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신기간인 1주일이 지났을 때 이미 블랙드레이크 해적단은 많은 신형 대포를 장비하고있었다. 신형대포는 절구통모양으로 생긴데다가 사정거리가 캐논포의 몇배 가까이 나갔다. 이름은 벨리에포라고 지은 뒤 신형대포를 장착한 배가 앤트워프로 빠르게 나아갔다. 아르마다는 아직도 무력시위를 하며 앤트워프 앞바다에 떠있었다. 프리깃이 재빠르게 선체를 돌리더니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거리에서 포를 쏘아댔다. 적들은 크게 당황해 있었다.
"제기랄! 어떻게 된거냐! 포로 대응을 해라!"
아르마다 함장은 당황해 욕을 퍼부으며 명령을 내렸다. 포병들은 그 독촉에 마구 포를 쏘아보았지만 영국해적놈들의 배에는 닿지도 못하고 포탄은 바닷속으로 잠겼다. 아르마다 함장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듯했다.
콰쾅.
화력은 캐논포보다 덜해도 엄청난 사정거리 차이로 아르마다는 힘도 못쓰고 한 척씩 물에 잠겨갔다. 해적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핀네스를 내렸다. 핀네스를 타고 재빠르게 에스파냐 전열함 근처로 간 해적들은 밧줄을 위로 던진뒤 전열함위로 올라갔다. 처음에는 에스파냐 병사들이 막아내는 듯 했으나 곧이어 도착한 원군들 덕에 아르마다에 타있던 에스파냐 병사들은 꼼짝없이 몰살했다.
"드디어.. 드디어 아르마다가..."
멀리서 지켜보던 레르가스의 눈에는 눈물이 났다. 레르가스의 집안은 3대가 해적이었다. 레르가스의 할아버지부터 레르가스까지 3대가 해적질로 생계를 이었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죽은 이유는 바로 저 아르마다 기습작전때문이었다. 그만이 그토록 감동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많은 영국인들이 그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에스파냐를 북해에서 몰아낼 수 있게 되었기에, 오랜 숙원을 풀었기에.
네덜란드 역시 발빠르게 움직였다. 자기 나라 근해에서 벌어진 일이니 모를리가 없었다. 바다 여단은 퇴각하려는 적의 병력 수송선을 기습해 적의 사기를 완전히 저하시켰다. 에스파냐군이 육지로 침투하려고 했을 때 에스파냐의 세력을 가만두고 볼 수 없었던 프랑스가 이를 제지했다. 뿐만아니었다. 프랑스와 암묵적 동맹을 맺고있던 알제리 해적들이 지중해에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하이레딘이 창설한 알제리 해적은 레판토해전 이후 기세는 많이 꺾였지만 그래도 아직 무시 못할 세력이었다. 육지와 북해, 지중해의 삼면에서 공격을 받자 에스파냐는 급속도로 힘을 잃었다. 결국 거기에 30년 전쟁의 결과로 에스파냐가 패배하기까지해 에스파냐는 네덜란드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포로로 잡은 에스파냐 사관들 중 한 명의 얼굴이 드레이크의 눈에 띄었다. 자세히 보니 자신이 처음 블랙드레이크 해적단에 들어서 수행했던 에스파냐 수송선 기습 때 적의 호송함 함장이었던 자였다. 꽤나 높은 신분인 듯 계속해서 해적들에게 욕질을 하면서 풀려나면 가만 안두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드레이크가 다가가자 그 사관 역시 그를 알아본듯 비웃으며 말했다.
"천한 해적놈이로군. 날 잡은건 장하지만 미안하게도 난 곧 풀려날 몸이라 말이다."
"누구맘대로 풀려나신다지?"
"곧 알바공께서 너희 여왕과 협상에 들어가실 거다. 함장인 나는 당연히 풀려날 수 밖에 없지. 하하하하."
"웃는 소리가 좀 재수가 없군?"
"크큭. 그러면 어쩔텐가. 이 천하고 버러지같은 해적아."
"Last grinner is real winner, sucker."(마지막에 웃는자가 진정한 승자다, 쓰레기야. [이게 맞던가요? 무식해서 ㅡㅡ;])
드레이크는 칼을 뽑더니 곧바로 사관의 목을 그어버렸다.
"이 자는 전투중 사망."
선장의 말에 이의를 제기한 해적들은 아무도 없었다. 포로 현황을 정리하던 해적이 그 사관의 이름을 찾아 슥 지우더니 '오기(잘못 적음). 전투중 사망.'으로 고쳐버렸다.
며칠 후 포로 송환 때 드레이크는 알바공을 볼 수 있었다. 에스파냐의 권력의 한축을 잡고 좌지우지 한다는 알바공은 과연 위엄있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상당히 비열해보이기도 했다. 드레이크는 알바공에게 다가가더니 비웃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알바공의 표정은 펴질줄 몰랐다.
"귀하의 나라가 태양이 지지않던 시절은 갔습니다. 이제는 대영제국의 태양이 지지않을것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