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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메이플[스토리] 22

Pyapat
조회: 776
2025-01-18 16:43:12
매드를 만난 지 며칠 뒤,

그 기간동안 아리, 아론, 테스는 나머지 파티원들이 마가티아에 도착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조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조사한 내용의 대부분은 과거 마가티아 사건 당시 카슨이 어떤 이유로 범인으로 몰렸는지 밝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을 주민 대부분은 그 사건을 언급하기를 꺼렸고, 제뉴미스트 학회는 낯선 모험가인 자신들에게 알려줄건 없다며 문전박대했다.

"젠장! 진짜로 카슨이라는 사람이 범인인거 아냐? 그게 아니면 왜 이렇게까지 입을 다물고 있는 거야?"
계속되는 퇴짜에 테스가 씩씩거리며 소리쳤다. 아리와 아론도 지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뉴미스트 학회는 그렇다 쳐도, 마을 사람들마저 이렇게 말을 아끼다니 예상 밖이네…"
아론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이러다간 다른 애들이 올 때까지 아무것도 못하겠어."
아리도 털썩 주저앉으며 푸념했다.

그들이 저마다 좌절에 빠져 있을 때였다.

저벅, 저벅—

골목길 안쪽에서 녹색 로브를 깊게 뒤집어쓴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일행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끌끌, 그렇게 하다간 정보를 얻기는커녕 쫓겨나기만 할걸?"
중년의 남성 목소리가 낮고 차분하게 울려 퍼졌다.

수상한 인물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일행은 긴장하며 경계 태세를 갖췄다. 그러나 로브를 쓴 남자는 손바닥을 보이며 두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진정하라고, 나는 적이 아니야. 도움이 되려는 거지."
남자는 일행으로부터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멈추며 말했다.

"당신은 누구시죠?"
아론이 날카롭게 물었다.

"내 이름은 브로커 '한'이다. 정보를 사고파는 일을 하지."
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자신을 소개했다.

"브로커라니.. 그런 사람이 저희에겐 무슨 용건이죠?"
아리가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은 채 묻자, 남자는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브로커가 하는일이야 한 가지 뿐이지, 너희들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내가 알려주겠다. 어때?"

그의 말에 일행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남자의 말은 일말의 희망을 주는 동시에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그들을 보며 한은 콧방귀를 뀌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고민할 여유가 있나? 나 아니면 이 도시 어디에서 정보를 얻을 셈이야?"

남자의 말에 일행은 잠시 침묵했다. 상황을 고려하면 그의 말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결국 아리가 대표로 입을 열었다.
"우리에게 어떤걸 알려주겠다는거죠?"

한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양팔을 크게 벌렸다.
"값만 제대로 치르면, 원하는 건 뭐든 알려주지."

일행은 잠시 서로의 얼굴을 보며 고민하다가, 아리가 대표로 그에게 물었다.
"그럼 카슨에 대해 알려주세요."

아리가 카슨에 대해 묻자, 한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좋아. 하지만 카슨에 대해 말하기 전에 우선 마가티아에 대해 설명해 주마. 너희들은 이 도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질문을 받은 아론이 대답했다.
"연금술의 도시 아닌가요?"

일행도 고개를 끄덕이며 추가로 아는 게 없다는 듯 한을 바라보았다. 이를 본 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맞아. 정확히는 연금술과 과학을 결합한 도시지. 마가티아는 과거 검은 마법사와의 전쟁 이후 연금술사들이 모여 만든 도시야."

한은 잠시 말을 멈추며 그들의 반응을 살폈다. 이어서 과거의 역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800년 전, 검은 마법사와의 전쟁이 끝난 직후, 오시리아 대륙은 전쟁의 여파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지.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다른 땅을 찾아 떠났어."

"대표적인 곳이 엘린 숲과 오르비스야. 오르비스는 지상의 참화를 피하기 위해 하늘에 세운 도시인데, 이때 봉인석이 사용되었다고 해."

"잠시만요, 봉인석이요?"
한의 말에 일행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일행의 반응에 한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래, 봉인석. 아, 너희들은 잘 모를려나? 여신의 힘이 담겨 있다느니 뭐니 해서 신성한 물건처럼 알려져 있지만, 본질은 그런 게 아냐."

"그럼 봉인석이 정확히 뭔가요?"

아리의 물음에 한은 흥미로운 주제를 만난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봉인석은 사람의 염원으로 만들어진 보석이야."

"사람의 염원…요?"
일행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반응했고, 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래. 사람의 마음이 한데 모일 때 생겨나는 힘이지.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너희는 어떤 상황에서 사람들이 마음을 모은다고 생각하냐?"

한이 물었지만, 일행이 답을 주저하자 그는 스스로 대답했다.
"재앙 앞에서지. 재난과 무력함 속에서 사람들은 간절히 고통에서 벗어나길 기도해. 그리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의 염원이 하나로 뭉쳐 만들어지는게 봉인석이야."

"그 때문에, 과거 전쟁은 봉인석의 시대였다고 봐도 무방해. 검은 마법사라는 재앙 앞에서 사람들의 염원은 끊임없이 모였으니까. 그 결과 오르비스 같은 상상조차 못한 도시가 탄생한 거야."

한의 설명을 듣던 아리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사람의 염원이 보석으로 만들어진다니… 그런 게 가능해요?"

"그건 단순한 염원이 아니기 때문이지. 너희는 '에르다'라는 걸 들어본 적 있나?"
일행이 고개를 젓자 한은 덧붙였다.

"에르다는 세계의 의지야. 이 세상이 옳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존재지. 사람들의 염원이 하나로 모이면 에르다가 그 염원을 따라 움직여 봉인석에게 특별한 힘을 부여하는 거지."

열정적으로 설명하던 한이 문득 말을 멈추고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어쩌다보니 이야기를 너무 벗어났군. 봉인석은 나중에 더 자세히 말하기로 하고,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아, 그래, 엘린 숲과 오르비스였지."

"방금 말했듯, 오르비스는 봉인석의 힘으로 하늘에 떠오른 도시야. 지금 여신교가 관리하는 그 봉인석이 바로 과거에 오르비스를 떠받치는 데 사용된 거지."

"그리고 지금 너희가 엘리니아라고 부르는 곳은 원래 엘린 숲이라 불렸어. 예전엔 빅토리아 아일랜드 전체를 덮을 만큼 광활한 숲이었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지역이 개척되어버려 작은 도시 하나정도의 크기밖에 남지 않았지."

"개척 과정에서 거대한 왕국도 세워졌다고 들었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한이 기억을 더듬자, 아론이 나서서 말했다.

"샤레니안 왕국."

"맞아, 그거야! 젊은 친구가 똑똑한걸?"
한이 손가락을 튕기며 감탄하자, 테스는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마가티아에 대해서는 대체 언제 말해주는 건데요?"

한은 어깨를 으쓱하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알겠어, 알겠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한은 잠시 숨을 고르고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과거 검은 마법사와의 전쟁 직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도시 중 하나가 리프레와 아리안트였어. 이 두 도시는 전쟁의 최고 격전지였고, 설령 봉인석이 있다 해도 그 피해를 복구하기란 쉽지 않았어."

"그 때문에 아리안트의 연금술사들이 사막을 떠나 도착한 곳이 바로 이곳, 마가티아야. 당시 마가티아는 검은 마법사가 점령했던 지역이라 개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에 풍부한 자원이 남아 있었지. 
그 자원을 기반으로 마가티아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지금도 이곳의 결과물들은 다른 도시에서 비싸게 팔리고 있어."

한은 잠시 말을 멈추며 일행의 반응을 살폈다.

"그리고 마가티아를 지탱하고 있는 두 축이 바로 제뉴미스트와 알카드노야. 제뉴미스트는 연금술과 과학을 결합한 순수 학문을 추구하고, 알카드노는 여기에 기계를 더해 새로운 창조물을 연구하지. 너희가 흔히 부르는 안드로이드들이 그런 것들이지."

일행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은 본론으로 넘어갔다.
"자, 배경 설명은 여기까지고 이제 핵심으로 들어가자. 카슨과 매드에 대해서 말이야."

"카슨과 매드는 과거 마가티아 학회에 소속된 동료이자 라이벌이었어. 둘은 학회에서도 손꼽히는 엘리트였고, 다음 학회장이 누가 될지가 항상 화제였을 정도였지."

아리가 질문했다.
"그럼 경쟁심 때문에 관계가 틀어졌다는 건가요?"

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오히려 반대야. 두 사람은 애초에 학회장에는 관심이 없었고, 무엇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연구를 존중했지. 서로 다른 학문이 있기에 발전할 수 있다고 말이야. 그래서 가끔 자신들의 연구물을 공유하며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기도 했어."

"그 덕에, 후에 두 사람이 각 분야의 대표로 활동하던 시절은 마가티아의 전성기나 다름없었어."

아론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렇다면 왜 카슨이 의심받는 거죠?"

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문제는 매드가 이끄는 알카드노가 제뉴미스트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면서 시작됐지. 신생 학문이 전통 연금술을 압도하자, 제뉴미스트 내부에서 카슨의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어."

"전통 연금술의 존속이 위협받자 오히려 매드가 나서서 학문의 공존을 주장했지만, 제뉴미스트의 질타는 계속됐고, 카슨은 책임감을 느끼며 새로운 연금술 연구에 매달리기 시작했지."

테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연구가 어떤 내용이었기에 사람들 사이에서 의심받았던 건가요?"

한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연쇄 융합]이란 기술이었어."

"연쇄 융합이요? 그게 뭔데요?"

"말 그대로 연속적으로 연금을 진행하는 기술이지. 보통 연금술은 한 번에 하나의 과정만 처리할 수 있어. 여러 가지를 동시에 시도하면 재료들이 뒤섞여 엉망이 돼버리거든."

한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설명을 이어갔다.
"예를 들어, 뜨거운 물질을 만드는 연금술과 폭탄을 만드는 연금술을 동시에 진행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테스가 즉시 대답했다.
"터지겠죠."

"맞아. 그래서 연금술은 반드시 하나씩 진행해야 해. 그런데 카슨은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연쇄 융합을 연구했어. 이 기술이 완성되면 연금술의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증가할 테니까."

아리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럼 왜 문제였던 거죠?"

"문제는 그 기술이 미완성이었다는 거야. 연쇄 융합을 시도할 때마다 주변 환경이 말 그대로 엉망이 됐지. 재료들이 뒤섞여서 쓸모없게 되어버리거나, 설비가 망가지기 일쑤였어."

한은 차분히 설명을 마무리했다.
"너희도 들었겠지만, 폭발 사건 당시 알카드노의 설비들이 전부 망가졌다는 얘기 말이야. 사람들은 그게 카슨이 연구하던 연쇄 융합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한 거지."

일행은 한의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사건의 퍼즐이 조금씩 맞춰지는 느낌은 들었지만, 여전히 밝혀야 할 점이 많았다.

"자, 내가 알려줄 수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다. 어떠냐, 도움이 됐나?"


한이 어깨를 으쓱하며 물었다. 일행은 찜찜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한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진실이란 게 늘 모든 걸 보여주진 않지. 진실은 물체의 한 면만 비춰줄 뿐이거든. 모든 걸 알기 위해선 다른 면도 찾아야 해."
그는 마지막 말을 남기며, 일행에게 정보료를 받아들고는 천천히 등을 돌렸다.

한이 떠나려 하자, 아리가 급히 그를 붙잡으며 물었다.
"잠시만요. 아까 봉인석에 대해서도 그렇고, 어떻게 그런 정보를 알고 있는 거죠? 당신은 대체 정체가 뭐예요?"

한은 고개를 돌리며 익살스럽게 웃었다.
"방금 말했잖아. 진실은 여러 방향에서 봐야 한다고. 너희가 알고 있는 봉인석에 대한 정보가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라. 나는 그저 다른 방향에서 본 진실을 알고 있었을 뿐이지."

아리가 그를 멍하니 바라보자, 한은 다시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럼, 더 물어볼 게 없다면 이만 간다."

이번엔 정말 떠나려는 듯 한이 걸음을 옮기려 하자, 아론이 그를 불러 세웠다.
"잠시만요, 혹시 마가티아 말고 다른것도 물어볼 수 있나요?"

한이 흥미롭다는 듯 돌아보며 물었다.
"호오? 이번엔 또 뭐가 궁금한 거지?"

턱을 긁적이며 질문을 기다리던 한에게, 아론이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일행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잠깐… 저쪽에서 얘기하죠."

아론은 한을 일행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이끌었다. 두 사람은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지만, 아리와 테스는 그들의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없었다. 멀리서 보이는 한과 아론의 표정만으로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아론이 대화를 마치고 돌아왔다. 아리와 테스는 궁금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무슨 얘기였어? 아까 뭘 물어본 거야?"

그러나 아론은 미안하다는 듯 시선을 피하며 짧게 대답했다.
"미안. 개인적인 일이야… 지금은 말할 수 없어."

그의 태도에 아리와 테스는 어쩔 수 없이 더는 묻지 않기로 했다.

"알겠어… 하지만 나중에라도 얘기해줘."
아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론은 대답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의 마음속에 어떤 고민이 자리 잡고 있는지, 아리와 테스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금은 당장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상황이었다.

일행은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 무력함을 느끼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아리는 손에 힘없이 매달린 지도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회색빛으로 물든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흐린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은 지금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도 같았다. 빛 한 줄기조차 없는 답답함 속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막막함만이 가득했다.

Lv42 Pyap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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