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난 일과를 끝내면 내무실에서 개인정비 시간에 잡지만 읽었다. 물론 주말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스크랩도 열심히 했다. 내 개인 수첩에는 와우 정보와 이야기가 가득했다. 종족별 어울리는 직업, 특성, 스킬설명, 저렙지역 퀘스트 동선 등등. 참 많기도 했다.
기억이 하나 있는데, 하루는 후임놈이 옆에와서 말을 걸었다. "병장(물)님은 무슨 공부를 그렇게 하싶니까?" 난 대답했다. "어 별거 아냐 전역하면 할 게임 정보 정리하는거야" "그 게임이 재미있습니까? 저도 알려 주싶시오." 난 눈빛이 바뀌어 진지하게 "어 너도 해볼래?" 물어보며 와우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던게 생각난다.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그렇게까지 빠져있었던게 있었나 싶었다. 1년 반동안 모은 거의 공략집 수준의 노트였던 것 같다. 옆소대 와우 한다는 동기놈들이 빌려가 읽을 정도 였으니..ㅋㅋ 내 딴에는 나름 뿌듯한 취미였다.
드디어 기다리던 병장 진급이 된 난 정기휴가를 2월로 신청했다. 불성을 해보고 싶어서다. 정말 기다렸으며, 군생활이 4개월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이젠 휴가때 먹고 싶은것이나, 놀러가고 싶은것은 중요치가 않았다. 오직 불성을 하겠다는 목표뿐이었다.
그렇게 휴가를 나온 난 집에 도착하자마자 인사를 드리고(가족식사+근황토그 등) 사복을 갈아입고 집근처 피씨방으로 달려갔다. 얼마나 급하게 나왔던지 군용빤스랑 군번줄을 차고 있는걸 애드온 세팅하면서 알았다.ㅎ(그 이름 써져있는 국방색 빤스..)
오랬동안 생이별한 개도 주인을 만났을때 이보다 반가웠을까. 몇 달에 잡아본 마우스의 감촉도 잊을 수 없었다.
난 휴가 기간 내내 60에서 66까지 미친듯이 달렸다. 66을 찍고 보니 6일이 지나 있었다. 강원도로 가족여행을 가기로한 날이었다. 아쉬웠지만 약속한 일정을 보내고 부대로 복귀를 했다.
이후로는 뻔하다. 난 전역을 하였고 반학기 복학을 미룬채로 불성을 즐겼다.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와우에 몰두해 있었던 시기였다. 공략을 달달외워가며 공장도 하고, 바쉬랑 캘타스까지 잡았는데, 일리단과 킬제덴은 못잡았다.(복학 : 실험과제.. 과제.. 과제.. ㅡㅡ)
와우는 접는게 아니라 쉬는거란 말을 알겠다. 30대 후반 처자식이 있는 지금 내가 또 기대하고 있는걸 보면..ㅋㅋ 이러다 몇 년뒤에 아들하고 리치왕 같이 딜하고 있겠네;;;
(밑에 직원들이 무슨 문서를 저렇게 열심히 만드나 하겠다. 타자소리. 이상 월급 루팡ㅋㅋ)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