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게임음악의 대명사, SoundTeMP 전 멤버 곽동일,장성운,박진배

인터뷰 | 이은별 기자 | 댓글: 29개 |
게임을 고르는 취향은 사람마다 각각 다를 것입니다. 그래픽, 게임 스케일, 게임 유저 수, 제작한 개발자 및 게임사의 명성, 심지어는 여성 캐릭터의 미모 여부까지 고려대상에 들어갑니다. 나열된 조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 이라는 점입니다. 스크린 샷이든, 집계된 통계 자료든 눈으로 확연히 볼 수 있죠. 눈에 보이는 것이 더 크고 화려하다면 일단 이목을 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볼 수 없는 사운드는요? 할 게임을 고를 때 그 음원을 미리 찾아 듣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아무래도 주목을 받기 힘듭니다. 점점 더 그래픽은 화려해지는 반면, 사운드는 게임 속에 있는 요소 정도만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 현실에 안타까워 한 기자는 지난 주 '귀로 듣는 게임의 아름다움, 추억의 온라인게임OST 12선'이라는 기획기사를 쓴 바 있습니다. '이런 음악도 있었구나' 라거나 '게임 음악도 참 중요한 콘텐츠구나' 라는 걸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이 기사에는 다른 의도가 있었습니다. 소개하기 앞서 먼저 그분들의 노래를 몇 곡 정도 소개할 목적이기도 했거든요. 과거 SoundTeMP라는 팀의 전 멤버로, 테일즈위버와 그라나도에스파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등 다양한 게임음악을 작곡해 '게임음악계의 르네상스' 를 이뤄냈던 주역들이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들입니다.




▲ 네, 바로 그분들입니다


과거 이 게임들을 플레이하며 게임음악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던 어린 날의 저도 어느덧 어엿한(?) 인벤의 기자가 되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음악을 만든 분들을 만나고 싶다'라는 어린 시절의 소망을 이룰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겁니다.


주저할 리 있나요. 당장 SoundTeMP를 검색해

곽동일(sevin)님의 S.F.A홈페이지에서 연락처를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당돌하다 싶을 정도로 갑작스레 요청한 인터뷰였음에도 흔쾌히 수락해주신 것도 모자라,

장성운(Nikacha)님과

박진배(ESTi)님과도 연락해주셔서 함께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세 분이 속했던 'SoundTeMP' 팀의 작품들을 간단하게라도 알고 갑시다!
▶ SoundTeMP 위키백과
▶ SoundTeMP 엔하위키 미러






▲ 게임음악의 대명사, SoundTeMP의 전 멤버 세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임음악계의 거장 세 분과의 인터뷰는 인벤 강남 사무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처음 세 분을 보았을 때 사실 좀 놀랐습니다. 왜 있잖아요, '음악가', '예술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오히려 사람 좋은 웃음을 머금고 '인터뷰를 많이 안해봐서...' 라며 수줍어하시던 모습은 참 생소했습니다.

팀 이름을 지을 당시만 해도 말 그대로 임시(TeMP)였던 팀이 이렇게 오래 회자될 줄 몰랐다며, 계면쩍어 하는 세 분. 이미 SoundTeMP와 자리에 있는 세 명의 작곡가들은 게임음악계의 대표명사로 자리 잡았지만, 구체적인 정보를 위해 각 분의 소개를 부탁했습니다.




곽동일 PD : 과거 SoundTeMP와 SFA에서 게임작곡 활동을 했던 Sevin, 곽동일입니다. 현재는 '그라나도에스파다'의 제작사인 imc게임즈의 음악사운드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장성운 PD : Nikacha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던 장성운입니다. '서풍의 광시곡' OST로 데뷔했으며, 이후 소프트맥스에 입사해 '마그나카르타', '테일즈위버' 등 게임OST 를 작곡했습니다. 현재는 '퀘스트로사운드' 라는 팀을 창설해 프리랜서로 활동 중입니다. '드래곤네스트' 와 '창세기전4' 의 OST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박진배 PD : ESTi라 더 많이들 기억하시겠네요. 안녕하세요, 박진배입니다. 1998년 장성운 PD와 함께한 '서풍의 광시곡' 작업을 시작으로, 소프트맥스에서 '테일즈위버'의 편곡과 작곡을 담당했습니다. 이후 엔씨소프트에서 '아이온' 타이틀을 작업했으며, 현재는 자유롭게 곡을 쓰고 싶다는 열망으로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곽동일 PD (Sevin)
터뷰를 요청했으면 인물에 대한 정보는 어느 정도 수집을 해야 하는 것은 예의. 인터뷰 승낙과 동시에 기자도 부랴부랴 온갖 포털을 검색하며 정보를 모았습니다. 찾다 보니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곽동일 PD는 섬유공학과, 장성운 PD는 전자공학과, 박진배 PD는 일본어과로 세 분의 전공이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었습니다. 게임음악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참 궁금해졌습니다.



곽동일 PD : 제가 이쪽으로 활동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저 처음에는 하이텔 동호회 '셈틀가락' 에서 활동하며 취미 삼아 했었거든요. 이 분야가 참 묘한 것이, 작곡 장비와 게임클라이언트는 항상 변화하다 보니 작곡할 때마다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더군요. 이게 꽤 힘든 만큼, 한고비 한고비 넘을 때마다 드는 성취감도 커요. 그것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장성운 PD : 파이널판타지와 드래곤퀘스트. 제가 게임을 주로 하던 그 당시 인기 있었던 타이틀입니다. 이들 게임 음악 들어보셨나요? 정말이지 너무너무 좋습니다. 이에 취미 삼아 조금씩 작곡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여기 계신 곽동일님은 우리 두 사람의 선배격이십니다. 항상 동호회에서 같이 어울리던 이 분이 어느새 게임음악쪽에 크게 자리 잡고 계시더라고요. 욕심이 생겨버렸죠.




박진배 PD : '게임' 하면 일본이니, 뭐 아예 관련이 없진 않네요(웃음). 저 사실 게임골수팬입니다. 일본 게임, 일본 문화가 좋아서 일본어로 전공을 잡은 거에요. 제가 처음 데뷔했을 때가 1998년으로, 그 당시 전 고등학생이었어요. 취미 겸 아르바이트 삼아 게임음악을 만들다가, 장성운님 말대로 같이 어울려 놀던 선배들이 성과를 내는 걸 보니 너무 부러워지더라고요. 나도 한 번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임음악을 작곡하는 것이 취미 삼아 할 수 있는 분야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커다란 장비로 가득 찬 방에서 눈 붙일 틈도 없이 바쁘게 작곡하는 모습만 상상하다가, '취미' 삼아 할 수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곽동일 PD의 말에 따르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랍니다.



곽동일 PD : 프로의식으로 파고들면 어려울 수 있겠지만, 뭐 입문은 그렇게 어려운 편이 아니에요. 많이 듣는 게 중요합니다. 동호회 활동을 하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의 작품도 들어볼 수 있었고, 그렇게 많이 듣다 보니 '이 분위기엔 이 멜로디!' 라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더군요.

그다음 단계가 작곡입니다. 새로 곡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음악에서 하나하나 멜로디를 따며 익혀야 합니다. 게임음악에서 쓰이는 악보는 보통 악보와 많이 달라요. 숫자 코드투성이라 처음에 흔히들 정신적 충격을 받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도 금방 익히니까 크게 어렵진 않습니다.






▲ 취미로 할 수 있을 정도라지만 도대체 이게 뭔지 모르겠다








▲장성운 PD (Nikacha)
문은 크게 어려운 편이 아니라지만 게임 하나에 포함된 맵이 몇 개인데… 게임을 충분히 플레이하고, 각각의 지역에 어울리는 멜로디도 생각해야 하고… 어떻게 게임음악을 만드는지 그 방법이 궁금해졌습니다. 예상은 또 깨졌습니다. 게임 스크린샷 단 몇 장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세 분의 공통된 대답이었습니다.



곽동일 PD : 예전엔 그야말로 자유스럽게 작업했습니다. 게임 개발사 쪽에서 별다른 요구 사항 없이 '그냥 알아서 만들어주세요' 라고만 했었거든요. 스샷 몇 장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음악에 필요한 분위기, 테마 정도만 알면 됩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어요. 개발 중인 클라이언트 통채로 주더군요. 적당히 알아서 플레이해 보고, 제작자와 기획자랑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작업을 진행합니다.




장성운 PD : 스샷 한 장으로 나올 수 있는 음악은 많습니다. 오히려 게임 세부적인 내용을 많이 알아봤자 작곡에는 독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상상력에 제한이 걸려버리면 안 됩니다. 창작이잖아요. 저 같은 경우, 게임 제작사들의 간섭이 있으면 오히려 작품이 안 나옵니다. 같이 일하는 분들도 그걸 아니까 규제를 잘 안 하십니다.




박진배 PD : 전 게임회사에 '뭘 원해요?' 라는 질문을 먼저 해요. 작곡가 입장과 게임 기획자 입장에서의 '좋은 음악'에 대한 견해는 좀 다르거든요. 게임 장르도 고려해야 하고요. 회사가 추진할 마케팅 전략에 맞춰 작곡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어떤 스타를 기용할 것인지, 어떤 광고가 이뤄질 것인지에 따라 필요한 음악이 다르기 때문이죠. 이런 것들을 굳이 고려할 필요가 없다면, 스샷 한두 장만으로도 충분하죠.




타를 이용한 마케팅 이야기가 나오자, 어떤 사람들과 작업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연이어 나왔습니다. 유명 성우들, 작곡가들, 가수들… 세 분 모두 다양한 사람들과 작업한 이력이 있습니다. 그 중 누가, 또는 어떤 곡이 가장 기억에 남았을까요?



곽동일 PD : '김바다' 라는 가수와 '로코온라인' 이라는 게임의 프로모션 음악 작업을 같이 했었습니다. 락 적인 요소도 강했고, 김바다씨도 락커였기 때문에 참 즐겁게 작업했는데 아쉽게도… 긴 말 안 하겠습니다. 최근 무협 게임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바 있는데, 중국친구였는데 노래를 정말 잘하더군요.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었고 주변 반응도 괜찮았는데 프로젝트가 보류됐습니다.




장성운 PD : '마그나카르타 진홍의 성흔' OST인 'Rain'이라는 곡이라고, 후에 가수 이수영 씨의 8집 앨범 수록곡 '보라비' 라는 노래로 어레인지됐던 곡입니다. 게임OST로 만들 당시는 서정적인 느낌을 담뿍 담은 음악이었는데 이수영 씨의 작사와 분위기가 안 맞았습니다… 가사의 주제가 연인의 배신이더라고요. 어떤 의미든 제일 기억에 남는 곡입니다.




박진배 PD :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 에서 아이유요! 농담입니다. 어쨌든 아이유와 작업했다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웃음) 양방언님과 작업한 아이온도 기억에 남아요. 그런데 이거 아세요? 게임광고에 가수가 참여하면 대부분 흥행이 잘 안됩니다. 징크스에요. 그런 선례가 있다 보니까 보통은 가수에 맞추지 않고 게임 자체에 초점을 둬서 작곡하는 편입니다.

▲ 가수 김바다와 함께 작업한 곽동일 PD의 '로코온라인' 프로모션 음악

▲ 장성운 PD가 뽑은 비운의 곡, '마그나카르타' 수록곡 'Rain'

▲ 아이유가 부른 박진배 PD의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 수록곡








▲박진배 PD (ESTi)
임이 잘 안 되거나, 혹은 아예 공개조차 되지 않으면 게임음악도 알려지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세 분 모두 프로젝트 보류, 흥행 실패 등 여러 이유로 음악이 묻힌 경우가 많았습니다. 힘들게 만든 음악이 빛을 보지 못할 때의 기분을 물으니 모두 이미 해탈한 듯 초연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곽동일 PD : 그런 경우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이젠 체념했죠. 음악을 대충 만들어도 성공할 때가 있고, 부던히 노력해서 탄생한 역작임에도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 게임 흥행 여부에 따라서도 다르고… 그래서 우리에게는 유저들의 판단이 가장 중요합니다. 게임을 한 번이라도 플레이해봤다면 음악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고, 그게 입소문으로 퍼지거든요.




박진배 PD : 산전수전 다 겪다 보니 작업 초반부터 단단히 각오하고 시작하게 됐어요. 일을 시작할 때 내 음악이 묻히게 될지 아닐지 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보고 미리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지금 개발하는 이 게임이 과연 공개가 될 수 있을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보게 됐어요. 공개만 된다면 소수라도 우리 음악이 유저들에게 각인될 테니까요.




장성운 PD :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굳이 게임이 아닌 가요나 클래식, 모든 분야에서 다 그렇잖습니까. 그나마 예전에는 게임의 주된 포맷이 패키지여서 게임이 망해도 음악은 보유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발매가 됐으니까요. 근데 지금의 온라인게임은 사라지면 끝입니다. 자료가 다 사라져요. 음악도 공중분해 돼버린단 말이 됩니다. 게임업체가 보유하고 있다 한들, 우리의 기록이 아니라 허무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직히 얘기하죠. 정보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엔 어린 저조차도 SoundTeMP를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했었는데, 생각 외로 자료 양이 굉장히 적었습니다. 그 당시 유명세라면 분명 여러 인터뷰나 기사에 노출되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아 굉장히 의아했다는 질문을 드렸습니다.

말하기 조심스러운 화제였을까요. 서글서글 웃던 세 분의 표정이 살짝 진지해졌습니다. 가장 큰 형님이자 선배인 곽동일 PD가 자못 엄격한 얼굴로 설명했습니다.




곽동일 PD : 워낙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언론을 피한 적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아예 회피하거나 그런 건 아닌데 이상하게도 우리 존재가 음악 뒤에 묻히게 되었더군요. 탓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만, 그 당시 환경이 그다지 좋진 않았습니다.

게임 개발사에서 사운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불과 10년 안팎입니다. 그 당시 게임음악은 개별적인 음원 등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시스템이었어요. 게임 속에 포함된 콘텐츠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어서 그런지, 작곡가 개인의 저작권을 확보하기 어렵더군요. 갑과 을의 관계다 보니 작업 과정에서도 게임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진 않았구요.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만 어느 정도 시장도 형성되었고 형편도 많이 좋아진 편입니다.




작권이라는 말을 듣자, 기자도 덩달아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작권이라는 것은 꽤 중대한 문제라는 걸 압니다. 흔히 보는 만화책의 한 컷, 가요의 한 소절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큰 문제로 번지는 사례는 종종 있으니까요. 그런데 정작, 게임음악계는 이런 기본적인 저작권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니… 그 이후에 이어진 장성운 PD의 '엉터리다' 라는 단호한 말을 듣다 보니 가슴 한편이 더 먹먹해졌습니다.



장성운 PD : 사실 2000년대 초반 정도까지는 그래도 꽤 우리 존재도 알려지긴 했습니다. 문제는 게임음악 그 자체를 알릴 기회가 없었다는 거에요. 게임음악 시장 자체가 죽어버려 덩달아 이 분야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기 때문입니다.

게임음악은, 그래요. 그래픽에 비해 투자효율이 크지 않다고 다들 생각합니다. 동의해요. 하지만 큰 이익이 남지 않는다고 게임 OST 판매나 저작권 협상 같은 문제에 그닥 적극적이지 않더라고요. 우리의 공식적인 활동 목록으로 포털에 등록하고 싶어도, 게임에 포함된 콘텐츠기에 게임사가 보통 그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어 어렵습니다. 게임 겁니다. 작곡가 개인 소유가 아니라.

이런 문제를 빨리 깨닫고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좋았을테지만, 그 당시 우리 모두 어렸기에 저작권이나 권리 문제를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조차 못 했습니다. 입지를 다지기 위해 이것저것 작업만 했을 뿐입니다. 우리가 좋은 선례를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때의 문제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걸 보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 포털에 등록된 인물정보. 작곡한 음악은 많지만, 저작권문제로 몇 곡밖에 등록할 수 없었다고…



실히 게임음악의 입지는 많이 작아졌습니다. 패키지에서 온라인으로 플랫폼이 변화한 이래, 게임의 질적인 면에서 커다란 축을 담당했던 게임음악은 이제 게임 시스템과는 상관없는 별도의 서비스일 뿐입니다. 그저 게임 배경을 좀 더 돋보이려 첨가한 조미료 정도랄까요. 이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조심스레 물어봤습니다.



장성운 PD : 패키지시장이 퇴보한 이후 점차 게임음악 자체가 사그라들고 있어요. 포맷의 차이, 게임 전체의 완성도 차이가 그 이유라 생각합니다.

아, 물론 게임의 완성도라 해서 좋고 나쁜 게임을 나누는 게 아닙니다. 패키지 게임 같은 경우, 패치도 없고 다운로드콘텐츠도 없었잖습니까. 게임의 모든 것을 전부 완성해서 내놔야 했죠. 게임이 하나의 작품이었던 시절이니까. 그러다 보니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모든 콘텐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가 '엔딩' OST였을 정도입니다.

요즘 온라인게임들은 엔딩도 없고, 업데이트를 계속 하니까 개발 초기부터 사운드를 크게 신경 쓰진 않습니다. 사운드가 좋지 않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별로 없구요. 결국 달라진 게임 형태, 그에 맞춰 변화한 플레이어들의 게임 방식을 배려해 멜로디를 스스로 절제하게 됐습니다.




분도 공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곽동일 PD는 이에 음악보다는 음향이 중시되는 추세라며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곽동일 PD : 지금의 추세는 아마 블리자드의 게임이 유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봅니다. 전략에 치중된 플레이를 해야 되니 느긋하게 음악 듣고 있을 시간이 어딨습니까. 음악보다는 타격음, 효과음과 같은 음향에 치중되는 건 당연합니다.

작곡가 입장에서는 안타깝지만, 다양한 음원을 만들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대로 가다가는 음향이나 음악 둘 중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도 있고 실제 그렇긴 합니다만, 이런 환경음이라도 저 나름대로 음악성을 추구하려 노력합니다.




미 삼아 동호회 활동으로 하던 '작업' 이 지금의 '직업' 이 됐다 보니, 미래의 후배 작곡가들에게 관심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 커뮤니티 활동 등으로 다른 이들과 접촉을 자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다들 머쓱한 표정이었습니다.



곽동일 PD : 소심하기도 하고… 내가 누굴 가르칠 입장은 아닌 것 같아 조용히 있습니다. 홈페이지 보셨잖아요. 그냥 소소하게 잡담 정도만 할 뿐, 작업 전반적인 내용을 이야기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어요. 혹여나 이쪽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이 있다면 적극 표현해주시길 바랍니다. 많이 도움 드릴 테니.




장성운 PD : 우리가 별로 이뤄놓은 게 없어서 가르칠만한 자격이 되는지 자문하게 됩니다. 게임음악에 대해 열정만 보여준다면 피드백 정도는 충분히 드리겠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후배를 위해 마련해 놓은 시스템이 없어요. 미안할 뿐이죠.




박진배 PD : 커뮤니티나 블로그를 통해 종종 '눈팅' 하긴 합니다만, 직접 나선 적은 별로 없네요. 열정과 패기가 돋보이는 질문은 익명으로 대답해 주곤 해요. (한 때 모 커뮤니티 회원들과 만들었던 '빠삐놈 디스코 리믹스' 에 대해 묻자) 에이, 그건 그냥 반 장난이었구요(웃음)




▲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미래의 게임음악가 분들! 지켜보고 계신다니 힘냅시다



제 꿈을 위해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세 사람. 평소 작업하고 싶던 게임 장르나, 앞으로 추구하는 음악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곽동일 PD : 전 락을 좋아해요. 그래서 락에 기반을 둔 크로스오버 음악 요청 건이라면 두말할 것 없이 무조건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MMORPG게임은 사실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한 번 일을 맡으면 끝을 봐야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성격에 잘 안 맞다고 할까요. 대신 스포츠게임은 정말 좋아합니다. 스포츠게임 의뢰면 아마 보수도 안 따지고 바로 할 것 같군요.




장성운 PD : 저에게 있어 종합예술선물세트 같은 게임이라면 단연 '파이널판타지' 입니다. 이런 게임의 음악을 작업할 수 있다면 참 기쁠 겁니다. 음악 장르는 크게 구애받지 않습니다. 게임음악이라는 것은 보통 여러 장르를 다 소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음, 편안하고 동화적인 이미지의 게임 OST를 작업하는 게 소소한 제 바람입니다.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의 OST가 잘 어울리는 그런 게임을요.




박진배 PD : 그 시기에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는 게임을 작업하고 싶어요. 타이틀을 가리지 않고 그냥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게임요. 전 대중적인 걸 좋아하거든요. 제 음악도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고, 모두 같이 제 작품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된 만남이었고, 그 무엇보다도 평소 만나고 싶던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참 즐거웠습니다. 게임음악을 하고자 하는 미래의 후배들에게 세 분이 조언하고자 하는 바를 인터뷰의 마지막으로 정리했습니다.



곽동일 PD : 두 가지를 말하겠습니다. 남들 앞에서 기죽지 않고 연주할 수 있는지, 게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이 두 조건이 충족된다면 시도해 보십시오.

게임음악은 내가 하고 싶은 장르, 악기만 골라서 할 수 없습니다. 자기가 할 수 없는 음악, 싫어하는 음악을 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두려운 건지 잘 모르실 겁니다. 그 고비를 넘을 수 있는 근성이 중요합니다. 또 컴퓨터를 사용해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숫자를 갖고 노는 작업 방식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음악에 대한 환상보다는 기술, 수치에 대한 부분도 확실히 공부해야 해요.

미래를 대비해 공부하면서 일단 취미 생활로 음악을 즐기는 걸 추천합니다. 저 역시 음악활동을 하다 대기업에 입사한 경험이 있습니다. 제게도 음악이 힘든 것이 되더군요. 그러니까 음악만이 내 전부라며 이쪽으로 집중하진 마세요. 꾸준히 조금씩 하다 보면 성과가 보일 것이고, 기회가 올 것입니다. 막연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날 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또 나 자신이 원하는 바로 그 모습이 되어 있을 겁니다.




장성운 PD : 우리 세대의 게임작곡가 중, 음악을 전공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게임음악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시절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환경이 많이 달라졌어요. 주변에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대학에는 실용음악과도 생겼고, 그 안에 가요, 음악, 드라마, BGM 전반에 걸친 커리큘럼도 있으니 굳이 음악을 하고 싶다면 전공을 하세요.

워너비(Wanna Be)가 있고, 워너두(Wanna Do)가 있습니다. 워너두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거기에 초점을 맞추세요. 무슨 사람이 될지는 그 후의 문제입니다.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면,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 준비하십시오.




박진배 PD : 우리 때는 패키지 게임으로 시작했어요. 근데 지금은 하나의 게임 프로젝트도 기업화되어 있습니다. 다 회사에서 만들잖아요. 그래서 회사의 분위기를 익히는 것도 참 중요해요. 회사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잘 알기 위해 취직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혼자서 아무리 작곡을 많이 한들, 작곡 내공만 쌓이지 게임 트렌드에 맞춰 작품을 내는 능력은 뒤떨어져요. 굳이 관련 업계 사람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게이머들은 참 많잖아요. 사람 간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인간관계를 잘 쌓고, 계속 음악 연구를 하다 보면 언젠가 꼭 성공은 찾아올 겁니다.



▲ 앞으로도 계속 이 분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길 희망합니다





For Contact 곽동일 PD - Sound. F. A http://soundfa.com


For Contact 장성운 PD - 퀘스트로사운드 http://questrosound.com (오픈 예정)


For Contact 박진배 PD - Studiosis http://studosis.com/esti Twitter @esti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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