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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ST AR-15) 3번째 목표

렝가는op다
댓글: 4 개
조회: 1433
추천: 6
2017-11-04 01:38:28







1.


눈을 떴을 때 저는 이상한 기계가 가득한 방이 가운데에 있는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왜 여기있는건지, 어쩌다 오게 된 것 인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릿속이 마치 백지장이 되어버린 것만 같습니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떠오른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억이라는 개념이 무엇인지도, 감각이라는 것도 무엇인지, 어떤 것이었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습니다.

 또한 이걸 생각 하고 있는 무엇일까요.

모르겠습니다.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제가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저의 생각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차원의 개념인 것인지도 모호합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보이는 것은 침대위에 있는 흰 이불과 제가 누워있는 침대에 엎드려서 자고 있는 분홍머리 사람 보입니다.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역시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엎드려서 자는 사람의 모습에서 무언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만 제 착각이었나 봅니다.


 고개를 천천히 돌려보자 무언가가 머리에 걸려서 움직이지를 않습니다.

많은 전선들이 붙어있어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손으로 머리를 더듬어보자 이상한 선들이 머리에 붙어있었습니다.

 움직이기 위해 선들을 뜯어내자 옆에 있던 기계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리에 제 몸이 크게 놀라며 동요하자 충격으로 팔에 붙어 있던 선들도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소리가 더욱 커졌습니다.

저는 어찌할 바를 몰라 멍하니 앉아있자 제 앞에서 자고 있던 사람이 저처럼 깜짝 놀라며 일어났습니다.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분홍색 머리카락 사이에는 고양이처럼 귀가 달려있고 눈 밑으로는 짖은 다크서클이 가득한 사람입니다. 순간 그 사람의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주변에 있던 무언가를 눌렀습니다. 그러자 요란하게 울리던 알람들이 일순간에 멈추었습니다. 다시 그 사람이 저에게 다가오더니 저를 끌어안았습니다.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요? 일단은 가만히 있었습니다. 저를 아는 사람일지도 모르니 밀쳐낸다거나 하는 실례를 저지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말했습니다.

 “다행이야... 깨어났구나. AR-15.”

AR-15, 제 이름인 걸까요?

그 사람이 팔을 풀고 저를 바라보며 말합니다.

 “돌아온 걸 축하해 AR-15. 걸을 수 있겠어?”

그 분이 제 손을 잡고 침대 밖으로 살짝 당겼습니다. 저는 이끌림에 끌려 침대 밑으로 다리를 뻗어보았습니다. 바닥에 발이 닿았습니다. 차갑다.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기합니다. 이것이 차가움이군요. 이윽고 체중을 발끝으로 옮기며 몸을 일으켜 세워 보았습니다.


 으윽. 몸이 침대에서 떨어지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옆으로 쓰러졌습니다. 아픕니다. 바닥의 차가움과 떨어지면서 기계에 치인 아픔이 느껴집니다. 처음 느껴보지만 벌써부터 끔찍이 싫어졌습니다. 두 번 다시 겪고 싶지는 않네요.

저는 다시 몸을 움직여 일어나려고 했습니다. 다행히도 방금 전 충격으로 몸의 감각이 살아났는지 쉽게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시던 사람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돌았습니다.

 “다행이네. 이제 제대로 작동을 하는 모양이야. 따라와,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 참고로 내 이름은 페르시카야.”

그 말을 마치고 페르시카씨는 앞장을 서서 걸어가셨습니다. 걷을 때마다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많이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엉성한 걸음걸이로 페르시카씨를 따라갔습니다.


 복도를 지나자 불투명한 문이 저절로 옆으로 열렸습니다. 신기하지만 그것에 정신을 팔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길이 너무 복잡해서 페르시카씨를 잠시 라도 놓치면 미아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길을 지날 때 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저를 신기하게 쳐다보았습니다.

제가 생긴 것이 이상하게 생긴 것일까요.

그러고 보니 저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조금 궁금해 졌습니다.


잠시 후 페르시카씨가 문 앞에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누르고 잠시 기다리자 문이 열렸습니다. 저는 페르시카씨를 따라 문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문안으로 들어가자 누군가가 “AR-15!!!”라고 소리치며 저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머리에 이상한 뿔 같은 것이 달렸고 머리카락이 긴 검은색 옷의 사람입니다. 저를 아는 사람인걸까요? 그나저나 아까부터 저를 보면 사람들이 저를 팔로 휘감습니다.

왜 이러는 건지...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내부에는 한사람이 더 있었습니다. 머리를 양 갈래로 가슴 앞으로 내린 사람입니다. 특별한 점이라면 눈의 양쪽색이 다릅니다

 저도 양쪽의 눈 색이 다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걸까요?

이상합니다. 분명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적어도 제가 지금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고  사람을 보고 사람이라 생각하고, 그림을 보고 그림이라고 생각 할 수 있고, 손을 보고 이것은 손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저는 기억을 잃었다고 자각을 할 수 있는 걸까요? 저는 무엇일까요.

무언가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것 같지만 역시 제 착각 인가 봅니다.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아요.


....하지만 동시에 제 머릿속에 어떤 기억이 존재합니다. 모순적입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 수가 없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지금 저를 안고 있는 이 사람의 이름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이분을 알고 있습니다. 저 안쪽에 계시는 분도 알고 있습니다. 또한 페르시카씨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모르겠습니다.

알고 있다는 생각과 모른다는 생각이 제 머릿속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듯 한 기분입니다.

어떻게 된 영문일까요?

 모르겠어요.

신이 존재한다면 물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어떻게 된거죠? 저는 왜 이런거죠?

 모르겠어요.


그러고 보니 저는 어떻게 신이라는 단어와 그 의미를 알고 있을까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아니, 애초에 어디서라는 게 존재할까요?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어요.


무섭습니다. 제 존재가 이제 무서워지려합니다. 왜 기억이 있는데 기억을 인식할 수가 없을까요. 알고 있다는 것 까지는 알겠는데 왜 그 이상을 알 수가 없을까요?

머리가 아파옵니다. 엄청난 어지러움이 몰려옵니다.

그래도 생각을 멈출 수 없습니다. 저는 왜...

왜 그래 AR-15? 어디 아파?”

아니에요...단지...”

바닥이 저를 덮칩니다.

“AR-15? AR-15!!!”

 

2.

 그 일이 있고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많은 검사를 했고 많은 사실을 알았습니다.

저는 사실 AR-15라는 분의 기초데이터와 영상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일종에 클론이라고 합니다. 제가 인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꽤나 힘들었습니다. 정말 힘들었어요. 칼로 제 팔을 긋고 나서야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제 클라우드 마인드맵에 오류가 생겨 AR-15의 자료 중 대부분을 인식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로인해 제 머릿속에는 사람들의 정보와 많은 것이 들어 있지만 인식을 할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알지만 알지 못하는 이유가 이것인 것 같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난후로는 더 이상 생각으로 폭주를 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일상생활적인 것은 대부분 기억하니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이라면 저는 AR-15라는 분의 대한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고로 저와 AR-15라는 분은 생김새만 같은 전혀 다른 인격체라는 거죠.

페르시카씨의 말에 의하면 저는 저절로 생긴 것 같다고 합니다. 때문에 저도 AR소대 분들처럼 백업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더 많은 것도 들었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들뿐이라 전부 잊어버렸습니다.

기분이 묘합니다. 제가 인형에다가 다른 분의 클론이라니.


 그래서 일단, 목표를 세웠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저를 하나씩 채워 나가기 위해 하나부터 천천히 만들기로 생각했습니다.

제가 처음 세운 목표는 AR-15라는 분을 따라잡는 것 입니다.

몇 년이 걸리든 몇 10년이 걸리든 해내고 말 것입니다.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고 싶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아니 인형들은 정말 친절합니다.

처음에는 저를 무척이나 경계했습니다. 대체 AR-15라는 분은 어떤 인생을 살고 계셨던 것일까요. 그래도 SOPll라는 분이 도와주신 덕분에 모두 저에 대한 경계를 푼 것 같아 다행입니다.

물론 다들 조금 떨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지만 기분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제가 이곳에 제대로 적응하기를 바라시며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다만 네게브소대분들은 아직도 저를 경계하시는 것 같습니다. 왜일까요? AR-15분께서 예전에 큰 무례를 저지른 모양입니다.


 저는 주로 지휘부라는 곳의 복도를 걸어 다닙니다. 처음에는 멋있다고 생각해서 걷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무언가 기억을 나게 할 만한 게 있지 않을까? 하고 걷습니다. 매일 걸어도 별 효과가 없는 것 같기는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지휘부의 복도는 매우 멋있기 때문이죠!

지휘부 산책이 끝나면 화장실로 들어가서 몸을 씻습니다.

거울을 볼 때 마다 깜짝깜짝 놀랍니다. 제 모습에 잘 적응 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사실은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처음 거울을 보았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몇 시간 동안 거울을 들여다본 것 같습니다.

다행히 양 눈의 색은 같은 색이었습니다.

 

 이 얼굴이 제 얼굴이 아닌 AR-15라는 분의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비로소 거울에서 눈을 뗐습니다. 그때는 정말 표현하기 힘든 감정에 사로잡혔었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얼굴만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몸매를 보고도 감탄했습니다. 제 몸이 아닌듯한 기분입니다. 한참이 지난 지금도 그렇구요. 이런 몸과 얼굴을 가지고 사시던 AR-15라는 분은 정말 축복받으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런 결말을 맞이하셨으니 그리 큰 축복도 아니건 같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나서 숙소에 들어가면 RO635SOPll께서 저를 반겨주십니다. 소대원이 사실 2분이 더 계시는데 한분은 행방불명, 한분은 의식불명이라고 합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원인제공을 한사람은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AR-15, 여기 네가 좋아하던 칼이야 사용해봐

 RO635께서 저에게 단도를 건네주었습니다. 머릿속이 온통 물음표로 가득해집니다.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도, 어디에 사용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설프게 휘두르자 RO635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소파에 엎드려서 저를 유심히 바라보던 SOPll는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웃지 말아주세요!”

그러자 그녀가 소파를 발로 동동 차며 말했습니다.

 “그치만 AR-15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 웃음이 안날 리가 없잖아.”

그녀는 더욱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서 어디라도 숨고 싶은 기분입니다. 그래도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서 같이 웃었습니다. 바보 같아 보이겠지만 이 또한 저라고 생각합니다.

RO645씨와 SOPll씨 또한 저의 이런 모습을 좋아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진짜AR-15씨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고 생각 하지는 않습니다.

저희 소대는 저 때문에 임무를 나가지 않습니다.

제가 전투에서 싸울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지요.


 정확합니다. 저는 평화가 좋아요.

들판에서 모두와 함께 꽃을 키우고, 나들이를 가고,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며 살고 싶어요. 족제비가 있어도 괜찮을 것 같네요.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생활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말한 것은 제 먼 미래의 목표입니다. 이걸로 두 번째 목표네요. 목표를 한가지 씩 생각해낼 때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언젠가 이목표가 이루어지기를.



3.

 지휘관이 저를 볼 때마다 이상하게 웃습니다. 무슨 이유일까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나쁩니다. 마치 저를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음흉하게 웃는 것 같기도 합니다. 후자 쪽이라면 정말이지.

제가 전장에도 못나가는 무능한 인형이라서 무시하는 것 일지도 모릅니다.

지휘관님! 왜 그렇게 웃으시는거죠?”

? , 그게...”

저는 지휘관님을 더욱 강하게 째려보았습니다. 그러자 눈치가 없으신 건지 지휘관께서 또다시 웃음을 터트리셨습니다.

, 미안, 미안. 그게 말이야, 지금 AR-15의 모습이 꽤나 괜찮다고 생각해서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째서 제 모습이 괜찮다고 말씀하시는 걸까요? 저는 당연히 AR-15라는 분의 모습이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 합니다. 물론 한 번도 그녀의 모습을 본적은 없어도 분명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지휘관님은 그런 저의 표정을 보더니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주시고 저희 방을 나가셨습니다.

얼굴이 화끈 거렸습니다.

저는 이제야 제가 얼굴이 새빨개졌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아.. 이런 얼굴을 보여주다니,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분입니다.

 

그 뒤로도 지휘관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서로 나란히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의 미래계획을 들은 지휘관은 꽤나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자신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기뻤습니다. 제 생각을 이해해주고 저와 같은 꿈을 가진 사람이 옆에 있다니, 정말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로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휘관을 좋아 하게 됐다거나 한건 아닙니다.

정말 아니에요! 왜냐하면...저는 인형이고 지휘관은 사람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다른 개념의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정일겁니다. 하지만 SOPllRO635와도 우정이 있지만 지휘관을 볼 때처럼 심장이 떨리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것인가 봅니다.

그렇다면 동정일 것 입니다. 그렇지만 지휘관은 내게 불쌍하게 느껴질 만한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늘 함께 웃었습니다. 이것도 아닌 모양입니다. 그럼 어떤 것일까요? 모르겠습니다. 저는 모르겠는 것 투성이네요.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사랑의 감정은....아마 맞는지도 모르겠네요.



지휘관은 무서운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저는 무서운것은 끔찍히 싫어하지만 지휘관이 좋아한다니 조금 흥미가 생겼습니다. 물론 흥미만 생겼다는것이지 굳이 찾아 보고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결국 일이 생겼습니다. 지휘관이 같이 영화를 보자고 저에게 권해왔습니다. 

저는 기쁜마음으로 승락했지만 숙소에 돌아 와서야 불현듯 그것이 공포영화일것이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그자리에서는 왜 눈치를 못챈걸까요. 제 자신이 한심하네요. 

이제와서 공포영화는 무리라고 말하기에는 마지막으로본 지휘관의 표정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렇게 해맑게 웃는 얼굴을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소대원들에게 상담을 해봤더니 담력을 기르자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그 제안을 승낙했고 그것이 실수였습니다.

 SOPll가 공포영화 DVD를 한무더기로 가져왔습니다. 표지만 보아도 소름이 돋지만 떨리는마음을 진정시키고 조심스럽게 플레이어에 CD를 넣었습니다. 

영화는 울음이 나올정도로 무서웠습니다. SOPll씨는 우는 저의 모습을 신기해하며 바라보았습니다. RO씨는 저와 같이 눈가에 눈물이 고였지만 끝까지 부정했습니다. 그렇게 내리 3편을보자 더이상 정신이 버티지를 못할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RO씨도 저와 같은 생각인것 같지만 SOPll씨의 완강한 주장에 하는수없이 4편째를 보게 되었습니다.

4편째는 지난3편을 잊게 할만큼 무서웠습니다. 보는 내내 SOPll씨의 품속에서 나오지를 못한것 같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훌쩍이는 저에게 SOPll씨가 따듯한 녹차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런걸 왜 먹는 거지? 하는 맛이지만 나름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문제는 잠을 잘때였습니다. 불을 끄고 잠에 들려하자 이불밑에서 금방이라도 무언가가 튀어나올것만 같고 어두운 TV에서는 누군가가 기어나올것만 같았습니다.

눈을 감자니 다시 뜨기가 두렵고 뜨고 있자니 주변환경이 무서웠습니다. 


식은땀이 흐르고 다시 울음이 터질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나 SOPll씨의 자리로 가려고 침대 밑으로 발을 내리는 순간, 침대 밑 귀신이 떠올라 황급히 다리를 올렸습니다. 침대 밑을 확인하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귀신에게 잡히지않고 밑으로 내려갈수있을까? 해결책은 간단 했습니다. 저는 침대 위에서 일어나 최대한 멀리 점프를 하고 곧바로 SOPll씨의 방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SOPll씨는 제가 이곳에 올걸 알고있었는지 문을 잠가놓았습니다.

이런 세상에 맙소사. 

 저는 어둠속에 혼자가되어 남겨졌습니다. 눈물이 나올것 같습니다. 금방이라도 어둠속에서 그림자가 튀어나와 저를 집어 삼키는게 아닌가 했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제 어깨에 손을 올렸습니다. 깜짝놀라서 소리를 지를뻔했지만 너무놀라 소리가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저는 그대로 가만히 벌벌 떨었습니다.

 "나야"

익숙한 목소리에 돌아보자 RO씨가 있었습니다. 안도감과 무서움에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 튀어올라서 안겼습니다. 약간 울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RO씨도 겉으로는 아닌척하지만 사실 무서웠나봅니다. 우리 RO씨의 침대로 향했습니다. 제 침대와는 많이 다른 냄새라 당황했지만 RO씨 답게 좋은냄새가 났습니다. 

저는 RO씨를 꽉껴안고 잠을 청했습니다. RO씨도 싫지는 않은지 제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다음날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최대한 이쁘게 차려입고 약속한 장소로 나갔습니다. 처음 입어보는 원피스라 많이 어색했지만 제가 봐도 예뻤습니다. 역시 AR-15라는 분은 축복 받으셨던 분이네요. 물론 그렇게 따지자면 저도 축복 받은걸지도 모르겠네요. 

약속장소에서 조금 기다리자 '그'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휘관에서 입던 제복이 아닌 다른 옷을보니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옷에 대해서는 알고있는 단어가 부족해 무슨옷을 입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멋졌습니다. 지휘관도 제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저를 멍하니 쳐다 보았습니다.

 "이옷...어때요? 지휘관?"

 "어....잘어울려"

저도 모르게 다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지휘관도 머쓱한지 멋쩍게 웃었습니다.

 우리는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영화관에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한번은 이런 멋진곳이 존재한다느 점에서 놀랐고 또 하나는 지휘관이 구매한 영화표가 공포영화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당연 히 공포영화라고 생각 했는데 아마도 저를 배려해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RO씨한테 너무 미안해지는데 말이죠.

그것도 잠시 멀리서 콜라와 팝콘을 들고 오는 지휘관을 보고 저는 문뜩 떠올렸습니다. 

 행복하다. 

언제 까지나 이런 행복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방금 3번째 목표가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놓기로 생각했습니다. 말하면 너무 부끄럽거든요. 

아마 부끄러워서 머리가 터져버릴지도 몰라요. 하지만 언젠가는 꼭 달성하고 말겁니다. 


4.

 며칠 뒤 여느 때처럼 복도를 거닐던 때였습니다. 누군가가 저를 쳐다보고 있는 듯한 시선을 느껴 돌아보니 복도 구석에서 누군가가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검정 베레모, 푸른색 머리카락, 눈 밑에 있는 붉은색 문신. 처음 보는 사람입니다. 제가 웃으며 말을 걸려하자 계단으로 내려가 버렸습니다.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매우 매서웠던 것 같았는데 역시 기분 탓이겠지요.

“AR-15~ 여기서 뭐해?”

어디서 나타나신 SOPll씨께서 제 품에 달려들어 왔습니다. 깜짝 놀란 저는 외마디 비명을 질러버렸습니다. 그 반응이 재밌으신지 SOPll는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여전히 소녀 같은 반응이네

그야 당연히 저는 소녀니까요!”

그건 그렇네. ! AR-15 너에게 첫 임무가 내려졌어

임무....라니요?”

별 건 아니고, 뒷산에 있는 멧돼지를 잡는 거야. 근처 농가에 피해가 심하다고 하더라고.”

? 멧돼지요?”

나도 따라 갈거니까 안심해도 돼.”

...

그 순간 계단에서 누군가가 뛰어 내려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기 층에서 들어간 사람은 아까 그분 밖에 없을 텐데 이상한 일입니다.

결국 저는 멧돼지 사냥에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뒷산은 정말 가팔랐습니다. 말이 뒷산이지 히말라야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본부의 위치를 들키지 않게 하기위해 일부러 이런 곳에 위치한 것 같습니다.

이런 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평범한 미아로 끝나지 않겠다는 것이 뼛속까지 느껴집니다. SOPll씨는 이런 산을 정말 능숙하게 타고 올라갔습니다. 저도 그런 SOPll의 모습을 흉내내보려 했지만 뱁새처럼 가랑이가 찢어졌습니다.

다리에 생채기가 생기고 돌부리에 몇 번을 넘어졌는지를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마다 SOPll씨는 깔깔 웃었습니다. 이전의 저는 이런 일쯤은 간단히 처리했던 모양입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입니다.

 저는 실패작이니까요. 지휘관과 SOPll, RO635는 이 말을 부정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쩔 수가 없는 겁니다.

저는 임무에 나가기 위해 만들어 졌지만 그 임무를 수행해내지 못하니 실패작일수 밖에요. 하지만 포기한건 아닙니다. 기필코 이번임무를 성공시켜서 저도 하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겁니다.

 

 산을 한참을 오른 것 같은데 아직도 중턱도 못 올라온 것 같습니다. 몸에 슬슬 무리가 오기 시작합니다. 호흡은 가퍼지고 다리는 후들거려서 제 기능을 못하기 일부직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기필코 이 임무를 성공시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 바람과 달리 몸은 움직여주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습니다. 왜 이런걸까요. 왜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걸까요. 이대로라면 저는 평생 그녀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겁니다. 1번 목표는 영영 이룰 수 없는 거죠. 눈물이 나오려는 걸 입술을 깨물며 참았습니다.

 제 모습을 본 SOPll는 제 다리와 등을 번쩍 들어서 큰 나무 밑에 등을 기대고 앉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역시 저는 짐만 될 뿐이네요. 제 옆에 있으려는 SOPll를 여기에 둘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가 임무를 완수해야 하기에 저는 최대한 웃으며 임무를 하러 가라고 말했습니다.

SOPll를 설득하는 건 어려웠지만 다행이도 제 말을 들어주었습니다.

결국 저는 나무 밑에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혼자 있게 되자 꾹꾹 막아두었던 감정이 솟구쳐 밖으로 나왔습니다. 한참을 울었습니다. 너무 서러웠습니다. 나는 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 일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해는 이미 져있고 주변은 어두워 져있었습니다. 순간 공포가 몸을 잠식했습니다. 주변에는 바람소리만 들리고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흔한 풀벌레 소리도, 새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워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앞이 보이지 않아 매우 느린 속도로 산을 내려갔습니다.

부스럭

순간 등골이 얼어붙는 듯했습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산에서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등 뒤에 무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멧돼지인걸까요? 아니면 산에 사는 괴물? 뒤를 돌아보고 싶지만 돌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돌아보는 순간 제 뒤에 무엇이 있을까봐 무서웠습니다. 한참을 멈춰있었습니다.

 탕.

엄청난 소리의 총성이 울렸습니다. 그 순간 제 다리에 엄청난 통증이 느껴지며 몸이 땅으로 꼬꾸라졌습니다. 비명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아픕니다. 숨이 가퍼지고 눈물이 조금 흘렀습니다.

...

간신히 약한 신음이 입 밖으로 나왔습니다. 정신을 잃을 것 같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버텼습니다


 잠시 후 누군가가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달빛에 비친 사람은 아까 계단에서 본 사람이었습니다. 검은 모자, 푸른색 긴 머리, 눈 밑에 있는 붉은 눈물모양 문신.

그녀가 저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총을 겨누었습니다.

 “내가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려 왔는 줄 알아?”

아마도 AR-15라는 분에게 앙심을 품은 듯합니다.

 “네가 죽었다고 했을 때는 많이 아쉬웠어. 그런데 이렇게 다시 기회가 올 줄이야.”


 그녀의 차가운 표정에서 미소가 보였습니다.

무섭습니다. 죽는 것이 무섭습니다. 온몸이 떨리고 아픔도 잊는 듯했습니다.

그녀의 총구가 달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저는 여기서 죽는가봅니다. 막상 이런 순간이 되자 생각보다 냉정하게 머리가 돌아갑니다.

 끝이구나....


 결국 목표 중에서 성공한건 아무것도 없었네요. 아무것도 없는 저를 채우기 위해서 시작했지만 결국 저는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채로 끝나는 모양입니다.

차라리 이렇게 죽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목표를 애매하게 하나정도 성공했다면 미련이 남았을 텐데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앞에 있는 소녀를 원망하지는 않아요. 제가 잘못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어찌되었던 간에 제책임인걸요.

1년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행복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아니, 사실은 방금 거짓말을 했습니다. 미련이 없이 떠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지만..사실 아니에요.



죽고 싶지 않아요. 


살고 싶어요.


살려주세요.


여기서 죽고 싶지 않아요.


살아서 모두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지휘관의 옆으로 가고 싶어요.


다시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그를 보고 싶어요


그녀를 뛰어넘지 못해도 좋아요.


들판에서 꽃과 강아지, 고양이를 보며 살지 못해도 좋아요.


평생을 휠체어에 앉아서 보내도 좋아요.


평생 앞을 보지 못하거나 듣지 못해도 괜찮아요.


팔다리가 전부 없어져도 상관없어요


그의 옆에서 1시간만, 아니 1분만 살 수 있다고 해도 좋아요.


제 모든 걸 포기 할 수도 있어요.


제 존재 자체를 부정해도 상관없어요.


저를 평생 저주해도 상관없어요.


평생 죽도록 아픈 고통에 휩싸여서 산다해도 감사히 받아 드릴게요.


 신이 존재한다면 제 기도를 들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신이 아니라도 좋아요. 악마라도 좋아요. 제게 영혼이 존재한다면 바치겠어요. 영혼이아니라 다른것을 가져가도 좋아요. 영혼이 타락해서 지옥 밑에 쳐박힌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러니 다만, 다만 3번 목표만큼은 이루게 해주세요. 제 마지막 바램이자 소망입니다.




 그것이 그곳에서의 그녀의 마지막 바램이었다.




탕.







5.

저는 살아 있는걸까요?

생각을 할수 있슨걸 보니 아직까지는 살아있는 모양입니다. 

가슴에 총을 맞은것까지는 기억이납니다. 그 이후로는 그림자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총을 맞은 직후인걸까요? 그런 것이라면 죽음의 시간은 정말 긴 것 같네요. 벌써 며칠은 지난 기분입니다.

정말 죽은 것이란면 결국 아무런 목표도 이루지 못한 것이군요. 

아무래도 신은 없는 모양입니다. 

악마도 없는모양입니다. 악마라면 존재 할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신화는 믿을게 못되나봅니다. 

 그건 그렇고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영원히 이곳에 같히게 되는걸까요? 아니면 지금 천국이나 지옥으로 이동하는 중 일까요? 

천국이던 지옥이던 그곳이는 아마 '그'가 없겠지요? 그렇다면 천국은 의미가 없겠네요. 그렇다면 그가 없는 이곳은 지옥인걸까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아마 지옥에 떨어진걸지도 모릅니다. 죽기 직전 악마에게 목숨구걸을 한 죄일까요? 

그런거라면 정말 가혹 한 죄인것 같네요. 영혼만 팔리고 소원을 얻지 못했으니까요. 


......보고싶어요. 



 비록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시 만날수만 있다면 꼭 전하고 싶어요. 제 3번째 목표를 전하고 싶어요. 



"AR-15? 정신이 들어? 페르시카씨!!"



그리웠던 목소리네요. 아마도 제 망상이 만들어내는 환청인것 같습니다. 

눈을 살짝 뜨자 그의 얼굴이 보입니다. 환각인가봅니다. 저도 모르는사이에 많이 그리워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러면 마음정리 하기가 힘들어지잖아요 지휘관씨. 

 그가 손을 뻗어서 내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댔습니다. 이상하게도 따듯함이 느껴집니다. 이상하네요. 제 감각도 이제는 착각을 일으키는 걸까요? 저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서 그의 손을 잡아 보았습니다. 


잡힙니다. 

아....

 제가...제가 살아있는걸까요? 

점점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조금 뿌옇던 시야도 돌아오고 무뎠던 감각도 돌아옵니다. 

 그가 눈물을 흘리고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웃고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저도 같이 웃음이 나옵니다. 

살아 있습니다. 제가 그와 함께 살아있습니다. 느껴집니다. 꿈 따위도 아니고 망상따위가 아니라는 것이. 현실의 그가 저를 바라봐주고 있습니다. 저도 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천천히 손을 들어 그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 보았습니다.

 따듯하다.

보고 싶었어요. 이제야 말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못할것 같아요.

 "사...랑해..요"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목표하나를 완료했습니다.




fin



미숙한 글이지만 읽어주셨다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Lv28 렝가는o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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