도 생겼습니다. 이렇듯 유저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맞춰서 완급 조절하면서 그 속도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바뀐 것이 이번 테스트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겠죠.
호요버스의 DNA를 다듬는 '젠레스 존 제로', 어떻게 빌드업을 이어갈지가 관건
이번에 처음으로 테스트한 PS5 버전은 그간 라이브 게임 두 개의 PS5 버전을 내놨던 호요버스답게 준수한 느낌이었습니다. 듀얼센스의 기능을 100% 활용한 건 아니지만 진동이 세밀해서 손맛도 잘 살렸고, 프레임드랍 없이 젠레스 존 제로 특유의 고속 전투가 쭉 이어졌으니까요. 다만 공동 진입이나 스토리 중 전투와 컷신이 바뀔 때 가끔씩 로딩이 길어지는 등 아직 최적화가 덜 된 모습들이 조금은 보였죠.
이외에도 여러 요소들이 빌드업됐지만, 나머지에 대한 설명을 요약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다수가 그간 호요버스가 '원신'과 '붕괴: 스타레일'을 거쳐서 선보인 요소들이 '젠레스 존 제로'에 맞춰 변주된 형태였기 때문이죠. 최소 3차례의 CBT를 거치는 점이나 상점, 일일 퀘스트, 주간 퀘스트, 시즌패스 등을 살펴보면 그런 흐름이 일목요연합니다. 시뮬레이션 우주를 닮은 '제로 공동'은 물론이고 새로 등장한 시유 방어전도 연월나선류와 비슷하게 특정 버프와 조건을 달고 제한 시간 내로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형태로 갔거든요.
'젠레스 존 제로'는 원신 이전 붕괴3rd부터 다져온 액션을 단순하면서도 세련되게, 그리고 더 빠르게 담아내면서 그 맛을 극대화한 타이틀인 건 확실합니다. 여기에 호요버스 특유의 퀄리티 있는 캐릭터 그래픽에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현대적인 분위기의 디자인과 색다른 아트, 그리고 던전크롤러와 액션에 로그라이트 콘텐츠까지 더하면서 그 맛을 더했죠.
자신의 특기에 새로운 맛을 더하면서 확실히 눈길을 끄는 것에 성공했지만, 지난 테스트에서 그 설계의 맹점이 한 차례 드러난 상황이긴 합니다. 오픈월드가 아님에도 탐사에 주력한 나머지 템포가 느려졌다거나, 빠른 속도감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캐릭터의 효율적인 딜사이클을 만들기 위한 리듬이 깨지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죠.
이 부분을 다듬는 한편, 호요버스가 그간 굳건히 이어온 BM 설계나 이벤트 방식은 큰 틀에서 바뀌지 않은 상황이라 조금 불안한 감도 있습니다. 특히 '젠레스 존 제로'는 마스코트이자 탐사에 도움을 주는 '방부'도 뽑기에 섞여서 나오는 등 변수가 있었기 때문이죠. 원래 장비, 캐릭터가 섞여서 나오고 매 업데이트마다 전후반기로 나눠서 픽업 캐릭터 뽑기/장비 뽑기를 선보였던 건 원신 시절부터 그랬던 거지만, 여기에 또 하나가 추가됐으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죠.
그나마 이번 테스트로 '방부'는 '방부' 뽑기에만 나오고 그 티켓도 분리하는 등 개선을 했지만, 출시 버전에서는 테스트 피드백을 받고 어떤 식으로 바뀔지 지켜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그간 호요버스가 해당 방식을 선보였던 '원신'이나 '붕괴: 스타레일'과 '젠레스 존 제로'는 상당히 다른 게임이기 때문이죠. 새로운 지역을 탐사하는 것이 아니라, 뉴 에리두 6단지에 거점을 두면서 일상과 비일상을 오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까요. 그 과정을 어떻게 풀지, 또 캐릭터 태그 액션으로 완성하는 '젠레스 존 제로'만의 특징을 예상되는 루틴 안에서 어떤 템포로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 확인할 필요도 있겠죠.
그래도 이번 테스트에서는 뉴 에리두 6단지 외에 다른 구역까지 확장하기 위한 사전 세팅들이 눈에 띄는 만큼, 호요버스도 이러한 문제를 알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그 방식이 이전의 방식에 기반한 온고지신일지, 아니면 젠레스 존 제로의 스킬은 극도로 단순화하면서 태그 시스템을 극대화해서 빠른 템포로 끌어올린 액션처럼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더할지, 출시 버전에서 그 선택을 지켜보는 것도 포인트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