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같은 성능충은 어떤 캐릭터를 골라야 하나 정신이 없는 시기지만,
본인만의 본캐가 확고히 있으신 분들은 '내 직업이 너무 안 좋은데...' 혹은 '너무 세서
너프의 철퇴를 맞는게 아닌가?' 하며 걱정하는 시기기도 한 것 같습니다. 하하.
그래서 베타나 PTR에서 성능이 좋았던 클래스가 본섭에 어떻게 넘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아, 물론 쐐기에서의 관점에서요.
더불어 god comp. 우리는 최강 조합, 젤 좋은 조합, 메타 조합 등등으로 부르는 것들이
어떻게 고착화(?)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죠.
가장 최근 시즌이라 기억이 생생한 용군단 3시즌을 예로 들어봅시다. (낭만 시즌인 4시즌은 패칭과 밸런싱이
아무래도 적은 시즌이다 보니 좀 애매합니다.^^;; 저는 쉬었던 시즌이기도 하고요.)
3시즌 PTR의 뜨거운 감자는 악딜이었습니다.
악딜이 온 아제로스를 다 찢고 다녔었거든요.ㅋㅋ 그래서 PTR의 주요 쟁점은 악딜의 특성에 대한
연구였습니다. 타성을 꼭 써야 하냐 탄력을 써야 하냐, 어차피 졸라 쎈데 그냥 젤 쉬운 걸로 해도
다른 클래스만큼 쎈 거 아니냐 등등. 굳이 말하면 지금의 비법 정도의 위치일 것 같은데,
비법 보다 훠얼씬 쎘습니다.
아무튼 그 상태로 본섭으로 넘어왔고, 악딜은 아제로스의 던전을 지옥화염으로 불태우고 다녔습니다.ㅋㅋ
약간의 너프를 받아서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하게 셌죠.
한국에서 순위권을 달리던 모 팀의 악딜은 '미터기 1등은 당연한 거고, (증강을 제외한) 다른 딜러보다
15%이상 더 잘 친 게 아니면 내가 진 기분이다.' 라는 말을 농담으로 하기도 했죠. 그만큼 정말 쎘었습니다.ㅋㅋ
시즌 초창기에는 원래 WFK이나 명전을 달리느라 쐐기를 빡으로 안 하는 랭커들도 많기 때문에
별별 클래스가 다 나왔지만, 누가 와도 악딜 아래에서는 평등한 시기였고 결국 너프의 철퇴를 맞습니다.
악딜 유저들은 벌벌 떨었고 제법 큰 너프를 맞은 주간이 시작되었는데,
아니 이게 왠걸? 여전히 졸라 쎘습니다.ㅋㅋ
꽤 큰 너프였기 때문에 추가 너프는 예정에 없었고 악딜은 여전히 온 던전을 다 패고 다녔습니다.
그때 레이더 첫 페이지에 악악증 이라는 말도 안되는 조합도 종종 보이곤 했습니다.
당시 메타는 악탱or보기 악증+@ 힐 이었는데, 지금 법증+@ 를 찾듯이 악증+@ 가 어떤 클래스가 될 것인가가
메타 결정에 가장 관심이 가는 상황이었죠.
법사는 시즌 초에 엄청 고생했습니다. 시즌2와는 다르게 딜적으로 큰 문제가 있었거든요.
악딜의 너프 즈음해서 법사들의 큰 딜버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DPS적으로 절대로 최상위권이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당시 요다팀을 위시한 최상위권 팀은 악흑을 쓰기도 했었죠.
법사는 초반부터 메타였던 클래스가 아니었습니다.
증강은 딜 너프로 넘어온 새 시즌이었기에 증강 없이 3딜로 하는 게 낫지 않나? 라는 생각에
3딜로 박던 팀들도 일정 단수 이상 되니까 증강 없이 살 수가 없구나. 라는 결론이 나와서
여전히 필수가 됐구요.
결국 증강, 악딜 + @가 누가 될 것이냐 가 답이 안 나온 상태 정도에 29단 30단이 뚫립니다.
시즌3가 최종 아탈만 34단이 뚫리고 나머지는 33단 32단 언저리인걸 생각하면 제법 높은 구간까지
증악+@로 뚫린거죠. 당시에 +@ 로는 법사, 조드, 흑마, 도적 등이 쓰였습니다.
이 정도쯤 되니 해외 랭커들은 레이드도 마무리 해서 사실상 풀템이라 아이템으로 더 세질 방법은 없어지게
되었고, 한계 단수를 뚫는 데에 문제는 딜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결론을 내게 됩니다.
이쯤부터 레이더 첫 페이지에 법사로 도배되게 됩니다.
DPS가 최고는 아닐지언정 파티 생존에 여러모로 큰 기여를 할 수 있으니까요.
또 아탈 돌진 유도라던지 저택 가시 씹기 라던지 법사만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아 답은 악증법 이구나! 라는 판단으로 해외 랭커팀이 하나 둘 31단 32단을 뚫어나갑니다.
이게 올해 초입니다.
시즌이 이 조합으로 마무리 되는 줄 알았으나 답은 모두가 아시듯 암사의 버프와 법증암의 시너지,
보기와의 싸움에서 즌작 승리한 악탱으로 34단까지 뚫리면서 마감됐습니다.
용군단 시즌3는 2023년 11월 9일에 시작했고 2024년 3월 21일에 끝났습니다.
채 5달을 못 채운 상대적으로 짧은 시즌 중에 2월달까지 거의 3달 넘게 4달 가까운 기간을
'악딜'이 최고 딜러였지만 최종 시즌 마감 때는 빠지게 된 거죠.
과연 이걸 PTR에서의 예측이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요?
시즌 마다 다르지만 메타가 생각보다 늦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가 시즌이 다 지나고 뒤돌아보니 '아 그때 메타 조합이 그랬었지'라고 생각은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굉장히 복잡한 일들이 있고, 시즌 말이나 돼서 결정된 경우도 많다는 거죠.
이 얘긴 즉슨 결국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조합을 미리 예측하는 건 몹시 어렵다. 라는 결론이 될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면 결국 베타나 PTR을 통한 예측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 라는 생각 또한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의외로 쐐기 기준으로 시즌 시작 전에 '꽤 좋을 것 같은 클래스'가 바닥까지 꽂힌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쐐기를 하는 사람만 했던 군단 시즌 이후로 격아 때부터 생각해봐도
정말 진짜 좋을 것 같던 최고 클래스가 아예 써먹지도 못할 정도로 박힌(;;) 경우는 드뭅니다.
굳이 말하면 격아 시즌2 이후 정술이나 둠땅 마지막 시즌 분노 전사 정도가 떠오르네요.
그 외에도 물론 있기야 하겠지만,
대체적으로 베타 혹은 PTR의 마지막 빌드에서 좋았던 클래스는 최소 '최고는 아닐지언정 그 아래 언저리는 간다' 라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베타나 PTR을 꾸준히 팔로잉 하는 거구요.
격아 때부터 대충이나마 살펴볼까요.
군단 때 하던 사람들만 하던 쐐기가 어느정도 메인스트림이 되면서,
격아는 베타나 PTR에서 쐐기 연구가 시작되던 확팩입니다.
격아 시즌1 베타 때 도적, 악딜, 흑마가 좋을 것 같다는 예상을 해외 랭커들이 많이 했는데
도적, 악딜은 시즌1 메타픽이었습니다.
시즌2는 그냥 PTR을 하든 안 하든 누가 봐도 전탱, 무법, 악딜, 풍운이어서 이건 뭐^^; 너무 쉬웠던 예상이죠.
마지막 시즌은 타락 때문에 아예 완전 틀렸지만 이건 너무 예외적인 상황이라.ㅎㅎ;
어둠땅 오픈 전에는 흑마, 도적, 법사 정도를 예상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시즌1이 도적이 좀 힘든 시즌이긴 했고, 리미트의 파이얼드업한테 낚인 수많은 법사 유저들이
피눈물을 흘렸지만^^; 그래도 결국 화법이 시즌을 캐리했습니다.
어둠땅 마지막 시즌은 사실 해외 쐐기 유저들이 거의 정확하게 맞췄습니다.
파흑, 생냥, 풍운인데 사실 생냥이 쎄고 좋은 건 알았지만 '그래도 생냥이 설마...?'라는 마음에
안정픽인 법사나 PTR에서 미쳐날뛰던 분노전사를 픽한 경우도 있지만(이때 전 이거 따라 갔다 개망했습니다^^;;)
대체적으로 꿀캐릭들을 다 찾아냈죠.
용군단도 시즌1은 베타 때 흐름을 따라갔습니다. 지나친 밀리의 강세를 예측했는데
best comp도 없던 황금 밸런스였구요.ㅋㅋ 증강 직전 시즌이 황금밸런스라니. 역시 문제는...ㅋㅋ
시즌2야 증강이 나오는 바람에 완전 틀어졌고, 시즌3도 어찌보면 예측에 실패했다고 할 수 있겠군요.
흐름을 보면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각 확팩의 시즌1은 베타 유저의 경험이 좀 잘 들어맞습니다.^^;;
아무래도 베타를 길게는 3달 가까이 하며 시즌을 넘어오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 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는데
격아 이후 지금까지 각 확장팩 시즌1을 들어오기 전에 좋을 거라 예상됐던 클래스가 시즌에 들어와서
정말 힘들었던 경우는 어둠땅 1시즌 도적 정도밖에는 안 떠오르는군요.
아무래도 짧은 PTR보다 플레이타임이 긴 베타를 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한데,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결론은 이 말입니다.
지금 베타의 티어리스트나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캐릭들을 보면서 '저걸 신뢰해도 되나...'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 또한 사실 일정 부분 그렇구요.
그리고 와우에는 명언이 있지 않습니까. 초반에 깝치면 팔다리 다 잘린다. 라는 ㅋㅋ
그런데 최소 쐐기판 한정에서는 초반에 좀 날뛰어도 레이드보다는 좀 덜 잘립니다.ㅋㅋ 여태까지는요.
이걸 경향성으로 봐야할지 그냥 확팩 초마다 독립시행으로 봐야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돌고있는 티어리스트에서 좋은 클래스가 메타픽은 아닐 지언정
시즌 마지막날 캐릭터들을 줄 세웠을 때 어느정도 수준 이상에 위치해 있을 확률이 큽니다.
사전 패치 때 최고 조합 다섯 개를 다 맞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지금까지 격아 시즌2, 둠땅 마지막시즌(그나마도 탱커는 틀렸습니다.ㅋㅋ)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없다고 단언해도 될 정도로 다 예측된 경우가 없습니다.
개뜬금 클래스가 무조건 튀어나옵니다. ^^;
그렇다고 지금 좋을 거라 예상되는 클래스가 바닥에 박힌 경우도 또 드물구요.
(베타 최종 버전의 평가 기준으로)
지금은 높은 평가를 못 받을지언정 메타픽이 될 개뜬금 클래스를 예상하기
vs
완전 메타픽이 아닐 확률도 있지만 그래도 바닥에 박히지는 않을 클래스 고르기
저같은 성능픽 유저에겐 너무 쉬운 결정 아닐까요? ㅎㅎ
그래서 꾸준히 베타나 PTR을 팔로잉 하는 이유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