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MMORPG에 왜 자유로운 시장이 필요한가? 를 질문한적 있습니다.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의도가 있었으니 '가상공간에 자유로운 시장따위 필요하지도 중요하지도 않다'라는 인식을 퍼트리기 위함 이었죠. 이런 생각이 쉽게 전파되지 않으리란건 알고 있습니다. 현실(원시부족),게임(디아블로3,몬헌),종교(천국)등 시장경제가 없는 상황들을 열거하긴 했지만 게이머들에게 내가 가진 불신을 전파하는건 힘든일이군요.
많은 이들이 현실을 근거로 가상공간에서의 시장시스템이 필요하다 주장하시더군요. 가상시장일지라도 참여자는 현실에 있으며, 현실에서 시장경제가 중요한 만큼 가상공간에 투영하는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릅니다.하지만 난 가상시장은 현실시장과 무척 다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상공간의 자유시장이란게 얼만큼 현실의 자유시장체제와 다르고 하찮은 것인지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한문장으로 설명해보려 합니다.
'나는 가상공간의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은 불합리하기에 불신하고 있으며, 이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붕괴시키기 위해 노력할것입니다.'
여러분들은 나를 안기부에 신고하실겁니까?
게임속 자유시장 '따위'는 없어져도 그만이라고 확신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마음놓고 불신을 조장하겠습니다. 서든어택에서 적군을 죽이면서 살인죄를 걱정하지 않듯 내 인식에 대해 해명하고 변명해야 할 이유는 없을거라 생각됩니다. 현실에서 필요하다고 해서, 게임속에서까지 필요한건 아니기에 난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할뿐이지요. 백날 현실에 '투영'을 해봐야 다른건 다른것입니다.
우리는 근현대사를 통해 시장체제가 가장 효율적이며 공정하다는 공통된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전세계적 현상이며 아마 천국의 존재를 믿는 사람보다 시장체제를 믿는 사람이 많을것입니다. 또한 북한의 위협을 받는 대한민국의 경우 이를 불신하는것 조차 금지할 정도이니 실로 대단하게 중요한 믿음이지요.
시장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중요한 이유는. 신뢰여부가 큰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일겁니다. 시장정책에 불만은 있어도, 시장체제에 불신이 없는 이상, 각자의 불만을 조율하고, 수용하며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게 될것이며 이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안정화 시키는데 중요하니까요...
현실의 정책에 불만이 있을지언정 자유시장 자체가 공리에 해당이 된다는데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의도를 가지고 꾸준히 개입하고 관리하는 가상시장에게 현실마냥 신뢰를 보내줄 이유를 찾지 못한것이지요. 나는 가상시장이 이러한 신뢰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 의문이며 그래서 질문을 던져본겁니다.
유져들이 게임사를 믿지 못하고,꾸준히 비판하면서도 결국 '호갱'노릇을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은 '가상시장 역시 공리를 추구한다' 라는 믿음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에 불만은 있지만 시스템은 여전히 신뢰한다는것이지요. 하지만 '가상의 시장경제'가 순수하게 유져들의 재미를 위해 공급되던 시절은 찰나의 순간에 지나지 않습니다. 가상의 재화를 자유롭게 거래하는 그 시장은 기업의 수익창구로 바뀐지 꽤 되었지요.
게임속에 가상재화를 자유롭게 거래하는것이 게이머들의 자유를 위한것이라는 '믿음'을 거둘때가 되었습니다. 현실시장에서나 자유거래가 자유주의와 연관성을 가지는것일뿐.. 가상공간에선 그냥 하나의 '게임룰'에 지나지 않을뿐인데 현실에 투영하고 너무 집착하다간 결국 '믿지 않아야 할것을 믿는 바람에 뒤통수를 맞게' 될뿐입니다.
유져들이 욕을 하면서 결재하는 '호갱'노릇을 멈추게 만드는 유일한 길은 '가상시장의 자유로움을 신뢰하지 말고 현실에 투영하지도 말며 꾸준히 의심하는것'이라 생각합니다. (불만 한가득 쏟아내봐야 아무짝에 소용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한낱 게임 규칙에 불과할지라도, 이미 현실 시장만큼 신뢰하고 돈을 쏟아부은 참여자들에게 가상시장의 붕괴는 싫어할만한 일이기에 유져들의 태도 변화가 더디고 힘든것이겠죠.
게임사가 가상 재화 거래에 개입하여 수익창출을 하는 행보를 멈추고, 유져간 거래의 공정함과 자유로움만을 추구한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겠습니다만.. 현시점에선 이것이야 말로 환상에 불과한게 아닐런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