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살, 대학 3학년인 현우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습관이 있었다.
금요일 밤이면 그는 기숙사로 곧장 돌아가지 않았다.
친구들에게는 과제가 있다고 했고, 부모님에게 전화가 오면 도서관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우가 향하는 곳은 학교에서도, 번화가에서도 한참 떨어진 오래된 골목이었다.
낡은 간판들이 줄지어 있는 골목.
‘○○여인숙.’
‘숙박 가능.’
‘빈방 있음.’
요즘 젊은 사람들은 거의 찾지 않는 곳이었다.
처음 이 골목을 알게 된 건 우연이었다. 막차를 놓쳐 버스를 기다리다가 길을 잘못 들었을 때였다. 오래된 건물 사이로 희미한 붉은 불빛이 새어나왔고, 반쯤 열린 여인숙 문 안에서는 오래된 TV 소리와 사람들의 낮은 말소리가 들렸다.
그날 이후 이상하게 그 풍경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현우는 연애 경험이 거의 없었다.
학교에서는 평범했다. 강의를 듣고, 친구들과 밥을 먹고, 시험 기간이면 밤새 공부했다. 여자 동기들과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했지만 누군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면 억눌러 두었던 호기심과 욕구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인터넷을 뒤지기도 했고, 익명 커뮤니티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화면 속의 무언가보다 실제로 낯선 장소를 찾아다니는 일이 더 강한 자극이 되기 시작했다.
그날 밤도 마찬가지였다.
밤 11시 40분.
현우는 골목 입구에서 한동안 서 있었다.
‘오늘은 그냥 돌아가자.’
속으로 몇 번이나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발은 골목 안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첫 번째 여인숙 앞을 지나쳤다.
문 앞에는 슬리퍼 몇 켤레가 놓여 있었고, 카운터에서는 백발의 노인이 TV를 보고 있었다.
두 번째 건물은 불이 꺼져 있었다.
그리고 골목 가장 깊숙한 곳.
현우가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작은 여인숙이 있었다.
빛바랜 파란 간판에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대성장.’
현우는 입구 앞에서 멈췄다.
유리문 안쪽에 작은 안내문 하나가 붙어 있었다.
‘빈방 있습니다.’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무엇을 기대하는지도 사실 명확하지 않았다.
누군가와 만나고 싶은 건지, 단순히 금지된 장소에 들어가 보고 싶은 건지, 아니면 자신의 욕망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건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현우는 유리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바라봤다.
후드티에 청바지.
어깨에는 대학 로고가 박힌 가방까지 메고 있었다.
너무 평범한 대학생 모습이었다.
그 모습과 자신이 서 있는 장소가 이상할 정도로 어울리지 않았다.
그때였다.
끼익—
안쪽에서 문이 열렸다.
오십대쯤 되어 보이는 여주인이 현우를 바라봤다.
“방 찾는 거예요?”
현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 네.”
“혼자?”
“…네.”
여자는 현우를 잠시 살펴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하룻밤?”
그 한마디에 현우는 다시 망설였다.
지금 돌아가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기숙사로 돌아가 씻고 잠들면 된다.
하지만 그는 결국 지갑을 꺼냈다.
여주인은 열쇠 하나를 건넸다.
“203호.”
좁은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현우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1층 문이 닫히며 골목의 불빛이 사라졌다.
203호.
현우는 열쇠를 꽂았다.
철컥.
방 안에는 작은 침대와 오래된 화장대, 낡은 TV 한 대가 전부였다.
현우는 침대 끝에 앉아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체 여기까지 왜 온 거지?’
욕망을 해소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현우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해소가 아니었다.
낯선 장소.
누구도 자신을 모르는 공간.
평소의 자신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해도 될 것 같은 느낌.
그것 자체에 중독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또각.
또각.
현우는 무심코 문 쪽을 바라봤다.
발소리는 203호 앞에서 잠시 멈췄다.
그리고—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현우의 얼굴이 굳었다.
자신은 누구에게도 방 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었다.
똑똑.
현우는 잠시 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세요?”
“나요. 주인.”
아까 1층에서 열쇠를 건넸던 여자였다.
현우가 문을 열자 그녀는 수건 두 장과 작은 생수병을 들고 서 있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아까보다 나이가 더 분명하게 느껴졌다. 눈가에는 잔주름이 있었고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흰머리가 섞여 있었다.
“수건을 하나밖에 안 넣어놨더라고.”
“아… 감사합니다.”
현우가 받아 들려고 하자 그녀는 방 안을 슬쩍 바라봤다.
“학생이죠?”
현우는 순간 움찔했다.
“티 나요?”
“그 가방 메고 오는데 어떻게 모르겠어.”
그녀가 웃었다.
현우도 어색하게 따라 웃었다.
“스물셋이에요.”
“어리네.”
“사장님은요?”
그녀는 잠시 현우를 바라봤다.
“쉰여섯.”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현우는 그 사실을 듣는 순간 더욱 긴장했다.
자기 어머니 또래에 가까운 여자와 이렇게 좁은 방 앞에서 단둘이 이야기하고 있다는 상황 자체가 현실감 없이 느껴졌다.
여자가 말했다.
“근데 학생은 왜 이런 데 혼자 왔어?”
현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냥….”
“그냥?”
현우가 눈을 피했다.
여자는 그의 표정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다.
“여자 만나러 온 것도 아닌 것 같고.”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다.
현우의 귀가 붉어졌다.
그 모습을 본 여자가 말했다.
“얼굴에 다 써 있네.”
그녀가 돌아서려 했다.
그 순간 현우가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사장님.”
여자가 돌아봤다.
“왜?”
현우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여자는 몇 초 동안 현우를 바라보다가 오히려 먼저 물었다.
“내가 여기 더 있었으면 좋겠어?”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현우는 대답 대신 그녀를 바라봤다.
여자는 한 걸음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문 닫아.”
현우가 문을 닫았다.
철컥.
좁은 방 안에 두 사람만 남았다.
여자가 현우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착각하면 안 돼.”
그녀가 낮게 말했다.
“싫으면 지금 말하고.”
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싫지 않아요.”
“확실해?”
“…네.”
이번에는 현우가 먼저 그녀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의 입술이 조심스럽게 맞닿았다.
처음에는 짧았다.
그러나 여자가 현우의 목 뒤를 잡아당기면서 키스가 깊어졌다.
현우는 숨이 가빠졌다.
자신보다 서른세 살이나 많은 여자.
조금 전까지 카운터에서 TV를 보고 있던 여인숙 주인.
그 사실이 오히려 현우를 더욱 흥분시켰다.
여자의 손이 현우의 가슴을 지나 허리로 내려갔다.
“긴장했네.”
그녀가 웃었다.
현우는 부끄러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자는 현우의 후드티를 천천히 벗겼다.
현우 역시 그녀의 옷자락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멈췄다.
“해도 돼요?”
여자가 현우의 손을 잡아 자신의 허리에 올려놓았다.
“물어보는 건 착하네.”
현우는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세월의 흔적이 있는 몸이었다.
스물몇 살 여자들과는 분명히 달랐다.
하지만 현우에게는 오히려 그것이 낯설고 강렬했다.
여자가 브래지어를 벗자 처진 가슴이 드러났다.
현우는 잠시 바라보다가 손을 뻗었다.
“처음 봐?”
“이렇게 가까이서는….”
여자는 웃으며 그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가져갔다.
현우가 조심스럽게 가슴을 만지자 그녀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 반응에 현우는 용기를 얻었다.
그는 여자의 가슴과 목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여자는 현우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그의 바지 앞부분을 손으로 더듬었다.
이미 단단하게 발기해 있었다.
“스물셋은 다르긴 다르네.”
그 말에 현우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여자는 현우의 바지와 속옷을 내렸다.
발기한 성기가 드러났다.
그녀는 잠시 바라보다가 손으로 잡았다.
현우가 숨을 삼켰다.
“아….”
여자의 손이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현우는 너무 강한 자극에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잠깐만요.”
“벌써?”
놀리듯 말하는 목소리에 현우가 웃었다.
잠시 뒤 여자는 침대에 등을 기대고 누웠다.
현우는 그녀의 치마와 속옷을 벗겼다.
완전히 알몸이 된 그녀를 내려다보자 현우는 자신이 정말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여자가 다리를 벌렸다.
“콘돔 있어?”
현우는 가방에서 콘돔을 꺼냈다.
그녀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준비는 해왔네.”
현우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콘돔을 착용했다.
그리고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갔다.
“천천히.”
여자가 말했다.
현우는 성기를 그녀의 질 입구에 맞췄다.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천천히 안으로 밀어 넣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각이 성기를 감싸자 현우의 온몸이 긴장했다.
“아….”
현우가 낮게 신음했다.
여자는 그의 허리를 잡았다.
“움직여.”
현우가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그러다 익숙해지면서 움직임이 조금씩 빨라졌다.
낡은 침대가 끼익, 끼익 소리를 냈다.
여자는 현우의 등을 끌어안았고 현우는 그녀의 목과 가슴에 계속 입을 맞췄다.
“좋아요?”
현우가 물었다.
“응.”
그 짧은 대답만으로도 현우는 더 흥분했다.
허리 움직임이 점점 거칠어졌다.
여자 역시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며 움직임을 받아냈다.
한동안 좁은 방에는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와 침대가 흔들리는 소리만 이어졌다.
결국 현우가 몸을 떨었다.
“저… 갈 것 같아요.”
여자가 그의 등을 꽉 잡았다.
현우는 몇 번 더 깊게 움직인 뒤 그대로 절정에 도달했다.
온몸의 힘이 빠졌다.
잠시 후 그는 여자 옆에 누웠다.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래된 천장 선풍기만 느리게 돌아가고 있었다.
현우는 옆에 누운 그녀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이름조차 모르던 여자였다.
“사장님.”
“응?”
“이름이 뭐예요?”
여자가 피식 웃었다.
“다 하고 나서 이름을 물어보네.”
현우 역시 웃었다.
“미정.”
“미정 씨….”
“누나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
현우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왜요.”
“서른세 살 차이야.”
잠시 조용해졌다.
그러다 현우가 말했다.
“그래도 또 와도 돼요?”
미정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누운 채 현우를 바라봤다.
“학생.”
“네.”
“너 이거 재미 들이면 안 돼.”
“왜요?”
미정의 표정에서 처음으로 웃음기가 사라졌다.
“이 동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데 아니니까.”
현우가 무슨 뜻인지 묻기도 전에—
복도 끝에서 누군가 문을 세게 닫는 소리가 들렸다.
쾅.
미정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현우는 그 순간 깨달았다.
자신이 찾아 헤매던 ‘낯선 세계’의 입구를,
오늘 밤 정말 넘어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