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왕 에만틴 클로렌스
하얀절벽 서부의 새크라노토스는 지도상으론 메이루스와 카르가니스, 두 제국의 국경선이 가운데를 지나고 있지만, 실제로 어느 나라의 영토도 될 수 없는 땅이었다.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제3시대의 스노우 오크가 겨울숲으로 쫓겨들어가기 전 북쪽을 지배할때, 카르가니스의 땅은 아직 사막일 시절에 이곳은 대륙의 유일한 숲이었다. 당연히 제2시대에서 살아남은 모든 엘프들은 이 숲에 모였고 예전의 실수를 다시 저지르지 않기 위해 그들의 신 에스페레니오스의 힘을 빌어 이 숲을 인류와 단절시켰다. 제3시대 막바지에 용신(龍神) 메이루스에게 에스페레니오스가 패퇴하면서 결계도 파괴되고 엘프들도 뿔뿔히 흩어졌지만, 아직 그 여파는 이 숲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을 미로속에서 헤매게 만들었다. 하늘로 가는 길도 찾을수 있다던 은색고원의 순찰자들이 포기한 이후로 이 지역의 지도는 작성될 시도조차 없었고, 지금 우리는 마지막 은색고원의 순찰자 이후로 처음 이 땅을 밟고 있는 인간이었다.
"인간이라는게 이렇게 실망스러웠던 적은 처음이군."
고대 뱀파이어이면서 셀레스철 나이츠인 지크프리드가 투덜거렸고, 9대천사 카마엘의 맹약의 검의 소유자 에밀리오는 제1시대에 승천해서 천사의 지위를 받은 나야크를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염옥까지 다녀왔던 나는 그들을 보며 뭐라 할말이 없었고, 자신의 딸을 위해 오딘에게서 신창 궁그닐과 롱기누스를 받아낸 카나시탄은 자신도 인간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사실에 다행스러워했다. 그의 딸 릴리스는 자신의 이름의 다른 주인과 자신이 전혀 다른 존재라는것에 대해서 처음으로 아쉬워했으며, 그들에 비해 평범한 인간인 휘스와 아히엘은 펜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을 따라 모두 펜릴을 쳐다보았다. 인간이라고 불러주기엔 무색할 정도의 일행이었지만 정말로 인간이 아닌건 펜릴밖에 없었다.
"하지만 늑대에게 여우를 추적하라는것은 무리지."
이중에 가장 뛰어난 길잡이인 에밀리오는 고개를 흔들었고, 다른 일행들도 잠시나마 기대한 자신들이 한심했던지 다시 한심한 표정들을 지었다.
"이런 젠장. 여우는 무리지만 엘프는 찾을 수 있다고."
"엘프?"
그 순간, 숲이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런 느낌이 든다는 생각을 한 순간, 우습지만 다른곳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바뀐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뒤를 돌아봤을때 흔들의자가 하나 있었고 거기엔 엘프 한명이 앉아있었다.
흔들의자는 부자연 스럽게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불어온 바람이 나뭇잎들을 움직이며 소리냈고, 엘프의 머리칼도 휘날렸지만 흔들의자는 여전히 흔들리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엘프는 살짝 잠이 든것처럼 보였으나, 그순간 가만히 눈을 떴다. 그가 눈을 뜨자 흔들의자가 언제 그랬냐는듯 앞뒤로 삐그덕거렸지만, 우리는 여전히 적막에 휩싸여있었다. 엘프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눈을 반개한 상태로 묘한 미소를 지었고, 우리들은 누가 먼저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 했다. 단 한명을 제외하고.
"에만틴..."
갑자기 들린 목소리는 마치 짐승의 으르렁 거리는 소리와도 흡사했다. 놀라 돌아봤을때, 지크프리드는 두 송곳니를 모두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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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사실 2006년 그림입니다.
오늘 약간 손보고, 글은 방금 썼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