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 방문기라고는 하지만 무슨 길드의 인터뷰 같은 게 아니랍니다. 제가 길드라는 곳을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저번에 만난 누노고메즈님이 모험가 길드를 하나 소개시켜주셔서 처음 길드란 곳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처음은 우선 가입신청을 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승인이 되었습니다.
“자 이제 우리끼리 말 하고 싶을 땐 여기 새로 생긴 채널이 있죠? 여기로 맞춘 다음 말하시면 우리 길드 사람들만 들을 수 있답니다. 오직 길드사람들만 들을 수 있을 뿐 옆에 있는 사람도 못 들으니까 맘에 안 드는 옆 사람 욕할 때도 잘 쓰세요. ㅎㅎ”
[ 길드 채팅 선택창. 길드에 들어야 활성화 됨 ]
“아 Company가 길드였구나…….”
.......난 영국인이 아니었나;;
길드 사무소라는 곳에 처음 가봤어요. 와 홍차 포트도 있어요. 그것도 엄청나게 큰 걸로! 근데 왠지 먼지가 껴 보이는 것은 제 눈의 착각인가요? 하지만 저렇게 여러개나 있으니까 한 두개쯤은 장식용으로 먼지가 낄 수도 있는 거겠죠.
“음료는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친절한 길드비서 아저씨가 음료를 권해서 전 당당히 말했죠.
“홍차요!! 차 주세요. 차~~!!! 앗쌤! 다즐링! 실론! 홍차요 홍차~~!!!”
[ 이것이 로망 ]
이래 뵈도 차를 좋아하는 문화소녀랍니다. 사실 술을 잘 못 먹는데 모든 주점에서 파는 건 우유랑 알콜음료 외엔 술뿐이라 힘들었어요. 그런데 저런 포트도 있으니! 당연히 차를 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비서아저씨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시며 말씀하시더군요.
“죄송합니다, 손님. 홍차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우유와 알콜음료 주류만 제공됩니다.”
“에에? 왜요?”
[ 저렇게 진열해놓고 대체 왜? ]
항의를 했죠. 전 분명히 집에서는 차를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고요. 이제야 밝히지만 집이 어느 정도 잘 사는 편입니다. 아버지께서 공적이 좀 있으셔서 세습귀족가문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상류계급들의 문화는 누릴 수 있었거든요. 그런 것을 제가 모험가가 되기로 작정하고 뛰쳐나왔을 때 모두 잃었죠.
오랜만에 예전의 추억을 생각하며 느긋하게 차 한 잔과 스콘 한두 개를 즐길까 했는데 당장 “홍차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라뇨! 너무하잖아요!!!
“홍차는 교역품으로만 취급되어서 이런 길드사무소와 같은 거친 항해자가 대부분인 이곳엔 판매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팔아도 적은 양에 비해 가격이 워낙 고가라 잘 팔리지도 않죠. 오직 귀족들의 살롱에서나 제공되는 특권이라고나 할까요?
대신 다른 분들이 올리신 홍차 교역품을 사셔서 개인적으로 우려 드신다면 다른 곳에 파는 것보다는 싸게 사실 수 있을 겁니다. 어차피 큰 차 가게들에서 브랜딩 하는 것도 우리 것을 사다가 가공하는 것뿐이니까요.”
먹기보다 돈이 우선인건가 이 동네는-_-; 그리고 교역품은 너무 많아서 저 혼자서는 반 년내에 다 먹을 수 없다고요. 그래도 모험가들의 길드라고 하기에 해줄 줄 알았는데. 뭐 어쩔 수 없지. 우유나 먹자~하면서 주문하려는데 누노님이 갑자기 큰소리로 외치셨습니다.
“아니 이런 무얼 하시는 겁니까!!!”
“예? 아니 저는 길드 사무소에 처음 왔으니까 이런 것도 한 번쯤 먹어야 할 것 같아서요.
“이런 곳에서 단체 공급하는 싸구려 음식은 드시지 마십시오! 제가 더 멋진 요리를 맛보여드리겠습니다!!!”
갑자기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시네요. 보기엔 그냥 수수한 나무상자인데? 어? 과자가 들어있네요? 게다가 엄청 많이있는걸 통째로 주세요.
“자 우선 애피타이저로 비스킷부터 들어보세요.”
애피타이저 치고는 용량이 좀 많은데요;;; 하지만 우선 먹어보죠.
“아. 맛있네요. 저기 혹시 홍차 한 잔 가능할까요?”
“그것은 좀…….;;(이익이 의외로 짭짤한 교역품이라...)대신 저 오래된 우유보다는 제가 좀 전에 짜둔 신선한 우유를 드세요. 그리고 여기 제가 요즘 낚시에 빠져서 좀 많이 만들어 둔 다랑어스테이크가 있습니다. 여기 우선 드시고 또 제가 싸드릴께요"
[ 다랑어스테이크 효과 ]
"예? 감사드립니다만 그래도 괜찮은지요?"
"뭐 많으니까 200개 정도 갖고 가세요. 그리고 여기 쿠스쿠스라고 이건 항해 하는 중간에 선원들 상태가 안 좋을 때 드세요. 그리고 여기 사이사이 케이크도 좀 드시고 아 과일도 드세요! 몸에 좋습니다! 그리고 여기 망고푸딩하고…….”
저…….저기요…….제 사이즈를 좀 보시고 말씀해주세요…….아무리 저라도 그런 용량은....;;;;
하아…….왠지 이상한 곳에 온 것 같아요; 좋은 분이신 건 분명해요. 제 배도 빵빵하고 제 배의 선원아저씨들도 술에 잔뜩 취해 주무시고 계세요. 분명히 잘 해주시는 좋은 분이지만 사실…….지금 가방이 너무 무거워요. 이 가방에 이렇게 많은 게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어요.
“온통 먹을 것뿐인데 이거 상하지 않을까요?”
“괜찮습니다. 제가 음식을 담아 드린 통은 보존 전용으로 신 개발된 통으로 다 드시기 전까지 절대 신선도를 유지한답니다!”
하지만 우선 공짜로 이 수많은 것들을 받은 것만 해도 어디겠어요 게다가 무척 밝고 흐뭇해하시는 것 같아서 얼굴만 봐도 기분이 나아진다고나 할까요. 물론 볼에 진 그늘은 아무리해도 없어질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