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항사와 기관부 사관들이 방으로 돌아왔다.
선장이 자기 방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많이 낯설고 놀랐는지
3항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으레 짐작으로 선장의 시야 밖에 있었다라고 생각했을 녀석에게
불편한 자리를 만들기 싫어서 태연한 척 말해 주기로 했다.
"3항사, 실항사 한테 라면끓여 오라고 시켰는가베?"
"예...선장님, 실항사가 라면이 자신있다길래......"
"짜슥들, 이제 막 올라온 놈한테 무슨 라면이라, 내 오늘은 봐줄테니
오늘은 라면 묵고 맥주 한잔씩들 하고, 낼 부턴 항해부터 가르치그라."
"예, 선장님!"
기관부 녀석들까지 덩달아 합창을 했다.
실항사는 지레 겁을 먹었는지 옆에서 바짝 얼어있었다.
우리 배는 회사에서도 유명한 배다.
회사에서 가장 아끼는 Bulk Carrier이면서도 컨디션이 가장 좋으니 말이다.
이런 배의 My ship capt. 인 나는 항해에 여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비록 화물이 철광석이라는 싼 녀석이긴 하지만 나는 내 배가 가장 이쁘고
아름답다.
항해를 떠나면 배는 샤워를 한다. 더러워진 데크의 철광석 가루를 씻어내기
위해서인데 무엇보다 일손이 많이 들기 때문에 배에서는 최소한의 인원만
남긴 채 모든 사람들이 데크로 나가 Deck Washing을 시작한다.
아프리카행 항차를 시작하자마자 일손이 부족했던 우리 배에 실항사가 탄
다는 연락을 받은 것은 배가 한국에 닿기 일주일 전이었다. 실항사를 태운
적이 없는 배였는데 이번에는 새삼스레 태운다는 것이었다. 회사에
서는 선장과 사관들이 유능하다라는 말로 달래려 했지만 귀찮은 일이기때문에
조금은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결정된 일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마음은 내키지 않지만 겉으로는 조금 반기는 척을 해야지,
포항에 배가 접안하고 Accomodation Ladder를 내렸다. 분주하게 정리되는
선교속에서 데크로 올라오는 사내녀석들이 보였다. 분명 선원들과 실습생
놈들이겠거니 했다. Deck Office로 들어서자마자 큰 소리로
"안녕하십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를 외치는 실습항해사와 실습 기관사.
한숨이 절로 나오면서 한손으론 책상을 짚고 한 손으론 머리를 긁으면서
"확성기 삶아무긋나! 시끄럽다!"
라고 소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