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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여대생 고속버스에서 똥을 지리다 [3편-완결]

월가리
댓글: 4 개
조회: 221
추천: 2
2026-10-07 17:47:35
압박이 물러나지 않았다.

지은은 숨을 멈춘 채 좌석 손잡이를 꽉 붙잡았다.

‘이번 건 다르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파도였다.

세게 밀려왔다가도 이를 악물고 버티면 조금씩 멀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밀어붙이고 있었다.

아랫배가 딱딱하게 조여들었고, 몸은 지은의 의지와 상관없이 밖으로 밀어내려 했다.

지은은 이를 악물었다.

‘안 돼.’

다리에 더 힘을 줬다.

‘안 돼.’

엉덩이를 좌석에 눌러 붙였다.

‘제발.’

숨을 제대로 쉬면 힘이 풀릴 것 같아 아주 짧게만 호흡했다.

그런데 오래 버틸수록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허벅지부터 시작된 떨림이 배까지 올라왔다.

지은은 앞쪽을 바라봤다.

기사님.

기사님께 가야 했다.

딱 몇 미터.

그 거리밖에 안 됐다.

하지만 지금의 지은에게는 터무니없이 멀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끝날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힘이 흐트러지면 더 이상 막을 자신이 없었다.

지은은 결국 입을 열었다.

“저….”

목소리가 너무 작았다.

앞자리 사람조차 듣지 못했다.

다시 한번.

“저기요….”

이번에는 앞자리 남자가 뒤를 돌아봤다.

지은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왜 그러세요?”

그 질문 하나에 목이 막혔다.

화장실이 급하다고 말하면 됐다.

그런데 막상 누군가 쳐다보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 아니에요.”

남자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앞을 봤다.

지은은 눈을 질끈 감았다.

‘왜 아니라고 했어.’

스스로가 너무 답답했다.

‘바보야. 그냥 말하지.’

하지만 이미 늦었다.

다음 순간 배가 강하게 뒤틀렸다.

“흐읏….”

지은의 어깨가 움찔했다.

힘이 아래로 확 쏠렸다.

지은은 두 손으로 좌석 가장자리를 붙잡았다.

‘막아.’

머릿속에 그것밖에 없었다.

‘막아야 돼.’

그런데 이번에는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잠깐 버텼다.

정말 잠깐.

그리고—

지은의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

‘잠깐.’

몸 안에서 뭔가 달라졌다.

그녀는 숨을 멈췄다.

‘아니야.’

눈이 크게 흔들렸다.

‘설마.’

다시 힘을 줬다.

그 순간 더 분명해졌다.

조금.

정말 조금.

이미 사고가 시작되고 있었다.

“아… 안 돼.”

이번에는 실제로 말이 나왔다.

지은은 몸을 앞으로 깊게 숙였다.

눈앞이 하얘졌다.

‘멈춰.’

다리에 경련이 날 만큼 힘을 줬다.

‘멈춰, 멈춰, 멈춰.’

몇 초 동안은 멈춘 것 같았다.

지은은 그대로 굳어 있었다.

심장이 너무 세게 뛰어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괜찮아.’

지은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생각했다.

‘아직 막았어.’

그런데 버스가 다시 출발했다.

정체가 조금 풀린 듯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앞 차량이 끼어들었다.

기사님이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익—

“어우!”

승객 몇 명이 동시에 소리를 냈다.

지은의 몸도 크게 앞으로 쏠렸다.

그 순간이었다.

힘이 풀렸다.

아주 잠깐.

하지만 그 짧은 순간으로 충분했다.

“아…!”

지은은 반사적으로 몸을 다시 굳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몸이 한 번 밀어내기 시작하자 더 이상 멈추지 않았다.

지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눈동자가 멍하게 흔들렸다.

‘아니야.’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건 아니야.’

다시 힘을 줘봤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아랫배의 압박이 한꺼번에 풀리기 시작했다.

수십 분 동안 억지로 붙잡고 있던 힘이 무너졌다.

지은은 그대로 좌석에 얼어붙었다.

움직일 수도 없었다.

울 수도 없었다.

머릿속이 완전히 비어버렸다.

그리고 몇 초 뒤.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바로 옆자리 여자였다.

여자가 코를 찡그렸다.

“어…?”

처음에는 뭔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다 다시 한번 코로 숨을 들이마셨다.

표정이 확 바뀌었다.

“어머.”

여자가 지은 쪽을 힐끗 봤다.

지은의 얼굴을 보는 순간 여자는 상황을 알아챈 듯했다.

“세상에….”

그 말이 지은의 귀에 정확하게 꽂혔다.

지은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앞자리에서도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무슨 냄새야?”

“어우, 뭐야?”

누군가 창문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다른 쪽에서는 갑자기 옷으로 코를 막는 사람이 보였다.

“아, 냄새 진짜….”

“누가 방귀 뀐 거 아니야?”

처음에는 웃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몇 초가 지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니, 이거 방귀 냄새 아닌데?”

“잠깐만.”

“뭐야 진짜?”

승객들이 하나둘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지은은 심장이 내려앉았다.

‘제발.’

고개를 숙였다.

‘보지 마.’

그녀는 자신이 투명인간이 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옆자리 여자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사님!”

목소리가 버스 안에 크게 울렸다.

지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기사님, 잠깐만요!”

기사님이 백미러로 뒤를 보았다.

“무슨 일이세요?”

여자는 당황한 표정으로 지은과 통로를 번갈아 바라봤다.

“여기… 문제가 좀 생긴 것 같은데요.”

그 말을 듣자 승객들이 더 많이 뒤를 돌아봤다.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

지은은 그 시선이 자신에게 모이는 걸 느꼈다.

“무슨 문제요?”

“누가 토했어요?”

“아니, 냄새가 왜 이래?”

뒤쪽에서 누군가 크게 말했다.

“똥 냄새 같은데?”

순간 버스 안이 조용해졌다.

지은의 온몸이 굳었다.

딱 그 한마디 때문이었다.

똥.

그 단어가 나오자 모두가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설마….”

“진짜?”

“아, 미치겠다.”

누군가는 코를 막았고,

누군가는 창문을 열 수 없는지 손잡이를 만져봤고,

누군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쪽으로 이동하려 했다.

“기사님, 에어컨 좀 세게 틀어주세요.”

“아니, 창문 안 열려요?”

“와, 진짜 냄새 심하다.”

한 남학생은 친구에게 속삭이려다가 목소리 조절에 실패했다.

“야, 저 여자 아니야?”

지은은 들었다.

모두 들었다.

그 말 뒤로 시선이 한꺼번에 꽂혔다.

지은은 더 이상 고개를 들지 못했다.

손이 떨렸다.

입술도 떨렸다.

‘죽고 싶다.’

그 생각이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쳤다.

물론 진짜 죽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냥 이 순간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버스가 멈췄으면 좋겠고,

사람들이 자신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고,

시간을 30분 전으로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 것도 가능하지 않았다.

뒤쪽에서 또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진짜 싼 거야?”

“쉿.”

“근데 냄새가 장난 아닌데.”

“어떡해….”

어떤 사람은 걱정하는 목소리였고,

어떤 사람은 노골적으로 짜증을 냈다.

“아니, 그렇게 급하면 기사님한테 말을 하지.”

그 말이 가장 아팠다.

지은도 알고 있었다.

맞는 말이었다.

조금 더 일찍 말했어야 했다.

창피함을 참고 그냥 앞에 갔어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옆자리 여자는 결국 통로 쪽으로 빠져나왔다.

“학생… 괜찮아요?”

조심스럽게 묻는 목소리였다.

지은은 대답하지 못했다.

눈물이 떨어졌다.

한 방울.

두 방울.

무릎 위로 떨어졌다.

“죄송합니다….”

겨우 나온 말이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정말… 죄송해요.”

그 말을 듣자 아까까지 웅성거리던 사람들 중 몇 명은 조용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뒤쪽에서는 반응이 이어졌다.

“기사님, 휴게소 못 들어가요?”

“가장 가까운 데 어디예요?”

“빨리 좀 세워야 될 것 같은데.”

기사님도 상황을 알아챈 듯 목소리가 급해졌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다음 출구 쪽으로 빠져볼게요.”

지은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제 화장실에 가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미 사고는 끝났다.

그녀가 가장 두려워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사람들에게 들켰고,

냄새가 퍼졌고,

모두가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앞자리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무슨 냄새야?”

엄마는 급하게 아이의 입을 막듯 말했다.

“그냥 가만히 있어.”

그 짧은 대화조차 지은에게는 너무 크게 들렸다.

그러다 누군가 말했다.

“학생 많이 아팠나 보다.”

이번에는 나이 든 남자의 목소리였다.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뒤쪽에서 누군가 작게 대답했다.

“그래도 이건 좀….”

“됐어요. 본인이 제일 힘들겠지.”

그 말에 버스 안이 조금 조용해졌다.

하지만 지은은 위로받지 못했다.

오히려 더 눈물이 났다.

누군가 자신을 감싸주는 상황조차 너무 창피했다.

옆자리 여자가 휴지를 몇 장 꺼내 지은에게 건넸다.

“울지 말아요.”

지은은 떨리는 손으로 휴지를 받았다.

“죄송해요….”

“괜찮아요. 일단 다음 휴게소에서 정리하면 돼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지은은 결국 얼굴을 감싸고 울었다.

소리 내서 울지는 않았다.

그저 어깨만 작게 떨렸다.

창밖에서는 여전히 자동차들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까 그렇게 야속하게만 보이던 도로였다.

그런데 이제 지은은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휴대폰도 보지 않았다.

시간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버스 안에는 여전히 불편한 냄새와 어색한 침묵이 남아 있었다.

몇몇 승객은 여전히 코를 막고 있었고,

몇몇은 모른 척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몇몇은 계속 지은 쪽을 힐끗거렸다.

지은은 그 모든 시선을 느끼면서 한 가지 생각만 반복했다.

‘왜 그때 말하지 못했을까.’

처음 배가 아팠을 때.

두 번째 신호가 왔을 때.

정체가 시작됐을 때.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창피하다는 이유로 계속 미뤘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것보다 훨씬 더 창피한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몇 분 뒤,

버스가 천천히 오른쪽 차선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기사님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렸다.

“승객 여러분, 잠시 후 가까운 휴게소로 들어가겠습니다.”

누군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누군가는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창밖만 바라봤다.

눈물에 번진 풍경 사이로 휴게소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2km.**

평소라면 아무 의미 없는 숫자였다.

하지만 지은은 그 숫자를 오래 바라봤다.

너무 늦게 나타난 구원 같았다.

그녀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다시는,

정말 다시는,

창피하다는 이유로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겠다고.

버스는 천천히 휴게소 진입로로 들어섰다.

그리고 지은에게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두 시간이,

그제야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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