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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악역을 세탁하는 방법

노어
조회: 2783
추천: 6
2021-07-13 08:27:18
악역을 세탁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세탁을 안해 버리는게 편하지만 그래도 세탁하는데 성공하면 작품의 질이 올라간다. 업자로서 작가들은 그래서 늘 세탁욕을 받게 된다. 그래서 크게 두 가지가 효과가 좋다.

첫째. 세탁기를 돌린 후 : 독자들이 “살든 뒤지든 이 개새끼는 씨발 우리 개새끼였다. 내 앞에서 욕하지 마라” 하게 만들기.
둘째. 이 개새끼는 씨발 존나 고통스럽게 뒤졌지만 슬픈 사연이 있어요. 함 울어보실? 해서 독자들이 엉엉 울게 만들기. 혹은 인생 허망하니 네 인생도 돌아보실? 하게 만들기.

첫번째를 잘하는 게 블리자드였다.
일리단 이 개막장 전쟁범죄자가 동맹군 수장 제라를 척살(!) 하고 적군 본진을 땡겨오는 개막장짓을 해서 아군과 적군 모두 대가리가 깨진 덕에 승리하는 서사를 보라.

덕분에 스토리 전체가 구멍이 무슨 입대고 불면 관악단 협주곡 나올 것처럼 많았을지라도 일리단이 이지랄 해주고 저 새끼는 내가 평생 곁에 두고 조지겠다며 살게형이랑 퇴장하면, 아 이 개새끼는 우리 개새끼고! 그것도 존나 울프틱한 배드애써다! 그런 애정까지 느껴진다. 누가 일리단 욕하냐?

개새끼가 될거면 우리 개새끼가 되게 하면 된다.

둘째를 정말 잘하는 작품도 있다. 귀멸은 다 죽이고 슬프냐? 슬프지? 근데 죽이는게 맞잖아. 자 이제 여운을 느껴보아라 라면서 독자를 삼킨다. 저어기 드라마로 말이먹은 얼불노를 보라. 흑막 할배 똥싸다 석궁 맞아 죽는 장면에서 인생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는 독자가 몇이나 될까? 그건 아무 것도 안해도 세탁기가 돌아가는 거다.

근데 블리자드는 둘 중 하나도 안해줬다.
어설프게 흉내만 냈지.

그냥 막판에 변덕으로 되지도 않는 반항을 멍청하게 하는 것보단 그냥 죽여버리는 게 나았을테지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실바가 우리 개새끼가 되서 간수를 조져버리도록 공허신 단도라도 가져다가 등짝을 찔러줬어야 했다. 죽도록 싸워서 레이드 끝자락에

“너가 이제 죽음의 판테온 신격의 수장이라고 하니, 너와 같은 티탄혼 아제로스를 타락시키기 위해 공허가 특제로 만들어 뿌린 고대신의 씨앗을 심어 보았다. 이것도 나름 독이라면 독이겠지!”

스케일이 다른 독과 저주로 신 자리에 오른 간수 뒤통수를 딱 때리고? 그 힘을 자기가 쪽쪽 빨아 먹으면서 공허와 죽음의 힘을 다 얻겠노라며 퇴장해버리는 거지.

“태초의 굴레를 만든 모든 것을 부술 것이다. 너 따위를 숭배하는 세계가 아니라 아무 것도 숭배할 필요 없는 죽음을 남길 것이다”라는 둥 미친 대사 한 번 해주고

그리고 나서 확팩 끝에 비참하게 죽고 이런 실바 같은 애들을 하찮게 여기는 엘룬이든 나루든 간에 나와서 너희도 다 운명론의 노예라는 식으로 이야기 풀면 개새끼로 죽으면서도 아이러니도 느끼게 할 수 있었을텐데.

이건 아마 작가진 치프가 힘이 딸려서 그런 것 같다.

Lv25 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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