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토론 게시판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기타] 요즘 하늘이 참 파랗더라

카르네아
댓글: 19 개
조회: 2267
추천: 12
2017-09-03 08:45:36
안녕 형들? 질리언3에서 군주를 키우고 있는 평범한 유저야. 이슈게에 이런 글 적어서 미안해. 그냥 오픈 초부터 지금까지 린엠 달리면서 있었던 썰이나 풀어보려고 몇 자 적어봐.

레벨 71, 군주, 샤이닝 브레이브, 악창 오단 9황지, 풀방 126, 랭킹 10위. 이게 내 가상 스펙이야. 서버 열리자마자 키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접속했었어.

지역농협 3년차 계장, 준중형 차 한대, 전세집, 독신. 이게 내 현실 스펙이야. 한쪽은 서버 탑랭커, 한 쪽은 발에 채일 정도로 흔한 소시민.


1.
처음 친구 소개로 린엠을 하게 되었어. 중딩 시절의 리니지를 모바일로 구현 시켰다는 게 정말 그립더라구. 그래서 친구들이랑 같이 린엠을 시작했어. 전설이 되어라 이벤트였지? 렙 52 넘기면 축데이 준다던 그 이벤트. 첨엔 말도 안 된다 생각했거든. 그야 내가 최대로 키워본 게 48렙 이었고 데스나이트는 서버 지존들만 변신하던 시절이었으니까. 근데 그 데스나이트를 넘나 쉽게 달성해버리더라. 와, 내가 데스렙이라니. 황홀하더라구.

2.
64렙이었나, 그때 처음 별을 달았어. 채팅 죽돌이라 그날도 채팅하는데 아이디 앞에 별이 달려있는 거야. 신나더라? 내가 서버 100위 안에 든다니. 다들 축하해 주는데 한 유명 랭커가 나한테 별창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 그랬어. 난 그 말이 뭔 뜻인지도 모르고 그저 기분 좋더라구.

3.
군주다보니 혈은 당연히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초창기부터 하나 만들어서 운영했어. 혈랭킹은 별 신경 안 썼는데 그것도 순위가 갑자기 오르기 시작하더라? 아마 켄라우헬 상자 풀리고 난 직후였을거야. 생각해보면 그 직후 많은 사람들이 접었단 의미인 거 같아. 아무튼 혈을 운영하는데 어쩌다보니 막피혈이랑 대립이 일어났어. 애꿎은 혈원들 계속 죽어나는 걸 보면서 회의감 들더라. 그래서 혈 해체시켰어.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랭킹 올리는 데 혈이 방해되어서, 그래서 혈맹을 해체시켰던 거 같아. 별창이 된 거지.

4.
며칠 전이었어. 창구에 엄마와 아들이 왔어. 다섯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애가 휴대폰 게임을 하면서 뭐가 안 풀리는지 빼애액 시끄럽게 구는데 엄마가 가만히 있더라고. 그래서 뭘 하나 봤더니 진짜 뻥안치고 린엠 하고 있더라. 요정이던데 자세히는 안 보이고.  순간 소름이 확 돋더라. 내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5.
한날 어머니한테 오랜만에 전화가 왔었어. 근데 하필 그때 용던 5층 솔플 중이었거든. 컨 실수 한 번에 죽을 수도 있으니 잔뜩 신경쓰면서 통화하는데, 전화를 끊고나니 도대체 무슨 대화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 심지어 짜증을 냈던 거 같기도 하고. 내가 뭐 하는 건가 생각이 들더라.

6.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퇴근하면 수영이나 배드민턴, 헬스하고 주말엔 축구도 했어. 근데 린엠 하고는 도저히 안 되겠더라. 아무리 자사 돌려놓고 딴 일 한다고 해도 계속 생각나서 팀뷰어 봐야 하고. 막피라도 당하면 그 시간에 날리는 경험치가 어휴. 친구들 단톡방에 석달 가까이 글을 안 적고 있어. 아이패드로 린엠 돌리고 폰으론 인벤 정보글 봤거든.

7.
결정적으로는 뭐, 역시 마지막은 아인하사드 문제로 귀결되더라. 솔직히 앱스토어 결제 내역 보기가 무서워. 좋아하는 거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주의인데, 이건 해도 너무하더라고. 군터에 나발 튀어나오는 순간부터 아인 감당이 안 되더라. 예전에 알던 동생 하나가 자기 도박 할 때 이야기 해주면서 하루에 몇 백을 써봤다 할 때 속으로 미쳤네, 했는데 내가 그러고 있더라고.

8.
린엠이 출시되고 지금까지 하면서 배운 게 몇가지 있어. 소비자는 현명하지 않다는 거, 나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지 못했다는 거, 엔씨 게임은 하면 안 된다는 거, 그리고 현실에서 못 찾은 내 자존감을 가상에서 찾으려 하면 안 된다는 거. 아마 린엠이 내 인생에서 순수하게 내 쾌락을 위해 가장 많은 돈을 쓴 것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애.

9.
린엠, 내가 보기엔 정말 갓겜이야. 이렇게 투지를 자극하고 다양한 플레이가 공존하고 자유도 높은 모바일 게임은 본 적이 없어. 근데 그건 아아아아주 돈이 많거나, 아니면 나처럼 멍청하게 과금 해대지 않고 현명하게 선택적으로 즐기는 경우에 한해서 인거 같아.

형들, 하늘이 참 파랗더라. 난 요즘 그것도 몰랐어.

10.
이렇게 인벤에 헤어지는 글을 남겨서 미안해요 초롱불 가족분들. 혈 폭파시켜먹은 죄인을 가족처럼 받아준 여러분들께 감사합니다. 인게임에서 이런 말씀 드릴 용기가 안 나서 이렇게 적습니다.
그리고 린엠에서 알고 지냈던 많은 분들께, 그 동안 감사했고 즐거웠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저 기파랑은 먼저 베르 하겠습니다.
모두 감사해요.

Lv16 카르네아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린M
  • 게임
  • IT
  • 유머
  •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