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전일이다 갑작스레 큰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경황이 없던 가족들이 택시를 타고 황급히 큰집으로 갈때의 일이었다. 그 당시엔 자가용도 없었고 목적지인 부천까지 가려면 택시를 타야만 겨우 큰집에 갈 정도였다.
그런데 큰아버지가 돌아가신 큰 문제보다 일단 가족들이 분개한건 잘못 탄 택시 때문이었다. 부천까지 택시비가 지금 생각해보면 3만 얼만가가 나왔는데 80년대 기준 큰돈은 그렇다치고라도 기사 입에서 살짝 풍기던 막걸리 냄새부터 시작해서 1시간 거리면 갈 부천까지 장작 2시간 넘게 돌아서 겨우 도착한 것이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게도 여기서 이 양반의 작태가 끝이 아니었다.
화는나지만 다섯살박이 어린 나를 생각해서 택시를 탄 아버지는 얌전히 돈을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리려 할 찰라..
택시기사의 한마디가 아버지의 부화를 건드려버렸다.
찡긋 웃던 택시기사는'손님 이렇게 멀리까지 왔는데 팁으로 한 돈만원 못주시나요?'
그후에 일은 십수년이 지난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다음 순간 들린건 아버지의 우래와 같은 함성이었다.
"뭐 이자식아? 매번 와봐도 돈만원이면 오던 거리를(80년대 후반기준) 3배나 가까이 들여서 왔는데 팁?"
실실거리던 택시 운전기사는 그제서야 사태를 직감했는지 '농담입니다'라고 살짝 웃어보이고 차를돌렸다.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그 일을 생각하면 가끔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아버지는 약주 한잔하시면 곧잘 그 얘기를 꺼내곤 하신다.
요즘 블리자드를 보면 같은 속샘아닌가 싶다. 물론 게임회사가 일정량의 서비스를 돈을 주고 파는건 틀린일은 아니다.
그러나 서버 이전비용은 문제가 좀 다른것 같다. 성인이 돈 20~30만원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목적지까지 내고 가기로 한 비용을 지불했는데.. 그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도 않는데 팁을 달란다.
결국 서버의 운영이 엉망으로 되고, 내 계정, 친구계정, 지인 계정 캐릭터들이 뿔뿔히 흩어져서 서로 갈려있는데 그 책임은 모조리 손님 잘못이란다.. 서두에 언급한 택시기사와 블리자드가 뭐가 다른가.. 경우가 약간 다를뿐이지 길을 구비구비 돌아가고 3배가 넘는 택시비를 털컥 내놓으래서 준것도 모자라.. 손님 때문에 내가 늦게 가니 팁좀 더 달란다..
이런걸두고
안하무인 [眼下無人]이라고 하는거다.(한자는 몰라서 네이버에서 퍼왔다.) 우리가 약속할때 정액제를 결제하면 자신들이
제공하기로한 서비스를 별 문제없이 즐길것처럼 광고하면서도 막상 펴보니 내가 그동안 드린 노력과 정성을 제대로 즐기려면 십수만원을 더 내놓으란다.
이건 비용의 크고 작고를 떠나서 굉장히 불합리한 일이다. 게임회사가 일종의 서비스를 돈을 주고 제공하는건 어떤 게임이건 있어왔던 것이지만 서버이전의 경우 문제가 다르다.. 애초에 게임 자체를 즐기기 힘든 열악한 환경을 만든 제공한 귀사에 있고 그런 비용을 지급하는건 소비자로서 부당하다고 해도 귓방망이로도 그 말을 안 들어쳐먹는다.
잘못은 너희한테 있으니 이삼십 만원 더 내고 제대로 게임 즐겨보던지 아니면 가서 새로 키우란다.. 이런 개같은 경우도 다시 찾으려면 참 힘들다.
디아블로 84시간 서버다운까진 기술적인 문제라 이해했다.. 차가 고장나서 목적지에 못가니 기왕 타신거 잠시 기다려 달라는데 어쩌겠는가..
그런데 이건 경우가 다르다.. 글러쳐먹었다.. 적어도 그 택시기사는 무안하고 머쓱해하기라도 했지.. 양반처럼 고개 꼿꼿이 들고 너희가 벌린판이고 우린 틀린거 없으니 맘대로 하란다.. 참 이런걸두고 개새끼들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것 같다.
30만원을 동네 양노원에 기부하라면 해도 그렇게는 못 쓰겠다.. 차라리 경매장 지붕위에서 자폐아처럼 태양이나 쐐고 말지..
속짜짜로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