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소설/카툰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소설] The Dragon -15-

아이콘 이순심
댓글: 3 개
조회: 315
2007-08-18 09:04:42
“배를 좌 쪽으로 돌리고 그대로 항진하라!”

핀타 호가 해적함대의 중심부를 향해 나아감으로써 포위되어버리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있는대로 총포를 쏴대어라! 적들에게 틈을 보이지 말고 그대로 나아가라!”

다섯 척의 호위함들 역시 악전고투해가며 핀타 호를 따랐다.

전투의 형국은 난전에 난전을 거듭하였다. 벌써부터 아군의 다른 전함들은 해적들의 수뇌부들을 베어 그 목을 메인마스트에 효수한 모습이 보였다. 나로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졌다.

“보조돛까지 돛이란 돛은 다 펴라!”

부관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함장님, 전투시에 돛을 다 펴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장군께서도 잘 알고 계
시잖습니까?“

“어찌하였든 우리의 임무는 미르슈아의 목을 베는 것이다. 지원을 요청하는 신
호를 보내라! 이제 베네치안갤리스와 얼마 남지 않았다! 좌우현측에서는 계속 화승총을 쏴대어라!“

그 때, 한 갤리선이 핀타 호의 앞을 가로막았다. 미르슈아가 바로 코앞인데 갤리 한 척에 발목이 묶일 수는 없다.

“대포사격을 중지하고 우현을 앞으로 선회하라! 그리고 호위함 두 척은 저 갤
리를 상대하라!“

그런데, 대포를 발사하다 급격히 선회하는 바람에 요동이 일어 병사들 몇 명이 바다로 떨어졌다. 그 사이에, 베네치안갤리스가 도주하기 시작하였다.

“놓쳐서는 안된다! 있는 힘껏 쫓아라!”

그러는 사이에 결국 핀타호와 호위함들은 적들에게 몇겹으로 둘러싸여 포위되었다.

“젠장할! 베네치안갤리스에 도선하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백병전은 안
된다!“

“함장님! 화약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절망적으로 변하였다. 화약이 동나면 그 순간 모두의 목숨이 날아가게 될 것이다.

그 때, 핀타 호와 호위함들을 둘러싼 해적들의 포위가 뚫렸다. 그 포위망을 뚫은 것은 오프루트후작이 지휘하고 있는 엔리케 호를 선두로 한 우리 포르투칼 함대였다. 엔리케 호와의 거리가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가 되자, 오프루트 후작이 현측에 기대서서 나에게 외쳤다.

“지금 용병함대가 미르슈아의 퇴로를 차단하고 이 곳으로 몰고 있네. 우리가 엄호해줄테니 마음놓고 베네치안갤리스에 도선하게!“

“감사합니다, 각하!”

이어 나는 병사들을 독려하여 놈들의 기함을 뒤쫓도록 했다. 전투가 계속되자, 승세가 우리에게 점차 기울어져갔다.

“함장님, 보십시오! 베네치안 갤리스가 용병함대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과연 그러하였다. 그 광경은 영락없이 짐승이 몰이꾼에게 쫓기는 꼴이었다.

“우현을 앞으로 선회하고, 우현에 사슬탄을 장전하라.”

포병들이 일제히 사슬탄을 장전하였다. 해적의 기함 이물은 우리 전함의 우현과 마주보게 되었다.

“발포하라!”

일제히 발포된 대포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사슬탄들은 베네치안 갤리스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요동으로 인해 많은 선원들이 바다에 빠지고 속도가 급격하게 느려졌다.
이어서 우리는 적선에 도선하였다. 다수의 아군들이 중앙갑판의 적들과 혈전을 벌이는 동안, 나는 후아니타를 포함한 소수의 병사들을 이끌고 우회하여 고물쪽으로 갔다.
선장실 앞에서도 역시 적들의 저항은 매우 필사적이고 완강했다. 병사들이 그들을 상대하고 나는 선장실의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딘가에 밀실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여기저기를 두드려보았지만 밀실과 연결되어있는 통로 같은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와 눈짓으로 후아니타를 불렀다. 그녀가 선장실 안으로 들어온 뒤, 내가 말하였다.

“아무도 없어. 적장은 밀실에 있는게 분명해. 이 곳 어딘가에 통로가 있을텐데.”

내 말을 들은 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녀의 푸른 눈은 선장실 구석구석을 훑다가, 뒤를 돌아보고서 반짝였다.

“벽에 용이 새겨져있군요.”

내가 온 체중을 실어서 용이 새겨져 있는 벽을 힘껏 밀어보았지만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후아니타가 섬세하게 그 주변을 만지작거리다가 느슨한 부분을 찾아냈다. 그녀가 그 나무조각을 끄집어내자, 그 자리에 작은 구멍이 생겼다. 내가 그 구멍에 손을 넣으니, 차가운 금속성으로 된 막대가 잡혀졌다. 그것은 손잡이였다. 내가 그것을 누르자, 용이 새겨진 그 벽이 위로 올라가며 그 안에 숨겨진 좁은 계단이 드러났다.
나와 그녀는 서로를 껴안고 말하였다.

“무사히 돌아오세요.”

“걱정마. 그런데, 마데이라에 돌아가면 얘기해주겠다던 그 말 있잖아. 지금 들으면 안될까?”

그녀의 뺨에 홍조가 띄었다.

“꼭 지금 알아야 되겠어요?”

그녀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꼭 지금 알아야 되겠어.”

“좋아요. 사실은... 전 당신의 아이를 가졌어요. 그러니까, 전 임신했어요.”

그 뒤 내가 느꼈던 감정은 도저히 글로는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그 어떤 문장으로도 내 감정을 나타날 수 없었다. 서로 입맞춤을 나눈 뒤, 그녀가 말하였다.

“행운을 빌어요, 질.”

그 말을 마친 후아니타는 선장실을 나갔다. 나는 선장실 문을 잠시 응시하다가, 밀실로 이어지는 계단을 바라보았다. 나는 권총집에서 이미 장전되어있는 권총을 왼손으로 뽑아들고 안전장치를 풀었다. 그렇게 왼손에는 권총을,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 열네 계단을 내려가다 어두운 통로가 나타났다. 그 통로를 계속 걸어간 뒤, 나무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가니 거대한 밀실이 드러났다. 중앙에 테이블이 있었는데 그 앞에 검은 그림자의 사내가 서있었다. 바로 그 놈이다. 12년을 기다려온 순간이었다.
그는 왼 손에 촛불이 타고 있는 초를 움켜쥐고 있었다. 밝은 촛불에 그의 얼굴이 분명하게 보였다. 길고 검은 콧수염 아래의 진홍색 입에는 싸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는 내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독특한 억양으로 말하였다.

“이런, 여기에 들어올 놈이 새파란 녀석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는데.”

그리고 그는 촛불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검을 빼들었다. 내가 기합을 지르며 그에게 달려들어 칼을 내려치자, 그가 막아냈다. 그 뒤, 그 놈이 왼쪽 주먹으로 내 얼굴을 강타하였다.

“이런 망할!”

외마디 욕설을 내뿜은 나는 그 놈을 향해 권총을 발포했다. 총알은 오른쪽 손목에 맞았다. 그 바람에 그는 검을 놓쳤다. 그 때 대포가 베네치안 갤리스를 강타하여 미르슈아와 나를 쓰러뜨리게 했다. 그 때문에 나 역시 검을 놓쳐버렸다.
왼손의 권총이 들려있었지만, 다시 장전할 여유 따위가 없었다. 나는 미르슈아의 권총집에서 권총을 빼들어 안정장치를 풀고 그의 목에 겨눈 뒤, 방아쇠를 당겼다. 불발이었다.

“이런 염병할!”

그리고 미르슈아가 내 복부를 찼다. 그리고 이번엔 그가 나를 쓰러뜨렸다. 그는 광기에 찬 눈을 부릅뜨며 내 목을 졸랐다. 거의 의식이 끊어지려 하는 순간에 나도 모를 힘으로 그 놈의 머리에 대고 박치기를 하였다. 계속 박치기를 해대자 그가 나에게서 떨어져나가고 나는 내 장검을 움켜지고 휘둘러댔다. 검붉은 피를 내뿜으며 그의 왼쪽다리가 잘라졌다. 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이 버러지 같은 놈, 네 놈도 고통이 어떤 것인지 한 번 느껴봐라!”

나는 군화를 신은 내 발로 그 놈의 얼굴을 밟아댔다. 그는 얼굴을 사납게 일그러뜨리며 몸부림쳐댔다.

“이제, 네 손에 죽어간 이들의 한을 풀어줄 때가 되었다...”

“어차피 인간들은...서로에게 크든 작든 해악을 끼치지. 그들 역시 각자 나름대로의 죄가... 없을 거라고 생각되나?”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그 놈의 멱살을 잡고 내 칼로 그의 목을 베었다. 바닥에는 그의 더럽고 추한 피로 흥건하였다. 내가 그의 목을 왼손으로 드는 순간, 아군의 포탄이 밀실이 있는 부분을 강타하였다. 나는 그 반동에 의해 복도로 튕겨져 나갔다. 나는 정신을 잃었다. 다만 마지막으로 느껴졌던 것은, 내가 그 순간에도 그의 머리통에 달린 머리카락을 꽉 움켜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Lv0 이순심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