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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때늦은 디아블로3 까기

하이예크
댓글: 10 개
조회: 3979
2012-06-01 13:58:45
블리자드 게임들을 여태 잘 즐겨왔지만 디아블로3를 플레이하면서 느낀 이상한 점들을 나열해봅니다.

1. 왜 사용스킬을 6개로 제한했을까?

처음에는 전작처럼 스킬을 포인트 형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스킬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여러 컨셉으로 나뉠테고 유저들이 거기에 명칭을 붙일테니까요.
헌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전작에서 여러 갈래로 나뉘어지는 캐릭터들의 종류는 주력 기술에 의해서 나뉘는 거지,
사용하는 기술의 수에 의해 나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디아블로2의 드탈킥씬이라고 해서 트랩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킥씬이라 부릅니다. 결국 대장 몬스터를 잡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술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어떤 종류의 어쌔씬이건 간에, 모두가 사용하는 유용한 기술들도 있습니다. 
쉐도우 마스터, 베놈, 페이드, 버스트 오브 스피드, 클록 오브 쉐도우 정도가 있겠네요.
즉, 큰 데미지를 줄 기술은 한 두개밖에 되지 않아도, 실제로 클릭하는 스킬의 개수는 상당합니다.

그런데, 디아블로3는 상황에 맞춰서 유동적으로 사용할 기술들까지 모두 6개라는 범주에 묶어버립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긴하나 즉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이럴 경우 네팔렘 버프는 포기해야 합니다.
거기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 놓아서 쉽게 바꾸지 못하도록 했죠.

이게 과연 게임의 재미를 높이는지 의문이 듭니다.
디아블로3의 마법사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마법사가 가지고 있는 갑옷류의 기술들은 서로 종류만 아니라 성격도 조금씩 다릅니다.
룬을 조합해서 서로 다른 효과를 가지게 할 수 있고, 이는 몬스터를 사냥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근접하는 몬스터는 얼음 갑옷으로 느리게 만들 수 있고,
강하지 않은 다수의 졸개 몬스터는 천둥 갑옷으로 더 빨리 녹일 수 있습니다.
강력한 한방을 가진 몬스터는 마력 갑옷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죠.
이 갑옷들은 서로 동시에 사용할 수 없으니, 상황에 따라서 바꿔가면서 쓰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들을 모두 사용하자면 6개의 공간 중 3개나 소비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필드에서 몬스터를 한 종류만 만나는 것은 아닙니다. 전부 다 만나죠.

일일이 나열할 것 없이 마찬가지로 마법사가 보유한 방어 기술들은 각각의 상황에 맞춰 사용하면 효과가 좋습니다.
허나 이 모든 것들은 모두 사용할 수 없습니다. 사용 가능한 스킬의 개수에 제약이 있으니까요.
이 기술들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마법사의 개성이 사라져 모두 똑같은 마법사만 생기게 될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결국 캐릭터의 개성은 어떤 기술로 몬스터를 죽이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블리자드가 이 부분을 잘못 파악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피해를 줄 수 있는 기술들과 상대를 묶거나 위급한 상황에서 탈출하는 기술들은 분리해놨어야 한다고 봅니다.
주력이 될 수 있는 기술들에는 개수에 제한을 두고,
각종 메즈나 탈출, 버프 기술에는 제한을 두지 않은채 중복을 금지시키거나 쿨타임을 둠으로써 조절을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둘을 같이 하나로 묶어서 취급해버리니 유저들은 고민해야 합니다.
어떻게 사냥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아야하나를 더 많이 고민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클래스의 개성은 다양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더 잘 살아남는 한 두개 트리로 통일됩니다.



2. 챔피온 몬스터의 속성 - 무조건 랜덤이 정답인가?

이건 어찌보면 1번과 서로 연관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작인 디아블로2에서 캐릭터들이 여러 종류로 나뉘는 것은 다른 것을 키워보고 싶다는 유저의 욕구도 있었지만,
내성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의 속성에도 기인합니다.
헬 모드로 진입하게 되면 거의 모든 몬스터들이 두가지 이상의 내성을 달고 다니게 되고,
이를 상대하려면 유저도 거기에 맞춰서 다른 속성의 공격 기술들에 투자해야 합니다.
그래서 캐릭터들은 더 분화되고 다양해집니다.
냉기가 주력이었다면 거기에 화염, 독, 전기등의 다른 속성을 서브로 두던지,
아니면 상대의 저항을 깎거나, 내성과 상관없는 공격을 찾아내서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즉 몬스터들이 유저의 주력 기술에 제한을 두게 함으로써 개성을 촉진시키는 겁니다.

허나 디아블로3의 챔피온 몬스터들은 주력 기술보다는 유저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쓴 듯합니다.
이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문제는 이것들이 자유롭게 조합되면서 발생합니다.
악명 높은 무적하수인 옵션같은 경우 처리하려면 하수인을 주인과 떨구거나 아니면 직접 챔피온에게 붙어야 하지만,
만약 그 단점을 상쇄하는 옵션이 붙어서 나오게 되면, 공략의 난이도가 급상승하게 됩니다.
이를 깨려면 딜기술이 아니라 유틸기를 조합해야 하는데, 1번에서 살펴보았듯이 그것에 제한을 두어버렸죠.
1번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두고자 했다면, 
공략 자체에 모순이 생기는 상황을 출시전에 미리 조합해 보면서 걸러냈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유틸기를 더 자유롭게 풀었어야 하고요.



3. 용두사미식의 스토리 구성

디아블로1의 스토리는 디아블로2에서 더 확장되었고, 유저들이 뛰놀던 범위도 훨씬 커졌습니다.
헌데 디아블로3가 디아블로2에서 얼마나 더 커지고 깊어졌는가를 생각해보면 
그 동안의 개발 기간 동안 뭐했나 의심스러워집니다.
유저로서 느끼는 스토리의 길이는 1막, 2막, 3막이 서로 비슷하고 4막이 좀 짧은 편인데,
깊이는 1막, 2막, 3막... 갈수록 더 얕아집니다.

제가 1막을 끝냈고 받았던 느낌은, 
벨리알이나 아즈모단을 잡은 것도 아니고 벨리알이 부리는 마그다가 보내는 자를 최종보스로 상대했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다양하고 강력한 보스와 몹을 만나게 될지 궁금하고 설레이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헌데 1막에서 최종보스를 내보내며 자신감을 보이던 마그다는 2막에서 상대적으로 너무 쉽게 녹아버리고,
아즈모단은 그 밑의 7수하들이 누군지도 모른채(있다고 일지에는 써있는데), 
마치 수하들을 편히 쉬게 하고 직접 일기토로 승부를 결정지으러 온 덕스러운 장수마냥 
그렇게 쉽게 만나게 되는 것이 좀 허탈했습니다.
게다가 문제의 4막에서는...
디아블로 못지 않은 보스몹의 포스를 뿜어내던 임페리우스는 유저랑 싸우기도 전에 제풀에 쓰러져버립니다.

1막에서의 퀘스트 진행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훨씬 더 다양한 이벤트를 두어서 이야기를 깊게 그려냈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4막에서 붙잡힌 천사들을 풀어주는 것만 해도, 
던전 하나에 대화 하나로 한명씩 풀어주는 것 이상의 구성을 보여주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해골왕을 잡기 위해, 던전을 세개나 돌아서 왕관을 구해와야 겨우 던전 입구를 열 수 있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 간단합니다.

일반 난이도가 튜토리얼이어서 그렇게 빠른 진행이었다면,
악몽이나 지옥 난이도에서 세부 퀘스트를 더 보여주는 방법도 좋았을겁니다.

앞으로 있을 두번의 확장팩을 위해서 기다리라면, 그건 너무 구차한 변명 같습니다.
이런 식의 진행속도라면 미리 짜놓은 그 확장팩의 스토리 라인까지 모두 끌고왔어야 한다고 봅니다.



4. 단순한 액트 보스의 패턴

난이도가 오를수록 피통과 데미지만 올라가고, 바뀌지 않는 액트 보스의 패턴은 지루함만 늘릴 뿐이라고 봅니다.
악몽, 지옥, 불지옥으로 올라갈수록 새로운 공격형태를 추가시킨다던가,
챔피언 몹들이 보유하던 속성을 차라리 보스가 달고 나오는 게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라이트 유저들이 공략하기 어려운 것이 벽이라고 한다면,
와우의 흑요석 성소처럼 액트 보스의 하수인을 위한 별개 던전을 만들어 놓고
그 놈들을 잡을때마다 속성 하나씩 제거하도록 한다면 충분히 둘 다 만족시킬 수 있을텐데,
와우의 선례를 만들어놓고도 왜 선택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예전처럼 하드하게 게임을 못해서 모든 캐릭터를 키워보고 불지옥 클리어를 한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 속에서 '아 이 부분은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부분이 있어 끄적여봤습니다.

블리자드의 게임은 서비스면에서 욕은 먹을지 몰라도, 재미면에서는 어느 정도 보장하는 면이 있었는데,
확실히 이번 작품은 그 평판에 금이 살짝 가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글은 써도... 
분명 저녁에 접속해서 
몹들에게 누울때마다, 경매장에 입찰이 안될때마다, 핑이 올라갈때마다, 보스몹이 파템만 떨굴 때마다 욕 한마디씩 할 겁니다.
그래도 옵좋은 레어템 하나 획득하면, 그 모든 것을 잊고 기분 좋게 잠을 자겠지요.
그것 하나만큼은 버리지 않아서 다행히 금방 망하지는 않을거라 봅니다.

Lv46 하이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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