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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FNC) 지옥런. 그 후의 이야기

렝가는op다
댓글: 12 개
조회: 2468
추천: 15
2017-11-18 22:47:27






 붉게 물든 낙엽들이 전부 떨어진 조금은 쌀쌀한 겨울날, 한명의 지휘관이 텅 비어 버린 복도를 걷고 있었다.

 차가운 초겨울. 그의 손에는 생김새와 어울리지 않는 초코바와 작은 아이스크림이 들려있었다.

 그는 복도를 걷고 또 걸었다. 누군가가 반가운 목소리로 자신에게 말을 걸어 주기를 내심 기대하며 걸었다. 머릿속으로는 그럴 일이 절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기적이 일어나기를 빌었는 지도 모른다.

 어제 까지만 해도 신입들이 들어와 있었던 방들에는 싸늘한 정적만 가득했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처음부터 이곳은 그녀들의 자리가 아니었던 것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었다.

 차가운 방을 보고 그의 눈시울이 잠시 붉어졌지만 이내 다시 발걸음을 옮겨서 숙소 내부에 깊숙이 자리한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문 앞에 도착한 지휘관은 떨리는 손으로 약하게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나야.”

 아무런 대답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떨리는 호흡을 진정시키고 문고리를 잡아 당겼다. 잠겨있지 않았던 문은 순순히 열렸다. 문이 열리며 어두운 암흑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몇 년 동안 사람에게 한 번도 발견 된 적이 없는 동굴처럼 차갑고 어둡게 느껴졌다. 지휘관은 작은 동굴의 주인에게 천천히 말을 걸었다.

 “....나왔어. FNC.”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미 종유석이 되어 버린 그녀는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봐줄 때까지 기다렸다. 혹시라도 그녀가 이것들을 보고 다시 웃어주기를 기대하며 기다렸다.

 정적이 이어졌다.

 침대에서 다리를 껴안고 웅크리고 있는, FNC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는 눈길한번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휘관은 계속해서 문 앞을 지켰다. 고요함이 그의 마음을 꿰뚫었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아서 소리를 지르고 싶은 것을 참아가며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간식 가져왔어.”

 여전히 대답이 없자 그는 신발을 벗고 어두운 방안을 가로질러 그녀의 침대로 향했다. 방 여기저기는 물건들이 깨지고, 흩어지고, 부서져있었다. 걸어가던 중 유리조각을 밟아서 새끼발가락 쪽이 찢어진 것 같았지만, 그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지휘관은 침대 구석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왜 온 거야?”

 그녀가 주먹을 세게 쥐며 차갑게 말했다.

 “그런 짓을 해놓고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올 수가 있는 거야?”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렸다. 그 떨림 속에는 강한 살의가 담겨있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던 지휘관은 담담하게 손에 들고 있었던 것들을 건네며 말했다.

 “일단 이거 먹고 이야기해.”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밝은 빛이 가득했던 그녀의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빛이 없이 탁해진 눈동자에서 그를 향한 증오심이 불타올랐다.

 FNC가 그의 손에 들려있던 초코바를 강하게 쳐냈다. 초코바가 벽에 강하게 부딪쳐 요란한 소리를 내고 떨어졌다.

 땅에 떨어진 초코바를 멍하니 바라보던 지휘관이 이번에는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FNC는 그걸 받아들어 신경질 적으로 그의 얼굴에 던졌다. 아이스크림이 지휘관의 머리 옆에 맞고 부서져서 땅으로 떨어졌다.


 그의 얼굴에 흰색과 검은색의 크림이 난잡하게 묻었다. 그는 차분하게 크림을 닦아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돌아온 건 그녀의 차가운 살의뿐이었다.

 “....저리 꺼져.”

 차갑게 불타오르는 그녀의 눈동자를 본 지휘관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마음속에 담아 둔 말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에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의 몸이 점점 더 떨리더니 이윽고 눈물이 떨어져 흘렀다.

 지휘관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어두운 방에 다시 정적이 흘렀다. 차갑고 싸늘한 공기가 상처 입은 두 사람의 마음에 흘러들어갔다. 차가움에 격려를 받은 두 사람의 상처는 더욱 벌어져갔다.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두 사람의 심리적 관계는 점점 더 멀어져 갔다.

 “명령이 또 내려왔어.” 지휘관이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나오지 않아도 돼. 오늘 만큼은 푹 쉬어.”


 명령이 또 내려왔다.


 그 말에 잠시 진정되었던 그녀의 머릿속의 뇌세포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두 눈이 확장되며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흐윽....”

 FNC의 머릿속에서 그때의 악몽이 재생되었다. 모두를 잃었던 참혹한 그 사건의 장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녀의 눈앞에 펼쳐졌다. 잠시 후. 모두를 잃었던 전장, 그녀가 그곳에 다시 한 번 서 있었다.

 그녀의 숨이 거칠어졌다. 두 눈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

 쾅. .

 폭격음이 들려온다. 사방에서는 총성이 들리고 그녀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이 총을 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공포가 그녀를 덮쳤다.

눈앞에 있는 거대한 그림자. 그녀는 그 앞에 서있다.


 쾅!!!


 땅을 울리는 포격음이 다시 울렸다. 동시에 옆에 서있었던 인형의 머리가 눈앞을 지나갔다.

 “...흐윽.......”

 그녀는 총을 쏘았다. 이를 악물고 총을 쏘았다. 그녀들을 살리기 위해서. 아니, 한명만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총을 쏘았다. 쏘고, 쏘고, 쏘고 계속 쐈다. 총열이 붉게 달아오르고 반동으로 어깨가 나갈 것 같아도 멈출 수 없었다.


 쾅!!!


 또 한 번의 포격음이 앞에 있던 또 하나의 인형을 덮쳤다. 인형의 사지가 날리며 눈앞에서 사라졌다. 인형이 서있던 자리에는 그녀이었던 것만이 남아있었다.

 자리에 주저앉아 버릴 것 같았지만 쏘는 걸 멈출 수는 없다. 그녀는 괴성을 지르며 총을 쏘았다. 제발 쓰러져 달라고, 제발 무너져달라고 간절하게 기원하며 총을 쏘았다.

 제발 끝내 줘. 제발 죽어 줘. 그녀의 바람과는 다르게 철옹성 같은 거대한 기계는 쓰러질 줄을 몰랐다.

 그때 앞에 있던 인형 하나가 돌진하기 시작했다.

 

 가...가지마.

 

 그녀는 귀를 막고 소리를 지르며 기억을 멈춰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럴수록 그녀는 더욱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눈앞에서 펼쳐지는 그 장면을 외면 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태워지는 것처럼 그녀를 괴롭혔다.

 

 

 쾅!!

 

 또다시 폭발음이 울렸다,

 

 소음과 함께 그 인형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래도 그녀는 총을 쏘았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해서 영점조준도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계속해서 발포했다.

 이제 전장에는 그녀와 커다란 기계만이 남았다. 거대한 구경의 포구가 그녀에게 향했다. 그녀는 더욱 소리를 지르며 총을 쏘았다. 결국 커다란 굉음을 내며 기계가 무너져 내렸을 때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아무도 남지 않은 전장에 가만히 서있었다. 팔다리가 여기저기 놓여있는 전장에 그녀 혼자 남았다.

 그때였다.

 

 쾅!!

 

 또다시 폭음이 울렸다. 뒤를 돌아본 그녀는 다시 한 번, 그 기계를 마주했다. 그리고 소대원들과 함께, 그녀는 다시 한 번 폭격 속으로 들어갔다.

 똑같은 장소

 똑같은 풍경

 똑같은 명령.

 똑같은 대원들.

 똑같은 죽음.

 그녀의 머릿속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같은 부분을 계속하며 이어져 나갔다. 이미 피폐해진 그녀의 머릿속을 악몽의 기억이 휘저었다. 동영상의 부분 반복 재생처럼 계속해서 이어졌다. 30, 1시간, 2시간, 3시간, 4시간, 8시간, 10시간. 그녀의 머리는 그 장소에서 멈춰졌다.

 그녀는 침대위에서 귀를 막고 소리 질렀다. 그렇게 하면 아무것도 들지 않을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품으며.

 그녀의 귀속은 폭격음과 총성, 소대원들과 나누었던 사소한 대화들로 가득했다. 그럴수록 그녀는 소리를 질렀다.


 “으으... 첫 작전이라 너무 떨려, 실수하면 어떡하지? FNC”


 그녀는 소리를 질렀다.


 “같이 힘내자 FNC”


 그녀는 괴성을 질렀다.


 “..살려.....FNC”


 그녀가 자해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자신의 손으로 머리를 쥐어박자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던 지휘관이 그녀를 저지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지휘관이 준비해온 수면제를 강제로 먹였다.

 

 발광하던 그녀가 잠에 들어서야 상부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명령을 강행했던 지휘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자리에서 일어난 지휘관이 편하게 잠이든 FNC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안해. FNC”

 그는 흐르던 눈물을 훔치고 문 밖으로 향했다.

 이번만큼은 그녀들을 살리기 위해서.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나오게 하기위해서. 그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엔 다를 것이다. 이번만큼은 그녀들을 살릴 것이다. 그는 그렇게 마음을 먹고 주먹을 꽉 쥐었다.


 

 

 오늘은 '그 작전'이 끝난 바로 다음날이다.


 그리고 오늘은 어제가 다시 반복되는 날이기도 하다.

 

 

 

 

fin

 

 

 

FNC 지옥런 그림보고 생각나서 적어봤네요. 갑자기 쓴 글이라 내용이 다소 불완전하지만 의미만큼은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지옥런 하지맙시다...

 

Lv28 렝가는o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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