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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아서스의 퇴장과 실바나스의 세탁에 대한 변호.

아이콘 아우렐리온솔
댓글: 22 개
조회: 3836
추천: 10
2022-03-05 11:48:28
어둠땅의 이야기가 종착지에 거의 다다른 지금.

최근 아서스의 시원섭섭한 퇴장을 보며 많은 분들이 적잖은 실망을 하셨습니다. 저 또한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너무 담백한 퇴장에 당황했었으나, 9.0 대장정과 9.1 성소 9넴으로 등장한 켈투자드가 뇌리에 서릿발을 치며 지나가자 정신이 번쩍들며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경험을 했습니다.

변호에 앞서서,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기로는 9.3 까지 어둠땅이 예정되어 있었고 안두인이 9.2의 막넴. 아서스가 히든넴. 군단 밤요에서 일리단과 같이 등장하여 9.3에서 실바나스, 안두인, 아서스 + 넬쥴의 도움으로 간수를 박살내는 장엄한 복수극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9.2가 어둠땅의 마지막으로 앞당겨지며 급하게 마무리하게 되었고 이미 벌려놓은 안두인만 회수하고 아서스는 버린 것 같은 스토리 개발 이력에 대한 느낌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은, 공공연한 뇌피셜이며 개개인의 오피셜 인 수준 같네요.

따라서 애초에 캐릭터의 기획과 내용 전개보단 이미 엎질러진, 보여진 기획과 전개에 초점을 맞춰서 적어보겠습니다.





1. 실바나스의 세탁. < 아 글쎄. 세탁했는데 안했어요.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세탁'이라는 은어의 뜻이 과거의 죄를 귀신같이 씻고 깨끗해지는데 있어서 과거의 죄를 회피하는 성격이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면, 저는 세탁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간수에게 갖혀 있던 선한 인격의 실바나스 조차 절대 선하고 고결하지 않았습니다.(후술하겠습니다.) 

일단 서리한 이라는 간수의 무기는 영혼을 둘로 쪼개는데, 좌서/우서의 밈으로써 탄생한 좌우의 개념, 반반치킨의 개념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간수의 교묘함은 여기에 있습니다. 간수가 장기말을 사용할 때, 단순히 한쪽 자아만 이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키아벨리즘적인 사고와 행보를 거리낌없이 하는 장기말을 표면적으로 이용하지만 실체적 장기말이 된 자신을 경멸하고 외면하고 방관하는 또 다른 자아 또한 장기말로 이용하는 것이죠. 간수는 자신의 목적에 좌바나스를 동참시켜서 공범으로 만들지만 동참한 죄는 모두 좌바나스에게 던져두며 문제가 될 시, 우바나스가 좌바나스를 정죄함으로써 스스로를 가두어서 자신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하는 교활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배의 성소 엔딩에서 간수가 순찰대장의 영혼을 던져주는 것은 절대 호의가 아니며. "옛다. 고생했다. 이젠 쓸모가 없네."도 아닙니다. 그저 묶어두기 위한 장치를 하나 더 푼 것 뿐 인 것 입니다. 모두가 비난과 정죄로 묶어둘 것이라는 계산이었던 것이죠. 그치만 멍청한 간수가 우서는 계산을 못했네요 ㅎㅎ

시네마틱에서 처음에 순찰대장 실바나스는 벤시를 자신이 아니라고 부정합니다. 사실, 당연한 반응입니다. 간수에게 풀려나서 자신에게 돌아갔는데 자신이 해 놓은 일들이 가관이라 빡이 칠대로 치다못해 절망적인 수준입니다. 그간 고결했던 하이엘프 순찰대장은 벤시의 만행과 목적을 위한 그 더러운 수단들을 자신이라 받아 들일 수가 없습니다. 실바나스 윈드러너는 그렇게, 모두가 원하던대로 깨어나면 안되는 영원한 잠을 자면 됐습니다.

그런데 우서가 나댑니다. 단순히 아서스를 정의라는 이름의 복수로 나락에 던진 자아보다 그런 자아를 부정하고 방관하는 자아가 더욱 위험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반목하는 자아들이 간수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그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적의 정보를 아는 우군은 엄청난 힘이 된다는 전략적 판단도 했겠죠.(역시 배우신 성기사)

그래서 순찰대장을 설득합니다. 순찰대장은 하이엘프의 고결한 신념을 백년도 천년도 못사는 너는 이해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쪼개지는 우서를 보며 "야 너두?" 해버리며 벤시를 본인으로 받아들입니다. 결국 고결하다고 자부할 뿐 고결하지 않았고 선한 자아는 아닌 것이죠. 여기에서 우서는 분명히 말합니다. 벤시는 당신이고 그녀의 과거는 바꿀 수 없고 용서받을 수 없으며 방관은 더 큰 화를 불러온다고 말이죠.

이 클레이 애니메이션(?)은 벤시에 초점을 두면 세탁소 이야기가 될 수 있으나 순찰대장에 초점을 두면 고결을 자부하는 꼰대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만약 세탁이라면 순찰대장은 벤시를 끝까지 포용할 수 없으며 후 일에 순찰대장은 벤시 자아를 제거해야만 할 겁니다. 하지만 벤시의 죄를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여 행동한다면 용서는 차치하더라도 속죄는 될 것이고 위에서 언급한 '세탁'의 뜻에서 죄의 회피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세탁'과는 궤가 다르다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이렇게까지 오는데 길이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영혼갈림에 대한 컨셉도 사실 불분명하고 우서의 이야기에 힌트가 있었을 뿐더러, 인게임에서 스토리적으로 중요한 부분에 강조가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설명이 불명확했다는 것이죠. 아무래도 급하게 스토리를 우회했기 때문에 탄탄하게 의도된 건 아니고 게다가 게임 개발 및 구현 시간 때문에 그런것 같은데 그건 말하지 않기로했으니 넘어가겠습니다.

어둠땅에 우서와 실바나스를 통해 말하는 영혼갈림은 죄에 대해 중요한 것을 말하려는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 세계수를 태웠겠습니까? 어느 나라를 침공했겠습니까? 어느 민족을 학살했겠습니까? 범인들이 죄를 지어봤자 벤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목적을 위해 무리한 수를 두어 타인, 심지어 스스로에게 죄를 짓고는 세월이 지나서 "그 때는 어쩔 수 없었지..", "먹고 살아야하니깐.." 이라며 그 때의 절박한 나를 따로 상정하고 지금의 나의 죄가 아니라며 선택적 거리두기를 하는 건 누구나가 하는 자기보호심리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런 심리 메커니즘에 죄에 대한 진심 어린 성찰과 피해자에 대한 묵직한 반성은 없습니다. 자신의 과거를 분리하여 싸우고 집착적으로 거부하며 성장하는 삶을 살지 않는 자아는 영원히 잠을 자는 것과 같다는 것을 말해주는게 아닌가 합니다. 





2. 아서스의 퇴장. <그래. 이 정도면 노력했다. 수고했다.>



(한국 공식 유튜브에는 영상이 없어서 불법냥님꺼 가져왔습니다.)


정말 지리는 퇴장은 아니지만 현 상황에서 모두를 위해서 이 정도면 적절하게 마무리했다. 싶네요. 일단 예전 확장팩부터 줄 곧 시체팔이한다는 혹평을 들어오던 터였고 개발 기간은 짧아졌으며 스토리에 추가되는 인물들이 많아지고 있는 실정에 다시한번 더 아서스를 꺼냈다가 "아서스 조종한건 나야 나!!!" 켈투자드 꼴 나면서 다른 인물들이 애매해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영상에서 아서스의 영혼을 가운데 두고 양 쪽에 실바나스와 우서가 양 옆에 서 있도록 구도를 잡은 것으로 보아, 아서스의 담담한 퇴장은 그 둘의 서사에 방점을 찍고자 함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블록버스터 복수극처럼 빵빵 터지면서 통쾌하고 시원하게 욕하고 그땐 어쨋네 저쨋네 미안했네 사과하네 고맙네 아니네 됐네 그만하세 이제 간수 잡으러 가세나. 해도 그것도 재미는 있었을 꺼라 장담합니다. 하지만 저 둘의 복수가 이미 이뤄진 상황이고 내면이 성장한 단계에서 다시 아서스가 등장하는건 전개가 조금 이상하기 때문에 현재의 담담한 퇴장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둘의 본격적 서사의 시작이 아서스로 인한 비극이었고 진행의 원동력이 복수심이었으나 종국에 그 끝은 허무로 끝이납니다. 둘 다 이미 복수를 이뤘다는 것은 우서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실바나스는 대의라는 이름으로 이미 이뤘다는 뜻입니다. 그 후 우서는 키리안 대장정에서, 실바나스는 지배의 성소에서 자신들의 복수의 결과가 자신이 아서스가 된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복수의 대상이었던 아서스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복수를 끝내며 둘 로 나뉜 자아와 합일을 이루어 새로운 속죄의 길을 걷고 내면의 성장을 이루죠. 그렇게 매장터에서 안두인을 구해내고 왕관도 왕좌도 무엇도 없는 작은 영혼 앞에서 덤덤히 그 간 복수의 여정을 읊으며 아서스를, 복수를 떠나보내는게 이번 안두인 엔딩씬을 위해 달려온 길 같습니다. 역시, 초점이 아서스면 초광속 광탈 엔딩이지만 실바나스와 우서로 초점을 두면 내면 드라마 엔딩입니다. 

큼직한 사건으로 보면 너무나도 초라한 엔딩일 수 있습니다만 이런 개차반인 상황에서 그나마 좋은 것을 보자면 몇몇 캐릭터들의 내면은 그나마 잘 마무리한 것 같다는 생각은 드는 엔딩이었습니다. 

어떻게보면 아서스도 넬쥴과 같이 실패한 자였기 때문에 인지도를 제외한다면 나락으로 떨어진 아서스를 간수가 넬쥴처럼 처리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너무 불쌍한 넬쥴 ㅠㅠ)




마치며.

요즘들어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사건보다도 캐릭터와 내면을 위주로 봐서 그런지 와우도 이런 부분이 많이 보이게 되네요. 실제로 와우 내러티브팀에서 어둠땅을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것인지 제가 그렇게 보는 것인지는 몰라도 몇몇 인물들을 마무리해야되는 이 시점에서 캐릭터에 초점을 두고 보는 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찌되었든, 실바나스의 이야기 설명이 너무 불친절하고 아서스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 건 맞지만 그래도 어둠땅이 실바나스와 우서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데에 있어서 집중력은 있는 것으로 보아 개발진이 고심은 한 것 같다고 생각은 드네요. 

인물의 내면 묘사가 아무리 훌륭해도 대중적 호응과는 매우 거리가 있기 때문에 절대 이 변호글이 와우 스토리가 아직은 괜찮다라는 글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모든 캐릭터 묘사와 사용이 훌륭하다는 건 당연히 아니고요.(켈투자드는 아직도 이가 갈립니다. 딱히 켈투자드 팬도 아닙니다. 템도 오질라게 안주는 새끼 뭐하러 팬하나요. 감정이 올라오네 ㅅ...)

여러 사람들의 격한 반응도 이해가 되고 틀린 말들은 절대 아니기 때문에 위 글은 이야기의 감상평 정도로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다음 주 조바알 엔딩을 통해 무엇이 이야기 될 지 궁금하네요. 다들 즐거운 9.2 되시길.








Lv67 아우렐리온솔

- 사랑은 중력만큼이나 실제하는 힘이지. 가끔씩들 써보라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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