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월드', 왜 HTML5에 딥다크한 MMORPG를 담았을까

게임뉴스 | 윤서호,유희은,남기백 기자 | 댓글: 4개 |


▲ 잔디소프트 윤세민 대표

  • 주제: HTML5, 매드월드, MMORPG, 글로벌 그리고 가능성(Feat 잔디엔진)
  • 강연자 : 윤세민 - 잔디소프트 / 대표
  • 발표분야 : 개발, 기획
  • 강연시간 : 2021.11.18(목) 14:00 ~ 14:50
  • 강연 요약:글로벌 공략 가능한 MMORPG 매드월드를 개발하기 위해 방향성, 컨셉, HTML5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아본다. 더 나아가, 게임과 웹기술 그리고 NFT, 메타버스의 가능성도 체크해보자

  • 2017년 처음 공개된 '매드월드'는 HTML5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HTML5 게임, 혹은 웹게임이라고 한다면 흔히 스낵 게임이라고 부르는 가벼운 형태의 게임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매드월드는 그런 스낵 게임과는 궤가 달랐다. 국산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그로테스크하고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종말론적 세계관을 거침없이 표현한 MMORPG였고,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받았다.

    2019년 알파테스트로 피드백을 한 번 받았던 매드월드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면서 개발을 4년째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29일에는 알파테스트에서 부족한 점을 채우고, 미쳐버린 세계관을 날것 그대로 잘 드러낸 가능성 있는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잔디소프트는 왜 HTML5를 선택하고, 어떤 가능성을 보았을까?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담금질해온 매드월드가 보여주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잔디소프트의 윤세민 대표는 IGCXGCON 2021에서 그 이야기를 풀어갔다.



    ■ 글로벌을 노린 MMORPG, 매드월드 - 차별화에 대한 고민, 그 답은 깊고 깊은 절망 속 희미한 희망이었다



    ▲ MMORPG 기술은 뛰어나고 성과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2% 부족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윤세민 대표는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우리나라 MMORPG에 대해서 잠깐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MMORPG 강국이고, 뛰어난 MMORPG를 여럿 선보였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고 하기엔 다소 부족함이 있다.

    메틴2를 서비스해본 경험이 있던 윤세민 대표는 국내를 넘어서 글로벌을 노린 MMORPG에 대한 포부를 가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MMORPG, 글로벌 유저가 기대하는 MMORPG, 오래도록 서비스 가능한 MMORPG에 대해 정의할 필요가 있었다.



    ▲ 글로벌 MMORPG 지표를 보면서 글로벌을 노릴 MMORPG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윤세민 대표가 찾은 답은 감정, 개연성, 그리고 차별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감정'은 느낌과도 일맥상통한다. 즉 유저가 게임을 했을 때 어떤 기분을 느끼고, 어떤 마음을 갖게 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뚜렷하고 선명한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감정'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낀다는 것에 주목했다. 슬프다, 기쁘다, 두렵다, 무섭다 등 감정은 어느 문화권에서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세민 대표는 뛰어난 그래픽이나 기술력으로는 감탄할 수 있지만, 정작 그것'만'으로는 어떤 느낌도 주지 못한다고 봤다. 그래서 그걸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느냐에 초점을 뒀다. 그 느낌과 감정이 유저들에게서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 깊고 깊은 절망 속에서 작은 희망을 느꼈을 때의 그 감정은 글로벌하다고 판단했다

    이미 첫 티저부터 알파테스트, 글로벌 알파까지 공개된 자료를 통해서 잘 알려졌지만, 매드월드의 기본 감정 키워드는 '절망'이다. 그것도 보통 절망이 아니다. 게임의 타이틀명 그대로, 미친 세계를 날것 그대로 그려낸 절망이다. 악마가 지배하는 세계 속에서 사람들은 현대인이 흔히 생각하는 '일상'을 잊고 디스토피아에서 살지만, 이미 그 절망스러운 세계에 익숙해진 나머지 그대로 적응하면서 사는 꿈도 희망도 없는 절망적인 세계다. 약육강식은 기본에, 약탈은 패시브요 구더기 갖고 싸우다 살인이 나는 것은 일상다반사다.

    그런 절망을 표현하기 위해서 두 단계의 과정을 거쳤다. 먼저 대략적으로, 절망스러운 세계관의 분위기를 잡았다. 예를 들자면 무규칙, 무법, 악, 즉흥적, 불투명, 어두운 등 매드월드의 절망적이면서도 어지러운 세계관을 표현할 키워드들을 떠올린 것이다.

    그 다음에는 더 범위를 좁혀서 인간 사회에서의 절망적인 상황을 그려내서 구체화했다. 예를 들자면 배신당해서 절망스럽다던가, 살인, 모략 등 더 구체적으로 절망스러운 감정이 느껴지는 상황들을 나열한 것이다. 그것이 섞이면서 매드월드의 세계관 그리고 퀘스트라인에 절망의 색이 입혀졌다.

    그 가운데에 '희망'을 어찌 표현하느냐도 관건이었다. 절망만으로는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기도 하고, 약간의 희망이 있어야 했다. 그걸 밝게 표현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웃는 그런 감정에 가까워야 톤에 맞고 유저들이 느끼는 느낌에 가깝다고 보았다. 그래서 아트와 음악을 비롯해 게임의 그 모든 것을 그 방향에 맞춰 작업, 통일감을 우선시했다. 즉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느냐, 그것에 방향성을 맞춰서 몰입하게끔 심혈을 기울인 것이다.



    ▲ 절망적인 세계관과 절망적인 인간 사회 그리고 그 안에 작은 희망



    ▲ 이를 어느 정도의 톤으로 표현하느냐도 관건이다



    ■ 개연성과 차별화를 갈고 닦다- 예쁘기만 한 세계에서 벗어나, 설득력 있고 새로운 느낌을 더하다



    ▲ 메틴2의 해외 피드백을 받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개연성의 중요함을 느꼈다고

    윤세민 대표가 매드월드 개발 과정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두 번째 포인트는 개연성이었다. 특히 윤세민 대표는 아시아에서 부진했던 메틴2가 2007년 유럽 서비스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이에 관해서 여러 가지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윤세민 대표에 따르면 메틴2가 처음부터 유럽 서비스가 잘 됐던 것은 아니었다. 국내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지 않자 그는 해외 퍼블리셔와 현지 파트너를 만난 뒤 그곳에서 장기 체류하면서 피드백을 받았던 것이다.

    유럽에서 들었던 말은 그 당시 그에겐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이 몬스터는 이 세계관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이런 공격 방식은 좀 아닌 것 같은데?", "이 캐릭터 특성상, 이런 유형의 공격은 어색한 느낌이 들어" 등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지적했기 때문이었다. 개연성과 상관 없이 좋아 보이거나 특색 있어 보이는 그래픽, 뭔가 멋있다고 느껴지는 것에만 집중한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자각한 순간이었다.




    그래서 절대 안 된다는 것만 몇 개 빼고, 피드백에 답하는 과정에서 개연성이 없다 생각된 것은 전부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메틴2는 유럽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해외 명작들을 접하면서 윤세민 대표는 개연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회고했다.

    매드월드에 그 개연성을 갖추기 위해 잔디소프트는 게임 전반적인 영역에서부터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다. 유저가 플레이하면서 단순히 화려하게 전투하는 재미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세계관과 이야기 그리고 감정을 녹여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당위성에 대해서 질문한 것이다.

    당위성은 단순히 이 캐릭터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 이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이 세계관이 왜 이런 모습을 하고 있으며, 왜 이 콘텐츠가 이 MMORPG에 등장하게 되었느냐에서부터 이를 시각, 음악적으로도 그럴싸하게 느낄 수 있는 표현까지 갖춰야만 했다. 그 모든 것에 대해 세세하게 질답하는 과정인 만큼, 작업량도 방대했다. 그렇지만 할 수밖에 없었다.



    ▲ 전반적인 영역에서 개연성을 찾는 말은



    ▲ 곧 모든 영역에서 질문을 던지면서 하나하나 잡아간다는 뜻이다

    우선은 가장 큰 윤곽인 '세계관'을 잡아가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리고는 세계관에 맞춰 시스템을 제작했다. 마법으로 뿅, 텔레포트하는 그런 일괄적인 연출이 아니라 뒤틀린 황천 같은 분위기에 맞춰 나방 탈것을 구현하는 등, 이동 시스템 하나를 구축하는 데에도 그 느낌에 맞게끔 고심했다. 이펙트나 연출에서도 어둡고 절망적인 세계관에 맞춰서 과감할 정도로 강렬한 유혈효과를 넣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서 매드월드만의 미친 세계관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이렇게 쌓아 올린 기틀을 완성시키는 것은 차별화된 요소들이었다.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는 완성도를 높이지만, 결국 차별화된 것이 있어야 유저들의 눈에 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드월드는 그래서 MMORPG에서 잘 시도하지 않았던, 정말 처절할 정도로 절망스러운 세계관과 그에 맞는 시나리오를 꾸려나갔다. 문명이 파괴된 종말론적인 세계관을 그린 작품은 많았지만, 그걸 집요할 정도로 파고드는 MMORPG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 세계관부터 하나하나 시작



    ▲ 그리고 표현까지, 그 모든 것을 하나의 방향에 맞춰서 개연성을 살리고자 했다

    그런 절망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에도 유저를 비롯해 몇몇 아이 등 아주 작은 희망들을 조명하면서, 마치 어둠 속에 한줄기 빛을 만난 듯한 감정과 함께 몰입감을 더했다. 어두운 세계관에서 아주 작은 희망을 찾아 분투하는 느낌, 거기에서 느끼는 감정의 몰입감은 매드월드뿐만 아니라, 이미 다른 검증된 작품에서도 사용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느낌뿐만 아니라, 차별화한 시나리오에 맞추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분위기의 아트가 필요했다. 그래서 잔디소프트에서는 북미 코믹스풍, 그리고 코스믹 호러를 채택하고 핸드드로잉으로 느낌을 더했다. 그렇게 차별화를 더한 결과, 글로벌 알파테스트에서 160개국 기준으로 유럽 유저가 31.4% 한국 유저가 26.1%, 북미가 21.5%, 남미가 10.1%, 아시아가 10.5% 등으로 글로벌 전역에 비교적 고른 유저층을 보이며 폭넓게 어필한 모습을 보였다.



    ▲ 절망적인 세계관에서 희망의 감정을 담는 이야기라는 보편적인 소재에



    ▲ 아트로 차별화를 더했다



    ▲ 이러한 노력 끝에 알파테스트에서 전반적으로 고른 글로벌 유저층을 확보할 수 있았다.



    ■ 왜 HTML5를 선택했을까? - 시공간 제약이 없이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접근성과 편의성




    이처럼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왔던 매드월드이기에, 플랫폼 선택에 대한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개연성과 차별화 외에도 여러 시스템적인 면에서도 상당한 완성도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윤세민 대표가 HTML5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글로벌을 하나로 묶어서 서비스하기 편하고, 제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설치 없이 바로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소식을 듣고 바로 접근하기도 수월했다. 이러한 접근성과 편의성에서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HTML5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MMORPG는 유저가 많아야만 빛을 발하기 때문에, 더 많은 유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HTML5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HTML5의 강점은 마치 유튜브처럼, 영상을 굳이 다운받거나 하지 않아도 바로 들어가서 원하는 걸 볼 수 있다는 것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R&D를 여러 차례 거치면서 가능성을 봤고, 전망이 있다고 판단해서 HTML5를 선택했다. 게임을 하지 않아도 인터넷을 하는 사람은 압도적으로 많으니, 그 유저들에게 새로운 '콘텐츠'로 다가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윤세민 대표는 앞으로의 웹 콘텐츠 시장의 주역은 웹툰에서 게임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전망했다. 지금 단계에서는 게임은 설치라는 단계가 필요하지만, 웹 게임은 설치도 필요 없고 보고 즉시 플레이할 수 있고, 인터렉티브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흐름으로 가지 않아도, 접근성이 높은 걸 앞세운 HTML5에 진짜 MMORPG를 내세운다면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더욱 더 매드월드에 정진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처럼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환경에서



    ▲ 진짜 MMORPG를 선보인다면? 그 질문을 던지고 착수한 것이 매드월드인 셈이다

    HTML5 게임의 또다른 장점으로는 글로벌 마케팅 비용이 적다는 점을 손꼽았다. 링크 하나만 올리면 어디서든 바로 접할 수 있어 노출 자체가 쉽고, 그걸 보고 즐긴 유저가 경험을 공유하면 다시 그 유저들이 링크를 노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노출 단계에서 유저들의 첫눈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하고, 유저가 경험을 공유할 마음이 들게끔 해야 했다. 즉 아트와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그 부분에 역량을 특히 더 기울이고 있다.



    ▲ 선순환 구조가 일기 쉽지만, 그 선순환을 위해선 첫인상과 플레이 경험을 끌어올리는 노력은 동일하다

    윤세민 대표는 HTML5, 딥다크한 세계관, 이 둘 중 하나만으로는 매드월드라는 게임을 설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 모든 것은 글로벌 유저에게, 게임의 근본 재미를 전달하기 위해서 잔디소프트가 차별화를 더하고 더 편하게 게임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방향성은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잔디소프트가 자신만의 차별화된 포인트와 개연성으로, 글로벌 유저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방향성을 연구하고 계속 고뇌하기를 반복해온 과정을 소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윤세민 대표는 이런 고민이 결국 유저에게 재미있는 게임을 제공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과정인 만큼, 다른 개발자들에게도 참고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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