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 힐러는 진짜 극한직업임. 모든 힐러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당신들은 천사에요.
9단, 10단에서 일어난 일만 적음. 그 이하 단수는 그냥 나도 애초부터 갈 때 뇌를 비우고 가니까 별 신경을 안 씀.
빠른 출발을 위해 석주지인은 패션탱 나는 패션힐러로 글로벌을 모으기 시작. 지인 스타일이 선착순임. 보통 인식이 안 좋거나 인구가 많은 클래스 혹은 이 던전에서 BIS가 나오는 클이 빠르게 신청이 오는데 보통은 전자가 많음. 근데 불쌍하다거나 궁금하다고 그냥 받아버림 (똥은 힐러인 내가 다 치우는데 왜 네가.....)
그리고 높은 확률로 죽기, 전사, 냥꾼, 도적 정도에서 딜러가 구성이 됨.
여기서부터 비극이 시작됨. 예를 들어, 이번 주 어픽스 구슬을 딜러들이 안 깸. 절대로 안 깸. 한 번 놔둬 봤는데
진짜 안 깸. 9단, 10단인데도 안 깸. 그렇다고 몹들한테 CC를 쓰지도 않음. 그냥 힐러인 니가 깨면 되지 않냐고 할 수 있는데 한 판에 150-170개씩 깨는 데 그렇다고 개빡힐 할 때조차 깰 수는 없잖슴? 그걸 안 깬다는 얘기임.
신기한 건 죽기와 전사 중에 한 명만 있으면 가끔씩 충파나 죽기눈뽕으로 깨는 데 이 둘이 만나면 절대 안 깸.
약간 자강두천? 서로 자존심 싸움? 그런 느낌.
이번 시즌 시작하고 지금까지 내가 본 대부분의 냥꾼과 도적은 어픽스를 5개 이상 깬 걸 못 봤는데 이번 주 어픽스에 대처할 수 있는 스킬이 없는 것 같음.
신기한 건 이 조합에서 냥꾼은 항상 시야 밖에 있음. 다른 조합에서 냥꾼은 항상 시야 안에 있는데 이 조합 냥꾼만 항상 시야 밖에 있음. 뭔가 가까이 오기에는 탱+2근딜+힐러가 주는 압박 같은 게 있나 봄. 내가 봐도 좀 정신 없고 바닥이 잘 안 보이고 시야가 불편하긴 함. 하지만 최사를 잡을 필요는 없잖아...우리한테 냄새 같은게 나니...?
아무튼 예를 들어 수도원 첫 풀에서 기사가 고함을 외쳐대고 중보가 천둥벼락을 찍어대는 데 화면 저 끝에 간신히 냥꾼 다리가 보임. (몰랐는데 늑인냥꾼이었구나. 개아플텐데 와서 힐 장판 좀 밟지 않으련?)
그래도 눕힐 순 없으니까 와리가리 하면서 어떻게든 살려봄. 가까이 와줬으면 좋겠지만 가까이 오는 건 힐러인 나를 보고 반갑다고 달려오는 (누군가가 최사거리에서 애드 낸) 몹무리들임. 내가 낸 애드도 아닌데 다들 나를 보고 달려오니 뭔가 억울함이 솟구쳐 오르지만 하소연할 틈이 없음.
이 조합이 또 서로 열심히들 해서 마냥 밉진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또 개얄미움. 예를 들어 수도원 2넴에서 서로 구슬을 쳐먹음. 파란 구슬을 처먹어서 없애줬으면 좋겠지만 노란게 맛있는지 개아픈 노란 구슬을 서로 쳐먹음 (전사 빼고). 생존기라도 좀 키고 먹어라아아아앙.
탱커가 죽기한테 홀수번이나 짝수번을 부탁함. 죽기가 열심히 먹음. 분명 대마보를 켰지만 2중 디버프를 달고 있음. 죽기가 아파보이니 냥꾼이 같이 먹어줌. 죽기2중 냥꾼2중. 어픽스 구슬이 나오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음. 어픽스를 처리하느냐 둘 중 한 명을 죽이느냐 갈림길에 섬. 냥꾼 버림. 절대로 아까 애드내서 버린 건 아님.
분명 힐러인 내가 개같이 열심히 어픽스도 처리하고 (170개를 깼다고!!!!!!) 최대한 안 눕히려고 내 능력이 부족해도 열심히 힐을 퍼부어도 알아주는 이가 없음. 이들은 애초에 쐐기를 간다는 것에만 의미가 있음. 출발하는 순간 완료한 거나 다름 없음.
그러니까 천사같은 글로벌 힐러님들이 많아져서 나같은 패션힐러가 편하게 딜러로 쐐기를 가는 세상이 왔음 좋겠다는 얘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