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랭에서도 어느 정도 높은 수준에 다다르면
'적 누구 플 없을 때 싸우자'
'지금 집 보내면 안 된다 싸움 걸어라', '
'나 플 30초 남았으니 아직 싸우지 말자'
하는 식으로 이니시를 걸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활발하게 교환됩니다
프로 경기에서는 말할 것도 없겠죠
한타 페이즈에 접어들게 되면 거의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저런 말들이 오갈 것이고
모든 이니시가 팀 전체의 판단에 의해서 이뤄지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은 선수도 있겠지만 그건 암묵적으로 다른 팀원의 판단에 동의한 거나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어제 경기 3세트 마지막 한타 장면의 해설을 들어보면
"이거는 속된 말로, 게임을 안고 날아가서 던졌어요!"
"아지르 너무 비행이 과감한데요?"
"이건 과감한 수준을 넘어서... 너무 이거는 그냥 날아갔어요. 게임이 날아갔어요."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이건 아지르가 혼자 오버해서 게임 날려먹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다시 그 장면을 되감아 보면, 분명 레오나가 먼저 흑점폭발 스킬을 사용했고, 아지르가 날아감과 동시에 쉔 궁이 덧씌워집니다
즉 팀 전체의 판단으로 건 싸움이고, 그 과정에서 잘했고 못했고를 따질 수는 있어도 누가 들어간 것자체를 그 한 명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아지르가 혼자 오버했다 한들 쉔궁이 덧씌워졌다는 건 팀원들도 아지르가 파고드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니까요
물론 해설은 그냥 그 모든 상황과 나진의 판단을 함축적으로 아지르의 비행을 이용해 표현하고자 했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받아들이는 대부분의 사람들, 게임의 요점을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해 경기와 상황을 해석하는 데 해설자의 말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그렇게 들리지가 않는다는 점이죠
롤 유저의 80% 이상이 실버, 브론즈, 언랭입니다
이분들을 무시하려는 건 아니지만 소수의 에외적인 유저를 제외하고는 이분들이 게임에 대한 해석 능력이 떨어지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일 겁니다
그리고 80% 이상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해설을 듣고 상황을 오해하게 되는 순간 롤 커뮤니티의 대대적인 여론은 잘못된 포인트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그 탓에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습니다
어제 경기 3세트 마지막 한타가 끝난 뒤 위에서 언급한 해설 멘트가 나오고 응원을 위해 마련되어 있는 댓글창에 꿍에 대한 각종 비난이 범람했습니다
물론 그 한타를 떠나 경기 내내 꿍 선수가 못했다고 생각해 그것에 대해 비난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 해설 멘트가 나오고 나서 그 전보다 훨씬 더 많은 비난 댓글이 달리기 시작한 건 그저 단순한 우연이었을까요?
게임 내내 못한 선수는 혼자만의 판단이 아닌 플레이에 대해서도 다 뒤집어 쓰고 책임을 져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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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이야기해 봅시다
얼마 전 있었던 두 인기팀 SKT 와 CJ 의 경기 3세트 마지막 한타 장면에서 CJ 의 승리를 예견했던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울프가 블루진영 정글을 빙 돌아 CJ 의 뒤를 잡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CJ 가 참패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을 것입니다
두 팀이 꽝 맞붙기 전까지 울프의 플레이가 CJ 를 처참하게 부숴버릴 것으로 모든 사람들이 생각했습니다 (덧붙이자면 위에서 이야기했듯 이 플레이 역시 팀 차원의 판단입니다)
SKT 는 드래곤 5스택을 안정적으로 취할 수 있는 진영을 갖추고 있었고, 두 팀 간의 골드 차이는 어마어마 했으며, 알리스타의 이니시 능력은 최상급이니까요
해설자들조차도 거의 반 패닉 상태에 CJ 의 패배를 확신하는 어조로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웬걸, 그 한타는 CJ 가 승리하게 되고 그대로 경기가 끝나 버립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한타가 끝나고 나서야 해설자 포함 사람들은 부랴부랴 원인을 찾으려 합니다
첫번째로 등장한 게 페이커의 실수입니다 트페가 너무 빨리 죽어버렸다는 거죠
두번째로 알리스타가 브라움을 밀어버린 사실이 지적됩니다
세번째로 드래곤을 잡느라 알리스타와 다른 팀원들의 호응이 좋지 못했다고 합니다
네번째로 코코와 매라의 플레이가 좋았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뒤늦게 가장 핵심인 조합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SKT 의 알리스타가 뒤를 잡을 때 모두가 그걸 정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문가인 해설자들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한타가 열릴 수도 있는 각을 주며 무리하게 대치하고 있는 CJ 는 오답을 택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가서 보니 정답처럼 보였던 것은 오답이었고, 오답처럼 보였던 것은 정답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이겁니다
해설자들도 모든 정답을 알고 있지는 못합니다
계속 머리를 굴리고 굴리다 보면 결국 가장 완벽한 정답에 근접할 수는 있겠지만
경기를 중계하는 중에 모든 조건과 변수를 따져보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며 오답의 가능성을 피할 수 없습니다
분명 해설자들이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 중에선 가장 많은 경기를 보았을 것이고, 분석했을 것이고 가장 많은 이론을 공부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정답에 근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해설자란 위치에 있는 것이구요
하지만 모든 말이 다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고, 실제로도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시 어제 경기 3세트 마지막 한타 장면으로 돌아가 보면, 마치 거기서 나진이 싸움을 거는 건 세상이 다 무너져도 그래선 안 되었던 것처럼 오버해서 이야기합니다
정말 말 그대로 오버해서 다른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어떤 상황, 어떤 순간에도 절대로 그런 판단을 하지는 않을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그런 판단을 한 나진 선수들을 한순간에 브론즈, 아니 언랭보다도 못한 겜알못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프로 선수들도 어이없는 실수를 하곤 합니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분석은 당연히 해설자들의 몫입니다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왜 그렇게 단정적으로, 오버해서 해설을 해야하냐는 겁니다
말로는 선수들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하면서, 본인들이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건 모르는 건가요
현존하는 축구계의 절대적인 유일신 메시도 어이없는 실수 많이 합니다
월드컵에서 고통을 받았다고 말을 듣지만 자기도 1:1 찬스를 놓친 적이 있고 드리블 하다 많이 뺏겼고 볼키핑 미스도 수차례 있었죠
그런데 그런다고 축구 해설자들이 아니 저 선수 대체 무슨 정신머리인가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플레이를 하나요? 아니 어떻게 다른 선수도 아니고 메시가 저럴 수가 있나요? 하는 식으로 이야기하진 않습니다
그 어떤 선수가 실수를 한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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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경기를 예로 든 건 그게 가장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기 때문이지 그 경기만이 문제였기 때문이 아닙니다
거의 모든 경기를 챙겨보는데 비단 어제 경기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롤챔스 중계를 보다 보면 해설을 너무 공격적으로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야구도 보고 축구도 보고 농구도 보고 배구도 보고 시간 남아도는 인간이라 스포츠 중계는 웬만한 건 다 찾아보지만 유독 롤챔스 중계를 들을 때만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나 안 그래도 다른 스포츠에 비해 팬들의 의식수준이 떨어진다는 평이 자자한 게 이스포츠판인데, 그런 부족한 팬들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선수들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려하기는커녕 마치 그런 더러운 반응에 상응하기라도 해야 한다는 듯 앞장서서 깎아내리고 비난의 분위기를 조장하는 듯합니다
물론 정말 그러려는 마음은 조금도 없으실 겁니다
저도 롤을 오랫동안 해왔고, 롤 대회를 오랫동안 보다 보니 딱히 싫은 팀도 없고 오히려 좋아하는 팀과 선수만 자꾸 늘어 가는데 오랫동안 롤판을 지켜오신 해설자분들이라고 다르실까요
저보다 그런 마음이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는 다르게 실제로 해설자분들이 롤판에 끼치고 있는 영향은 그 막대한 크기에 비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여러 경기를 보고 분석하는 것도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 먼저 해설 스타일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며 스스로 좀 고찰을 해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