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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괴물이야기 팬픽

시노부냥
댓글: 8 개
조회: 3174
2015-07-18 23:35:57

 괴이에 대해 알려진 일설 중 이런 설이 있다.‘괴이는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서 완전히 지움으로써, 자신의 괴이로서의 개념 그 자체를 다른이에게 전이하는 것이 가능하다.’ 라는 일설이다. 여기서다른 이란, 죽은 자의 영혼을 뜻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영혼이 성불했을 시에는 불가능하다고 전해진다. 이 설이 맞는지,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알 수가 없다.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면 그 괴이가사라졌다는 것을 관측할 사람, 즉 관측자가 필요한데, 이미관측자가 괴이가 사라졌다는 것을 눈치챈 시점에서 그 괴이에 대한 존재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음으로, 불가능이라는것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괴이라는 존재가 완전히 세계에서지워졌기 때문에, 그것을 눈치채는 사람또한 존재 할 수 없고, 또한그렇기에 성공의 유무를 확인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전해져 오는 주술이 실제로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도, 이 설이 사실인지 아닌지도 알 길이 없다.

 

-괴이학자 아마미야 쇼코

 

 

 

 

 

 

 

 

 

 

 

 

 

 

 

001

 

 하치쿠지 마요이를 만나게 된 건 12 25. 겨울의 크리스마스였다.

 난 언제나와 같이 공원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그 누군가가 누구였는지 잘 기억이나지 않는다. 단지 누군가를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뿐.누군가를 기다리는지 알지도 못하고, 왜 기다려야 하는지도 모르지만, 왠지 계속 기다려야만 한다는 마음이 내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서이 공원, 이 벤치에 앉아 계속 기다렸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흘렀는지 모르겠다. 아마 꽤 긴 시간이겠지. 하지만 내가기다리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단지오기만 하면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그 사람이 나를 알아채고 말을 걸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앉아있으니 조금씩 심심해지기 시작했다. 주위를둘러보니 주변에는 놀이기구들이 있었고, 자전거 대에는 자전거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었다. 크리스마스라서 그런지 주변에 연인들도 많이 보인다. 참 행복해 보이는커플들이 많다. 저들은 외롭지 않겠지. 나와는 달리.

 뜬금없는 소리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난 아직도 이 공원의 이름을 정확하게모른다. 공원 앞에 써있는 한자는 浪白이것을 나미시로 공원이라 읽어야 할지 로하쿠 공원이라고 읽어야 할지 아니면 다르게 부르는 방법이 있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공원 이름 하나 정도 모른다고 무슨 일이 생기는건 아니지만 단순히 신경 쓰인다. , 아무리 신경 쓰인다고해도 내가 기다리는 사람의 정체보다 신경 쓰이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하염없이 여기 앉아서 넋 놓고기다리는 것 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정점을 보여주는 듯이, 아무것도하지 않고 있었다. 만약 보는 것 그 자체도 아무것도 하지않는다.’ 라는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지만, 만약 보는 것 자체도 하는 행위에 속한다면 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을 할 수 없겠지만 말이지. 단지 하늘을 보고겨울에 어울리지 않게 제법 넓고 푸른 하늘이라고 생각하고, 지나가는 연인들을 보면서 외롭다고 생각하고, 놀이기구를 보면서 꽤 위험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글짐은올라가다 떨어지면 정말 위험하고, 이름은 잘 모르지만 밖에서 손으로 잡고 회전시키는 형식의 놀이기구도꽤 위험하고, 그네또한 당연히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무엇보다위험한건 다름아닌 시소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시소를타던 어린이가 시소에 고간을 맞아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이야기. 흔한 것 같지만 흔하지 않은 이야기. 누가 듣는다면 웃음이 나올 이야기지만, 당사자에겐 끔찍한 일이었겠지. 잡생각을 하면서 텅 빈 놀이기구를 보고 있으니, 텅 빈 놀이기구의쓸쓸해 보이는 모습과 같이, 나도 외로워졌다. 아니, 그냥 외로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그 때.

한 소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002

 

나는 사람들이 나를 인식해줬으면 했다.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줬으면 좋겠다.

나를 있는 존재로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했다.

하지만 그것또한 나에게 다시 고통으로 돌아왔고

이윽고 나는 사람들이 나를 인식해주지 않았으면 했다.

나를 알아보지 못했으면 했다.

나를 없는 존재로서, 아니, 아예 이곳에 있는 것조차, 발견해주지 않았으면 했다.

그것이 나의 원망이였고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다시 고통으로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서로가 상처 입을 것을 알면서도너무나 외로워서, 너무나 쓸쓸해서 누군가 제발 나에게 말을 걸어주기를 간절히 원했다.

 

003

 

 “저기 키타시라헤비 신사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아세요?

 그 목소리에 축 늘어져 있던 고개를 들어보니, 코트를 입고 양 갈래 머리를 한 소녀가 내 눈앞에 서 있었다. 저코트를 뭐라고 하더라, 뭔가 두껍고 모자 쪽에 털이 잔뜩 달린 그런 코트. 그리고 양 갈래 머리, 저런걸 트윈테일이라고 하던가. 하지만 뭔가 조금 다른 분위기다. 단순히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것이 아니고, 거기에 앞머리를 머리띠로 넘긴 형태의 머리 스타일이었다., 머리띠를 하고 머리를 묶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또 전체적인 머리 스타일도 그렇지만, 머리를 묶은 끈 조차 특이했다. 나뭇잎 모양의 끈이었다. 묶은 머리 한쪽씩 녹색 나뭇잎이 두 잎씩총 네 개가 위로 솟아있었다.

 “저기요?”

 방금도 그렇지만 이 초등학생은 나한테 말하고 있는 건가?

 무시하자.

 나에게 말을 건 사람이 많지는 않고, 오히려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지만, 나에게 말을 걸은 사람들과 얽혀서 좋은 일은 겪어본 적이 없다. 애초에이라는 복수 형태가 아니네, 난 그 때 이후로 모든 사람의 말을 무시했으니, 이 소녀가 말을거는 것도 언제나처럼 무시하면 된다. 그렇게 나는 또 혼자가 되겠지.

 “저기요!!!!!!!!!!!!!!!!!!!!!!!”

 하늘을 봤다. 아까도 말했지만 겨울과는 어울리지 않는 넓고 푸른 하늘이다. , 하늘이 넓은거야 당연한 것이지만, 이 느낌은 넓고 푸르다라는느낌외에는 설명하기 힘든, 그런 좋은, 맑은 하늘이다.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좋은 기분이 느껴지는 하늘.

 “저기요!!!!!!!!!!!!!!!!!!!!!!!”

 공원을 지나다니는 연인들을 봤다. 여전히 행복한 모습들, 행복한얼굴들.

 “저기요!!!!!!!!!!!!!!!!!!!!!!!”

 또 다시 놀이기구를 봤다. 여전히 아무도 없는 텅 빈 놀이기구,아까도 말했듯이 위험한 놀이기구들이 즐비해있다. 생각해보니 저걸로 사람도 죽일 수 있다고! 잘 생각해봐 시소 밑에 머리를 넣어서 말이지이 후는 상상에 맡기겠다.

 “갸욱! 갸욱!”

 ? ‘갸욱?’

 그 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그 소녀가 나의 팔을 물고 있었다.

 “아야야야야!!! 뭐하는 거야 너!”

 “갸욱! 갸욱!”

 “이거 안 놔? 야야야! 아프다고!!”

 내 팔을 물고 있는 이 소녀를 떼내려 소녀의 머리를 물리지 않은 손으로 잡음과 동시에 물린 손으로 소녀의 목을 졸라, 숨을 못 쉬게 만들었다. 그러자 이윽고, 숨이 막혔는지 팔을 물었던 입이 떨어져나갔다.

 “뭐하는거에요!! 사람을 죽이려고 작정했어요?! 이건살인미수라고요! 살인미수! 이건 경찰이 아니라 PTA를 불러야 해요! 아주 무서운 조직인 PTA를 말이에요!”

 내가 알기론, PTA는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부모와 교사의 모임이라는 약자였던 것 같은데.

 “PTA를 부르기 전에 제가 하는 질문에 답하세요!”

 가끔 이런 사람들이 있다. 무시해도, 무시해도 말을거는 사람. 하지만 그런 사람들 조차, 이 말을 하면 다나에게서 떨어졌다. 나도 하고 싶지 않은 말. 정말, 말하기 싫은 말.

 “무시하지 말고 제가 하는 질문에 답하세요!”

 “말 걸지 말아줄래? ,너가 정말 싫거든.”

 소녀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하지만 이윽고 그 얼음이 해동이라도 하듯이 표정이 풀리고, 그 소녀는 입을 뗐다.

 “왜 저한테 그런 말을 하시는 거죠? 제가 말을 걸고 싶은데, 말을거는 게 잘못인가요?”

 난 또 말한다.

 “, 그러니까 말 걸지 말아줄래? 너가 정말 싫거든.”

 그 말을 들은 소녀는 방금까지의 얼어붙었던 표정의 해동상태에서 이젠 금방이라도 불이 붙을 것 같은 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정말이지, 인성이 썩어빠진 사람이군요! 인성이 썩어빠진것으로 보아, 여자친구도 없을 뿐더러, 친구조차 없을 것같군요!”

 애당초 있을 리 없잖아.

 정말 불친절한 사람이에요! 퍼스(첫) (키)(스)도 못해봤을 것 같아요! 하물며 퍼스트 터치도 못할 운명이에요! 가엾군요 퍼스트 터치조차 못하다니...”

 “퍼스트 터치는 뭐야, 퍼스트 터치는.”

 정말 어이없는 말에, 나도 모르게 대답을 하고 말았다.

 “어라?퍼스트 터치도 모르시나요? 역시 친구를 사귀어보지 못했군요! 딱 보아하니, 학교에선 매일 혼자서 밥을 먹고 점심시간엔 역시나혼자, 쉬는시간조차 잠으로 허비하고, 귀갓길도 혼자. 집에 도착하고서도, 다시 나가지 않는, 이른바 세간에서 말하는 히키코모리려나요? 정말 불쌍한 인간이군요.”

 “아니,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데? 애초에 난 그런 말이 있다는 걸, 방금 너에게서 처음 들었다고. 너만 쓰고 있는 은어 아니야? , 퍼스트 터치라면 이런건가?”

 그 말과 동시에 난, 그 소녀의 팔을 손끝으로 쳤다. ‘쳤다라고 하니까 좀 이상하지만, 그 말 외에 딱히 설명할 길이 없다. 말 그대로 손끝으로 친 느낌이기 때문에.

 “어맛!불결해요! 인성이 지독하고, 그렇기에 친구하나없는 히키코모리인 사람에게 퍼스트 컨택트를 뺏겼어요!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에요! 이건 당장 접촉한 부분을 살균제로 씻고 비누로 한번 더 씻고 살균이 된 방에서 매일 같이 살균을 하며 일주일을지내고 또 다시 나오자마자 샤워를 해도 모자랄 정도의 불결함이에요!”

 “그래도 모자란거냐! 난 얼마나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는거야. 이래뵈도 난 청결함의 대명사. 클린맨이라고 불렸다고.”

 “클린맨이라뇨! 클린맨이아니라 구린맨이라고 불렸었던 것을 착각해서 잘못 들은 것 아닌가요?”

 “그럴리가! , 매일같이 샤워를 4번은하고 손 살균도 밥 먹듯이 했었다고!”

 “밥 먹듯이 했다는 건, 하루 3번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는 거네요? 역시 불결해요! 그런데, 어라? ‘했었다고라고요? 과거형이잖아요. 그럼 이젠 하지 않는건가요?”

 굳이 할 필요가 없잖아. .

 “역시,말 걸어주지 말아줄래? 난 너가 정말 싫은 것 같거든.”

 “왜 제가 싫은거죠?”

 “,인성이 지독한 사람이라고 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사실이잖아요! 제 말을 계속 무시한데다가, 초면에 절 정말 싫다고 했잖아요!”

 “아니,아니, 만약 너가 내가 무시해도 기다렸으면, 내가너의 말에 답했을지도 모르지.”

 “제가 계속 기다렸으면 답을 할 생각이었나요?”

 “아니.”

 “역시 인성이 지독한 사람이에요!”

 “,다시 말하잖아 인성이 지독한 사람이라고. 사실 저 아니라는대답이 장난이었고, 사실 답 할 생각이었을 수도 있다고.”

 “장난이었나요?”

 “아니.”

 “역시 인성이 지독한 사람이에요! 두번이나 사람을 갖고 놀리다니! 인성이 지독하다 못해, 아주 그냥 입에 담기도 싫을 정도의 인성이에요!”

 “이번의 아니또한 장난이었으면 어쩌려고그랬어? 삼고초려라는 말 알아? 유비가 공명을 데려가기 위해3번이나 공명을 찾아갔다는 말. 겨우 두번 가지고 그런 심한말을 하다니, 너야말로 인성이 나쁜거 아니야? 조금은 참을성을기르라고.”

 “그럼 이번의 아니는 장난이었나요?”

 “아니.”

 “으아아아아아! 역시 인성이 지독한 사람이에요! 이제 세번이니 할 말 다했어요! 정말 인성이 아주 쓰레기인 사람이에요! 인성이 아주 스크루지급이에요! 쓰레기중의 쓰레기! 마치 월드 오브 트레쉬에요!”

 “참을 인 세자면 살인도 면한다. 라는 말 몰라? 세번까지는 참아야 한다는 거야. 근데 이번이 세번째인데 왜 안 참고 그런 말을 하는거지? 이번은정말 장난이었을지도 모른다고?”

 “-- 그럼 이번의 아니.”

 거기서 그 소녀는 한숨을 한번 쉬고말했다.

 “장난이었나요?”

 “아니.”

 “하아,역시 이럴 줄 알았어요. 당신의 인성에는 이제 일말의 기대감도 남아있지 않아요. 그냥 쓰레기중에서도 재활용도 안 되고 땅에 묻어야 하는데 분해도 잘 안 되서 지구에 해만 되는 존재 자체가해인, 그런 쓰레기에요.

 “,알았어. 난 그런 쓰레기니까 말 걸지 말아줄래? 말했듯이난 너가 정말 싫거든.”

 “오기가 생겼어요! 계속 말 걸래요! 당신이 말을 걸지 말라고 하니까 계속 말을 걸거에요!”

 “하아,알았어. 이름이 뭐야?”

 “상대방의 이름을 물을 때에는 자신의이름을 먼저 대는게 예의에요. 그런 것 조차 모르나요? 정말이지인성도 쓰레기고 예의범절도 모르는군요.”

 “그런 말 하지 말아줄래? 내가 갑자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바뀌어서 너의 질문에 답해줄 수도 있다고.”

 “,하치쿠지 마요이에요.”

 태도가 확 바뀌는구만.

 “이츠마테 마이다.”

 정말로 마음이 바뀌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게 이, 하치쿠지라는애가 말을 걸면서 귀찮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질문에 빨리 답을 하고 이 귀찮은 것을 내쫓고 싶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질문이?”

 “정말로 답해주시는 건가요? 또 쓰레기 같은 인성을 가지고 거짓으로 대답해주거나 장난치는게 아닌가요?”

 “,생각이 바뀌었다. 너에게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고, 너를떼내는 것이 나에게 이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내가 모르는 내용에 대한 질문이라면 나도 답해줄 수없지만, 내가 아는 한도라면 답해주도록 하지.”

 “생각이 바뀐 이유도 참, 인성이 거지 같은 이유군요.”

 “그렇게 나의 신경을 건드리는 얘기를해도 되는거야? 내 생각이 다시 바뀔지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질문이…”

 아까도 생각했지만, 참 태도가 빨리 바뀌는 녀석이다.

 “키타시라헤비신사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는지 아세요?”

키타시라헤비 신사라

아마도 여기서 조금 떨어진 산에 있는 신사를 말하는 거겠지.

이름부터 보듯이 뱀을 숭배하는 신사.

사신신앙.

뱀을 숭배하는 것은 예로부터 흔하게 있었던 일이다. 예로부터 전해진 뱀의 신만해도, 믹스코아틀 (Mixcoatl), 코아틀리쿠에 (Coatlicue), 레네누테트 (Renenutet), 담발라 (Damballah), 아이다 (Ayida). 이외에도 뱀을 상징으로하는 것은 많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 신화에 태양의 신이자 예언 및 광명, 의술, 궁술, 음악, 시를 주관하는 신의 아들인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의 신이다. 그 아스클레피오의지팡이에는 항상 뱀 한마리가 둘둘 감겨있었는데, 이 뱀은 해마다 다시 소생하여 탈피함으로써 새로운 정력을소생시킨다는 의미를 가졌고, 이것은 현대 의학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리고 또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헤르메스의 상징인 카두케우스라는 지팡이에도 두마리의 뱀이 둘둘 꼬여있다. 뱀에 관한 신앙 및 심벌은 전 세계적으로 발견할 수 있으며, 다말하려면 권수로 따져도 엄청나게 나오겠지. 그런데, 왜 이하치쿠지 마요이라는 초등학생은 그 신사에 가려는 거지? 그 신사에 말이지. 그 신사에. 볼 것도 없는, 그신사에. 볼 것이랄까 단순히 가면 저주가 내릴 것 같은 듯한 그 신사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그 신사에 말이지. 이렇게 막상 생각해보니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위치도 어딘지 알고. 나의 활동범위 내이기에, 안내 정도는할 수 있겠지. 그러니 난 이렇게 말한다.

,거기라면 알기는 아는데.”

정말인가요? 또 아까처럼 장난은 아닌가요?”

왜 날 믿지 못하는거지? 난 네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말하자면 백익무해라고. 너에게 이익이 됐으면 이익이 됐지, 해를 끼치진 않았다고.”

왜 당신을 믿지 못하냐고요? 아까 실컷 거짓말을 한 자신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건가요? 머리가금붕어수준인가요? 아까 신나게 절 놀리셨잖아요!”

아니,난 널 놀리지 않았어.”

아뇨,실컷 놀렸어요.”

아냐,그건 단지 커뮤니케이션이었을 뿐이야, 단지 너와 친해지고 싶어서 말이지.”

뭐라고요? 더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시네요! 분명 제가 처음 말을 걸었을때 어땠는지 기억 안나시나요? 역시 금붕어 수준인가요? 처음엔무시하고, 제가 어찌어찌해서 말을 하게하니까, 그 다음에는말 걸지 말아줄래? ,너가 정말 싫거든이라고 하셨잖아요! 그게커뮤니케이션을 원하는 사람의 행동인가요!”

, 그건 어쩔 수 없어.”

뭐가 어쩔 수 없는거죠?”

난 수줍음이 많은 편이라서, 원래 그런 성격이거든, 이런걸 세간에서는 츤데레라고 부르더군.”

츤데레였나요..?”

, 그건 단지 내가 츤데레라서 그런 애정표현일 뿐이야, 사실너에겐 호감 100퍼센트 라고.”

그런건가요?”

, 그런거야.”

역시 초등학생은 참.

뭐가 그런건가요에요! 제가 그런거에 속을 줄 아셨나요? 그런거에제가 속을 줄 아셨다면 큰 오산이에요! 아니 육산이에요! 그러니당신에겐 강제로 제 목적지에 대한 안내를 할 필요가 있어요! 만약 그 츤데레라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당신은 , 딱히 너가걱정되서 안내해주는 게 아니니까 말이야! 그냥 어쩌다가 가는 길이 같을 뿐이야, 응 어쩌다가.’ 라는 멘트를 날리면서 저를 안내하겠죠! 그게 아니더라도 당신은 저를 가지고 놀렸으니 안내를 할 의무가 있어요! 아니면PTA를 부를거에요! P! T! A!”

속을 줄 알았는데 속지 않는건가.

, 이런 거에 속으면 그게 더 이상한건가, 그래도츤데레라고 하면 츤데레라고 할 수 있으니, 이건 딱히 속이는게 아닌 것 같기도 한데. 뭐 상관없나. 뭐가 됐든, 목적지를들은 순간부터 안내해주려고 마음을 먹었으니.

알았어, 안내해줄게. 난 어디의 트윈테일 여고생이아니니, 방금 네가 한 대사는 못하지만 안내 정도는 해주지.”

정말인가요?’

, 정말이야. 이번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날 믿어봐.”

나도 너라는 존재를 믿어볼게.

, 알겠어요. 이번 한번만 당신을 믿어보죠.”

또 같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 잘 생각했어. 하치쿠지.”

똑같은 감정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빨리 길 안내나 하세요. 이츠마데[1] .”

그래도

이츠마테다, 사람을 언제까지라고 부르지 말아줄래?”

그래도 말이지

, . 이츠마테 씨 어서가죠.”

여기까지 말을 걸어준 너를

알았다, 알았어.”

 

 

이번 한번만

 

 

 

004

 

마이쮸 씨.”

이츠마테 마이다. 사람을 씹는 것으로 부르지 말아줄래?”

생각해보니 마이쮸는 도대체 무엇으로 분류해야하지? 츄잉껌인가?젤리인가? 젤리라고 하기엔 조금 그렇고 그렇다고 껌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모호한 그런 경계네. 아니 분명, 이런 종류를 부르는 명칭이 있을 것이다. 내가 말했던 것 중에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난 츄잉껌과 그냥 껌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이다. 츄잉껌과 껌의 차이는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만약 둘다 같은 것이라면 내가 말한 것중 답은 없는 것이 되겠지만, 만약 츄잉껌이라는게 마이쮸 같은 것을 부르는 명칭이고 껌은 말 그대로 껌일 뿐. 그 외에는 아무것이 없는 것이라면, 아마 마이쮸는 츄잉껌이 되겠지만말이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명칭이 있을지도 모른다. 뭐가됐든 정말 궁금하다.

실례, 혀가 꼬였어요.”

, 그러냐.”

이츠마테 씨, 신사까지는 얼마나 남았나요?”

거의 다 왔어, 이 계단을 통해 산을 올라가기만 하면 돼.”

이 산을요?”

, 보통 신사는 산 속에 있잖아, 아닌가?”

내 기억상에선 신사는 산 속에 존재한다. 왜냐하면 내가 본 신사는 얼마 안되기에, 아니 얼마 안 된다고할까, 정말 얼마 안 되는 것도 아닌, 내가 본 신사는 하나밖에 없기에, 난 신사가 산 속에 있는 것을일반적으로 생각한다.

보통이라면 보통이지만, 구지 산속에 있는 것은 아니죠. 도심 한복판에 있는 신사도 있으니 말이죠.”

, 뭐가 됐든 오르자고. 어차피 너의 목적지는 위에있으니, 안 오를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야.”

하치쿠지와 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발씩, 한 발씩, 내딛는 와중에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크리스마스 아닌가? 어째서, 초등학생이, 부모의 귀여움을 잔뜩 받을 초등학생이, 그게 아니라도 이런 날에는 가족과 함께 보내며 선물을 뜯어보는 초등학생이, 산타는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막 눈치채야하는 초등학생이, 어째서 크리스마스에 집에 있지않고 이런 곳에있는거지? 어째서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내지 않고 신사에 가는거지? 아까도 신경쓰였던 이유지만 그냥 신사를 가는 이유도 궁금했는데 어째서 오늘 같은 날에,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오늘 같은 날에, 예수 그리스도가태어난 오늘 같은 날에, 성인남자가 산타분장을 하고 선물을 나눠주거나 자신의 가정에 깜짝방문을 하는오늘 같은 날에, 어째서 하치쿠지는 신사 같은 곳에 발을 내딛고 있는거지?

그러고보니, 하치쿠지. 넌 왜 오늘 같은 날에 가족과함께 하지않고 신사에 가려고 하는거야? 보통 오늘 같은 날에는 집에 있지 않아?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말이지.”

그 순간 하치쿠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게 좀 사정이 있어서, 오늘 같은 날에는 집에있기가 싫어지네요.”

무슨 사정이길래, 크리스마스에 집에 있기가 싫어질 정도인거야?”

그건 좀 말하기 곤란하네요.”

, 그렇겠지. 방금 처음 만난 사이인데 개인사정같은 것을 말할리가 없지. 애초에 처음 하치쿠지를 많이 놀리기도 했고.놀렸다기보다 무시랄까, 거부에 가까웠지만.

그럼 키타시라헤비 신사에 가는 이유가 뭐야? 분명 그 신사는 뱀을 숭배하는 신사일텐데, 혹시 하치쿠지도 뱀을 숭배하는거야?”

아뇨, 그건 아니고 최근 저의 또래 사이에서 도시전설 같은 게 퍼져서요.”

무슨 도시전설?”

, 이 마을에 키타시라헤비라는 이름을 가진 신사가 있는데, 그곳본당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가담항설.

누가 들어도 도시전설이다. 도시전설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픽하고 웃어버릴듯한 정도의소문. 별똥별이 떨어지기 전에 소원을 3번말하면 이루어진다는것과 같은 수준의 허구.

그래서, 그걸 믿고 소원을 빌러가는거야?”

그렇죠. 하지만 딱히 믿는 건 아니에요, 단지 정말로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소원이 하나 있어서, 어떻게 해서든지 이뤄졌으면 소원이 있어서, 일말의 가능성에라도 걸어보고 싶을 뿐.”

도대체 얼마나 간절한 소원이길래, 얼마나 간절한 소망이길래. 이런누가 봐도, 누가 들어도, 단순한 도시전설에 지나지 않는것을.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것에 일말의 가능성을 거는거지?

무슨 소원이길래, 그렇게 간절한거야?”

그것도 말하고 싶지 않아요. 개인사정이에요.”

안 알려주는게 너무 많네, 이대로 가다간 나 호기심 주머니가 넘쳐나서 터져 죽어 버릴 것 같아.”

안 알려주는게 당연한거에요. 방금 만난 사이고, 그리고저한테 장난을 치셨고, 또 인성이 더러우시잖아요. 그런 사람한테제 개인사정을 말할 이유는 존재하지 않아요.”

아까 내가 했었던 생각과 일치하네.

, 그렇지. 그게 당연한거겠지. 나라도 그렇게 행동했을지도 몰라.”

그래도 그 이전에 초등학생이 낯선 사람을 따라가는 것도 잘못 됐다고 보는데, 그런 것까지 생각하는초등학생이 낯선 사람을 따라가는 것은 과연 잘 된일인가? 아니, 그렇게해서라도.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모든 가능성에, 이 일말의 가능성에 걸고 싶은건가? 얼마나 간절한 소원이길래.

그렇게 생각하고 있더니, 어느덧 계단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치쿠지. 거의 다 올라왔으니 하는 말인데, 계단을거의 다 밟았으니 하는 말인데, 신사에 발을 딛기까지 얼마 남지 않아서 하는 말인데. 너는 신사의 모습이 어떨 것이라고 생각해?”

신사의 모습이요? 단지 그냥 입구에 토리이가 있고, 그리고본당이 있고 그 앞에 세전함이 있는 그런 모습이 제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는데요?”

, 그렇다면 구태여 말하지만, 아니 원래 말하려고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신사의 이미지와 완전히. 크게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형태로요?”

,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완전히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아니, 완전히는 아닐까나. 대강 맞으니 말이지. 단지 이미지가 다르지. 이미지가 상상의 모습과 대비되는 모습이기는할거야. 내가 장담하지.”

그렇게 말을 끝내니 토리이가 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신사가 보이기 시작했다.

 

 

 

005

 

여긴 신사가 맞긴 하는 건가요…”

신사였었지.”

계단을 올라 신사에 도착한 하치쿠지. 하치쿠지는 신사의 풍경을 보고 꽤나 충격을 먹은 듯 가만히서있었다. 하치쿠지가 충격을 먹은 이유는 간단하다. 하치쿠지의눈앞에 펼쳐져 있는건 키타시라헤비 신사. 아니 신사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뭐한, 단지 이곳에 신사가 있었다. 라는 수준만 알 수 있을 정도의 형태. 토리이만 제대로 세워져있고 나머지는 심하게 훼손되어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되어있어서, 이곳이 신사였다는 것을 겨우 알게 해주는 것은 입구의 토리이와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본당 덕이다.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네 상상과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그래도 이건 너무 대비되지 않나요.”

너무 대비되는게 어딨어, 대비되는건 대비되는거지. 너의상상과 정반대면 그것이 바로 대비되는 거지 대비의 농도라는 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여기서 소원을 빈다면 제가 빈 소원이 저주가 되어 제가 원하는 것과는 다른 형태로이루어 질 것 같은듯한 기분이 드네요.”

확실히,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신이 아닌 악마가 이루어줄 것 같다. 애초에 여기 뱀신이잖아? 내 머리속의 뱀신이랄까, 뱀은 좋은 이미지가 아니라고. 성서에서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를먹도록 꼬신 것도 뱀이고, 그렇기에 뱀은 죄의 상징이 되었고 말이지.딱 이미지가 별로 안 좋잖아. 뭔가 간사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그러면 기껏 여기까지 온 이유가 없어지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이건 이거대로 기분이 나쁘단 말이죠.”

그 소원, 어떻게 해서든지 이루고 싶은거 아니였어? 간절한소원아니였어? 터무니 없는 도시전설을 믿고 그 일말의 가능성을 위해 구태여 여기까지 왔을 정도면.”

그렇긴 합니다만…”

하치쿠지는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손을 모아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소원을 빌겠습니다.”

나도 소원이나 하나 빌어볼까, 만약 정말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라해도 내 소원을 들어줄리는 없지만. 아마 소원을 들어주는 대상에 내가 포함될리도 없지만, 한번 빌어볼까. 내 소원은

, 역시 뱀은 간사하다. 나쁘다. 라는 이미지가 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아. 사라져라 잡념이여!

그러면서 흘깃 옆을 보니 열심히 기도하는 하치쿠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잠시 넋 놓고 바라보자니 하치쿠지의 눈가에서 살짝 빛이 났다.

끝났어요.”

하치쿠지가 가지런히 모았던 두 손을 내리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

, ? , .”

넋 놓고 바라보고 있어서 잡념을 버리고 소원을 비는 것을 까먹고 있었다.

이츠마테 씨는 소원을 빌었나요?”

아니, 난 잡념이 아무래도 사라지지 않아서 말이야. 그럼이제 가볼까, 원래 있던 곳 까지는 바래다 줄게. 이제 목적도다 이루었잖아.”

그렇죠, 그럼 가죠.”

소원이라.

 

 

 

 

 

 

 

 

006

 

공원벤치에 앉아만 있는 것도 지루해서 잠시 산책을 하고 있었다. 잎사귀가 다 떨어진 나무 위에쌓인 눈을 보고 있으니 옷이 다 벗겨진 나무에 하늘이 내린 하얀 옷이라는 감상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눈동자 안에 익숙한 모습이 비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양쪽 머리를 묶은 트윈테일에 나뭇잎 모양의 머리 끈 그리고 유카타를 입고 있는 모양새였다. 분명내가 일주일전쯤에 길을 안내해준 초등학생. 분명 이름이 하치쿠지 마요이였던 것 같다. 내가 아는 나와 소통하는 유일한 지인인 그 하치쿠지 마요이를 모른척하며 다시 감상에 젖을지, 아니면 말을 걸며 아는 척을 할지 고민하고 있었던 찰나.

?!”

그 초등학생이 날 먼저 발견했다.

마이웨이 씨 아닌가요?”

사람을 자기 갈 길 갈 것 같은 이름으로 부르지마.”

실례, 혀를 깨물었네요.”

아니, 혀를 깨물어서 그런 소리가 날 수는 없지.”

혀를 깨물어서 뒤에 두 글자를 추가 시켰다니. 듣도보도 못한 발상이다. 요즘 초등학생끼리 유행하고 있는 개그인가?

혀를 깨물어서 이런 소리가 날 수 없다고요? 이츠마테 씨는 마이란 단어를 끝까지 말하고 혀를 깨물면 어떤 소리가 나나요?”

그야 물론 마이에엣..”

설마.

바로 그 말대로에요, 이츠마테 씨. 마이에엣 마이웨엣마이웨에 마이웨이

그렇게 가는거냐…”

뭔가 부족하네요.”

뭐가?”

보통 사람이면 여기서 강력하게 딴죽을 걸 텐데 말이죠. ‘그렇게 가는거냐! 혀를 깨물어서 그렇게 소리가 나는데 4단계나 걸렸으면 이미 그건혀를 깨문게 아냐! 의도된 거라고!’ 라면서 말이에요. 이츠마테 씨는 너무 재미가 없어요. 분위기를 못 살리네요. 같이 대화하면 재미 없는 타입이에요.”

, 그래.”

보통 사람이 그런다니, 어디에 있는 보통 사람인거야? 간사이지방인가? 토호쿠 지방인가? 훗카이도인가? 아니 역시 오사카? 내가 보통이 아니란 말인가? 난 지금까지 자각이 없다랄까 기억은 안 나지만 평범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물 흐르듯이 평범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누구보다 평범하게 완벽하게 사회에 녹아들었다고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였단 말인가? 난 완전히 사회 부적응자였단 말인가!

이거 봐요. 아 그래.’라는 난 흥미 없다.’라는식의 말투로 대화의 흐름을 완전히 끊어 버렸잖아요. 정말 대화의 장의 물을 완전히 단절 시켜버리는군요. 누가 보면 드라마인줄 알겠어요. 그렇게 잘 끊어버리니. 정말 사람 사귀기 힘드시겠어요.”

하치쿠지 마요이의 말대로라면 내가 대화의 흐름을 완전히 끊어버렸다는 건데, 이렇게 잘도 이어가는하치쿠지는 언어의 마술사 인건가? 요즘 초등학생은 말을 똑부러지게 잘하는 건가 아니면 원래 저게 보통이고내가 이상한건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사람 사귀기 힘들겠다니, 이래 보여도.”

. ‘이래 보여도라니 뭔 소리를 하는거야 난.

“’이래 보여도에서 말이 끊기다니, 정말로 인간관게에문제가 있나보네요. 이렇게 오래 이야기 하는 상대도 제가 처음이시죠?”

처음이라니, 처음아니야.”

아마도

가슴에 손을 얹고 정말인가요?”

그래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하지.”

, 뭐 믿어드리죠. 딱히 저와 상관없는 이야기이니. 그런데 아츠맛테 씨.”

사람을 모여서라고 부르지마.”

어디 가시는 거죠?”

나의 말을 무시한 채 하치쿠지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어딜가긴, 그냥 단순히 산책 중이였어. 나무를 보며시적인 감상에 젖어있었지, 그러는 하치쿠지는 어딜 가는거야?”

설마,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세요?”

오늘이 무슨 날인데.”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시다니, 이츠마테 씨. 히키코모리이신가요? 히키코모리 치고는 밖에 잘 나오시네요.”

내가 히키코모리라는 것을 전제로 얘기 하지마. 그리고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면 왜 히키코모리가되는 건데.”

제 복장을 보고도 모르시나요?”

복장이라니…”

하치쿠지의 복장은 단순히 분홍색 유카타였다. 예쁘다고 묻는다면,예쁘다기 보다 귀엽다고 답해줄 정도로 귀여웠다.

유카타잖아, 오늘 축제라도 있는 거야?”

하아, 이츠마테 씨.”

하치쿠지가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저랑 만난 날이 언제죠?”

에 그러니까, 하치쿠지 마요이를 만난 날. 첫 만남에내 팔을 깨물고 그리고 몇번의 말다툼을 한뒤 키타시라헤비 신사에 길안내를 한 날. 공원엔 커플들이 있었고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던 그런 날. 거리에서 캐롤이 울려퍼진 것 같았던 그런 날.

크리스마스였지.”

그리고 지금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오늘은 무슨 날일까요?”

25+7=32

32-31=1

1 1

.”

깨달았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매일 공원에 앉아풍경만 바라보는 생활을 반복해서 그런 탓인지 시간개념이 없어져 버린 것 같다. 크리스마스라는 것도 커플이나캐롤이 아니였다면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1 1.”

새해 첫날.

답을 도출하는데 너무 느리시네요. 어느 이야기의 비극의 히로인 같이 하루 하루에 대한 기억이누락되어 있는 건가요?

그건 누락이 아니라 결여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아?”

‘’’누락이든 결여든본질은 같아요. 어느 단어를 써도 이츠마테 씨가 바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언제까지고 바보니까 이츠마테 씨군요. , 그런 뜻이었어요.”

부모님이 지어준 소중한 이름을 그런 하찮은 뜻으로 바꾸지 말아줄래? 그런데 하치쿠지가 유카타를입었다는 것은 신사에 참배하러 간다는 거지?”

그렇죠.”

이 시간에? 보통 그날 정오라던가 그 이전에 가지 않나? 내가이상한건가?”

착한 어린이는 그런 시간엔 잠을 잔답니다. 그러고 참배를 하는 것에 시간 같은 건 의미 없어요. 새해 첫 참배라는 것이 중요할 뿐이죠.”

, 키타시라헤비 신사에 가게?”

히익-!”

하치쿠지가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소리를 냈다.

키타시라헤비 신사라뇨, 키타시라헤비 신사라뇨, 키타시라헤비신사라뇨.”

, 세번이나 말했어.

거기서 참배를 하는 것은 새해 점을 보는데 대흉을 3연속으로 뽑고 타로점이라도 봐야겠다는 마음으로타로점을 보는데 ‘The Death’ 카드가 정방향으로 나오고 어쩔 수 없이 포춘쿠키라도 까는데 포춘쿠키에서나오는 말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선택.’ 이라는말이라서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3연속 대흉도 타로카드 ‘The Death’도 무마 되겠구나.’ 라는 마음으로 위안을 얻고 있었는데, 정말로 그 해에 취직은 커녕아르바이트도 하지 못하게 돼서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백수에 거지가 되는 것보다 위험하다니까요?”

것보다인건가. 이미 충분히 위험하다고 보는데.

그럼 어디에 가는거야?”

제가 아는 신사가 있어요. 이츠마테 씨도 같이 참배하러 가죠!새해 첫 참배라고요!”

아니 난 괜찮은데, 그것보다 새해 참배를 원래 아침 10시에하던가?”

사양하지 마시고1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면 들어오는 것도 없다고요!”

유카타를 입은 초등학생에게 팔이 잡혀 끌려갔다.

 

 

 

 

007

 

그런데 하치쿠지, 부모님은 같이 안 가는거야?”

부모님은…”

하치쿠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게, 그렇고 그런 사정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을 건드린 것 같다.저 표정은 아마 그 때의 누구 표정과 비슷하겠지.

그렇다면 하치쿠지 발푸르기스의 밤에 대해서 말인데.”

화제를 돌리려 꺼낸 말이지만 너무 뜬금없는 말을 꺼내고 말았다.

푸훗.”

하치쿠지가 작은 소리를 내며 웃었다.

이츠마테 씨는 좋은 사람인 것 같네요.”

얼마전까지는 재활용도 안되는 쓰레기라면서.”

어라, 장난으로 한 말이었는데아직까지도 마음에 품고 계셨나요? 이츠마테 씨는 정말 속이 좁네요. 뒤끝이있군요. 쭉쩡이 같은 남자에요. 여자들에게 인기 없을 것같아요.”

, 난 이래보여도 여자들에게인기가 많다고.”

물론 거짓말이다.

, 방금 이츠마테 씨의 마음속 소리가 들렸어요. ‘물론 거짓말.’ 이라고 말이죠.”

텔레포터인거야? 그런거야?”

후훗, 텔레포터인겁니다. 그런겁니다.”

! 그런 초등학생의 거짓말에넘어갈 것 같아?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맞춰봐!”

…”

하치쿠지는 양 검지손가락을 머리에 대고 생각하는 시늉을 했다.

이츠카테 씨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았어요.‘하치쿠지는 양 검지손가락을 머리에 대고 생각하는 시늉을 했다.’ 군요!”

그건 그냥 네가 방금 한 행동이잖아!”

농담이에요. 사실 이츠마테 씨는여자의 몸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다.’ 라고 생각하셨죠?”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런 생각 일절 하지 않았어! 신에게 맹세할게!”

그럼 이츠마테 씨는 여자의 몸에 흥미가 일절 없다는 것인가요?”

흥미 같은게 있을…”

있죠?”

그건 어쩔 수 없다고! 남자라면 여자의 몸에 대해서 여러가지로 탐구하고 싶어지잖아? 특히팬티라던가? 가슴이라던가? 은밀한 부분까지 여러가지로 관찰하고싶어지잖아? 그래서 포르노로 선행공부를 해두는 거잖아. 그것보다나 왜 이런 얘기를 초등학생에게 하고 있는거냐!”

, 자기 자신에게 딴죽거는 것은만화에만 나오는 줄 알았어요. 결론을 정리하자면, 이츠마테씨는.”

하치쿠지는 거기서 한 박자를 쉬고 말했다.

변태.”

결론은 내가 변태로 되는 거냐! 그것보다지금 텔레포터 애기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았어? 벗어난 것 같은데?”

변태.”

변태 아니야!”

어머, 무슨 의미로 받아 들이신거죠? 저는 단순히 곤충이 성충으로 진화하기 전의 단계를 얘기 한 것일 뿐인데? 찔리는 것이라도 있으신가보네요.”

한 박자를 쉬고 말한 게 이걸 위한 거였냐!그리고 사람을 곤충에 비유하지마!”

그럼 사람답게 사람에 비유해드리죠. 변태씨.”

변태에 라는 존칭을 붙여도 전혀 존칭으로 불리는 것 같지 않아! 기분이 복잡미묘하다고!”

그럼 변태 신사씨.”

뭔가 더 들어갔지만, 그건 그거대로이상해!”

이터널 변태 신사씨.”

이터널은 왜 붙인거야!”

이터널 변태 신사 파이널.”

파이널이냐! 파이널인거냐! 최종단계에 이르렀구만!”

IPFP

그게 뭐야? IPFP? FBI 같은거야?”

InfinityPanty Find People.”

무한의 팬티를 찾는 사람인거냐! 그런거냐!”

애초에 뭐야, 그 궁극의 팬티는.

이츠마테 씨 아까는 딴죽도 제대로 안 걸더니,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됐네요? 로리글로빈이 넘치고 있나요?”

로리글로빈은 뭐야, 굉장히 위험한단어인데?! 잘못하면 잡혀갈 것 같은 단어야.”

로리글로빈을 모르시나요? 로리글로빈은로리+헤모글로빈을 조합한 말장난으로서 일도 안하고 방에서 뒹굴 뒹굴 거리는 라이트 노벨 공모전을 준비중인니트에 히키코모리인 한 사람이 쓴 로리글로빈이 부족해서 위험해!’ 라는단편소설에서 나오는 주 용어에요. 그 소설의 배경은 로리글로빈이 부족하게 되면 쓰러지게 된다. 주변에 초드학생이 있으면 로리글로빈이 활발하게 돌 수 있다. 희귀병으로초등학생이 주변에 있어도 로리글로빈이 안 도는 병이 존재…”

그런 히키코모리 오타쿠가 쓴 소설에 대한 소개는 필요없어! 누가 봐도 로리콘들을 노리고 쓴 거구만! 그거 쓴 사람, 그걸로 책내면 잡혀가겠네!”

오호, 이츠마테 씨의 딴죽 기동조건을 알았어요.”

사람을 로봇이나 시스템 같은 것에 비유하지마! 엄연한 인간이라고.”

이츠마테 씨는 낮이 되면 딴죽 시스템이 가동 되는군요? 생각해보니 저번 주에도 낮이 가까워 질수록 활발했는데 멀어질수록 시들었어요.마치 남성의 그것 같아요.”

, 지금 굉장히 위험한 발언한 것 같은데, 애초에 초등학생이 할 말인가 그게?!”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죠? 저는단지 머리카락을 이야기한 건데요? 보통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 하고 서 있다가도 머리를 감으면 시들잖아요.”

그건 모든 사람이 그래! 하필이면남성에 비유해서 오해하게 하지마!”

어머 제가 말을 이상하게 한게 아니라 이츠마테 씨의 머리속이 야시시한 것들로가득차 있는건 아닌가요? 역시 그냥.”

하치쿠지는 거기서 또 한 박자를 쉬었다.

변태네요.”

여기서 내가 딴죽을 걸면 또 곤충의 변태라던가 라고 말해서 날 당황시키려는속셈이지?! 하지만 똑같은 수에 또 당하지는 않는다!”

완전 변태네요.”

변태 아니라고!”

완벽하게 당했다.

그럼 역시 성욕은 없으신 건가요? 고자이신건가요?”

초등학생이 그런 단어 함부로 말하지마! 그리고사람을 맘대로 중국의 환관들처럼 만들지마!”

그럼 역시 여자의 몸에 흥미가 없으신거네요?”

흥미라면 물론없다면 거짓말이지, 남자라고? 남자라면 당연히그것보다이야기가 제일 처음으로 돌아왔잖아!”

그런 것을 바로 뫼비우스의 라고 하죠.”

중간에 쓸데없는 글자가 들어가서 전체적인 의미가 이상해진 것 같은데? 뫼비우스의 팬티라니 그냥 무한의 팬티잖아! 완전 궁극의 팬티네! 모든 남성의 이상향이 될 수도 있겠어!”

이렇게 될 줄 알고 아까 말했었죠.”

뭐를?”

역시 이츠마테 씨는 IPFP네요.”

Infinity Panty Find People

미래를 볼 수 있는거야? 아니면단순한 천재인거야?”

당연히 전 천재죠. 그리고 딴죽을계속 거는 이츠마테 씨도 천재고요.”

아니, 천재랄 것까지야.”

물론 전 천재(天才)이고 이츠마테 씨는 천재(天災).”

난 하늘이 내린 재앙인거냐!”

이츠마테 씨는 딴죽 이외에는 다 천학비재 하지 않나요?”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난 딴죽 외에도 재능이 많아!”

없죠. 그리고 유일하게 있는 재능도기동조건이 낮이라니, 이렇게 보면 신은 불공평하네요. 여자에게인기도 없을 것 같은데 재능도 하나같이 다 변변찮고 그나마 있는 재능도 기동조건이 딸려있다니. 마치 RPG게임에 하나씩은 있다는 쓰레기 직업 같네요. 마치 던X앤파이터의 마도학자 같은 느낌이에요.”

아니 내가 이렇게 변변찮을리 없어!... 어잠깐만.”

문득 풍경을 보니 익숙한 거리였다. 옷이다 벗겨진 나무들, 그리고 그 나무를 감싸주려 하늘이 내린 하얀 옷이 걸쳐져 있는 모습. 내가 감상에 젖었던 곳. 여기는

처음 출발한 곳이잖아.”

?!”

하치쿠지 제대로 길 가고 있던 것 맞아? 난너만 따라가고 있었다고.”

네 맞아요. 그런데 길이 출발지로돌아올 수 없는 구조인데 어째서 돌아오게 된거죠? 가는 길이 일직선으로 쭉 가기만 하면 되는 곳이라유턴을 하지 않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구조인데…”

이 패턴은 어디선가 많이 본 패턴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풍경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상황이다.

이츠마테 씨…?”

역시 잘 생각해 봤어야 했다.

이 동네에 신사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있다고 해도 다 쓰러져 가는 기분 나쁜 키타시라헤비 신사.

이 동네에 신사가 없는데 신사에 참배를 하러 간다는 것은, 다른 동네로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동네로 간다. 그것은 이동네를 나간다는 것을 뜻한다.

점점 내 표정이 얼어붙는다.

그 때의 표정과 같은 표정을 짓는다.

지금 내 표정이 어떤지 잘 알 수 있다.

이츠마테 씨…?”

이렇게 또 난 절망을 맛보게 되는 걸까.

이렇게 또 난 슬퍼해야 하는 걸까.

이번에도 똑같이 떠나갈까.

난 이 동네를 나갈 수 없다.

이 동네를 나가는 것 자체를 난 할 수없다.

몇번이고 나가고자 했다.

하지만 나갈 수 없었다.

태엽이 다 돌아간 인형처럼 굳는다.

이츠마테 씨…?”

 

 

 

언제까지나 기다리는 미아니까.

 

 

 

008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그 아이가 어릴 적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절망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려했습니다.

내가 널 지켜주마.”

아버지는 자신이 일 때문에 아이에게 관심과 사랑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재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인가요.

경찰에서는 차의 브레이크 부분이 손상되어 정지를 하지 못해 가드레일을 들이박고떨어져 죽었다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누가 브레이크 부분을 손상시켰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신만이 아시겠지요.

아이의 아버지가 죽자 재산은 새엄마에게로 갔습니다. 하나의 회사를 갖고 있던 아버지는 유산이 많았습니다.

새엄마는 불안했습니다. 재산이지금은 자신의 수중에 들어와있지만, 함부로 쓸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자신의 재산이 아닌 아들의 재산으로서 지금은 보호자로서 맡아두는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죠.

몇년동안 새엄마는 고민을 했습니다. 항상자신의 악한 마음과 선한 마음이 마음속에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결국 검은색이 된 새엄마는 한계획을 세웁니다.

새엄마는 나이가 먹고 먹어서 고등학생이 된 아들과 함께 공원에 갔습니다. 공원의 벤치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서 잘 기다리고 있어. 잠깐뭐 좀 사올게, 어디 가지 말고.”

그리고 새엄마는 사라집니다.

공원의 벤치에 아들 혼자 남겨져 있습니다.

아들은 들고 있던 쇼핑백을 힐끗 봅니다. 그리고웃습니다. 그 안에는 새엄마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찍이 부모를 여읜 아들에겐 새엄마밖에 없었습니다.

가족이라곤 그 한명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더욱더 새엄마를 사랑하고 있었던 아들은 새엄마를 기다립니다.

기대를 품으며 자신의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새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행복감에젖습니다.

이 포장지를 뜯을 때 엄마의 표정은 어떨까?’

그 때, 아들의 머리에 무엇인가가부딪혔습니다.

찰나의 순간이었습니다.

아들은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그대로 정수리에 무언가가 맞아 쓰러졌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건 단지 포장지에 곱게 싸인 선물뿐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들은 벤치에서 일어났습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꼬박 하루를 쓰러져있던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기억을 하지 못한 채.

길을 가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대꾸도 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봅니다.

대꾸도 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봅니다.

대꾸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한 사람과 부딪히게 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아들을 통과해 지나갑니다.

아들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

아들은 충격을 먹었지만, 아무것도느끼지 못했습니다.

아마, 기억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생각했습니다.
 
이것을 유령이라 부르는지 괴이라 부르는지 모릅니다. 단지 관측 된 사람에 의해서 변할 뿐.

기다려야 한다. 라는 마음이 아들의마음속에 강하게 자리 잡습니다.

기억나는 것은 그 뿐입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 누군지 기억나지않는 사람을.

 

 

 

 

 

 

009

 

뭔 소리를 하시는 거죠? 이츠마테씨…?”

말 그대로야, 내가 있으면 도달할 수 없어. 난 이 동네를 나갈 수 없어.”

이츠마테 씨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말했잖아, 난 유령이야. 이 세상에 실재하지 않아.”

언제까지나 기다리는 미아.

무슨 소리를 하시는거에요? 이츠마테 씨는 이렇게 잘 보이는 걸요? 저랑 이렇게 대화도 나누고있잖아요?”

하치쿠지, 다른 사람들에겐 내가보이지 않아. 나도 왜 너만이 날 볼 수 있는지 모르겠어.”

그 때와 똑같은 상황.

예정된 결말.

이렇게 될 걸 알면서 왜 난 믿었던걸까.

단지 믿어보고 싶었던 것이였던걸까. .

너도 이제 어쩔 줄 몰라 하면서 가버리면 되는거야.

날 처음 인식했던 그 사람처럼.

도망가면 되는거야.

그게 정상적인거야.

그게 정상적인 반응이야.

저기요!”

갑자기 하치쿠지가 지나가던 사람을 불렀다.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그 사람이 말한다.

미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모르겠어.”

그리고 그 사람은 뭔 이상한 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을 짓고 갔다.

그러니까하치쿠지…”

하치쿠지는 다른 사람을 불렀다.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반응은 같았다.

하치쿠지…”

저기요!”

이제 그만해…”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하치쿠지가 공원의 사람을 계속 붙잡으면서 그 말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표정을 지으며 무시하며 지나갔다.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여기 이 사람 안 보여요?

저기요

저기요

저기요

저기요

저기요

저기요

저기요

이제 그만해! 이제 됐잖아, 난 안 보인다고! 다른 사람들에겐 내 머리카락 한 끝조차 보이지않는다고! 나도 왜 너한테만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제발 날비참하게 만들지 말아줘제발너도 그 사람처럼 도망가면돼! 너도 그 사람처럼 어쩔 줄 몰라하며 도망가면 된다고! 나같은 건 버려놓고 그냥 가면 된다고! 그게 정상적인거야! 비정상적인게아니라고! 그러니 날 두고 가그 사람과 같이 날 두고가나 같은건 아예 만나지 않은 것으로 치고 날 두고 가줘…”

이렇게 비참하게 있을거면, 산것도 죽은 것도 아닌 어중간한 것에 있을 거면, 차라리 세계에서 지워주지, 왜 유령 같은 것으로 만들어서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거야도대체왜

안 도망가요!”

그 소리에 난 고개를 들어 하치쿠지를 바라봤다.

내 눈동자에 비친 것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듯한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고있는 하치쿠지의 얼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위로를 해주지 못할 망정 도망가다니 그게 어디가 정상적인건가요! 그런거 이상해요이상하다고요! 도망가는게정상적이면 위로해주는건 비정상적인건가요! 그럴리 없잖아요! 사람이울고 있으면, 사람이 슬퍼하고 있으면 곁에 있으면서 위로를 해주는게 정상이에요. 도망가는게 아니라 곁에서 같이 이야기를 들어주며 위로해주는게 정상이라고요. 그리고이츠마테 씨를 아예 만나지 않은 것으로 친다니 그런 건 있을 수 없어요! 크리스마스 날 집에 들어가는게 정말 죽을정도로 싫었던 날 같이 있어줬던건 이츠마테 씨에요.”

그건…”

그래요! 이츠마테 씨는 딱히 위로해줄생각으로, 같이 놀아줄 생각으로 제 사정을 다 알고 같이 있었던 건 아니였겠죠. 아니, 아니였죠. 그래도전 정말 좋았어요. 정말 재밌었어요. 죽을만큼 집에 가기싫었는데, 이츠마테 씨와 있어서 정말 즐거웠다고요만약이츠마테 씨가 없었다면 정말 재미없고 정말 슬픈 절망적인 크리스마스가 됬겠죠. 하지만 이츠마테 씨가있어주었기에 전 크리스마스 날 행복했었어요. 그러니 저도 이츠마테 씨 곁에 있을거에요. 제가 곁에서 위로해줄거에요. 제가 항상 곁에서 말을 걸어줄거에요. 그렇게 해서 이츠마테 씨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거에요. 이츠마테씨가 외로움을 느끼지도 못하게 혼자 있고 싶다고 느낄 때까지. 아니 혼자 있고 싶다고 느껴도 곁에 있을거에요. 그러니까 도망가라던가 만나지 않았던것으로 친다던가 그런 말 하지 말아주세요!제발…”

곧 터질 것 같던 하치쿠지의 얼굴은 그렇게 터지고 말았다. 울기 시작했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하치쿠지는 울기 시작했다.

, 난 이런 것을 믿었던 걸까.

이런 것을 믿었던 걸까

정말 이건 너무

…”

감정이 북받쳐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음이라 불리는 곳에서부터 하나씩 올라오기 시작한 감정들이 하나 둘씩 터졌다.

눈에선 눈물이 흘렀고 입에선 웃음이 나왔다.

이건 너무행복하잖아.

미안해, 하치쿠지.”

그대로 하치쿠지를 감싸 안았다.

이츠마테 씨…”

미안해, 도망가라고 하지 않을게나랑 만났던 것을 없던일로 해달라고 하지 않을게.”

이츠마테 씨흐끄윽..”

나를 처음 만났던 사람은 이 상황에서 날 버리고 도망갔어. 그래서 난 절망감에 휩싸였고, 그렇기에 난 너를 처음 만났을 때그런 말을 했던거야.”

말 걸지 말아줄래? 난 네가 정말싫거든.

엮이지않기 위해, 똑같은 절망감을맛보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너에게 심한 말을 했어. 하지만넌 그에 굴하지 않고 계속 말했지. 그래서 난 이렇게 생각했어. ‘이번한번만 믿어보자.’ 라고. 믿지말걸, 똑같이 무시할걸, 이라고도 생각했었는데 방금 너의 말을 듣고 난정말믿길 잘한 것 같아.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잘 부탁해. 하치쿠지.”

흐끄윽..”

길거리에 주저 앉아 서로 감싸 안으며 울며 웃고있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이있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하치쿠지만 울며 웃고있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다.

난 여기에 실재한다. 유령이 되고서, 괴이가 되고서 그것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바로 하치쿠지 마요이라는 행복때문에.

 

 

 

 

 

 

 

 

 

 

 

 

 

 

 

 

001

 

나는 거세게 소리치고 있었다. 소리치고있는 나의 앞에는 어머니가 있었고 나를 향해 웃고 계셨다. 나는 그 순간 소리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어머니의 머리 위로, 그 웃는 얼굴의 위로 도자기로 된 화분이 떨어지는것을 보며 소리치고 있을 뿐이었다. 화분이 떨어진 쪽의 위에는 누군가 도망치는 듯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윽고 아름다운 미소는 사라지고 그 자리엔 싸늘함만이 남았다. 나는울부짖고 있었다. 울부짖으면서 위를 보았을 때. 그 자리엔아무도 있지 않았다. 마녀로 취급받던 나를 끝까지 지켜주었던 어머니가 그렇게 사라졌다.

 

 

허억…”

일어나 눈을 뜨니 보이는 건 벽지도 없는 콘크리트 벽과 바닥에 뿌려져 있는여러가지 자료들, 그리고 내가 앉아있는 철제침대였다. 사람이살 만한 풍경이 아닌 방. 아무 인테리어도 되어 있지 않고 어느 벽지도 붙어 있지 않고, 흔한 테레비 조차 없으며 있는 거라곤 철제 침대와 철제책상과 그 위의 페트병에 들어있는 물. 그리고 바닥 곳곳에 뿌려진 자료와 옷가지들 뿐이었다. 내게 가사도구따윈 필요하지 않았다. 세상의 정보를 알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테레비가 없고 먹을 것의 문제는 밖에서먹으면 된다. 누군가 이 방에 들어올 일도 없었고 나 또한 이 곳은 단순히 자는 곳이었기에 인테리어따윈 불필요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곧죽을 사람을 안 죽게 하는 것. 몇번이고 시도했다. 하지만시도하면 시도 할수록 절망감은 커져갔다. 내 행동도 포함해서 운명에 짜맞춰져 있다는 듯이 죽음은 잔혹하게찾아왔다. 결국 이대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나 자신에 대해서 조사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내 자신이 갖고 있는 이상한 능력에 대해. 소위 유령이라불리는 것들에 대해, 그리고 죽음을 회피하는 주술에 대해. 하지만아무리 찾아도 죽음을 회피하는 주술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한 주술을 찾게 되었다. 곧 죽는 사람의 영혼을 유령으로 써 이 곳에 잡아 놓는 주술이였다. 하지만 붙잡을 영혼의 대상이 죽을 때 그 곁에 재료가 되는 유령이있었어야 한다는 것.’ 이라는 조건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거기에재료가 된 유령의 존재를 이 세계에서 완전히 소멸 시키기 때문에 성공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주술이 있으면 다른 주술도 있을거야. 이주술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 주술의 상위 주술또한 존재하지 않을까. 라는 마음으로 일 평생 세계를 돌아다니면서찾아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 또 부적이 떨어졌네.”

이 곳, 일본은 유난히 유령, 괴이라 불리는 것들이 많기에 부적을 붙여놓지 않으면 골치 아픈 일들이 많이 생긴다.

침대에서 일어나 부적을 새로 쓴 뒤 적당한 곳에 다시 붙이고 책상 위에 있는페트병을 잡아 들어 물을 마셨다. 미지근한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아무 맛도 나지 않는 단순한 물로 빠져나간 수분을 공급했다. 반쯤 마셨을 무렵. 페트병을 내려 놓은 뒤 팔의 냄새를 맡아보았다.

샤워, 해야하려나.”

그다지 심한 냄새는 나지 않지만 자면서 땀을 흘렸는지 몸 전체가 조금씩 젖어있는느낌이 들었다. 책상 서랍을 열어 수건을 꺼낸 뒤, 양 손을등 한가운데, 날개죽지와 날개죽지 사이에 대어 브래지어의 버클을 풀고 팬티를 벗은 뒤, 화장실에 들어갔다. 샤워기를 트니 차가운 물이 쏟아져 나온다.

봄이라고 해도 차가운 물로 샤워하는 것은 역시 춥구나. 몸은 한결 개운하지만.

샤워기를 끄고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고 몸을 닦은 뒤 머리에 걸치고 화장실을나왔다. 철제침대 쪽에 있는 창가로는 따스한 봄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발 밑에 채이는 자료를 발로 밟으며 책상 서랍의 브래지어와 팬티를 꺼내 들었다. 왼쪽 발을 먼저 넣은 뒤 오른쪽 발을 들어 팬티를 입고 어깨 끈을 걸친 뒤 양 손을 뒤로 제껴 버클을 고정시켰다.

오늘은 내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수건을 던져놓고 바닥에 떨어져있는 옷을 입은 채 밖으로 나오자, 마치 신이 나의 소원을 이루어 주기라도 한다는 듯. 내 동공에 들어온것은 곧 죽게 되는 한 소녀와 그 옆에 붙어있는 유령이였다.

 

 

 

002

 

마잇타[2] !”

반가운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았더니, 역시 나 부른 것은 트윈테일의 초등학생이였다.

사람을 곤란하다라는 식으로 부르지 말아줄래?”

실례, 혀를 깨물어 버렸어요.”

어떻게 꺠물면 그런 답이 도출 되는 건데!”

마잇!. 이렇게이에서 혀를 깨물면 아프게 되서 이츠마테 씨의 이름과 아파[3]가 합성되어사나오는 거죠.”

신박하네!”

그러고 보니 이츠마테 씨의 이름은 아케치 미쓰히데와 비슷하네요.”

내 이름의 어디가 혼노지 변을 일으킨 사람과 같다는 거야!”

이츠마테 마이

아케치 미쓰히데

단 한자도 같은 구석이 없다.

어디라뇨, 누가 봐도 비슷한걸요? 일단 이츠마테 마이의 마를 한단계 진화시켜서 미로 바꾸고.”

진화인거냐! ‘마미무메모라서 한 단계 진화하면 미인거냐!”

그리고 다른 마()의 한 획(-)를 빼고 밑을 조금 더 꺾으면 쓰() 그리고 이()를 이은 뒤, 양쪽을 꺾으면 히(). 그리고 테()에다가 다른 이()를 쭉펴서 옆에 붙이면, () 그렇게 해서 미쓰히데가 되잖아요. 완전비슷한걸요?”

완전 사기 수준이잖아! 그냥 완전히 글자를 분해시키고 조합한거지. 누구라도 할 수 있는건데!”

그리고 내가 알기론 아케치 미쓰히데의 쓰는 ()가 아니라 () 였을텐데.

그렇죠, 누구라도 할 수 있죠. 하지만 아무도 시도 하지 않았죠. ‘콜롬버스의 달걀처럼 결과를 도출했을 때는 누구나 다 할 수 있고 쉽지만, 처음 결과를도출 하는 것 자체. 그것을 처음 생각하는 것 자체는 힘들다는 거죠.무엇이든 처음 시도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에요.”

“…..”

너무나도 그럴듯한 설명에 말문이 막혔다.

, 그리고 콜롬버스 얘기가 나와서 갑자기 생각난 건데, 에디슨의 명언 천재는 99%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은, 1%의 영감이 없으면 99% 노력을 해도 천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해요.”

그건 1% 영감이 있어도99%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과 같아. 역설이지. 그런 종류의 역설들은 다 뻔하지 않아?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고또한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다. 라는 것들은 본질적으로 다 똑같은 말에 불과한데 순서가 달라짐으로서의미가 바뀌잖아. 심리학에도 사람은 칭찬을 먼저하고 악담을 하는 것보다 악담을 먼저하고 칭찬을 나중에하는 것에 더 호감을 느낀다고 되어 있어. 마치 넌 공부를잘하지만 못생겼어.’ 넌 못생겻지만 공부를 잘해.’ 같은거지.”

그렇군요- 뭔가 이츠마테 씨가 새롭게 보여요.”

똑똑해 보이지?”

, 똑똑한데 재수없어요.”

바로 독설에 응용하지마!”

재수없는데 똑똑하기까지 해요.”

악담이 먼저고 칭찬이 그 후인데 어째서인지 앞의 말보다 더 기분이 나빠!”

호오- 가면 갈수록 딴죽의 강도가 높아 지는군요 이제 12시쯤 되 가고 있는 것이려나요.”

사람의 딴죽으로 시간을 측정하지마! 뭔가 딴죽 시계 같아서기분 나빠!”

딴죽시계라니 그런 대체 뭘까. 마치..

 

이른 아침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 나. 잠의 유혹에 빠진 채 달콤한 숙면을 취하고 있을 때 알람이울리기 시작했다.

아침 9시야!!! 아침 9시야!!!

너무나도 시끄러운 소리에 몸을 뒤척이며 손을 뻗어 알람을 끄고 다시 5분만더를 외치며 잠에 드려고할 때.

알람을 맞춰놓고 왜 끄는거야! 일어나!

 

 

 

, 가지고 싶지 않다. 정말로 있으면 여러가지 의미로기분 나쁠 것 같아.

이츠마테 씨는 딱 그거네요.”

?”

태산소동 용일필[4]

, 원래 시작은 작았지만 끝은 장대하리라 남자라면 자고로대기만성의 그릇을 가져야하는 법.”

아뇨 이츠마테 씨는 대기만성이라기 보다 태산소동 용일필후 용두사미인거에요.”

작았다 커졌다 다시 작아지는 거냐! 그건 어떤 인간에 속하는거냐!”

어떤 인간이라뇨, 모든 인간에 속하는 걸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에도 인간은 아침엔 4발 점심엔 2발 저녁엔 3발로 묘사되어 잇아요.그 점에서 이츠마테 씨의 딴죽 기동시간은 완벽한 인간의 삶이네요.”

인간의 삶이라…”

매일을 이렇게 하치쿠지와 만담을 하며 지냈다. 즐거운 나날들이었다. 하치쿠지는 체육시간에 무엇을 했다는 둥, 한 학년 올라갔는데 바뀐반이 맘에 안 든다는 둥, 그런 이야기들이 오갔다. 하치쿠지는초등학생치고 말을 재치있게 잘하는 편이였고, 하치쿠지의 하교시간인 낮에 맞춰서 만나기 때문에 하치쿠지가말하는 딴죽 기동시간과도 잘 맞았다. 그렇게 평소와 같이 서로 이야기를 하던 어느 날의 일이었다. 정확히는 어머니날의 전날.

평소와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대화 중 하치쿠지가 표정을 바꾸면서 화제를 바꿨다.

그런데 이츠마테 씨, 할 얘기가 있는데요.”

? 뭔데.”

예전에 저랑 이츠마테 씨랑 처음 만났을 때 키타시라헤비 신사에 갔었잖아요? 그 때 무슨 소원을 빌었냐고 이츠마테 씨가 물어봤었지만 전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죠. 처음 만난 사람에게 어떻게 그런 것을 알려주냐고.

확실히 그랬지. 내 자신으로도 그렇게 수긍하고 있었고.

지금부터 할 얘기를 매끈하게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그 소원의 내용을 말할 필요가 있으니까 말해 드릴게요. 처믐 만난 사이도 아니고 타인은 더더욱 아니니까요. 그 때 빌었던소원은…”

 

 

 

003

 

신님, 아 여기서는 뱀님이라고 불러야 될까요? 뭐라고불러야 할 지 모르겠으니 그냥 신님이라고 할게요.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제 소원은 다시 가족이 화목하게 모여 살았으면 좋겠어요. 부탁이에요. 제발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세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요. 단지 어머니가 절 버린게 아니란 것을증명해주세요. 제발 우리 가족이 예전과 같이 행복하게

 

 

 

004

 

소원의 내용을 말한 뒤 하치쿠지는 말을 다시 이었다.

사이 좋던 부부가 부부싸움을 하고 파국을 맞았어요. 그 마지막은 정말 수렁과도 같은 상태였죠. 한 지붕 아래서 1년만 더 같이 살았으면 서로 죽이려 들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그래서 이혼을 했어요. 그리고 어머니는제가 보는 앞에서 아버지에게 저를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맹세했죠. 거의 억지로 맹세한 거죠.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도 가끔, 가끔 생각해요. 그것은 정말 억지였을까 하고.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까요? 그것보다 어머니가 저를 반겨줄까요? 어머니는 정말 저를 사랑하기는하는 걸까요?

어머니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요기억해내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하지만 얼굴이 또렷하게 기억나지 않아요. 사진이라도 보고 싶지만 집에는 어머니의 사진 한장 남아있지 않아요.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완전히 잊어버릴 것 같아서..

 

이대로 어머니가 있었다는 사실 조차 잊어버리면 어떡하면 좋은 거죠?이츠마테 씨?”

그 말을 하는 순간. 하치쿠지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바람이 가득 찬 풍선처럼.

그러니까 이츠마테 씨. 전 내일 어머니를 만나러 갈거에요. 내일은 어머니 날이니까요. 절 기억하지 못하는건 아니겠죠? 절 버린 건 절대로 아니겠죠. 그냥단순히…”

그렇게 말하고 있는 하치쿠지의 얼굴은 방금보다 더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너무 슬퍼보여서. 나도 모르게하치쿠지의 얼굴을 품에 안았다.

이츠마테 씨?”

하치쿠지, 어머니는 널 잊지 않았을거야.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내일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거잖아? 갈 때는 나도 같이 가줄게 그러니까, 혼자 서 단정짓고 우는 건그만둬줘. 마치 나 같이 말이야. 내일 같이 가자 하치쿠지의어머니 집에.”

 

 

 

 

 

 

이 날. 난 하치쿠지를 말렸어야했다.

 

 

005

 

 

하치쿠지가 나오기로 한 시간까지 아직 30분이나남았기에, 벤치에 앉아 있기만 해서 몸이 굳은 것 같아 공원을 나와 잠시 길거리를 산책하던 도중. 길 모퉁이를 돌던 찰나 반대편에서 나온 물체와 부딪혔다

아앗?!”

?”

그 소리와 함께 부딪힌 상대가 넘어졌다.

어라? 보통 부딪힌 쪽이 넘어지던가? 부딪힘을 당한 쪽이 넘어지는거나 쌍방이면 둘 다 넘어지거나 그런 게 정상아닌가?

넘어져 있는 상대를 보니 하치쿠지의 또래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머리 스타일은 양 갈래머리를 땋은 머리. 그리고 안경을 썼다. 마치 이 인상은 모범생으로 보이는 인상이다.

죄송해요..”

, 아니 괜찮아! 난 튼튼하다는게 장점인걸.”

실례를 저질렀네요.”

잠깐, 요즘 초등학생은 원래 다이런가?

모습을 찬찬히 다시 보니 역시 모범생으로 보이는 인상으로 말투도 예의바르다. 요즘 초등학생은 다 교육이 잘 되어 있는건지 아니면 이 아이와 하치쿠지가 특별한건지 잘 모르겠다만, 이 아이의 모습을 다시금 살펴보니 문득 든 생각이 있다.

그런데 너.”

?”

학급에서 반장하고 있지 않아?”

, 어떻게 아셨어요?”

정답인가. 어떻게 알긴, 이마에 딱 써있는데. ‘반장이라고말이지. 신에게 선택 받은 듯한 반장의 표본이다. 이 아이가반장을 하지 않고 있다면 그건 세계가 역으로 뒤집혀 돌아가고 있는 이상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야.

, 앞으로도 쭉 반장을 할 상이네.”

?”

힘들겠어. 쭉 반장일거야. 네가 반장을 안 하게 되는 건 그 학교가 미쳤거나 네가 졸업을 했을 때 뿐.넌 대학에 가서도 항상 학회장 같은 직책을 맡고 회사에서도 무조건 톱에 서게 될거야. 그런너에게 충고를 하나 해주지, 만약 언젠가 너 자신이 이와 같은 삶에 대해 회의감을 느낀다면 삶의 방식을한번 깨트려봐. 고등학교 졸업을 한 뒤 세계를 여행한다는건 어떨까나?지금의 넌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초등학생한테 뭘 잘난 듯이 말한거지.

, 미안 지금 건 잊어도 돼. 그럼 바이- 반장 초등학생.”

제 이름은 반장 초등학생이 아니라….”

그대로 그 아이를 등지고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 ‘하네카와 츠바사라는 이름이 뒤에서 들려왔다.

 

 

 

006

 

마이클 씨!”

공원으로 들어와 벤치로 향하니 하치쿠지의 목소리가 나를 반겼다. 평소대로의 복장에 평소대로의 머리 끈 평소대로의 머리 스타일을 한 상태였지만,딱 하나 다른 점이 있었다. 등에 분홍색의 큰 배낭을 메고 있었다. 배낭의 옆구리에는 인형의 손으로 보이는 것이 삐져나와 있었고 가방의 윗부분에는 눈과 새의 부리 같은 것이 달려있어서 굉장히 귀여운 가방이었다.

하치쿠지가 쫄래쫄래 이쪽으로 왔고 우리는 그대로 공원 밖을 나섰다.

사람을 팝의 황제 같은 이름으로 부르지마.”

실례.”

혀 깨물었다고 할 거지?”

아뇨, 말하다가 기침을 해서 그런거에요. 마이()’이라고.”

저 괄호는 뭐야. 괄호가 있는시점에서 이미 의도된 거잖아.”

어라, 지금 시간이 10시쯤 인가 보네요. 딴죽이 약해요. ‘이터널 변태 신사씨모드는 어머니 집을 다녀 왔을 때 쯤이면볼 수 있겠네요.”

내 특성을 이사한 모드로 바꿔 붙이지마. ‘이터널변태 신사씨모드라니 그건 뭐냐.”

어라라, 저번에도 말씀 드렸잖아요. 영문으로는 IPFP라고 명칭 되죠.”

IPFP?

“IPFP는 아무리 봐도 이터널 변태신사씨의 약자가 아닌 것 같은데?”

이츠마테 씨는 모르는 척 하는 건가요? 아니면단순히 기억력이 금붕어 수준으로 안 좋은건가요? 저번에 말씀 드렸잖아요!”

Infinity Panty Find People.

, 그 궁극의 팬티를 찾는 사람.”

근데 이제 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People’이아니라 ‘Person’이 낫지 않나?

, 정말 딴죽이 강하지 않은이츠마테 씨는 정말 싫네요. 재미없어요, 이야기의 흐름이완전히 끊겨버려요. 복권 1등 당첨 됬는데 그 회가 왠지모르게 당첨자가 많아서 당첨금이 엄청나게 적어질 때의 기분이에요.”

그건 나도 화날지도. 마치 편의점에서행사증정 상품이 있는 것을 샀는데 그 상품이 떨어진 것과 같은 기분이지.”

으아아아!!!”

하치쿠지가 소리를 내며 양손으로 머리를 움켜잡았다.

딴죽이 없는 이츠마테 씨라니 팥 없는 붕어빵이에요. 문어 없는 타코야끼에요. 츤데레 없는 미연시에요!”

초등학생이 미연시를 알고 있는거냐.”

아니죠! 이츠마테 씨! 거기서는 난 딴죽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거냐! 그리고 비유한 것들이 다 먹을 거잖아! 먹을 것도 아닌 게 있기는한데, 초등학생이 미연시는 어떻게 아는거냐! 츤데레도!’ 라고 해야죠!”

그런 것보다.”

그런것보다 라뇨! 지금 이게 얼마나중요한 일인데! 아침에 딴죽의 재능이 약해지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약해지다니! 이건 딴죽 축에도 못 끼잖아요! 재밌는 만담을 늘어 놓을 수 없어요!”

그 정도로 중요한 거냐. 내 아이텐티티가딴죽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조금 우울해지는구만.

그러니까, 그 만담들은 이따가하치쿠지 어머니 집에 다녀온 뒤의 재미로 남겨 놓고, 하치쿠지. 그가방은 뭐야?”

, 이 가방이요?”

, 귀엽긴 한데 뭔가 많이 크지않아?”

아끼는 가방이에요, 여러가지가가득 담겨잇죠. 어머니와 지냈던 추억의 물건들이 잔뜩 말이에요.”

그렇구나.”

으윽, 정말이지 아침의 이츠마테씨는 익숙하지 않아요. 낮의 불타는 딴죽머신 이츠마테 씨를 원해요!”

길을 걷다가 도착한 횡단보도의 불이 파란 불로 바뀌자 하치쿠지는 그렇게 말하면서뛰어갔다.

먼저 뛰어가기냐.”

뛰어가던 하치쿠지가 횡단보도에서 이쪽으로 돌았다.

이츠마테 씨 빨리….”

 

 

 

그건 정말 일순간이었다. 지금신호등에 들어와있는 신호는 파란색. 분명히 파란색이고 빨간색이 아니다.그렇다는 것은 하치쿠지는 빨간 불에 건넌 것이 아니다. 내가 눈이 나간게 아니라면 하치쿠지는정상적으로 건넌 것이다. 파란불에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건 당연한 순리. 법으로 정해 놓은 규칙. 그런데 왜 트럭이 지나가는거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단지엄청난 절망감이 물밀 듯 밀려왔다. 내가 처음 유령이 되었을 때보다 심한 고통이 찾아왔다. 미칠듯한 광경에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땅에 떨어진 하치쿠지의몸은 엉망진창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고싶지 않았다. 단지 넋을 놓고 있을 뿐이었다. 소리치지도못할 정도로, 울부짖지도 못할 정도로 깊은 절망의 나락에 빠졌다. 내눈은 죽은 채 허공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내 입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내 몸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주저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또 하나의 사람을 잃어버린 것이다. 나를 좋다고 해주었던, 미아인나를 전력으로 받아주었던 하치쿠지가 죽은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전력으로 말릴 걸 그랬다. 오늘 만나지 말걸 그랬다. 만날 시간을 10시가 아닌 12시로 정했으면 좋았다. 만담을 조금이라도 더 이어갈 걸 그랬다. 그랬다면, 만약 그랬다면. 적어도 하치쿠지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예 하치쿠지를 만나지 말 걸 그랬다. 말을 걸어도 그대로 계속무시했으면 좋았을걸. 그랬다면. 하치쿠지가 이렇게 되지는않았을 거 아냐.

이거 가지고 있어 소년.”

그 순간 한 목소리와 함께 절망하고 있던 내 위로 한 부적이 떨어졌다.

하치쿠지 쪽을 바라보자 나와 하치쿠지의 사이에 한 여성이 있었다. 그리고 주변의 모든 것이 멈춰 있었다.

,당신은,,,?”

그 여성은 타박타박 걸어서 쓰러져있는 하치쿠지의 위에 내게 준 것과 같은부적을 올려 놓았다. 그리고 나와 하치쿠지의 사이에 섰다.

지금부터 여기있는 죽은 소녀의 영혼이 성불하기 전에 네 존재 자체를 바쳐서되살릴거다.”

, ? 지금 뭐라고?”

내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었다.

네 존재로 이 소녀를 되살린다.”

그게 정말로 가능한 것인가. 나를바치면 하치쿠지를 되살릴 수 있는건가.

“…그게 정말로 가능한 일인가요?”

나는 판도라의 상자의 밑바닥에서 희망을 찾은 듯. 침을 삼키며 말했다.

, 단지 인간이 아닌 괴이로서.”

, 뭐라고요?”

그 말 한마디에 희망이 잘린 느낌이 들었다.

안돼, 안돼! 하치쿠지를 괴이로서 되살리지 말아줘. 하치쿠지에게 내가 겪은 것과같은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 부탁이야. 그냥 아무것도하지 말아줘! 하치쿠지가 나와 같은 감각을 느끼는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그러니까 제발 그냥 이대로 있게 해줘…”

그렇다. 하치쿠지가 괴이로 되살려지는것은 원하지 않는다. 나와 같은 절망감을 맛보는 것은 사양이다.

아니, 난 할거야.”

그녀는 단호한 표정으로 아니, 어딘가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내 일평생의 소원이야. 난 내 어머니가 죽는 것을 바로 눈앞에서 봤어. 하지만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그러니까 나는 내 앞에서 죽는 사람을 되살리기 위해 전력을 다 할거야. 그게괴이로서 되살려지는 것이라고 해도!”

 “아니, 그건 결국 자기만족일뿐이야. 그렇게 해서 되살려진다고해도 사람으로서 살아가지 못한채 괴이로서 끝없는 절망에 빠질 뿐이라고. 아까도 말했지만 난 하치쿠지에게나와 같은 경험을 하게하고 싶지 않아그러니 제발 그냥 이대로 있게해줘.”

 “그럼 하나만 물어볼게.”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 아이에겐 소원이 있지않아? 이대로 성불해도 좋을만큼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아도 되는거야?”

 하치쿠지의 소원. 그것은 어머니를 만나는 것. 그녀가이에 대해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그건 확실한 하치쿠지의 소원.

 “이루어주고 싶지않아?”

 하치쿠지가 이렇게 된건 어머니의 집에 가기 위해서. 하치쿠지가 이루지 못한 소원. 그 때 키타시라헤비 신사에서 빌었던소원. 만약 그것이 소원이라면 난 무슨 일이 있어도 하치쿠지를 목적지에, 하치쿠지의 어머니 집으로 보내주고 싶어. 어떤 일이 있어도 이루어주고싶어. 하지만 나로선 하치쿠지가 괴이가 되어 나 같이 되는 건 원하지 않아.

 “,….”

 고개를 들자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었다.

 “이미 늦었어. 네 바람이 뭔진모르지만 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했을 뿐. 자기만족을말이지.”

 내 몸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나라는 존재가 없어진다는 것은 하치쿠지는 날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건가?”

 “그래. 그리고 나조차 널 기억하지못하겠지.”

 자리에서 일어나 희미한 몸을 이끌고 하치쿠지에게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한발 한발 내딛을때마다 점점 몸이 희미해지는게 느껴졌다.

 “, 하치쿠지넌 정말이지 심술궂은 아이야툭하면 나를 놀려대고 말이지.”

 몸이 점점 투명해진다.

 “그래도 난 말이지 네가 정말 좋았어.”

 몸을 통과해 지면이 비춰지기 시작했다.

 “, 나에 대한 것을 전부 받아들여준건 네가 처음이였으니까.”

 투명도가 맑은 물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일지 모르겠지만,기다릴게. 기다리는 건 특기니까.”

 몸 사이로 햇살이 비췄다.

 “…”

 

 

 

 

 

 

 

 

언제까지나 기다리는 미아니까.

 

いつまでもまっているまいごだから。

 

 

 

 

 

 

 

 

 

 

 

 

 

 

 

 

 

 

 

 

 

 

 

 

 

 

어느 공원에 한 소녀가 길을 헤매고있었다. 가끔 그 소녀에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있었지만 항상 답은 같았다. 마치 누구한테 처세술이라고 배운듯이.

 

 

말 걸지 말아주세요. 당신이 싫어요.”



[1] いつまで 언제까지

[2] まいった

[3] いたい

[4] 태산명동 서일필


예전에 썼던 팬픽의 리메이크 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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