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성향 트위치 스트리머 하산 파이커의 자극적인 정치 행보가 미 민주당 내부에서 진보 운동의 부상과 관련한 분열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수 진영은 그의 논란이 되는 발언들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민주당이 지나치게 좌경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이커를 둘러싼 논쟁은 주말 사이 더욱 커졌다. 《롤링스톤》이 그의 터키에서의 성장 과정과 아침 일과,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진행한 화보 등을 담은 장문의 인터뷰를 게재했기 때문이다. 기사 제목은 “왜 모두가 하산 파이커를 두려워하는가?”였다.
ABC의 토크쇼 더 뷰 공동 진행자인 보수 성향의 앨리사 파라 그리핀 등 일부 보수 인사들은 이 기사 이후 파이커에 대한 비판을 다시 제기했다. 그리핀은 이른바 ‘파이커 현상’을 두고 좌파가 자신들만의 조 로건이나 ‘맨오스피어’의 영향력 있는 인물을 만들려는 필사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일론 머스크는 파이커가 과거 우파의 음모론을 조롱하면서 했던 “우리는 백인 인종을 파괴할 것”이라는 발언을 인용하며 “그는 자신이 말하는 것을 실제로 의미한다”고 썼다.
일부 중도 성향 미 민주당 인사들도 진보 진영에 파이커와 거리를 둘 것을 요구했다. MS NOW의 조 스카버러는 월요일 미시간 미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압둘 엘사이드가 승리한 것을 다루면서 파이커의 논란이 된 반이스라엘 발언들을 언급했다. 그는 진보 진영 전반을 겨냥해 “너무 깨어 있어서 명백한 문제조차 지적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미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하원의원은 주말 ABC 뉴스로부터 파이커가 진보 운동에서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질문받았지만 직접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대신 미 민주당이 젊은 유권자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층이 “우리가 관심을 갖고 대응해야 할 매체와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AOC를 비롯해 여러 진보 성향 정치인들이 파이커와 온라인 방송을 함께하거나 선거운동을 함께했다. 여기에는 미시간 미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압둘 엘사이드, 라시다 틀레입, 로 카나, 일한 오마르 의원 등이 포함된다.
특히 엘사이드와 파이커의 관계는 미 민주당 온건파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미 민주당의 존 페터먼 상원의원은 지난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엘사이드를 향해 “하산 파이커 같은 사람들과 계속 선거운동을 해보라”고 비꼬았다.
오랜 미 민주당 전략가 제임스 카빌은 이달 초 파이커가 미 민주당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면 자신이 미 민주당을 떠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엘리사 슬롯킨 하원의원 역시 엘사이드가 파이커와 함께 선거운동을 한 것을 비판했다.
엘사이드는 파이커와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도 함께 활동한 사실 자체는 옹호했다.
그는 최근 폭스뉴스에 “누군가와 함께 등장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모든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일요일 NBC 인터뷰에서는 파이커가 2019년 “미국은 9·11 테러를 당할 만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멍청한 발언”이었다고 평가했다.
파이커 역시 해당 발언이 부적절했다며 자신이 당시 의도를 더 잘 설명했어야 했다고 인정했지만, 명시적으로 사과하지는 않았다.
엘사이드의 미 공화당 상대 후보인 전 하원의원 마이크 로저스는 엘사이드가 미국이 9·11 테러를 당할 만했다고 믿는다고 주장하며 파이커와 엘사이드의 관계를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엘사이드가 실제로 그런 발언을 했다는 기록은 없으며, 그는 미국이 9·11 테러를 당할 만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복해서 밝혀왔다.
파이커는 트위치에서 전업 스트리머로 활동하고 있으며 약 5만 명의 구독자와 특히 젊은 남성층을 중심으로 강력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는 자극적인 발언과 강경한 반이스라엘 입장으로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으며, 반유대주의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는 9·11과 관련한 발언 외에도 이스라엘이 하마스보다 더 나쁘다고 말했으며, 하마스가 10월 7일 이스라엘 공격 당시 저지른 성폭력이 자신의 견해를 바꾸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파이커는 자신의 일부 발언을 과장된 표현이라고 설명했으며, 《롤링스톤》 인터뷰에서는 “어떤 면에서는 퍼포먼스다. 하지만 존재 자체가 퍼포먼스다”라고 말했다.
파이커를 둘러싼 미 민주당 내부 논쟁은 진보 성향 후보들이 잇따라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이 운동이 미 민주당의 정체성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커지는 가운데 발생했다.
파이커는 이번 경선 시즌에 현역 의원들을 꺾은 여러 좌파 후보들의 선거운동에도 참여했다. 뉴욕의 다리알리자 아빌라 셰발리에, 콜로라도의 멜라트 키로스, 미시간의 도너번 맥키니 등이 그들이다.
민주사회주의자인 프란체스카 홍 역시 화요일 실시되는 위스콘신 주지사 미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파이커의 라이브 방송에 출연했다.
최근 진보 성향 후보들의 잇따른 경선 승리는 11월 본선에서 미 공화당 후보를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미 민주당 내부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경합주에서 치러지는 주지사·상원의원 선거가 주요 관심사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프란체스카 홍이 미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일부 조사에서는 홍이 미 공화당 후보로 유력한 톰 티파니에게 본선에서 패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압둘 엘사이드와 미 공화당 후보 마이크 로저스 역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