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은 영화 'Inception' 중 'Time' 의 피아노 커버
원래 다른 브금을 올리고 싶었으나 브금저장소 신규업로드가 안된다네요.
해결방법 아시는 분 연락좀..ㅠㅠ
피오나 배경스토리가 하도 안 나오길래 자기 만족용으로라도 한번 썼던 글입니다
배경 스토리라고 하기엔 좀 길어질 것 같아서 연재작으로 나누었습니다. 분량폭탄ㄷㄷ
공식 설정에 언급된 것은 '남부 출신' '과묵한 성격이라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음' 뿐이라..
나머지 설정은 그냥 제가 임의로 만들었네요. ;ㅁ;
만약, 피오나가 용병이 되기 이전에는, 티이나 세르하와 같은 '무녀'였다면?
왜 그녀가 환속할 수밖에 없었고, 어째서 검을 들게 되었나?
...라는 망상 생각에서 출발한 글입니다.
그냥 심심풀이로 읽어주세요! ^ㅁ^.....
5~7부작 내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삼성 갤럭시 S노트 어플과 한글과컴퓨터에서 작성된 글이라
인벤에서 보기엔 다소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
피오나는 신전의 문을 열었다. 마을의 무녀 세르하가 매일같이 정성스럽게 청소하고 화단을 가꾼 덕택에 외딴 곳에 있었음에도 신전은 늘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햇빛을 받아 대리석으로 조각된 여신상이 은은하게 빛났다. 여신의 두 발 주변에는 기도하러 온 이들이 두고 간 듯 한 꽃다발이 놓여있었다. 그녀는 여신상의 발치에 앉아 나른하게 쏟아지는 햇빛을 맞았다. 오후의 햇살이 그녀의 속눈썹에 내려앉으니 졸음이 밀려왔다. 피오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여신상에 머리를 기댔다. 봄날의 햇살이 웅크린 그녀의 몸을 따스하게 감쌌다. 그녀는 마치 고향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녀가 그토록 돌아가길 원하는 곳이지만, 이제 더는 돌아갈 수 없는 곳. 기쁨도, 슬픔도, 추억도 모두 뒤로하고 떠나온 그 곳.
피오나는 눈을 감고 기억의 물 밑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
"피오나 자매님, 찾아오신 분이 있는데요."
새하얀 무녀복을 입고서 제단을 청소하던 피오나가 뒤돌아섰다. 어린 견습 무녀 한 명이 저만치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찾아왔다고요? 누가?"
피오나는 가족이 없었다. 십여 년 전 새파란 달이 뜬 어느 날 밤, 누군가 신전의 여신상 발치에 대나무를 엮어 짠 바구니에 아기였던 그녀를 버리고 가 대사교가 그녀를 거두어 키웠던 것이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신전 안의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던 탓에, 딸을 신전에 보낸 부모들이 찾아오는 다른 무녀들과는 달리 그녀에게는 방문객이 없었다.
"그게……. 어떤 남자 분이었어요. 금빛 머리카락에, 마치 사냥꾼 같은 옷차림이었는데……."
순간 피오나의 얼굴에 잠시 홍조가 번졌다 사라졌다. 금발 머리에 사냥꾼이라면 일전에 산에서 만났던 그 남자임이 분명했다. 정말로 이곳까지 찾아왔다니. 그녀는 무녀복에 묻은 먼지를 털고 한쪽 다리를 약간 절뚝거리며 견습 무녀의 뒤를 따라 나섰다.
며칠 전의 일이었다.
피오나는 제례에 쓰일 향유를 구하러 멀리 떨어진 마을인 오델튼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신전 옆의 마을인 나르콘에서는 향유를 파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신전 사람들은 안개산을 넘어 오델튼에 가는 수밖에 없었다. 안개산은 하루 종일 희끄무레한 안개가 낀 곳이라 붙은 이름이었는데, 안개 너머로 곰이나 늑대 같은 야생 동물들이 들끓는 위험한 곳이었다. 무녀들이 지나가기엔 너무 위험한 곳이라 보통 신전에서 경비 일을 하는 론델 씨가 사다주고는 했는데, 론델 씨는 나무에 오르다 실수로 떨어져 다리를 부러진데다가 내일 아침 일찍 제례를 거행해야 한다는 갑작스러운 대사교님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또래 무녀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피오나가 가게 된 것이었다. 가장 나이가 많다고 해봐야 그녀도 겨우 열여덟 살에 불과했지만, 견습 무녀들은 열 살 남짓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그들은 오델튼에 가는 길조차 알지 못했다. 설령 길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렇게 어린 아이들을 한밤중에 내보낼 수는 없었다.
"발걸음을 빨리 하면 될 거에요. 제례 전까지 꼭 돌아올게요."
그렇게 말을 하고 길을 나선 것이 정오가 조금 지난 때였는데, 한밤중이 된 지금까지 피오나는 신전에 도착하지 못했다. 해가 떠 있는 낮에 안개산을 지나는 것은 그리 위험하지 않았지만, 달빛 외에는 빛 한 점 없는 밤은 다르다. 가능한 한 빨리 신전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그날따라 안개가 유달리 자욱했던 탓에 그녀는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한밤의 안개산은 공포 그 자체였다. 스산한 바람이 몰아치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들짐승들의 소리는 피오나의 온 몸에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그녀는 회색 로브를 더욱 더 단단히 여몄다. 마치 그 옷이 그녀를 지켜줄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의 품 안에서 가죽 주머니에 담인 향유병 몇 개가 달그락거렸다. 부디 그 소리에 들짐승들이 반응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빠르게 걸음을 옮겼지만, 몇 번이고 그녀는 같은 곳을 맴돌 뿐이었다.
'하나도 안 보여. 돌아가는 길이 전혀 생각나지 않아.'
속이 바짝 바짝 타들어가는 그녀의 귓전에, 순간 오싹한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섬뜩하게 빛나는 두 개의 빛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늑대였다.
늑대에 대해 들어본 적은 숱하게 많았다. 가끔 마을 사람들 중 산을 넘다 늑대에게 희생당했다며 제례를 올려달라고 부탁하러 온 유족들을 만났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안개산에는 늑대들이 바글거리는데, 그 중에는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기이한 괴수도 있다는 말도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피오나의 눈앞에 있는 늑대는 소문 속 괴물 늑대가 아닌 보통의 늑대인 게 분명했다. 저것은 언제라도 달려들 수 있을 것이다. 피오나는 달리기가 또래 무녀들 중 가장 빠른 편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저 늑대를 따돌릴 만큼 빠르게 달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살생을 해선 안 된다는 가르침 때문에 무녀들은 무기를 지니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항상 의심할 여지없이 믿고 따르던 그 가르침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원망스러웠다. 그녀가 이 위험한 산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던 상황이 원망스러웠다. 오늘 밤 먹잇감으로 자신을 선택한 저 늑대가 원망스러웠다. 늑대는 금방이라도 덤벼들 자세를 취했다. 늑대의 시커먼 털에는 동물의 것인지 희생당한 인간의 것인지 모를 피가 군데군데 말라 붙어있었다. 피오나는 날개를 다친 새처럼 무력하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늑대가 날카로운 이빨로 그녀의 피부를 찢으려 달려들던 그 순간.
"위험해!"
풀숲에서 한 남자가 뛰쳐나와 피오나와 늑대의 사이로, 아니 정확하게는 그녀에게로 몸을 날렸다. 그는 피오나를 감싸 안고서 늑대를 피해 길 옆의 풀이 무성한 내리막길로 굴러 몸을 피했다. 워낙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진 그녀는 간신히 눈을 떴다. 그녀의 몸 위에서 일어서 흙먼지를 털어내고 칼을 뽑는 키 큰 남자의 뒷모습이 희미하게 윤곽으로 보였다. 바스러지는 낙엽 소리. 얼굴에 느껴지는 축축한 흙. 늑대의 울부짖음. 몸을 일으켜 늑대에게 달려드는 남자의 고함. 한쪽 다리에 느껴지는 통증. 이 모든 것들을 동시에 느끼며 피오나는 정신을 잃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까 그녀가 헤매던 그 숲 속 깊은 곳이 아니었다. 피오나는 잘려나간 나무뿌리에 머리를 기대고 누워 있었다. 정신을 잃기 전 통증이 느껴지던 발목을 내려다보니 부목을 대고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몸을 일으켜보려 했지만 다친 다리에서 전해지는 고통이 심해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 아까 내리막길에서 굴러 떨어질 때 어딘가에 부딪혔거나 접질린 탓에 다친 게 분명했다.
"부러진 건 아닌 거 같은데, 당분간은 못 움직일 거야."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곰의 가죽을 이어 붙여서 만든 외투에 견고한 가죽 갑옷을 입은 사냥꾼 한 명이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와 비슷한 나이이거나 약간 더 나이가 많아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약간 헝클어진 금빛 머리카락에 낙엽 부스러기가 약간 묻어 있었다. 그가 몸을 숙여 피오나의 다친 다리를 살펴보았다. 피오나는 얼굴을 붉히며 로브의 옷자락으로 다리를 덮었다.
"누구시죠?"
"당신같이 한밤에 이 위험한 산을 지나는 멍청이들을 구해주는 사람이지."
그는 저만치 놓여있던 피오나의 가죽 주머니를 들어보였다.
"당신 물건 맞지?"
향유를 담아오던 가죽 주머니가 분명했다.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남자의 손에서 가죽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주머니 밖으로 향유 특유의 달콤한 향이 흘러나왔다. 주머니를 열어보니 한 병은 이미 깨졌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머지 향유병은 모두 멀쩡한 것 같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위험한 곳을 무녀에게 지나가라고 시키는 건 못 봤는데. 당신들은 그놈의 규율인지 뭔지 때문에 자기 몸 지킬 칼 하나 못 가지고 다니잖아."
"아침에 급하게 올릴 제례가 있는데, 원래 물건을 가져다주시는 분이 다리가 부러져서……."
"그렇다고 당신을 늑대 밥으로 만들게 내몰아?"
"다들 어린 무녀들인걸요. 그 애들은 길도 몰라요."
"제례를 나중에 올리면 되잖아. 산 사람 목숨까지 죽은 사람을 위해 뺏으라는 건 좀 너무하다고 보는데."
피오나는 대답하지 않고 잠자코 가죽 주머니만 내려다보았다. 남자는 혀를 한번 차더니 주머니에서 낡은 손수건 한 장을 꺼내 피오나의 손목에 난 긁힌 상처에 얼룩진 핏자국을 닦아주었다. 이름 모를 남자의 손길을 그녀는 마다하려 했지만, 그는 묵묵히 손등까지 타고 흐른 피를 닦아냈다.
"어느 마을이야?"
"나르콘."
"멀리서도 왔네. 오델튼에서 향유를 산 것 같던데, 차라리 거기서 하룻밤 묵고 오는 쪽이 낫지 않았겠어?"
"아침에 제례가 있다니까요."
"어쨌든 그 다리로는 걸어서 아침까지 못 가. 가다가 산짐승에게 먹혀서 죽기 딱 좋지.“
말을 마친 그는 피오나를 등지고 몸을 숙였다.
"업혀."
"뭐라고요?"
"업히라니까."
느닷없는 남자의 말에 피오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저, 그게……."
"늑대밥 되고 싶어? 아까 그놈도 쓰러뜨리느라 죽는 줄 알았는데. 보통 늑대로 끝난 게 다행인 줄 알아. 만약 그것이 라이칸스로프였다면……."
아까 전의 그 늑대는 남자에게 처치당한 것 같았다. 남자의 손등에 난, 늑대의 발톱이 남긴 상처와 그의 옷 앞섶에 튄 피가 그제야 피오나의 눈에 들어왔다. 아직 앳된 티가 나는 젊은 남자였지만 상당히 노련한 솜씨를 가진 게 분명했다. 이 사람이 함께 동행한다면 적어도 돌아가는 동안 들짐승의 발톱에 찢겨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피오나는 몇 번이나 망설인 끝에 주춤거리며 그에게 업혔다. 남자는 그녀를 가뿐하게 업고서 성큼성큼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카락에서는 모닥불에 타들어간 나무의 냄새와 연기의 냄새가 약간 풍겨왔고, 목덜미에서는 땀 냄새가 났지만 기분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가 걸친 털외투에 얼굴 한 쪽을 묻고서 피오나는 조그마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고마워요."
"고마우면 다시는 이런 위험한 짓 하지 마."
여전히 다친 다리와 여기저기 긁힌 상처는 아팠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도감이 피오나를 감쌌다. 이 남자와 있으면 적어도 들짐승의 밥이 되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니란 법은 없다. 언제 태도를 돌변하고 그녀에게 시커먼 속내를 드러낼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는 안심이 되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남자는 그런 나쁜 사람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생각해보니 만약 그가 그런 흑심을 품은 사람이었다면, 그녀가 정신을 잃었을 때 목적을 달성하고 그대로 떠나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앞만 보고 걷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늑대 때문에 많이 놀랐을 텐데, 진정용 열매라도 좀 줄까?"
"괜찮아요. 놀란 건 맞지만 이제 나아졌어요."
그는 좋은 사람이구나. 피오나는 희미하게 미소 짓고는 눈을 감았다. 잠이 물밀듯이 쏟아졌다. 그녀는 행여나 남자의 등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그의 목을 재차 끌어안았다. 졸리면 잠시 자 두라는 그의 목소리가 점점 멀리서 들려오는 듯 하더니, 일순간 그녀는 잠들어버렸다.
*
"일어나. 거의 다 왔어."
나지막하게 그녀를 깨우는 남자의 목소리에 피오나는 눈을 떴다. 어느덧 아침이 다가온 듯 하늘이 밝은 회색빛으로 변해 있었다. 저 멀리 신전의 입구가 보이는 듯 했다. 제례 시간에 늦기 전에 향유를 대사교님께 가져다 드릴 수 있을 것이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돌아왔어요."
"다리는 혹시 모르니까 꼭 의원에게 가 봐. 손목에 난 상처도 덧나면 안 되니까."
무심한 듯한 어투였지만 그 말 속에는 친절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피오나는 짧게 웃고는 그 남자에게 말했다.
"어떻게 보답이라도 해 드리고 싶은데요. 생명의 은인이잖아요."
"보답?"
"네. 아침 식사라도 하고 가시겠어요?"
피오나의 말에 남자가 피식 웃었다.
"생명의 은인에게 하는 보답이 고작 아침식사야?"
"......."
피오나가 잠자코 입을 다물고 있자, 그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데이트."
"네?"
"위험에 처한 아가씨를 구한 보상으로 그 정도는 되어야 구한 보람이 있지."
피오나가 기가 차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그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고귀하신 무녀님한테 사냥꾼은 안 어울린다는 건가?"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나는 무녀고……."
"그래서 된다는 거야 안 된다는 거야?"
"안 돼요."
어느덧 신전 입구까지 도착해, 피오나는 멀쩡한 다리에 무게를 실으며 남자의 등에서 내려왔다. 남자는 그 먼 길을 그녀를 업고 걸어왔는데도 전혀 힘든 기색이 없었다. 이른 아침의 햇빛에 그의 머리카락이 반짝였다. 성격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그에게 피오나는 일부러 딱딱하게 굴었다. 그의 말마따나 그는 생명의 은인이었지만, 평생을 신전에서 어린 소녀들과 함께 자라오기만 했던 그녀에겐 낯선 남자의 친절과 관심이 당황스러웠다. 그녀는 신전 문 안으로 절뚝거리며 걸어가며 말했다.
"데려다 주셔서 고마워요. 하지만 그 부탁은 못 들어드리겠네요."
"당신 다리가 거의 다 나았을 즈음에 찾아올게. 그 때는 마음이 변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 그의 말에 피오나는 대답하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갔다. 부루퉁한 표정으로 입을 비죽이는 그녀의 뒤에서 남자의 웃음소리가 짧게 들렸다. 피오나의 흰 두 뺨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이상한 사람이야. 그녀는 일부러 조금 투덜거렸다. 분명히 자신을 도와준 고마운 사람인데, 왜 갑자기 밉살스러운 기분이 드는지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