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잘에서 부캐 키우던 중 10분째 시체 지키기 당해서 쓰는 글입니다. 여러분, 전쟁서버에서 죽고 죽이는 건 당연한거니까 이럴 땐 잠시 현실 로그인을 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절대로 빡쳐서 이렇게 강조하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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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필멸자? 불멸자?
제가 필멸자라는 단어를 와우에서 처음 들었던 건 아마 매로우가르 때였을 겁니다. 그 이전에 들었을수도 있겠지만 기억은 잘 안나는군요. 어쨌든, 간지나게 '필멸자들아! 이건 시작이자, 끝이다!'라고 하는데, 그때 딱 이렇게 생각했던 게 기억납니다.
곧 죽을 건 넌데, 필멸자는 너일까, 우리일까?
"필멸자들아, 이건 시작이자 끝이다. 주인님의 성소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그 이후로 기억을 또 되짚어보면, 필멸자로서 모독당한 두번째 기억은 대격변의 엔딩에서 이어집니다. 시네마틱 영상이 흘러나오고, 알렉스트라자를 비롯 네 명의 위상의 눈에서 빛이 사라지며 '이제 필멸자의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라고 했던 게 기억나는군요. 그때는 어느 정도 와우의 스토리에 익숙해지고 하이잘에서 단체로 부활하던 야생신들을 보면서 어느 정도 필멸자와 불멸자의 구분을 내려놨던 터라 좀 복잡한 생각을 했었더랬습니다.
'위상의 힘을 갖고 있었기에 불멸자였다는 말은, 데스윙은 위상인 채로 죽었으니까 불멸자라는 거네? 그러면 쟤는 안 죽고 나중에 또 나오는거야? 골드린 처럼?'
한낱 필멸자의 방패 하나 못 녹이시는 불멸자 시절 알렉스트라자 어머님
그 이후로 물론 만성적인 건망증 때문에 싹 다 까먹었었는데, 오늘 역게에서 세나리우스의 부활과 관련해서 여러가지 글이 올라오더군요. 옛 설정이었던 불멸자와 영원자의 구분이라든지, 이세라는 필멸자라서 못 살아난다 등등...
특히 이세라가 필멸자라서 다시 부활할 수 없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 했습니다. 왜냐면 우리는
수없이 많은
부활한 필멸자들을
봐왔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론상 빛의 힘으로 완벽하게 부활하든, 공허의 힘으로 언데드로 부활하든, 누더기골렘 마냥 부활하든 부활은 일단 부활인거죠. 이세라가 필멸자라서 부활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납득이 안가더라는 겁니다.
그래도 위상들이 자기 입으로 자기들을 '필멸자'라고 했는데...일반적인 뉘앙스만 놓고 보자면 필멸자는 죽는 자들이고 불멸자는 안 죽는 사람들이죠.
그러면 대체 워크래프트 사가의 등장인물들이 언급하는 '멸(滅)'이란 대체 어떤 개념인지 한 번 찾아봤습니다.
1. 불멸(Immortal)의 기준
와우피디아에서 필멸자(Mortal)을 찾아봤더니 '필멸자는 불멸자의 반대다'라고 써있길래 그냥 불멸을 찾아봤습니다.
워크래프트 사가에는 수많은 불멸자들, 그리고 불멸에 근접한 이들이 존재합니다. 이 중 몇몇은 형체가 없는 존재들이지만 다른 이들은 현실 세계에 물리적 형태로 존재합니다.
불멸성의 법칙
워크래프트의 불멸자들은 전반적으로 병에 걸리지 않으며 다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불사신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불멸자들도 상처 입으며 심하면 죽기도 합니다. 실제로 유구한 역사속에서, 특히 고대의 전쟁에서 수많은 불멸자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불멸자들의 죽음 역시 필멸자들의 죽음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워크래프트에서의 불멸성이란 무엇일까요? 불멸자들은 성년이 되면 근본적으로 나이를 먹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늙어 죽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불멸자들은 일반적인 필멸자들보다는 훨씬 더 강합니다. 물론, 언제나 성립하는 것은 아니구요. 신적인 존재들 역시 전능(全能)하지는 않습니다. 고대신들이 티탄들에게 패한 것을 생각해 보세요. 티탄들은 신이 아니지만 그들의 엄청난 힘은 고대신들을 아제로스의 표면 아래에 가두어 버렸습니다.
더 나아가서 불멸성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이트엘프들은 천년이 넘게 불멸자였습니다만 3차 대전쟁때 그들의 불멸성을 희생했습니다. 오늘날 그들은 필멸의 종족으로 분류됩니다.
몇몇 필멸의 종족이나 필멸자들은 필멸자로 태어났으나, 후에 불멸성을 얻게 됩니다. 불타는 군단의 대부분의 악마들은 한때 필멸자였죠.
또한 마지막으로, 물론 이것도 매우 중요합니다만, 불멸자에 근접한 몇몇 필멸자들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필멸자들입니다만, 하나 이상의 이유로 인해 몇 천년을 넘도록 장수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외부적인 어떤 요인으로 인해 불멸자로 분류되는데, 에메랄드의 꿈에서 나오질 않는 이세라의 배우자(에라니쿠스)가 그 예입니다.
- 워크래프트 엔사이클로페디아(블리자드 공식), '불멸성' 문서에서 발췌 -
이 문서를 통해 정리할 수 있는 불멸자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늙지 않고, 병에 걸리지 않음. 자연사 하지 않음. - 필수
2. 매우 강력함. - 선택
그리고 이 조건에 따라 불멸자로 분류될 수 있는 이들의 목록은, 물론 이 외에도 수없이 많지만 불멸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추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저주받은 땅에 있는 파멸자 라젤리크의 하수인들, 파괴자 그롤, 여군주 세바인, 대마법사 알리스타즈 -
굉장히 뜬금없긴 한데...오리지널 시절 아즈샤라의 로라무스에게서 받을 수 있었던 퀘스트의 텍스트에 저 하수인들이 갖고 있는 목걸이를 통해 라젤리크로부터 무한한 힘을, 또한 영생을 받았다고 나옵니다.
기계노움
이때의 기계노움은 그냥 노움이었다가 육체의 저주에서 풀려나 기계노움이 되었든, 원래부터 쭉 기계노움이었든 상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논리라면 토석인들도 불멸자일 것 같네요.
언데드
그들의 몸만 온전하게 유지된다면, 그들 역시 불멸자입니다. 용의 영혼 레이드때 언데드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리치왕은 저주받은 자의 교단의 몇몇에게 보상으로 이 불멸성을 수여했으며, 메릴 펠스톰(최초의 티리스팔의 수호자 알로디의 친구였던 마법사)이 자신의 마력으로 본인을 이러한 타입의 불멸자로 만든 경우입니다.
달의 축제의 오멘
엘룬이 오멘에게 불멸을 부여했다고 하는군요.
음, 일단 예상보다 싱겁게 답이 나오긴 했는데, 아직 똥을 덜 닦은 것마냥 찝찝하죠. 왜냐면 아직 해답이 반 밖에 안 나왔으니까요.
그러면 불멸자, 필멸자인지는 부활과는 관계가 없는 것인가?
2. 부활의 방법
일단 제가 아는 수준에서지만, 워크래프트 사가에서 부활했던 방법에 대해 좀 찾아봤습니다.
1) 빛의 힘
솔직히 가장 마음에 안 들지만, 가장 강력한 부활 수단입니다. 구체적인 메커니즘도 잘 모르겠지만, 화이트메인이나 빛의 힘을 다루는 다른 이들의 모습을 보면 그냥 기도를 열심히 하는 것 같습니다.
2) 언데드로 부활
리치 왕을 시작으로 죽음의 기사들이 주로 이 방법을 많이 씁니다.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 넬쥴은 공허의 힘을 통해 죽은 자들을 부리는데, 이건 아직 떡밥의 영역입니다. 누더기골렘은 부활인지 새로운 생명 창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후자일 것 같은데...
3) 에메랄드의 꿈에 영혼이 묶여 있다가 부활
아제로스 야생신 특전입니다. 아니, 야생신 자체가 '생명'의 힘을 대표하는 존재들이니까 전 우주의 야생신들은 다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에메랄드의 꿈이 있다는 전제하에...
아제로스판 뒤틀린 황천이라고 하는 에메랄드의 꿈에 연결이 되어 있으면 죽은 후 자연스럽게 영혼이 이쪽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엘레레스 레퍼럴을 비롯한 몇몇 드루이드들도 에메랄드의 꿈에 연결되어 있으며, 녹색용군단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모든 드루이드들이 다 연결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또한 야생신들의 경우 영혼이 묶여 있기에 안 늙는 건지, 아니면 영혼이 묶여 있는 것과 불멸자인 것은 별개인지도 애매합니다.
4) 뒤틀린 황천에 영혼이 묶여 있다가 부활
주)불타는 군단의 가장 큰 메리트인 뒤틀린 황천입니다. 뒤틀린 황천에 한 번 귀속되면 뒤틀린 황천에서 죽지 않는 이상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습니다. 다만 이 기준이 굉장히 애매하고 뒤죽박죽인지라 비슷하게 지옥마력을 함뿍 뒤집어 쓴 일리단은 불멸이고 굴단은 그냥 필멸자로 밤의 요새에서 죽습니다. 불타는 군단으로 이직을 원하시는 분은 불멸자가 되는 조건을 확실히 알아보시든지, 아니면 이세라 쪽으로 노선을 전환하시는 것도 현명한 선택일 것 같습니다.
3. 결론
1) 불멸자 = 자연사 하지 않음.
2) 불멸성의 보유 여부는 부활 가능 여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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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보니까 몇몇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첫째, 티탄은 신이 아니라는 것.
둘째, 티탄의 피조물들은 불멸자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셋째, 뒤틀린 황천 및 에메랄드의 꿈과 연결된 이들이 '연결되었기에 불멸자'인건지, '연결 여부와 불멸성 보유 여부'는 따로 인건지는 애매하다는 것. 일단 뒤틀린 황천의 경우는 연결되어야만 불멸자가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넷째, 이세라는 다른 용의 위상들 다 그냥 죽을 때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
또한 이제보니까 '불멸자가 누구냐'는 질문보다, '와우 세계에서 신이란 대체 뭐냐'가 더 가치있는 떡밥인 것 같네요. 티탄은 고대신을 평타로 때려 잡는데 신이 아니고 고대신은 신이라니...
일단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거침없이 지적 부탁드리며, 제 시체를 지키던 얼라이언스 도적분이 이제 다른 곳으로 이동하셨기를 바랍니다. 저는 평화를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