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영전 팬픽&카툰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팬아트] '등교길거북이'님 단편소설 리퀘 2부

아이콘 소다맛밀키스
댓글: 1 개
조회: 268
2015-01-30 18:13:10

'등교길거북이'님 단편소설 리퀘입니다

벨라가 리시타와 재회하는 내용을 요청하셨습니다.

총 2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카카오톡 채팅창에서 작성된 글이라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솔로 관람 주의

 

2.

Lethita

 

내가 처음 전사가 되었을 때,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한 나와의 약속이 있었다.

내가 쓰러지는 순간까지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지켜내겠다는 약속.

하지만 그 약속은 너무나도 쉽게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내가 조금만 더 강했다면, 내게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졌다면, 너를 잃는 일은 생겨나지 않았을 텐데.

로체스트의 성탑에서 올려다본 밤하늘처럼 까맣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졌던 여자. 언제나 쾌활했고 힘든 일이 닥쳐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위기를 넘기던 사람이었다. 내겐 그 누구보다도 특별했던 유일한 사람. 깊은 바다 속에서 빛나는 진주 같았던 사람.

 

벨라.

 

*

 

니플헤임에서 살아있는 자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스물 네 시간이 전부다. 여신 모리안의 가호조차 미치지 않는 저주받은 심연의 땅. 이미 이승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마족들이 울부짖었고, 그들을 만만하게 보고 섣불리 발을 내딛었던 사람들은 피눈물을 뿌리며 죽은 이들의 발밑에 쓰러져갔다. 그들이 에린에 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니플헤임은 마족의 저승. 심연중의 심연. 여신조차 버린 곳.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는 평생을 이곳에서 떠돌아야한다. 그를 쓰러뜨린 마족들에게 몇 번이고 다시 한 번 죽음을 맞으며 고통의 윤회는 반복된다.

 

그녀 역시 그들의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아니, 나대신 그녀가 그들의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는 편이 옳을 것이다.

 

젝칼리온이 나에게 날린 마지막 일격을 그녀가 온 몸으로 대신 받아내었다는 말은, 니플헤임의 문이 닫히고 저주받은 땅에 그녀를 두고 왔음에 오열하다 정신을 잃은 지 한참 후 다시 눈을 떴을 때였다. 여관의 창밖으로 보이는 석양마저 피로 물들은 듯 빨갛게 보였다. 먹을 것을 가지고 내 방에 올라온 마렉은 니플헤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지만,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의 가슴을 후비고 심장을 찢어발기는 느낌이었다. 니플헤임의 문이 닫히기 거의 직전이었으며 벨라는 다리조차 움직이질 못했고 이미 출혈이 너무 심해서 운 좋게 데리고 나왔어도 한 시간도 못 가서 죽었을 거란 그의 설명조차 전부 변명처럼 들렸다.

 

마렉의 말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남아있던 두 동료와 나도 자칫하면 빠져나오지 못 했을 뿐더러 벨라 역시 니플헤임을 빠져나왔다 해도 콜헨으로 돌아오는 배 위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시간이 급박했다는 것과 그녀가 입은 부상이 심각했단 것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동의했을 것이다. 동료들이 옳은 판단을 내렸다는 것은 부정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 옳은 판단 때문에 벨라는 저주받은 심연 중의 심연의 땅에서 홀로 쓸쓸히 목숨을 잃었다. 그녀는 에린에 들지도 못할 것이다. 영원히 니플헤임에서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며 그 몹쓸 족속들과 외로운 싸움을 반복할 것이다. 나는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지르다 다시 한 번 정신을 잃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자정이 가까워진 시간이었다. 구슬픈 푸른 빛 초승달이 하늘 높이 걸려 있었다.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창가로 비틀비틀 걸어갔다. 니플헤임에서 입은 부상이 여전히 욱신거렸다. 아니, 그보다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갈라진 상처가 더더욱 고통스러웠다. 처량한 달빛이 용병단 사무실의 지붕을 비추었다. 사무실 건물 맨 꼭대기 방 창가에 하얀 꽃다발이 놓여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벨라가 쓰던 방이다. 우리는 종종 한밤중에 창문을 열고 수신호를 보내며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 재미있다는 듯 유쾌하게 웃음 짓는 그녀 대신 슬픔에 찬 듯 흐드러지게 핀 하얀 꽃들만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꽃이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했다. 억척스러운 말괄량이가 취향은 얌전한 아가씨나 다름없다고 놀렸던 때가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마을에서 소문난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단순히 무기를 빌려 쓰는 사이였지만, 성격도 취향도 워낙에 비슷했던 터라 우리는 금세 친한 친구가 되었다. 전장에서는 늘 등을 맞대고 마족들과 전투를 벌였고, 전투에 나가지 않는 때는 이그나흐 강으로 낚시를 가거나 주점에 가서 로체스트의 병사들과 가볍게 도박을 하기도 했다. 어디를 가도 그녀와 함께하는 곳이라면, 설령 피 튀기는 전장의 한가운데라 할지라도 좋았다. 가장 절친한 친구니까, 무엇이든 함께할 수 있는 친구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도 나와 똑같이 말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함께 있다면 뭐든지 행복하다고. 그 말을 들었을 때도 그저 절친한 친구의 말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우리의 그 마음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단 하루만이라도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다른 동료들은 술자리만 되면 언제나 우리가 오래된 연인 같다며 놀리고는 했다. 나는 대수롭지 않은 장난이라 여겼기 때문에, 장난은 장난으로 받아쳐야 한다고 생각해 이다음에 장가들 사람이 없으면 벨라에게 장가들어야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렇게 말하면 동료들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곤 했는데, 벨라는 항상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는 말만 하고 연신 술을 들이켰을 뿐이다. 악의 없는 장난이었을 뿐인데, 그 말이 어쩌면 그녀에게 상처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문득 가슴이 턱턱 막히는 까닭에 숨을 토해내듯 내쉬었다. 눈앞에 순간 화사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함께 있다면 뭐든지 행복해. 그렇게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가 귓전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함께 있다면 뭐든지 행복해.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함께 있다면.

 

나는 서둘러 벽에 걸린 갑옷을 입고 무기를 챙겨 여관 밖으로 뛰쳐나갔다. 문을 나서기 전, 입구 옆에 있던 꽃병에 꽂혀있던 빨간 장미 한 송이를 가져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선착장 한편에서 의자에 앉아 살짝 졸고 있던 사공이, 가장 작은 배를 타고서 출항 준비를 하는 나를 보더니 바로 잠에서 깬 듯 한달음에 달려왔다. 달큰한 딸기주의 냄새가 코끝으로 전해졌다.

 

어이쿠, 모르반에 가시는 길이면 저를 그냥 깨우시지 않고…….”

 

모르반에 가는 게 아니에요.”

 

그럼 이 밤에 어디로 출항을 하십니까? 아이단 단장님께서 당분간 야간 전투는 없으니 저도 일을 좀 쉬라 하셨는뎁쇼.”

 

니플헤임에 갑니다.”

 

내 입에서 니플헤임이란 단어가 나오는 것을 듣자마자 사공은 펄쩍 뛰었다. 니플헤임은 용병들에게도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일반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곳의 마족들은 몇 번을 쓰러뜨려도 아침이 되면 다시 살아나는데다가, 스물 네 시간 안에 살아서 나오지 않으면 영원히 구천을 떠돌게 되는 심연 중의 심연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병사님, 니플헤임이라뇨! 혼자서 저, 저주받은 죽은 마, 마족들이 득실거리는 땅에 가신다니 제정신이십니까?”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요.”

 

사공의 얼굴에 언뜻 당혹스럽다는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마 그도 칼브람 용병단 소속 용병 하나가 니플헤임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여자 병사님 말씀하시는 겁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 사공은 소문으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여자 용병이 생전에 나와 절친한 사이였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밤낚시를 나갈 때 그와 마주쳤던 적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사공은 머리를 긁적이고는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애통하실 거란 건 알겠지만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지금 가도 그분을 데리고 함께 콜헨에 돌아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돌아올 생각은 없습니다. 혹시 용병단 사람 중 누가 저의 행방에 대해 묻는다면 찾으러 오지 말라고 해 주세요.”

 

?”

 

마지막 모험을 떠나러 가는 겁니다.”

 

사공은 아까보다 더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작은 배 위에 올라타 노를 젓기 시작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선착장에 털썩 주저앉은 사공을 뒤로하고 나는 끊임없이 노를 저었다. 콜헨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점점 작게 보이더니 이내 몇 개의 자그마한 주황색 불빛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바다는 고요했고, 잔잔한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귓전을 스치고 지나갔다. 마음이 점점 차분해졌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함께 있다면 뭐든지 행복하다는 말.

 

설령 그곳이 마족들의 저승이라고 한들, 구원이 찾아오지 않을 영원한 심연이라고 한들, 의미 없는 전투가 무한히 반복되는 곳이라고 한들.

 

우리 두 사람이 함께하는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낙원일 것이다.

 

 

Lv65 소다맛밀키스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마영전
  • 게임
  • IT
  • 유머
  • 연예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