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는 늘 먹던 그맛이긴 한데 확실히 볼다이크에 비해선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이전까지와 달리 아만과 렌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고,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좀 더 분명하게 어필했고, 라자람에 비해서 보스의 위기감도 더 잘 어필했다고 생각합니다. 상아탑때에 비해 "진짜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에 들어왔고, 까딱 잘못하면 진짜 싹 다 뒤질수도 있겠다"라는 긴장감을 좀 더 잘 살렸던 것 같아요.
베른 남부가 군단장 레이드의 전초 퀘스트라면 쿠르잔 남부는 카제로스 레이드의 전초 퀘스트라고 할 수 있죠. 그 배경에 걸맞게 베히모스와의 전투는 향후 레이드의 미리보기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한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변화점인 연합군 스킬도 렌 창던지기로 맛보기 보여주고, NPC들이랑 같이 대규모 전투하는 구도도 살짝 보여주면서 "카제로스 레이드는 이런 스타일입니다~"라는걸 미리 공개하면서 반응 보는거 같네요. 생각보다 반응 너무 안 좋으면 피드백 받아서 수정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고요.
아쉬운 점을 꼽자면 베른 남부 이상가는 멋진 연출이 있다고 공언한 것치고는 그럴 상황이 잘 안 나왔다는 점 정도? 애초에 전투 규모도 배경상 베른남부는커녕 검은비 평원보다도 작았고, 연출은 오히려 본방인 탈환작전보다 실시간으로 아군이 적군으로 돌변하는 슈테른 방어전의 연출이 더 섬뜩하고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연출이 별로였다는 건 아니지만, 굉장한 걸 준비했다고 공언한 것에 비해선 그정돈가? 싶었습니다.
그 밖에는 스토리에 관심을 안 가지면 존재도 잘 모를 포시타족의 이야기나 포르파지가 세이크리아의 편을 든 내막, 항해 컨텐츠가 엎어지면서 반쯤 잊혀졌던 해적들의 이야기가 언급된 점도 좋았고, 구성이나 연출도 크게 흠 잡을 구석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비교하자면 운명의 빛과 볼다이크의 중간 정도 평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고, 이러니저러니해도 꾸준하게 피드백을 반영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다음 대륙이 또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