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 공작소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소설] 메이플[스토리] 30

Pyapat
댓글: 1 개
조회: 1060
추천: 1
2025-02-08 20:16:26
제뉴미스트를 빠져나온 일행들은 곧장 마을을 가로질러 알카드노로 향하며 최대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다급한 그들의 마음과는 달리 육체는 따라주지 않는 것인지, 결국 앞장서서 달려가던 카슨이 제자리에 멈춰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 뒤를 따르던 올리비아와 슈가도 헉헉대며 카슨의 옆에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론도가 다급하게 일행들을 재촉했다.

"지금 쉴 때가 아니잖아! 빨리 가야 한다고!"

"하아... 하... 우, 우리도 안다고..."
올리비아가 힘겹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들의 체력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듯 보였다.

결국 보다 못한 론도는 일행들을 내버려둔 채 서둘러 알카드노로 뛰어가기 시작했고, 일행들은 그런 론도를 힘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으으... 이렇게까지 서둘러야 할까? 아직 유토 씨가 뭘 한 것도 아니잖아..."
올리비아가 벽에 기대어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아직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지, 서둘러야 하는 것은 변치 않았네."
카슨은 힘겹게 발걸음을 떼고 있었지만, 그의 다리는 한계에 다다른 듯 덜덜 떨리고 있었다.

올리비아와 슈가는 다급히 카슨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해 주었고, 카슨은 그녀들의 도움을 받으며 천천히 알카드노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올리비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직 유토 씨의 실험이 성공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그분이 벌써부터 그런 무모한 짓을 하실 거라고 생각하세요?"
올리비아의 질문에 카슨은 잠시 숨을 고른 뒤 힘겹게 입을 열었다.

"자네들이 이곳에 왔잖은가."

"네? 저희랑 그게 무슨 상관이 있는데요?"

"자네들의 친구들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모험가 길드 소속이라며 과거 사건을 조사한다고 했었지."
카슨은 고개를 떨군 채 무겁게 말을 이었다.

"그것이 필시 유토 군에게 큰 부담이 되었을 게야. 자네들이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기 전에 서둘러 연구를 끝내고 싶었겠지."
말을 마친 카슨은 다시 알카드노로 향하기 시작했고, 올리비아와 슈가는 그런 카슨을 부축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할아버지? 그리고 여러분까지... 여기서 뭘 하고 계신 건가요?"

일행들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휙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로미오가 서 있었다. 로미오는 일행들에게 다가오더니, 카슨의 안색을 보고 놀란 듯 달려왔다.

"할아버지? 안색이 안 좋으신데 어디 편찮으신 건가요?"
로미오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카슨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그러나 카슨은 그를 살짝 떼어내며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괜찮다. 그보다 너는 서둘러 제뉴미스트 내에 있는 모든 마력석을 챙겨 알카드노로 오너라."

영문을 알 수 없는 명령에 로미오는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마력석을 모조리 챙기라니요... 그것도 알카드노로요?"

"설명할 시간이 없다! 최대한 모든 마력석을 챙겨 알카드노로 오너라! 특히 치료술식과 관련된 마력석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

카슨이 큰 소리로 호통치듯 말하자, 로미오는 잠시 당황한 듯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일행들을 지나 제뉴미스트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카슨은 자신의 손자가 멀어져가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몸을 돌려 알카드노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
.
.
.
.
"아리! 아론! 테스! 빨리 문 좀 열어봐!"
알카드노의 문 앞에 선 론도는 거칠게 문을 두드리며 안쪽에 있을 일행들의 이름을 불렀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당황한 표정의 일행들이 그를 맞이했다.

"뭐야? 제뉴미스트로 간 거 아니었어? 왜 갑자기 여기로 온 거야?"
테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론도는 숨을 헐떡이며 다급하게 되물었다.
"A씨는! A씨는 지금 어디에 계신 거야?"

"엥? 갑자기 A씨는 왜 찾는 건데?"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테스가 되묻자, 론도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A씨는 어딨냐니까!"

그의 격한 반응에 당황한 일행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다 마을 광장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어... 조금 전에 매드 회장님 부탁으로 광장에 물건을 사러 나가셨어."

"뭐라고? 내가 방금 광장을 가로질러 왔는데 A씨는 못 봤다고! 정말 거기 간 게 맞아?"

"맞다니까! 그보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유라도 알려줘야 할 거 아냐."
테스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되묻자, 론도는 거칠게 숨을 몰아쉰 뒤 차분히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유토 씨가 연쇄 융합의 역술식을 연구하고 있었어. 문제는 그 역술식이 살아 있는 생명체에 적용되면 그 생명체는 즉시 죽는다고 들었어."

"뭐?"

일행들이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론도를 바라보자, 론도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유토 씨가 지금 그걸 A씨에게 적용하려 한다는 거야!"

"방금 그 말이 사실인가?"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일행들이 뒤돌아보자, 매드가 휠체어를 끌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조금 전의 소란을 들은 듯, 매드는 론도를 향해 진지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방금 한 말이 사실인가? 유토 군이 연쇄 융합의 역술식을 연구했다고?"

매드의 질문에 론도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론도를 바라보던 매드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리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잠시만요, 회장님. 방금 론도가 한 말이 정말이에요? 역술식을 행하면 정말로 A씨가 죽게 되는 거예요?"

"차라리 죽는다면 다행이지."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리에게 매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만에 하나, 역술식이 성공하여 A군의 몸속에 있던 연쇄 융합의 마력석이 밖으로 빠져나오게 된다면..."
일행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매드의 입에서 나올 말을 조용히 기다렸다.

"마가티아 대폭발이 다시 한 번 이 땅에 일어나게 될 걸세."

매드의 말에 일행들은 충격에 빠진 채 그를 바라보았다. 잠시 얼어붙은 듯한 침묵이 이어지다, 매드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들을 깨웠다.

"그렇게 되기 전에 서둘러 A군과 유토 군을 찾아야 하네! 지금 당장 움직이게!"

매드가 큰 소리로 호통치자, 정신을 차린 일행들은 즉시 역할을 분담하기 시작했다.

"아리와 론도는 곧장 마을 광장으로 가서 다시 한 번 A씨를 찾아봐! 나머지는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걸 돕고!"

아론이 빠르게 지시를 내리자,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알카드노를 뛰쳐나갔다.

"매드 회장님은 이곳에서 대피해 오는 사람들을 보살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알겠네. 걱정 말고 다녀오게."

매드의 대답을 들은 아론도 고개를 끄덕이며, 일행들과 함께 마을로 뛰어나갔다.
.
.
.
.
.
"아까 왔을 때는 A씨의 모습은 보지 못했는데,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난 거 아니야?"
광장을 둘러보던 론도가 불안한 표정으로 아리에게 물었다. 하지만 아리는 론도의 질문에 대꾸하지 않은 채, A의 흔적을 찾기 위해 광장 주변을 빠르게 수색하기 시작했다.
론도도 불안감을 애써 감추며 아리를 따라 광장을 샅샅이 살폈다.

수색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에게 익숙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언니랑 오빠다! 여기서 뭐 해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아리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자, 눈앞에는 키니와 그의 어머니 필리아가 서서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키니? 네가 왜 여기에 있니?"
아리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키니는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엄마랑 장 보러 왔어요! 언니는 여기서 뭐 해요?"

"아... 그러니까..."
잠깐 머뭇거리던 아리는 무언가 떠오른 듯 키니를 향해 물었다.

"혹시 A씨 못 봤니? 광장에 계신다고 들었는데."

"A씨라면 조금 전에 저쪽으로 가시는 걸 봤어요."
아리의 질문에 필리아가 손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놀란 아리는 다급하게 필리아에게 되물었다.

"혹시 A씨 옆에 누군가 있었나요?"

"네? 아... 글쎄요. 누군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야, 야! 일단 그건 제쳐 두고, 저쪽으로 간 게 확실한가요?"
두 사람의 대화를 끊고 론도가 필리아에게 되묻자, 필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확실해요. 그런데 혹시 A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필리아는 아리와 론도의 표정을 살피며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두 사람도 그녀의 걱정을 눈치챈 듯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안심시키려 했다.

"아, 별일 아니에요. 걱정 마세요. 그보다 지금 당장 키니를 데리고 알카드노로 대피해 주세요."

"네? 대피라니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죠? 큰일 난 거 맞죠? 네?"
필리아는 다급히 아리의 두 손을 붙잡고 간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리는 그녀의 떨리는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말고, 저희만 믿으세요. 반드시 A씨를 모시고 알카드노로 갈게요."

"하지만..."
필리아가 쉽게 자리를 뜨지 않으려 하자, 아리는 키니를 돌아보며 말했다.

"키니야, 엄마 모시고 알카드노로 가 있어. 알겠지?"

"응, 알겠어요!"

"고마워. 언니가 아저씨 꼭 데리고 갈게."
아리는 손을 놓지 않으려는 필리아를 억지로 떼어내 키니에게 맡겼다. 그러고는 필리아가 가리킨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하자,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목소리에 아리가 멈춰 뒤돌아보았다.

"언니!"

"응?"
아리가 뒤돌아보자, 키니가 큰 소리로 외쳤다.

"꼭 데려와야 해요! 알겠죠?"

자신에게 약속을 다시 상기시키는 키니를 바라본 아리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단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론도의 뒤를 빠르게 쫓아 뛰기 시작했다.


필리아는 광장을 떠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그저 그 자리에 멈춰선 채 지켜보았다. 그들이 점점 멀어지다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땅에 뿌리라도 내린 듯 움직이지 않던 필리아는, 키니가 그녀의 손을 잡아 이끌자 그제야 천천히 발걸음을 떼어 알카드노로 향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뒷모습을 애써 떠나보낸 필리아의 눈가에는 가느다란 떨림이 스치고 있었다.

.
.
.
.
.
"그런데 이 방향, 이대로 가면 제뉴미스트 아니야?"
골목길을 따라 달리던 론도가 눈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시야에 낮은 주택 건물들 사이로 제뉴미스트 학회의 건물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아리도 제뉴미스트 학회의 건물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A씨를 데리고 자신의 실험실로 갔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우리가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 것 같으니 차라리 다행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네. 설마 늦진 않았겠지?"

"그러지 않기를 바래야지."

"제길..."
두 사람은 불안감을 애써 떨쳐내며, A의 흔적을 쫓아 거리를 헤치며 달렸다. 그러던 중, 아리가 건물 사이 골목길 안쪽을 주시하며 갑자기 멈춰섰다.

"왜? 뭐라도 발견한 거야?"
거친 숨을 몰아쉬며 론도가 다가가자, 아리는 천천히 골목길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론도도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따라 들어섰다. 몇 발자국 걷던 아리는 한쪽 무릎을 꿇고는 곧, 바닥에서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론도에게 내밀었다.

아리가 보여준 물건을 바라보며 론도가 물었다.

"그거... 카네이션 맞지? 키니가 A씨에게 줬다던 꽃."

"맞아. 그리고 여기 클립도 있어. 키니가 A씨 셔츠에 달아줄 때 썼던거야."

"그게 여기 있다는 건... 설마 A씨가 이 근처에 있었던 거야?"
론도는 다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사람을 숨길 만한 통로나 공간은 보이지 않았다.
아리도 주변을 살펴보다 이내 숨을 고르고는 바닥을 응시했다. 그러더니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어디론가 걸어가 발밑에 있는 맨홀 뚜껑을 열었다.

그 모습을 론도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자, 아리가 그를 뒤돌아보며 말했다.

"가자."

아리의 갑작스런 말에 론도가 당황한 듯 말했다.
"가자니? 설마 이 안으로 들어가자고?"

론도의 질색한 표정에도 아리는 그를 째려보며 단호하게 쏘아붙였다.
"그럼 안 갈 거야?"

그녀의 날카로운 반응에 론도는 움찔하더니 마지못해 수긍한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제길... 알겠어."

아리는 그의 대답을 듣자마자 곧장 맨홀 안으로 몸을 날렸고, 론도 또한 "으윽..." 하는 낮은 탄식을 내뱉으며 그녀를 따라 하수구 안으로 뛰어들었다.

"우웩, 뭔 냄새야 이게."
바닥에 발을 디딘 론도가 잠시 숨을 들이켰다가 코를 틀어막으며 투덜댔다. 아리도 역겨운 냄새에 얼굴을 찡그렸지만, 곧 품에서 성냥을 꺼내 불을 붙이고 앞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론도는 그런 아리를 따라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은 혹시나 모를 비밀 통로나 샛길을 찾기 위해 주변을 탐색하며 천천히 나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벽 한쪽에 낡은 철문이 보였다.

아리가 문고리를 잡고 천천히 돌리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아리는 뒤돌아 론도의 눈을 바라봤다. 론도 또한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가 되었음을 알렸고, 아리도 숨을 가다듬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밀어 열었다.

끼이익- 하고 낡은 쇠문이 내는 거친 소음과 함께 문이 열리자, 그들의 눈앞에는 길게 이어진 동굴 통로가 나타났다. 동굴벽 곳곳에 놓인 횃불들이 희미하지만 은은한 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리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경계를 늦추지 않자, 뒤따라 들어온 론도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 동굴... 분명 파웬 씨가 보여줬던 장면에서 봤던 곳이야."

"뭐?"
아리가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게 정말이야? 그럼 여기가 검은 마법사의 연구실이 있었던 그 동굴이라고?"

론도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대답을 듣자마자 아리는 이를 악물고 동굴 안쪽을 향해 다급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어? 야, 잠깐만! 기다려!"
론도가 아리를 말리려 했지만 이미 그녀는 멀리 앞서 나갔고, 어쩔 수 없이 론도도 그녀를 따라 동굴 안으로 뛰어들었다.

잠시 후, 동굴을 따라 계속 뛰어가던 아리의 눈에 벽 한쪽에서 밝은 빛이 새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빛이 나는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벽 틈새 너머로 강렬한 빛이 흐르고 있었다.

아리는 벽 틈으로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그곳은 오래된 연금술 도구들과 마법이 적힌 두루마리들이 어지럽게 널린 방이었다. 중앙에는 제단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옆에는 수술대처럼 보이는 테이블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A가 누워 있었다.

"A씨!"
아리가 다급하게 그를 불러보았지만, A는 여전히 수술대에 누운채로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아리가 이를 깨물고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든 뒤, 벽을 향해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곧, 벽이 그녀가 휘두른 검로를 따라 조각나며 무너졌고, 아리는 곧장 A에게 달려가 그를 흔들며 깨웠다.

"A씨! 정신 좀 차려봐요! 제발!"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뒤따라 들어온 론도도 그런 그의 보습을 보고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야… 설마 우리가 늦은 거야?"

"모르겠어… A씨가 깨어나질 않아."
아리는 울먹이며 A의 옆에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본 론도는 이를 악물고는 곧장 A를 들쳐 업었다.

"뭐해? 빨리 알카드노로 가자!"

"하지만…"

아리가 주저하자, 론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대로 포기할 거야?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론도의 호통에 정신을 차린 아리는 눈물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은 곧장 A를 데리고 실험실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그 순간 그들의 뒤편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친구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지?"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려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자, 그곳에는 차가운 눈빛을 한 유토가 서 있었다.

유토를 바라보던 아리는 마른침을 삼키며 론도를 밀어내고 조용히 속삭였다.
"먼저 가."

"뭐? 그럼 넌 어떡할 건데?"

"저 사람을 막아야지. 넌 A씨를 데리고 알카드노로 가 있어."

론도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론도가 실험실을 빠져나가려하자, 유토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 친구는 두고 가."

그의 목소리가 울리자, 어둠 속에서 두루마리가 날아와 부서진 벽에 달라붙었다. 순간 마법진이 펼쳐지며 강렬한 빛을 뿜어냈다.

"으윽!"
그 강렬한 빛에, 눈을 찡그린 채 두 사람은 잠시 시야를 잃을 수 밖에 없었다. 잠시 후, 눈을 뜬 그들의 앞에는 완벽히 복구된 벽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 모습에 당황한 두 사람의 뒤로, 유토가 다시 한 번 그들을 향해 말했다.

"나가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그 친구는 두고 가라."

"그렇게 못하겠다면요?"
아리가 단검을 치켜들고는 그를 노려보며 날카롭게 말했다. 그 모습에 유토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어쩔 수 없군."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실험실 구석에서 불길한 액체가 들어 있는 비커들이 연달아 깨졌다. 금속성이 섞인 점액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그 안에서 슬라임 형태의 괴물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이건 또 뭐야...!"
론도가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고, 아리는 단검을 단단히 쥐고 주위를 경계했다.

유토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경고를 던졌다.
"마지막으로 묻지. 그 친구만 돌려준다면 너희를 무사히 올려보내 주마."

아리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단검을 고쳐 쥐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눈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돌려줄 수 없다고 말했잖아."

론도 또한 굳은 표정으로 벽을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는 아리 옆에 섰다.
"좋아. 그럼 억지로라도 나가야지."

유토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더니, 슬라임들에게 명령을 내리듯 손을 내밀었다.
"후회하지 마라."

순간 슬라임들이 몸을 부풀리며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리는 단검을 휘두르며 첫 번째 슬라임의 공격을 막아내고, 론도는 그 틈을 타 슬라임 하나를 발로 차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이거 생각보다 더 끈적거리잖아!"
론도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외쳤고, 아리는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느긋하게 여유부릴 시간은 없으니까, 빨리 해치워!"

두 사람은 몰려드는 슬라임들을 헤치우며, 유토를 향해 서서히 진격해 나갔고, 유토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지켜보고 있었다.


Lv42 Pyapat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메이플
  • 게임
  • IT
  • 유머
  • 연예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