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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3살 현우 여인숙에 가다 [4편]

월가리
댓글: 6 개
조회: 537
추천: 3
2026-10-07 15:49:06
커피 냄새에 속이 울렁거린 것은 처음이었다.

미정은 카운터 의자에 앉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평소라면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던 믹스커피였다. 그런데 봉지를 뜯어 뜨거운 물을 붓는 순간, 달고 진한 냄새가 코끝에 닿자 갑자기 위가 뒤집히는 것처럼 메스꺼움이 올라왔다.

“왜 이러지….”

미정은 결국 컵을 멀리 밀어놓았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체했나.’

그다음 날에도 속이 좋지 않았다.

아침에는 괜찮다가도 냄새를 맡으면 울렁거렸고, 이상하게 몸이 무거웠다.

가슴도 평소보다 묵직하고 예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미정은 계속 같은 결론을 내렸다.

‘나이가 몇인데.’

‘폐경 때문이지.’

쉰여섯.

그 숫자 하나면 모든 설명이 끝나는 것 같았다.

생리가 들쭉날쭉해진 것도 오래됐다.

두 달을 건너뛴 적도 있었고, 갑자기 다시 시작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카운터 서랍에서 달력을 꺼내 날짜를 세던 미정의 손이 멈췄다.

“잠깐….”

손가락이 지난달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 전 달.

미정은 눈을 가늘게 뜨고 기억을 더듬었다.

마지막이 언제였지.

정말 단순히 폐경 전 변화라고 생각해서 기록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날짜를 헤아릴수록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해졌다.

머릿속에 현우가 떠올랐다.

15일 만에 돌아왔던 그날.

그가 자신 안에서 사정했던 순간.

그리고 이전에도 몇 차례 반복됐던 피임 없는 관계.

미정은 급히 달력을 덮었다.

“말도 안 돼.”

혼잣말을 했지만 이상하게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쉰여섯이야.’

‘이 나이에 자연임신이 얼마나 된다고.’

‘생리 없는 것도 원래 그랬잖아.’

하나씩 이유를 붙였다.

그러면서도 자꾸 아랫배에 손이 갔다.

아무 변화도 없었다.

당연했다.

그런데 손바닥을 배에 올릴 때마다 묘하게 심장이 빨라졌다.

‘설마 정말이면?’

그 질문을 떠올리는 순간 미정은 바로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현우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스물셋.

자신보다 서른세 살 어린 대학생.

처음 여인숙에 들어왔던 날에는 말 한마디에도 얼굴을 붉히던 아이.

‘저 애한테 뭐라고 말하지?’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미정은 스스로 놀랐다.

아직 임신인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이미 현우에게 말하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다.

‘미쳤나 봐.’

다음 날도 메스꺼움은 계속됐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은 점심때였다.

미정은 주방에서 김치찌개를 데우다가 갑자기 냄비 뚜껑을 덮었다.

냄새를 견딜 수가 없었다.

화장실로 뛰어가 한동안 세면대를 붙잡았다.

토하지는 않았지만 속이 계속 울렁거렸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창백했다.

미정은 자신과 눈을 마주쳤다.

‘확인만 해보자.’

딱 그 정도였다.

아니면 버리면 된다.

괜한 걱정이었다며 웃으면 된다.

그날 오후 미정은 평소 다니던 약국이 아닌, 여인숙에서 세 정거장 떨어진 약국으로 갔다.

괜히 아는 사람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약국에 들어가서도 한참을 비타민 진열대 앞에서 서성였다.

결국 직원이 물었다.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미정은 목소리를 낮췄다.

“임신테스트기 하나 주세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다.

직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작은 상자를 건넸다.

하지만 미정에게는 그 작은 상자가 이상할 정도로 무겁게 느껴졌다.

검은 봉투에 넣어달라는 말까지 하고서야 약국을 나왔다.

여인숙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가방 안의 테스트기가 신경 쓰였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웃음이 나오다가도 금방 표정이 굳었다.

저녁이 되었다.

손님들을 받은 뒤 미정은 방문을 잠갔다.

가방에서 임신테스트기를 꺼내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작은 상자 하나.

그걸 한참 바라봤다.

손을 뻗었다가 다시 거두었다.

‘내일 하지.’

그러고는 또 생각했다.

‘아니야. 어차피 확인할 거잖아.’

결국 포장을 뜯었다.

설명서를 읽는데 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평소 같으면 한 번 보고 끝났을 내용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글자가 잘 들어오지 않았다.

미정은 화장실로 들어갔다.

검사를 마친 뒤 테스트기를 세면대 옆에 내려놓았다.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몇 분이 너무 길었다.

미정은 일부러 보지 않았다.

거울 속 자기 얼굴만 바라봤다.

‘한 줄이겠지.’

‘당연히 한 줄이야.’

‘그럼 나는 이걸 왜 샀을까 하고 웃겠지.’

그런데 심장은 계속 두근거렸다.

조금 뒤.

미정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첫 번째 선이 선명하게 올라와 있었다.

미정은 긴장이 조금 풀렸다.

“그렇지.”

그런데 그 순간.

옆에 아주 희미한 선 하나가 더 보였다.

미정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뭐야….”

테스트기를 집어 들었다.

가까이 가져가 보았다.

잘못 본 것 같았다.

조명 때문일 수도 있었다.

눈을 몇 번 깜빡였다.

하지만 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희미하지만 분명히 하나가 더 있었다.

두 줄.

미정의 손끝이 떨렸다.

“아니야.”

이번에는 조금 큰 목소리가 나왔다.

“이건 아니지.”

테스트기를 다시 내려놓았다.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마치 그것과 거리를 두면 결과도 달라질 것처럼.

하지만 다시 봐도 똑같았다.

두 줄.

미정은 침대 끝에 천천히 주저앉았다.

머릿속이 멍해졌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나이가 아니었다.

현우였다.

현우가 웃던 얼굴.

“다 미정 씨한테 하고 싶어서.”

15일 만에 돌아와 그렇게 말했던 목소리.

그리고 자신의 배 위에 손을 올려놓았던 순간.

그때는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는 이상할 정도로 선명하게 기억났다.

미정은 자신의 배를 내려다봤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몸 안에 자신이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이 막혔다.

‘진짜야?’

‘내가?’

‘이 나이에?’

그리고 다음 질문이 따라왔다.

‘현우 애를?’

미정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기뻐해야 하는 건지.

무서워해야 하는 건지.

말도 안 된다고 웃어야 하는 건지.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었다.

한참 뒤 휴대전화가 울렸다.

미정은 깜짝 놀라 화면을 바라봤다.

현우였다.

[오늘 갈까요?]

단 네 글자짜리 메시지.

평소였다면 웃으면서 답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미정은 침대 위에 놓인 임신테스트기와 휴대전화를 번갈아 바라봤다.

현우의 메시지가 하나 더 왔다.

[보고 싶어요.]

미정은 그 문장을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우를 만나면… 나는 이걸 숨길 수 있을까?’

휴대전화 화면이 다시 꺼졌다.

좁은 방 안에는 미정 혼자였다.

침대 옆에는 희미하지만 분명한 두 줄.

그리고 미정의 손은 자신도 모르게 다시 아랫배 위에 올라가 있었다.

이번에는 쉽게 내려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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